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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새 내 사진이 셀프 사진관에 걸렸다

전국 15개 업장 실태조사… 저작·전시·초상권 침해?

  • 황지원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gjiwonhwang@naver.com

나도 모르는 새 내 사진이 셀프 사진관에 걸렸다

  • ● 임의 사용 약정 없이 벽면 게재
    ● QR코드 약관 동의해도 전시 불가
    ● 분실물 찾아가란 의미로 붙여놓는다?
    ● 본사·업주들 “임의 게시, 사실 아니다”
서울 한 셀프 사진관 벽면에 게시된 사진. [황지원]

서울 한 셀프 사진관 벽면에 게시된 사진. [황지원]

[Gettyimage]

[Gettyimage]

서울 성북구 한 셀프 사진관. 젊은이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은 이곳은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느 사진관이나 그렇듯 벽면에는 사진관을 찾은 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빼곡하다.

“와, 이런 웃긴 사진도 걸어두고 가네.”

이용자들은 긴 줄을 기다리는 동안 벽에 걸린 사진을 구경했다. 이 많은 사진 중에는 당사자들이 직접 걸지 않은 사진이 포함돼 있다.

김동욱(25) 씨는 올해 4월 이 사진관에서 혼자 찍은 사진을 촬영 5일 뒤 벽면에서 발견했다. 직접 건 적도 없고, 사진을 임의로 사용해도 된다는 약정을 본 적도, 동의한 적도 없다.

익명을 요구한 최모(22) 씨도 같은 경험을 했다. 최씨는 경기 수원시의 한 셀프 사진관에서 지인 두 명과 사진을 찍었다. 일주일 뒤, 친한 지인에게서 자신이 찍은 사진이 사진관 벽면에 걸려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최씨와 지인들 역시 사진을 직접 걸어둔 기억이 없다. 최씨는 상기된 얼굴로 곧바로 사진관에 방문해 사진을 떼어냈다.



“저작권, 이용자에게 있다”

1월 14일 A사가 ‘QR코드 동의시 임의 게재 이슈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낸 입장문.

1월 14일 A사가 ‘QR코드 동의시 임의 게재 이슈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낸 입장문.

셀프 사진관의 사진 무단 게재 논란은 올해 1월 시작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셀프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고 원본 파일을 받기 위해 QR코드 약관에 동의하면 사진이 매장에 임의 게재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은 온라인상에 일파만파 퍼졌고, 자신의 사진이 동의 없이 매장 벽에 부착됐다는 동조 댓글이 이어졌다.

만약 논란이 사실일 경우 이는 저작권과 전시권, 초상권을 침해하는 사안이다.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작권은 사진을 직접 찍은 이용자에게 있고 전시권은 그 저작권자에게 있다”며 “동의 없이 사진을 사용할 경우 명백한 초상권 침해”라고 설명했다.

QR코드 관련 약관에 동의했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는 업체가 사진 게재 동의를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의로 사진을 전시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업체 측은 해당 이슈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사는 1월 14일 ‘QR코드 동의 시 임의 게재 이슈 관련’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우선 ‘휴대폰으로 전송받는 조건으로 임의 게시될 수 있다’는 내용의 경우 저희 A사는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서버에는 연구소를 제외한 본사 직원, 전국 점주들도 개인적으로 접속이 불가하며 임의로 사진 및 동영상을 다운로드 및 재출력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됐으나 이에 대한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업주들도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김동욱 씨가 자신의 사진을 무단으로 게재했다고 주장한 성북구 사진관의 업주는 절대 사진을 다시 뽑아 붙이지 않는다며 열을 냈다. 업주는 얼굴을 붉혀가며 손님이 찍은 사진을 다시 뽑을 수 있는 방법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이 업주는 김씨의 사연을 학교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김씨 지인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업주들의 입장도 궁금해졌다. 흔히 젊은이들 사이 일명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서울 주요 지역을 포함해 경기·부산·전북 전주시 등 젊은 세대가 많이 모이는 지역의 전국 셀프 사진관, 그중에서도 벽에 사진이 가득 부착된 15개 업장의 업주에게 해당 사안에 대해 직접 물었다. 취재 대상 셀프 스튜디오로는 A사 B사 C사 D사 E사 등 전국적으로 많은 지점을 둔 업체를 선정했다.

업주들은 입을 모아 정책상 다시 사진을 뽑을 수 없고 초상권 보호를 이유로 무단으로 벽에 사진을 붙여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 열을 올리는 업주도 많았다.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 업주는 “다들 사진을 개인정보로서 존중하고 고객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잃어버린 사진 있으면 벽에서 찾아보세요”

업체 본사와 업주들은 만약 사진이 부착돼 있을 경우, 두고 간 사진을 다른 고객이 부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고객이 출력 후 분실한 사진이 매장 내에 있을 경우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이 이를 버리거나 벽에 붙여놓기도 한다는 업주들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 서울 강남구,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 용인시 기흥구 지점의 업주는 “고객이 분실물을 찾아가라는 의미에서 이미 출력된 이미지를 벽에 붙여놓기도 한다”고 답했다. 경기 수원시의 한 스튜디오 업주는 자연스레 “잃어버린 사진이 있으면 벽에서 찾아보세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경우 또한 법에 위배되는 사안이다.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분실물을 동의 없이 걸어두는 것도 역시나 전시권,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분실함에 보관하는 것이 아닌, 매장 내 벽에 부착해 전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목적 외 이용’ 조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가해질 수 있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매장 관리는 업장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초상권의 개념을 인지하고 고객의 사진을 잘 관리하는 업주도 많았으나 몇몇 업주는 이에 무지했다. 매장 내 사진을 따로 관리하지 않는 업주도 있었다. 논란 이후에도 업체 본사 차원의 관리는 없었기에 여전히 사진 관리는 업주에게 전적으로 맡겨졌다.

고객의 사진을 개인정보로서 인지하고 관리할 업주의 노력과 이를 세부적으로 안내할 본사 차원의 관리 지침이 마련돼야 할 때다.



신동아 2022년 9월호

황지원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gjiwonhw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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