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임 후 나라 위해 역할 할 것”
- “전 세계에 인적 네트워크 구축”
반 총장은 4월 15일 미국에서 대권 관련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하지 않은 채 가벼운 미소만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도 한 적이 없다.
과연 반 총장은 오는 12월 임기를 마치면 국내로 들어와 특정 정당에 입당하거나 대선 행보에 나설까. 반 총장과 40년 이상 두터운 친분을 맺고 있다는 ‘월간 디플로머시’ 임덕규 회장(11대 국회의원)의 얘기를 들어봤다. 임 회장은 주한외교사절단 등으로 구성된 반 총장 팬클럽 ‘반사모’를 이끌고 있다.
▼ 최근 반 총장과 통화한 적이 있습니까.
“전화는 가끔 하죠. 저도 정치권의 그런(총선 후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부상하는) 분위기는 알고 있지만, 임기 중에 대선 출마 얘기가 나오면 유엔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죠. 어느 조직에나 라이벌이 있지 않습니까. 유엔 사무총장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발트하임이 있는데, 그분은 유엔 임기를 마치고 한참 뒤에 대선에 도전했죠.”
▼ 사무총장 임기가 끝난 뒤엔 대권 도전에 나설까요.
“올 연말까지는 그런 말조차 하면 안 되죠. 저도 지금까지 그런 질문을 받으면 불을 끄는 역할을 해왔어요(웃음). 이후에 무슨 일이 있을지는 저도 모르고, 반 총장도 모를 일이죠(웃음). 내일 일을 알 수 있나요. 분위기에 따라서….”
임 회장은 이 대목에서 반 총장이 나라를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적 자산과 노하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유엔 총회 중엔 하루에도 수십 명씩 외국 정상을 만나곤 합니다. 전 세계에 인적 네트워크가 깔려 있는 거죠. 반 총장이 전화를 걸면 받지 않을 해외 정상이 없어요. 퇴임 후 아무 일도 안 하면 본인은 편하겠지만, 지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평화통일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듣고 있어요.”
▼ 반 총장의 리더십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잘 모르고 하는 말이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사회의 분쟁을 조정한 사례를 여러 가지 소개한 뒤) 리더십과 조정력이 탁월한 분이에요. 제 생각엔 조국의 혜택을 받아 세계 최대 국제기구의 수장에 올랐으니 조국을 위해 역할을 하는 게 반 총장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봐요. 어떤 형태로 조국에 봉사할 건지는 그다음 문제가 될 수 있죠.”
▼ 만일 대선에 도전한다면 여당 소속으로 할까요.
“알 수 없죠. 노무현 정부 시절에 외교장관 하고 유엔 사무총장 됐으니 야권에서 적극 나설 만도 한데, 권노갑 고문과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나가는 말로 한 번씩만 하더군요. 공무원 출신이라 여당 성향이라고들 하는데, 사실 공무원이 어떤 정파에 소속된 건 아니잖아요.”
“반기문, 험한 꼴 당할 수도”
정치를 아는 몇몇 사람은 ‘반기문 대망론’을 신기루에 가까운 현상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신재현 전 에너지자원협력대사(현 서아시아경제포럼 회장)는 “지금껏 꽃가마 타고 내려와서 대통령 된 사람을 본 일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이렇게 말했다.“고건, 박찬종, 문국현 등 대선후보 여론조사 1위에 올랐다가 사라진 사람이 한두 명인가. 정치 뿌리도 없는 백면서생이 전쟁터 같은 곳에 들어와 대통령을 하겠다는 발상은 웃기는 얘기다. 만일 그런 분이 대선후보 경선에라도 나간다면 안대희 전 대법관(20대 총선 서울 마포갑 낙선)보다 더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