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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나홀로 시대 살아가기

“혼자 살라” 강요하는 무정책, 무대책 세상

‘대한민국 4분의 1’ 1인 가구는 우울하다

  • 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혼자 살라” 강요하는 무정책, 무대책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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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러한데도 우리 사회는 1인 가구를 새로운 소비 주체로만 인식한다. 이처럼 1인 가구가 급증하는 데도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다인(多人) 가구에 초점을 맞춘다. 각종 정책이 가족 단위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가족정책의 근거법인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르면 가족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 가정은 ‘가족 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하는 생활 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보호·교육 등이 이뤄지는 생활 단위’로 규정한다. 1인 가구가 가족정책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법률적 관점에서 가족의 개념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1인 가구를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1인 가구의 증가 요인이 근로 빈곤과 사회구조 문제에서 파생되는 것인 만큼 이에 걸맞은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반영해 가족정책과 사회적 안전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주택정책의 경우 대부분의 1인 가구가 혜택을 받아야 할 만큼 주거 취약계층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1인 가구가 당면한 거주 문제는 ‘월세살이’다. 이들은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월세 의존도가 현저히 높다.

서울 강남구 원룸텔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지혜(31·여) 씨의 사례를 보자. 김씨의 한 달 급여는 약 200만 원. 그가 거주하는 원룸은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50만 원이다. 소득의 25%를 주거비용으로 지출한다. 김씨는 매달 나가는 월세가 아까워 작은 전세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으나 요즘 전셋집은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목돈을 마련하는 것도 힘에 부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다. 여러 곳의 부동산 중개소를 돌아다녔지만 전세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차라리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서나 사는 게 낫겠다 싶어 원룸텔에서 지낸다.





우아한 싱글 라이프?

“혼자 살라” 강요하는 무정책, 무대책 세상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즉석조리식품(간편가정식) 매출도 크게 늘었다. [사진제공·이마트]

“강남에 산다고 하면 우아한 싱글 라이프를 즐긴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원룸텔 생활이란 게 강남, 강북이나 지방이나 다 거기서 거기다. 우리나라는 재건축, 재개발 물량이 중대형 중심으로 공급되는 데다 1인 가구의 특성을 감안한 소형 주택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은 탓에 대부분의 1인 가구가 온전하지 못한 공간에서 지내게 되고, 그러다 결국 주거 취약계층으로 전락한다.”

그나마 김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청년 1인 가구 주거빈곤율은 36%에 이른다. 서울에 사는 청년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최저 주거기준을 넘지 못하는 곳이거나 주택이 아닌 곳, 즉 반지하나 옥탑에 산다. 대표적인 지역이 공시촌(공무원시험촌), 고시촌으로 불리는 동작구와 관악구다. 이곳의 주거빈곤율은 50%에 육박한다.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는 박민수(29) 씨는 대구 소재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고 일을 구할 목적으로 서울에 올라왔다. 극단에서 스태프로 일하며 돈을 벌었지만, 임시직인 데다 급여가 낮아 자주 직장을 옮겨야 했다. 돈은 잘 모이지 않았다. 목돈은 고사하고 방 한 칸 얻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주택이 아닌 상업용 건물 ‘고시텔’이다. 박씨는 “고시텔 대부분이 상업용 건물을 거주 공간으로 개조한 것들이라 주거 공간으로 적합하지 않지만, 서울에서 20만 원대 월세로 버틸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라고 했다.



정책에서 배제된 청년들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9·2 주거안정대책을 통해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리모델링 매입임대’ 방안을 내놓았다. 노후한 단독·다가구주택을 매입한 후 1인용 소형주택으로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해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것인데, 시세를 기준으로 하는 임대료 설정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청년층 주거 지원 정책 ‘행복주택’도 임대료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복주택 45㎡(약 14평)의 임대료는 시세의 60~80%에 이른다.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공공주택(홍은동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다세대 매입임대 유형)보다 평당 임대료가 2배가량 높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정책이 오히려 임대료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위원장은 “저소득층 임대사업이라고 하기에는 임대료가 높다”며 “주요 공급 대상을 소득 1~4분위에 맞추고, 임대료 결정 기준을 시세가 아니라 공급 대상의 소득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시가 고안한 민간임대주택 공급 방식 ‘서울리츠’도 청년층 1인 가구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당초 서울시는 소득 5~7분위를 대상으로 하되, 1~4분위에 해당하는 청년에 대해서는 기존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일반 청년을 대상으로 홍은동 청년 공공주택(31호), 화곡동 청년 공공주택(15호) 등 46호를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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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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