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호

세태 리포트

왜 우리는 비싼 커피 마시고 잔도 직접 치울까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이규원 인턴기자 |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입력2016-04-21 09: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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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후 나른해진 정신을 깨우려 카페에 앉았다. 카페 안은 주문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붐빈다. ‘커피님’께서 ‘나오시기’만을 기다렸다가, 일회용 잔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아 음료를 홀짝인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카페 안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분리수거대로 향한다. 다 마신 음료를 열심히 뒷정리할 차례. 일반 쓰레기는 오른쪽, 액체는 가운데, 일회용 컵은 왼쪽…. 그런데, 왜?

    영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종종 다니던 스타벅스는 달랐다. 한국과 같은 인테리어, 같은 메뉴, 같은 맛. 하지만 사람들은 마시던 커피잔을 자리에 그대로 두고 떠났다. 치우는 것은 매장 직원 몫이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인은 커피(주 12회)를 쌀밥(주 6.5회)보다 더 자주 찾는다. 한국인의 이런 ‘커피 사랑’ 덕분인지 서울은 전 세계에서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은 도시다. 미국 애틀랜틱 미디어의 온라인 뉴스 사이트 ‘쿼츠(Quartz)’에 따르면 서울의 스타벅스 매장이 뉴욕이나 상하이보다 많다.

    커피 값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비싸다. 런던, 도쿄에서 각각 3500원, 3700원가량인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가 서울에선 4100원이다. 비싸게 ‘모신’ 커피를 손수 뒷정리 ‘해드리니’ 한국에서 커피는 이래저래 ‘상전’ 대접을 받는 셈. 아예 ‘빈 잔을 가져다달라’는 안내문을 부착해놓은 카페도 있다.

    카페 손님이 직접 분리수거와 식기 반납 등을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일이 아니다. ‘셀프서비스’가 활성화한 한국, 일본, 미국과는 달리 유럽, 호주, 중국 등에서 카페 손님들은 테이블에 커피잔과 그릇 등을 놓아둔 채 카페를 떠난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6개월간 체류한 직장인 김도형(26) 씨는 “사람들이 카페 테이블에 빈 잔을 놓고 일어나는 걸 보고 처음엔 매너가 없다고 여겼는데, 알고 보니 그게 카페를 이용하는 문화였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영국에서 거주한 대학원생 김승현(31) 씨는 “코스타나 네로(영국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 등에는 손님이 직접 뒷정리를 할 수 있는 분리수거대가 아예 없다. 스타벅스는 지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자리에 빈 잔을 두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서울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공부한 홍콩 대학생 트레이시(23) 씨도 “홍콩에선 카페에 분리수거대가 있어도 종업원이 손님 대신 치워준다”고 했다.



    “저렴한 카페라면 몰라도…”

    나라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 김태희 경희대 교수(외식경영학과)는 한국의 셀프서비스 이용 문화가 미국 프랜차이즈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 그는 “스타벅스, 커피빈 등은 소비자의 셀프서비스를 브랜드의 기본 콘셉트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영애 성신여대 교수(생활문화소비자학과)는 “저렴한 카페라면 몰라도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고객에게 셀프서비스를 브랜드 콘셉트로 받아들이라고 요청하면 소비자들이 불만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이블 뒷정리 등에 지출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자발적인 뒷정리를 은근히 바라는 것이 기업의 본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매장 운용 지침이 국가별로 다르지 않고, 세계 모든 매장에 똑같이 리사이클 바(Recycle Bar)가 있다”며 “다만 지역에 따라 손님들이 직접 빈 잔 치우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문화권별 차이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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