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호

수도권 광역전철·GTX 노선 지나면서 집값 뛸 곳은?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2-09-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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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과 연결되는 GTX 노선이 향후 10년 집값 상승 주도”

    • “땅값 오를 미래 역세권 선점이 관건”

    • 신안산선과 서울지하철 3·7·8·9호선, 신분당선 연장선도 가치 높아



    표찬 하우에스테이트 대표는 “역세권 투자 전 철도 예정 역을 고려해 투자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표찬 하우에스테이트 대표는 “역세권 투자 전 철도 예정 역을 고려해 투자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 신도시 초역세권 아파트 8월 분양!!”

    경기 한 신도시 교차로를 지나가다 마주친 아파트 분양 현수막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붉고 선명한 ‘초역세권’ 글자가 가슴에 콕 박히는 듯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이 이같은 호재를 쫓느라 신음하고 있다. 기자에게 이런 광경을 전해 들은 철도 전문가 출신 표찬 하우에스테이트 대표는 씩 웃었다.

    “철도역 신설은 도시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 역(驛)이 전부는 아니다. 역만 생겨서는 의미가 크지 않다.”

    표 대표가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인 건 역세권 호재만으로도 호가가 수천만 원, 수억 원이 오르는 사례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토목 설계 전문업체인 동명기술공단에서 12년간 철도개발사업을 도맡았다. 성동도시재생전문관, 성수도시재생센터장 등을 역임하며 공공기관에서 철도 관련 업무를 3년간 담당하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으레 “부동산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역세권인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바로 그 역세권이 그의 오랜 연구 대상이다.



    이후 세상으로 나와 네이버 카페와 유튜브 채널 ‘싸부TV’를 운영하며 오프라인 강연,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실무에서 얻은 역세권 개발 정보와 노하우를 통해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지역을 선별하고 신설 노선 예측, 역 신설에 관한 정보를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표 대표는 “역세권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은 꽤 있지만, 철도인 출신 역세권 전문가는 내가 유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론과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그가 내린 결론이 있다. “역세권이라고 다 같은 역세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21년 1월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만 600개 이상의 역이 있다. 이처럼 수도권은 거미줄처럼 복잡한 전철망으로 연결돼 있는데, 단순히 주변에 역 하나 있다고 투자를 감행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기존 역과 더불어 건설 예정 역을 중심으로 어떤 역이 가치가 있고, 장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지를 알아야 한다. 똑같은 역이라도 크게 번성할 역은 노선 계획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철도 계획이 발표되면 실제 운행까지 보통 1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10년은 긴 시간이지만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다. 철도 분야를 오래 연구한 사람으로서 부동산 시장에 올바른 역세권 가치를 알리고 싶다.”

    서울 강남3구 진입 노선 주목

    GTX 노선 연장으로 호가가 뛴 경기 김포시 아파트 단지. [뉴스1]

    GTX 노선 연장으로 호가가 뛴 경기 김포시 아파트 단지. [뉴스1]

    방금 “역세권이라고 다 같은 역세권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무슨 뜻인가.

    “역만 생겨서는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노선이 어디로, 얼마나 자주, 빠르게 가는지, 역 주변에 다른 개발 사업도 진행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역 주변에 대형 복합개발이나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금상첨화다. 또한 개인이 아닌 모두가 선호하는 입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역의 네임밸류·일자리·학군·공원 다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지역을 빠르게 가는 게 핵심이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을 빠르게 갈 수 있는 노선이 역세권 투자의 핵심이라는 얘긴가.

    “그렇다. 서울로 직접 연결되는 노선, 특히 강남3구로 진입하는 노선이 가치가 높다. 철도 노선은 수요가 많은 서울을 중심으로 계획돼야 활용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강남3구는 대한민국의 부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각종 편의시설과 병원시설, 학군이 발달해 있다. 지역 인지도도 높고 프리미엄도 있다. 업무시설과 더불어 백화점, 고급 식당, 문화시설, 놀이시설 등 다양한 상업 시설이 즐비해 이곳을 찾는 수요가 많다. 서울 중에서도 업무와 상업 시설이 발달한 강남3구나 그 부근에서 정차하는 노선이라야 한다. 다만 강남역, 삼성역, 잠실역을 종착역으로 봤을 때 환승을 포함해 최장 1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서울로 진입하는 것 외에 고려할 중요한 요소가 또 있나.

    “노선 거리가 10~15㎞ 정도라면, 거리가 제각각인 도시철도보다 일정한 노선 거리인 광역철도를 눈여겨볼 것을 권한다. 이 노선을 타고 갈 수 있는 다른 지역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요즘 수도권 전역을 1시간 이내 연결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화두다. GTX 노선 가운데 A노선과 C노선 보도권에 있는 아파트를 주목할 것을 권한다. B노선과 D노선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표 대표는 이 대목에서 “신안산선과 서울지하철 3·7·8·9호선, 신분당선 연장선도 가치가 높은 노선”이라며 “연장선을 볼 때는 얼마나 자주 운행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치가 높은 역은 어떤 특징이 있나.

    “우선 GTX 노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철도 노선이 돌아가거나 환승하지 않고 직선으로 서울 중심권이나 강남권으로 향한다. 또 배차 간격이 출·퇴근 시 5분, 평상 시 8분을 넘지 않는다. 2개 이상의 노선이 정차하는 환승역(예정 역 포함)이나 역 주변에 개발 예정지(미래가치)가 넓게 자리한 역이 가치가 높다.”

    하나의 노선을 가진 역세권보다 더블 역세권이나 트리플 역세권의 가치가 높나.

    “꼭 그렇지는 않다. 서울 주요 지역이나 강남권을 지나가는, 제대로 된 노선이 하나라도 있는 역인지가 중요하다. 역 주변에 산이 있거나 개발제한구역, 혐오시설, 군부대, 학교 등이 있다면 개발이 제한된다. 이런 지역은 역세권의 영향이 미치는 범위가 작을 수밖에 없다. 지역 거점 업무지구인 상업지역에 있는 역, 중심업무지구인 상업지역까지 직접 연결된 노선에 있는 역, KTX 정차역 등의 경우 역 주변에 미치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다. 이런 역의 영향력에 따라 투자 범위를 넓게 잡을지, 좁게 잡을지 생각해야 한다.”

    가치가 낮은 역은 어떤 경우인가.

    “노선이 빙빙 도는 경우다. 철도에서 외곽순환선은 의미가 적다. 열차의 운행 간격이 출·퇴근 시 10분, 평상 시 20분을 넘는 노선은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승객이 열차를 기다리느라 피로함을 호소하게 된다. 철도역이 녹지나 하천, 군부대, 보호시설 등 외딴곳에 있는 경우도 높은 가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업 단계별 집중할 세 가지 포인트

    철도사업 진행 단계에 따라 투자전략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철도사업 발표 후 최소한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역세권 투자는 실제 운행까지 각 진행 단계를 파악하고 주요 포인트를 확실하게 짚어 꼼꼼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첫째, 예비타당성 통과다. 이는 국가 예산을 지원할 만한 근거가 확실하다는 뜻이다. 둘째, 기본계획 고시다. 노선을 어느 정도 확정 지었다는 의미다. 셋째, 실시계획인가 고시다. 토지이용계획상의 철도 용지가 확정되고 토지보상이 진행되는 단계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이제 열차가 다닐 일만 남은 셈이다. 이 세 가지 포인트를 기억하면서 역세권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

    신도시 건설 사업에는 교통망 호재가 빠지지 않는다. 교통 호재를 품은 부동산 가운데 주목할 만한 곳을 꼽는다면.

    “경기 하남시 교산지구는 접근성이 탁월해 보인다. 신도시 지정과 함께 3호선 오금행 이후 연장, 하남 도시철도 연장도 예정돼 있으니 투자 포인트를 잘 잡아야 한다. 경기 고양시 창릉지구는 서울 접근성과 상징성 등에서 일산신도시를 충분히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창릉의 미래는 GTX 역 정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약 250만 평에 약 4만 가구를 공급하는 대단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 남양주시 왕숙1지구에 경춘선, GTX-B 노선, 9호선 연장이 예정돼 있다면 왕숙2지구에는 경의중앙선과 9호선 연장이 예정돼 있다. 왕숙 1,2 지구 주변에도 진접지구, 별내지구, 다산진건지구, 다산지금지구, 인창수택지구, 양정역세권, 호평지구 등 신도시가 즐비하다. 교통망과 신도시의 힘에 따라 이들 도시의 가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인천 계양지구는 김포공항 활주로에 따른 고도제한과 소음이 주요 쟁점이다. 철도노선도 풀어야 하는 과제가 많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봐야 한다. 서울 마곡과 여의도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고, 산업단지 인근이라 지역 자체 수요도 있기에 좋은 주거환경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하수처리나 자원순환센터 같은 생활환경 대책을 지켜봐야 한다. 부천 대장지구는 인천 계양지구와 묶어서 볼 수 있다. 다만 비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아쉽다. 사업지구 인근 자원 환경 시설에 대한 주변 환경 변화가 시급한 건 사실이지만 인근 산업단지는 전통적 산업군에도 불구하고 호재로 인식할 수 있다. 청라~신도림선을 감안해 봉오대로 축을 노려볼 만하다.”

    1일 편성 100회 이상이면 미래가치 높은 노선

    GTX 노선의 역세권 투자 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GTX-A 노선 역은 부동산 가격이 100%가량 오른 상태라 가격이 높다. GTX-A 노선만큼 주목할 게 GTX-C노선이다. 삼성역 개발이 본격화하며 사업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GTX-B 노선, GTX-D 노선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에 시간을 감안하되, 이슈를 선점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기를 바란다. 실제 운행되기까지 상당히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수도권 광역전철 노선이 22개에 달한다. 그중 현실적으로 미래가치가 높은 노선은 뭔가.

    “세 가지 노선을 꼽아보겠다. 첫째, 강남3구 또는 여의도, 광화문 등 주요 업무지구에서 정차하는 노선이다. 둘째, 1일 편성 수가 100회 이상에 이르는 노선이다. 셋째, 1편성 차량이 6량 이상, 승강장은 8량 이상 확보된 노선이다. 마지막으로 정차역이 30개 이상인 노선이다. 좋은 역세권이 되려면 단독주택과 공동주택만 밀집해선 곤란하다. 상업지구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 섞여 있으면 좋다. 또 개발 가능한 부지가 있거나 준공업 지역, 혐오시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큰 지역이 좋다. 이러한 부지는 이해관계가 그리 복잡하지 않아 개발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이해관계가 복잡하면 역세권 청년주택 하나만 지으려고 해도 말이 엄청 많아진다.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좋은 노선이다. 22개 노선 중 어떤 노선을 선택할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표 대표는 인터뷰 내내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부동산업자가 내세우는 역세권에 무작정 홀려 투자하기보다 기존 역과 더불어 예정 역을 중심으로 어떤 가치가 있고, 장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지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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