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20%대 문제 안 돼
망신 주기式 인사청문회 인력·예산 낭비
검찰 출신 인사, 尹 정부 국정 운영 방향에 적합
공직 인사 1원칙은 국민 눈높이
김명식 대구가톨릭대 교학부총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인사기획관을 지낸 인사 전문가다. [지호영 기자]
8월 3일 경북 경산시 대구가톨릭대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 되는 인사(人事) 문제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기대가 크니 실망도 크지만…
출범 3개월을 갓 넘긴 시점에서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했습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인사’ 문제가 꼽힙니다.“지지율 조사는 100% 신뢰할 수 없습니다. 임기 초반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낮은 것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에 기대를 걸었는데, 못 미친다 판단하니 낮은 지지율이 나오는 것이죠.”
김명식 부총장은 ‘정책 시차(policy lag)’ 문제를 꺼냈다.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는 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은 문제를 해결할 대안 중 하나를 결정해 집행되는데, 결과가 국민에게 미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과정에서 불만족을 느낀 국민은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지지 철회 등의 방법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고요. 인사를 두고 ‘신선하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국민이 많은 듯합니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의 경우, 후보자 임명·지명 과정에서 이미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 속에서 인물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형성되고요. 해당 인사의 공직 수행 능력보다는 대외적 이미지가 더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당사자를 직·간접으로 아는 사람들의 단편적 의견이 모여 이미지가 형성되고 여론처럼 여겨지기 쉽습니다. 여기에 전파력이 뛰어난 온·오프라인 미디어가 결합하면 파급력은 더 커집니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 ‘상식’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인사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몇 달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전 정부에서 임명된 상당수의 고위공직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정부를 엄호할 여당은 국회에서 소수고요.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출범 100일도 지나지 않은 정부를 초기 지지율 조사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조급증의 발로”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학사과정에 비유하면 아직 ‘학기 초’라고 할 수 있는데 평가를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일단 지켜봐야죠.”
취임 초기 지지율 하락 문제에 봉착한 윤석열 정부가 정권 초기 ‘광우병 사태’로 지지율 급락을 경험한 이명박 정부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고위 보좌진으로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파 정부 집권 초기 지지율 하락이라는 외형만 보면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나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힘듭니다.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사태’라는, 결과적으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선전·선동이 원인이 돼 대통령·정부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졌으니까요.”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 특채도 논란이 됐습니다.
“대통령실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참모 조직입니다. 인적 구성은 대통령의 의사에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 점에서 대통령실 직원을 ‘특채’한 것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난센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각 부문별 수석비서관 휘하 비서관(1급)-선임행정관(2,3급)-행정관(4,5급)으로 구성됩니다. 6급 이하 행정요원은 이른바 서무(庶務)나 현장에서 실무를 하는 자리인데 9급 행정요원 임명을 두고 논란이 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대통령 참모를 공채로 뽑진 않잖아요?”
現 인사청문회 제도는 위헌
8월 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 구성원들이 울산경찰청 앞에서 경찰국 신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식 부총장은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통제하려 든다’는 우려는 ‘기우’라고 했다. [뉴스1]
“‘정무직’은 말 그대로 정치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입니다. 정치적으로 임명됐으니 정치적으로 진퇴를 결정해야죠. 설령 임기가 정해져 있더라도 임명권자가 바뀌면 재신임 절차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현재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일부 인사들은 국무회의 참석 대상자인데 새로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과 자신들의 정치 성향이 맞지 않음에도 사직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죠.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고위직 인사를 자제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기관장 직무대리·권한대행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됩니다.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방식이죠.”
윤석열 정부 첫 내각 국무위원 후보자 중 상당수가 낙마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노무현 정부 후반기 국무위원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처음 도입됐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단계부터 국무위원 임명과 국무회의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근본 이유는 조각 인사 검증을 ‘대통령비서실’이라는 숙련된 보좌 조직이 아니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라는 한시 조직에서 수행해서라고 봅니다. 후보자 사전 평판 조회나 각종 검증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고요.”
8월 8일 박순애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날 박 전 부총리는 ‘만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과 ‘외국어고 폐지’ 정책 논란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취임 34일 만이다. 박 전 부총리는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부터 과거 음주운전 이력, 갑질 의혹 등 구설수에 오르며 ‘인사 실패’ 논란을 빚었다. [뉴스1]
“후보자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속된 말로 ‘털리는’ 거죠. 때로는 인격 모독까지 당해야 하고요. 후보자 측에서는 ‘방어’하는 데 시간과 인력을 소모해야 하고 반대 측에서는 ‘낙마’시키기 위해 같은 노력을 하는 구조입니다. 모두 인력·예산 낭비입니다.”
김 부총장은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에 인사 청문 관련 규정을 두고 있는 미국이나 필리핀과는 다르게 대한민국 헌법에는 인사청문회 제도의 근거가 없습니다. 국무총리, 대법원장 등 소수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임명 동의·승인권만 규정돼 있습니다. 임명 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죠. 따라서 일종의 사전 구두 면접인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위헌이라고 봅니다. 국회가 ‘부적격’ 의견을 낸 공직 후보자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못하는 것도 위헌으로 볼 소지가 있죠.”
그는 대안으로 ‘(가칭)고위공직자 임명기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제안했다. 위장전입, 세금탈루, 병역기피, 논문 표절, 부동산투기 등 주요 검증 항목을 국회가 국민 눈높이에 맞추어 법제화해 시행하는 것이다.
“2005년 중앙인사위원회에 근무할 때 같은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계류되다 폐기됐죠. 지금이라도 공직자 검증을 법제화해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의 검사 중용 당연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을 대거 기용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옵니다.“의원내각제의 경우 집권당이나 연립여당 다선(多選) 의원들로 내각을 구성합니다. 영국에선 섀도캐비닛(Shadow Cabinet·예비내각)이 구성되기도 하죠. 예비 각료를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대통령제하에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내각을 독자적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개인적 경험, 판단, 선호 등이 고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윤 대통령이 검찰에 오래 몸담았으니 인재 풀(pool)이 검찰에 치중되는 점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검찰 출신 인사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검사는 기본적으로 법 집행을 수행 합니다. 법치(法治) 행정에 대한 신념과 소양이 어느 공무원 집단보다 확고하고 체질화돼 있죠.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 방향과 부합한다고 봅니다.”
7월 8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명식 부총장은 검찰 출신 이 원장에 대해 “검찰의 주요 수사 영역 중 하나가 경제·금융 분야”라며 “리더십과 추진력을 갖춘 인사 임명”이라고 평가했다. [뉴스1]
“금융감독원장도 기관장이자 조직의 리더입니다. 리더로서의 필요 역량은 세부 업무 파악보다는 판단력입니다. 조직의 중요 의사를 결정하고 추진하는 능력이죠. 금융감독원도 개혁이 필요한 조직입니다. 대통령 지인 중 리더십과 추진력을 갖춘 인사를 임명했다고 봅니다. ‘검찰 출신인데 금융을 어떻게 알겠어?’ 식의 문제 제기는 옳지 않습니다. 검찰의 주요 수사 영역 중 하나가 경제·금융 분야입니다. 수사 전문가죠.”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이라는 검증 조직을 출범했습니다. 미국 법무부 연방수사국(FBI)을 모델로 한 것인데, 평가하자면.
“인사 검증 부서를 어느 부처 소관으로 할 것인지는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앞서 지적했듯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업무를 ‘법률행위’가 아닌 법적 근거 없이 국회에서 ‘사실행위’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죠.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참모 조직인 대통령비서실이 인사 검증 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게 문제로 지적돼 중앙인사위원회가 인사 검증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것으로 변경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선례를 볼 때 정부 조직인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한 것은 타당한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사혁신처가 아닌 법무부 산하에 설치된 것은 문제가 안 됩니까.
“장점도 있다고 봅니다. 인사의 생명은 ‘보안 유지’입니다. 공직 후보자 선정 후 각 정부 기관에서 공직 후보자 검증 자료를 요청·취합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사 검증 사실이 새어 나가는 일이 부지기수예요.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은 ‘내사’를 하죠. 이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를 하는 것이고요. 법무부와 검찰은 내사에 특화된 조직입니다. 인사 검증을 맡으면 비밀 유지의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이 신설됐습니다. 정부는 ‘치안비서관’ 등을 통해서 비공식적으로 경찰을 통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경찰 문민 통제를 공식화·법제화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봅니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국가 주요 업무인 치안(경찰) 업무를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담당하면서 국회와 국민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합니다. 종전 민정수석비서관이나 치안비서관은 대통령의 참모이기에 국회나 국민에 대해 직접 책임지지 않아도 됐죠. 일각에서는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통제하려 든다’고 우려하는데, 국가경찰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기에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지휘·감독하기는 어렵습니다.”
尹, 지지율에 一喜一悲 않길
공직자 인사 시 ‘업무 능력’과 ‘도덕성’ 평가 간 균형은 어때야 할까요.“업무 능력은 보통 과업지향형과 관계지향형으로 구분합니다. 조직의 기능과 성격, 당면 현안, 과제 유무 등에 따라 어떤 유형에 강점을 가진 리더가 이 시점에 필요한지 검토하면 됩니다. 반면 도덕성은 법 이전의 윤리 문제를 포함합니다. 인성에 관한 것이므로 평가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국민은 업무 능력보다는 도덕성에 대한 잣대가 더욱 엄격할 수 있는데, 인사 검증 과정에서 먼저 도덕성에 대한 기본 요건을 갖췄는지 파악한 후 문제가 적은 사람 중 리더십이나 업무 역량을 고려해 지명한다면 문제가 적을 것이라 봅니다.”
김명식 부총장은 “결국 ‘국민 눈높이’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법령에 규정된 임용 요건이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점검 항목입니다. 중도 하차하는 공직자 후보자 대부분은 실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국민이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그렇게 된 거죠. 오늘날은 인터넷을 통한 정보 유통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후보자를 공개하기 전에 검증 기관에서 제공하는 결과와 의견을 비중 있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국가(國家)’의 법적 의미는 국민이 합의해 제정한 헌법에 의거해 지(知)·정(情)·의(意)를 가진 인격이 부여된 자, 즉 헌법인(憲法人)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인처럼 태아-신생아-아동–청소년-성인의 과정을 거쳐 성장합니다. 대한민국 헌법도 1948년 제헌헌법부터 현행 제10호 헌법으로 개정되기까지 임시정부라는 태아기부터 신생아와 아동기에 해당하는 이승만 정부,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박정희·전두환 정부를 거쳐 제6공화국이 시작된 노태우 정부에서 현재의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선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러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통령은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한국이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윤석열 대통령이 권한과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역사의 평가는 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임기 초반입니다. 지지율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 없습니다.”
김 부총장은 공직자 인사 보도와 관련해 언론에 꼭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새로 임명되는 사람의 ‘하마평’ 중심으로만 취재·보도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물러나는 사람의 재임 중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는 없거나 적은 것이 현실이죠. 언론이 공직자의 재임 중 공과를 평가하는 기사를 보도한다면 새로이 공직에 설 사람도 단순히 ‘감투 써서 가문의 영광이다’라는 기쁨보다는 역사와 국민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봅니다. ‘퇴임 공직자 종합 평가 기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신동아 9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