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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했던’ 감사원에 왜 눈 쏠리나

  •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조용했던’ 감사원에 왜 눈 쏠리나

  • ● ‘조용한 곳’에서 정쟁 핵심으로
    ● 文 정권 全방위 감사가 배경
    ● 명백한 정치 탄압 VS 할 일 할 뿐
    ● 실세 사무총장은 허구… “미래 감사할 순 없어”
서울 중구 삼청동 감사원 전경. [동아DB]

서울 중구 삼청동 감사원 전경. [동아DB]

“잘 눈에 띄지도 않고 띄는 게 좋을 것도 없는, 조용한 곳이었다. 세간의 이목이 온통 이곳으로 쏠리니 이것 참 난감하다.”

한 감사원 관계자의 말이다. 감사원은 국가 세입·세출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감사,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감찰을 하기 위해 1963년 설립된 헌법기관이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 못잖은 권한을 가졌다. 공무원이 아닌 이상 관계될 일이 없어 대중적 존재감은 다소 떨어지는 곳이었다. 그러나 정권교체 후부터 전·현 정권 사이 정쟁(政爭)의 핵심으로 부상해 주목받고 있다.

11월 14일 민주당은 이른바 ‘감사완박(감사원 권한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감사 개시, 수사 당국에 대한 수사 요청은 반드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는 것, 민간인을 감사의 주된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사위원 과반 찬성 없인 감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감사위원 7명 가운데 최재해 감사원장을 포함한 감사위원 6명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민간인이 된 전 정부 인사도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날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 정권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한 방탄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全方位 감사

민주당이 감사원 힘 빼기에 돌입한 배경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감사원의 전방위 감사다.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감사가 효시다. 감사원은 올해 6월 17일부터 이 사건 감사에 착수했다. 10월 13일 “문재인 정부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자진 월북을 근거 없이 단정 지었다”며 국가안보실·국방부·통일부·국정원·해양경찰청 등 5개 기관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 라인 인사가 포함됐다. 혐의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이다. 서 전 장관, 김 전 청장은 10월 22일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이 인용돼 각각 11월 8일과 11월 10일 석방됐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감사 대상이다. 감사원은 6월 22일 방통위 정기 감사에 착수해 9월 방통위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공정성’ 점수를 일부러 낮게 수정했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종합편성채널은 3~5년마다 이뤄지는 재승인 평가에서 1000점 만점에 650점을 넘기고, 중점 평가 항목인 공적책임·공정성 등 항목에서 기준점의 절반 이상을 얻어야 재승인 받는다.



2020년 심사에서 TV조선은 총점 653.39점으로 기준을 넘었지만, 공정성 항목에서 104.15점으로 기준점의 절반에 미달돼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감사원은 이러한 감사 결과를 검찰에 이첩했다. 9월 23일 검찰은 방통위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전 위원장은 감사원의 수사 의뢰에 대해 “명백한 정치 탄압이자 불법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뉴스1]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전 위원장은 감사원의 수사 의뢰에 대해 “명백한 정치 탄압이자 불법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선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7월 28일 감사원은 전 위원장에 대한 상습 지각 등 복무기강 해이에 대한 제보를 받고 감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전 위원장이 2020년 9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에 대한 유권해석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개입한 정황을 포착해 10월 21일 대검찰청에 전 위원장을 수사 의뢰했다. 당시 권익위는 추 장관의 직무와 추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해충돌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8월 10일부턴 ‘비영리 민간단체(시민단체)’를 들여다보고 있다. 감사 대상은 시민단체와 업무 관련성이 높은 행정안전부·통일부·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여성가족부·서울특별시 등 7개 기관과 각 기관이 지원하는 시민단체다. 보조금 규모 및 증가 폭, 다수 기관으로부터 중복 지원 여부 등을 기준으로 점검 우선순위를 정했다. 감사원은 8월 8일 이와 같은 감사계획을 알리며 “등록 시민단체 수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등 지원 규모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9월 15일 TV조선에 따르면 1700여 개 시민단체를 포함한 민간단체 지원에 쓰인 국고보조금은 문 전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사례는 45만 건, 액수는 2352억 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도 점검한다. 10월 4일 감사원은 한국전력공사, 한국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25개 공공기관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5개 중앙부처에 대해 감사에 돌입했다. 주택자금, 학자금, 장학금, 해외 수당, 사택 보증금 등 복리후생 분야가 주요 대상이다. 임직원에게 지급된 법인카드도 감사한다. 특히 한전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 당시 전기요금 인상을 미룬 까닭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월 11일부턴 한국가스안전공사, 새만금개발공사, 도로교통 등 17개 출연·출자기관의 경영관리 실태도 감사하고 있다. 이른바 전 정권 ‘알박기’ 인사에 대한 검증이다.

중립성 논란

‘탈원전’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있다. 감사원은 8월 23일 하반기 감사 운영 계획을 공개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추진 실태를 점검해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월 17일 감사원은 10월 17일~11월 4일, 11월 14일~12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에 임한다고 알렸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 조사관 10명을 파견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와 재생에너지정책과, 재생에너지산업과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향후 조사 인력을 약 3배 늘릴 계획이다.

반발이 거세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로 거론된다. 7월 29일 최재해 감사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10월 26일 전현희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의뢰는 권익위원장을 사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명백한 정치 탄압이자 불법 직권남용”이라며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자행해 온 표적 감사, 불법 감사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27일 박범계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은 “감사원의 감사가 전 정부에 대한 감사와 전 정부 임명 기관장에 대한 감사로 인해 표적 감사, 정치 감사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감사원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7월 7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유 사무총장은 “마땅히 할 일을 보복으로 생각한다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7월 7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유 사무총장은 “마땅히 할 일을 보복으로 생각한다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유병호 사무총장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사무총장 직위는 차관급으로, 감사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인사와 예산을 실질적으로 지휘해 ‘감사원 2인자’로 여겨진다. 유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권에서 두 번 좌천된 이력이 있다. 2019년 지방행정감사 1국장 시절 ‘서울교통공사 고용 세습 비리’를 밝혀 서울교통공사 사장 해임 요구와 함께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다가 비(非)감사 부서로 보내졌고, 2020년 4월 공공기관감사국장으로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감사를 맡아 10월 20일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저평가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가 지난해 1월 다시 비감사 부서로 인사 조치됐다.

올해 3월 정권이 바뀐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고, 6월 15일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10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관섭 대통령 국정기획수석에게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포착돼 중립성 논란을 증폭시켰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지만 직무와 기능 면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헌법상 대통령은 감사원 업무에 일절 관여할 수 없다. 이에 10월 12일 민주당은 유 사무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11월 14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과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이른바 ‘감사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감사원법 일부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11월 14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과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이른바 ‘감사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감사원법 일부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감사는 원래 ‘과거’에 대한 일”

감사원 관계자들은 논란에 대해 “감사에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7월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잘못한 게 있으면 벌주는 게 왜 보복인가. 안 하는 게 직무 유기다. 마땅히 할 일을 보복으로 생각한다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어떠한 성역도 없을 것”이라며 현 정권도 같은 잣대로 보겠다고 밝혔다(“文 정권 공직 기강, 인체로 치면 뼈와 장기 다 망가진 수준” 제하 기사 참고).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유 사무총장이 ‘실세’라는 세간의 평가는 소설과도 같은 이야기”라며 “감사원은 각자의 역할 및 관계가 정립돼 있다. 맡은 바 각자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은 완벽히 싱크로나이즈드(Synchronized·통합된)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다른 감사원 관계자 역시 “유 사무총장은 최 원장에게 철저히 업무를 보고하고, 최 원장의 승인을 받은 후 일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근래 감사에 따른 논란에 사실과 다른 점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감사는 원래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해 수행하는 것이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를 감사할 수는 없지 않나. 감사원은 하던 업무를 하는 건데, 정권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전 정권에 대한 감사를 하게 된 것뿐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자연스레 현 정권에 대한 감사를 하게 될 것이다.”



신동아 202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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