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劉 대권 플랜’…K-Y(김무성-유승민) 라인 복원?
- ‘개혁적 보수’로 새 정치 열망에 부합
지난해 원내대표 사퇴 파동을 거치며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된 유 의원은 총선 직전 언론의 이슈 인물로 떠오를 때 5~6%의 지지율을 보였다. 지지층의 상당수가 진보 성향으로, ‘역선택’을 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대선 정국에 앞서 잠룡(潛龍) 대열에 합류한 건 사실이다.
특히 4·13 총선에서 여당 내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일제히 타격을 입은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 가치는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개혁적 보수’ 이미지가 굳어진 만큼 총선에서 분출된 새 정치를 향한 열망에도 부합하는 인물로 부상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 이후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는 대구·경북(TK)지역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유 의원도 “MB·박근혜 정부 10년이 끝나면 대구 정치의 미래가 어디로 가는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총선 기간 중 “권력이 찍어 눌러도 굴하지 않는 대구시민의 힘을 전국에 보여달라”고도 했다. ‘대구 정치의 미래’ ‘전국’을 언급한 건 대권 도전 의사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가에선 구체적인 ‘유승민 대권 플랜’도 나돈다. 사실 유 의원에겐 대권 도전에 절실한 ‘세력’이 없다. 지난해 ‘유승민 파동’ 때 그를 도왔다가 공천에서 컷오프된 뒤 무소속 출마한 조해진·류성걸·권은희 의원과 ‘백색 동맹’을 맺었지만 이들은 모두 낙선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K-Y(김무성-유승민)’ 라인이 복원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무성 전 대표가 총선 패배로 친박계의 협공을 받는 상황도 두 사람의 결속을 재촉할 수 있다.
TK 위상 약화는 악재
하지만 그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천 파동 때 그가 시도한 버티기가 결과적으로 김 전 대표가 벌인 ‘옥새 투쟁’의 빌미가 됐다. 이는 곧 총선 참패의 한 원인이 됐고, 박근혜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큰 부담을 안게 됐다.친박계 핵심부는 그에 대한 증오로 부글부글 끓는다. 최경환 의원은 “유승민이 마치 헌법 수호의 상징인 양 행세하면서 ‘희생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총선 참패 이후엔 그런 인식이 친박계 전체로 확산됐다. 이런 상황에선 비박계가 유 의원을 굳이 보호할 이유가 없어진다. 유 의원 때문에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워 자신들에게 유리할 게 없는 까닭이다.
정권 재창출에 대한 TK 유권자들의 열망이 높지만, 유 의원이 TK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최경환 의원은 물론, 대구의 3선 중진이 된 조원진 의원 등 친박계가 그를 극도로 불신한다. ‘유승민 파동’ 당시 그를 도운 대구의 초선 7인방 중 새누리당 후보 경선을 거쳐 생환한 김상훈, 윤재옥 의원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여권에서 TK의 정치적 위상이 예전만 못해진 점도 유 의원에게 악재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이를 지적했다.
“전체 253개 지역구 중 10%에 불과한 25석만이 TK 몫이다. 더구나 TK가 분열된 만큼 내년 대선 과정에서 TK는 종속적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레임덕에 빠진 박 대통령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이유도, 배려할 까닭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 유 의원의 존재감도 별반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