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호

He & She

정양호조달청장

파워블로거에서 ‘페북지기’로

  • 글·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사진·김성남 기자 | photo7@donga.com

    입력2016-04-21 10: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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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경제신문에 정양호(56) 조달청장의 기고문 ‘죄수의 딜레마와 종합심사낙찰제’가 실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적절한 활용이 공적 시너지로 연결된 사례다. 정 청장이 건설공사 최저가 낙찰제의 폐해를 ‘죄수의 딜레마’에 빗대 쓴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를 본 조달청 실무자들이 “종합심사낙찰제 도입 의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글”이라며 실무적인 내용을 보강해 언론에 기고하자고 건의했다. 경직된 회의 자리가 아닌, SNS를 통해 자유롭고 자발적인 소통이 이뤄지며 성과로 연결된 것이다.

    지난 2월 조달청에 합류한 정 청장은 ‘파워블로거’에서 ‘페북지기’로 변신하는 중이다. 평소 ‘책벌레’인 그는 2008년부터 서평을 올리는 블로그를 운영, 하루 3만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조달청장 취임 후에는 페이스북에 개인 계정을 마련해 한 달 만에 1600여 명과 ‘친구’가 됐다.

    그의 페이스북 계정은 국민에게는 조달 행정을, 직원들에겐 기관장의 정책 방향을 알리는 창구로 활용된다. 하루 두세 개 게시물을 직접 올리고, 모든 댓글에 답글을 단다. 딱딱한 업무 얘기만 하진 않는다. 벚꽃 사진, 백일 갓 지난 외손주의 ‘뒤집기’ 동영상도 올린다.

    “블로그를 해보니 어느 정도 친목을 다져야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나눌 수 있더군요. 꾸준한 SNS 활동을 통해 신뢰를 쌓고 생각을 나눈다면 조달 관련 애로사항 해결, 정책 개선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자신의 조달 관련 경험에서 우러난 얘기를 들려주는 ‘친구’들도 생겨나고 있어요.”

    소통을 중시하는 것은 정 청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첫 조달청장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그간 조달청장은 대개 기획재정부 출신이 맡았다). 행정고시 28회 출신인 그는 30여 년간 산자부에서 수많은 기업과 산업 현장을 겪어왔다. 그는 “연간 55조 원에 달하는 공공조달시장을 활용한 중소기업 육성 및 신산업 창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위해 조달기업과의 현장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지원에 대해선 직원들에게 ‘지원한다’가 아닌 ‘억울함이 없도록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라고 주문한다.





    “중소기업인들은 공정한 경쟁 환경을 갈망합니다. 여전히 여러 측면에서 대기업일수록 유리한 사항들이 있거든요. 따라서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형평성에 맞지 않는 부분을 정상화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책을 다뤄야 합니다. 최근 화두인 스타트업 육성도 마찬가지예요.”

    공공조달에 참여하려면 ‘납품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변변한 납품실적이 있을 리 없다. 조달청은 납품실적을 면제하고 조달수수료를 할인해주는 등의 방안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9월에는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에 ‘벤처나라’를 구축한다. 창업 초기 기업 제품 전용몰로 2000만 원 이하 소액 구매의 경우 공공기관과 기업 간에 1대 1로 구매할 수 있게 해 스타트업의 납품실적 쌓기를 지원한다.

    정 청장은 취임 후 첫 대규모 행사인 ‘나라장터 엑스포’를 최근 성황리에 마쳤다. 예년보다 많은 해외 바이어를 초대해 1777만 달러의 수출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보다 89%나 증가한 액수다. 그는 “국내 기업과 해외 바이어 간의 1대 1 수출상담 주선을 많이 한 것이 좋은 성과로 나타난 것 같다”며 “내년 행사도 참여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참여 기업들을 대상으로 종합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 청장은 “장터가 신이 나려면 장사꾼 외에 구경꾼이 많아야 한다”며 “내년에는 일반인도 참여해 즐길 수 있도록 부대행사 등을 마련할까 한다”고 했다. 

    요즘은 리더라면 누구나 SNS 활동을 안팎으로 요청받는다. 파워블로거 정 청장에게 SNS 활동을 두려워하는 리더들을 위한 조언을 요청했다.

    “온라인도 오프라인과 닮았습니다. 내가 먼저 찾아가야 상대가 찾아오고,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상대도 그렇게 합니다. 먼저 다가서도록 노력하시길 권해요. 또한 리더일수록 저작권 문제를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밖으로 나가 직접 사진을 찍곤 해요. 그걸 우리 홍보담당자들에게 주니까 ‘청장님 덕분에 일이 줄었다’며 좋아하더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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