2018년 1월 19일 이관섭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경북 경주 한수원 본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당시 이 사장은 임기를 절반 이상 남기고 물러났다. [뉴스1]
이 부회장이 정책기획수석에 임명되면 전임 정권의 정책기조에 반대해 사실상 쫓겨난 인사가 후임 정권에서 부활한 사례로 기록된다. 이 부회장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던 2018년 1월 임기를 절반 이상 남기고 사임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반대 입장을 낸 뒤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임을 한 달 여 앞두고는 2016년 10월 한국서부발전 사장 인선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대전지검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기소한 공소장에는 백 전 장관이 2017년 8월 2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 과장단 회의에서 “한수원 이관섭 사장도 임기가 많이 남았지만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후 백 전 장관이 이른바 ‘탈원전 반대 인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이 부회장 기용은 원전 산업 활성화를 내건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맞아떨어지는 인사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17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일방적이고 이념에 기반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원전산업을 다시 살려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대표적인 산업정책통으로 꼽힌다. 1961년 대구 출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산업정책실장, 제1차관 등을 역임했다. 산업부의 양축인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 국‧실장급을 모두 거친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한수원 사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이마트·SKC 사외이사를 맡다가 지난해 2월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선임됐다. 공직사회에서 평판이 좋아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산업부 장관, 국무조정실장(장관급) 후보군으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렸다. 정책기획수석은 차관급이긴 하나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가 될 것으로 보여 실질적으로는 장관급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 관료부터 술렁인다”면서 “공직에서 물러난 에이스 관료를 핵심 요직에 발탁함으로써 공직사회에 ‘능력 있는 사람은 나중에라도 등용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