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격 국가대표 박민하 선수. [동아DB]
박민하 선수가 5일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박민하 인스타그램]
박양은 박찬민 전 SBS 아나운서의 1남 3녀 중 막내 딸. 세 살이던 2010년 아빠를 따라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붕어빵’에서 깜찍한 외모와 귀여운 말투로 인기를 얻어 이듬해 아역배우로 데뷔했다. 2011년 ‘불굴의 며느리’를 시작으로 ‘감기’(2013) ‘공조’(2017) 등의 영화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바 있다.
영화 ‘공조2’ 한 장면. [CJ ENM]
-두 메이저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한 소감은.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는 꼭 금메달을 따고 싶었던 대회인데 꿈을 이뤄 너무 행복했다. 두 번 연속 금메달을 따서 정말 뿌듯하다. 둘 다 사격대회 중에서도 메이저급이라 가슴이 벅찼다.”
-연기, 사격, 공부 모두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 그게 가능한가.
“시간이 부족하긴 하지만 잘 조율하면서 세 가지를 병행하고 있다. 어느 것도 소홀하고 싶지 않아서다. 아직까지는 그로 인한 큰 어려움을 느낀 적이 없다.”
박양은 “평일에는 아침 8시에 일어나 등교하고 학업을 마친 후 학원에 간다. 이후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사격장에 가서 두 시간 동안 훈련한다. 그러곤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나서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식사는 잘 하나.
“엄청 잘 먹어서 살이 많이 쪘다(웃음).”
-연기는 언제 하나.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촬영 스케줄이 있을 때 한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사격 연습량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아빠가 ‘양보다 질로 훈련하자’고 이끌어 주신다.”
-개인 코치가 있나.
“따로 있다. 사격 선수 출신인 남상현 선생님이다. 처음 사격장에 갔을 때 우연히 만난 인연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두 언니도 테니스 선수였다고? 가족이 모두 운동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아빠가 예전에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어서 연습도, 운동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아빠가 지금도 체력이 좋으시다. 그런 유전자를 모두가 물려받은 것 같다. 언니들은 지금 부상 등 여러 이유로 선수생활을 그만뒀다.”
-천부적 재능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총을 잘 쏘는 비결이 있나.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하고 방송 출연을 많이 하다 보니 집중력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좋은 것 같다. 총을 들고, 조준하고, 사격하는 행위를 사소한 것 하나도 소홀하지 않고 코치님이 일러주신 대로 하려고 노력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보름 동안 훈련하고 출전한 첫 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했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그때는 사격에 대한 큰 꿈도 없었고 취미처럼 하고 있었다. 초등학생 대회가 마지막으로 열린다기에 큰 기대 없이 도전했다. 사격복과 사격화도 코치님이 구해주셨다. 그 때 대회 신기록을 쐈다. 너무나도 놀랐다. 승부욕이 생기더라. 금메달을 휩쓸던 친구가 있었는데 내가 0.3점 차이로 졌다. 약 한 발차다. ‘아, 내가 15일밖에 연습을 안 했는데 은메달을 땄으니 더 열심히 하다 보면 금메달도 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격연습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했다.”
-영화 ‘공조2’가 극장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조’ 때 함께한 유해진, 장영남, 임윤아, 현빈 씨를 5년 만에 다시 만나니 감회가 어떻던가.(박양은 평소 이들을 이모 혹은 삼촌이라고 부른다.)
“가족을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갑고 좋았다.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다. 어제(6일) VIP시사회를 보러 갔는데 현빈 삼촌이 금메달 딴 거 봤다며 손잡아주시고 축하해주셨다. 유해진 삼촌, 진선규 삼촌, 다니엘 헤니 삼촌도 축하해주셨다. 장영남 이모는 좋은 향수를 선물로 주셨다. 북한 악당으로 나오는 박훈 삼촌은 무대 인사를 하면서 ‘저기 있는 박민하 선수가 어제 사격 금메달을 따고 왔다. 박수를 보내 달라’고 생각지도 않은 말을 하셔서 가슴이 뭉클했다. 감동이었다.
만나는 분들마다 축하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공조3’에서는 민하가 아빠를 도와 총을 쏘는 걸로 하자는 얘기도 나왔는데 정말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SBS ‘붕어빵’ 출연 당시 박민하(왼쪽) 양과 아버지 박찬민 전 아나운서. [SBS 캡처]
“촬영하다 보니 나만 불쑥 컸더라. 다른 이모, 삼촌들 모두 그대로여서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특히 윤아 이모는 하나도 안 변했더라. 내심 언니라고 불러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웃음). 그리고 유해진 삼촌의 애드리브는 언제나 유쾌하다. 정말 참신한 애드리브를 많이 하신다. 아재개그 스타일로 웃음 폭탄을 쏘신다. 예를 들면 진라면을 보면서 ‘이긴 라면은 없냐’고 하는 식이다(웃음).”
-세 가지 중 가장 적성에 맞는 것을 꼽는다면.
“연기와 사격을 계속 병행하고 싶고 그럴 계획이다. 공부도 잘하고 싶다. 어느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적성에 더 잘 맞는 것을 고르기도 어렵다.”
-롤 모델이 이병헌과 진종오라고?
“진종오 삼촌은 나이가 적지 않은데도 계속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다. 메달도 정말 많이 따셨더라. 그래서 나도 그분처럼 되고 싶다. 사격을 배우기 전에 유일하게 아는 사격 관련 키워드가 진종오라는 이름이었다. 그만큼 존재감이 대단한 삼촌이다. ‘슈퍼 DNA’라는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했을 땐 사격선수로서 침착하게 경기에 임하는 비법을 알려주시기도 했다. 하나만 말하자면 숨을 크게 들이쉬고 짧게 뱉는 것이 긴장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일러주셨다.”
-이병헌 씨는 어떤 점에서 닮고 싶은가.
“작품마다 캐릭터에 딱 맞게 바뀌는 것이 놀랍다. 연기를 정말 잘하신다. 믿고 보는 배우 아닌가.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 롤 모델로 삼았다.”
-삶의 철칙이 있나.
“내가 나를 믿지 못하고 꿈을 꾸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나 자신을 믿고 계속 꿈꿔야 한다. 부딪혀보기 전에 포기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꿈꾸는 대로 이룰 수 있다.”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나.
“배우를 계속하면서 2024년 파리올림픽에 나가길 꿈꾼다. 물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안 될 수도 있다. 파리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올림픽에 국가대표 선수로 나가고 싶다.”
-미래 청사진을 그려본다면.
“열여덟 살에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스물두 살엔 또 다른 올림픽이 열리는데 거기선 메달을 두 개쯤 따고 싶다. 10년 뒤인 스물다섯 살 때는 ‘공조4’에서 총을 쏘며 액션배우로 활약하지 않을까. 정말로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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