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호

사고, 비용 줄이고 공유경제 키우고

무인자동차 미래 보고서

  • 김건희 | 객원기자 kkh4792@hanmail.net

    입력2016-04-21 09: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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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운전 사고가 급감한다. 교통체증이 덜해진다. 배기가스 양이 줄어든다. 물류업계 생산성이 향상된다. 무인자동차 시대의 변화상이다. 사회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기특한 무인자동차의 세계.
    2020년 6월 22일 월요일. 서울 삼성동 A 원룸텔 201호. 띠띠띠띠…. 오전 7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김준원 씨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김씨는 습관처럼 스마트폰 ‘무인차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의 ‘콜(Call)’ 메뉴를 터치한다. 최근 출시된 1인용 무인차 모델이 뜬다. 에메랄드 빛이 감도는 ‘블루 트윈 무인차’를 고르고 차를 받을 시간과 주소를 입력한다. 오늘 일정은 거래처 세 곳 돌기. 그가 고른 차는 1시간 후인 8시, A 원룸텔 앞에 도착한다.

    그가 탄 차는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도로를 주행한다. 운전은 AEB(긴급자동제동시스템), SCC(스마트크루즈컨트롤), LKAS(차선유지보조장치), Remote SPAS(원격주차지원시스템) 등 70여 가지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김씨는 어디를 얼마나 어떻게 가는지 차내 디스플레이로 확인만 한다. 무료해서 직접 운전하고 싶으면 오토(Auto) 기능을 끄면 된다.

    도로를 달리는 동안 그는 차 안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경제 기사를 챙겨 본다. 주식투자를 하는 그는 디스플레이에서 IoT(사물인터넷) 관련주 동향을 꼼꼼하게 살핀다. 전날 야근이나 과음을 했다면 잠깐 눈을 붙인다. 수면 타이머를 설정하면 목적지 도착 5분 전 알람이 울린다.

    무인차에 온갖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고 이용료가 비싼 것은 아니다. 석유와 같은 연료가 필요하지도 않다. 무인차 충전소에서 일정액을 내고 배터리만 충전하면 된다. 영업맨인 그에게 차는 필수품이지만 차를 살 필요는 없다.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게 무인차의 콘셉트다. 덕분에 날마다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입맛에 맞는 차를 골라 탄다.





    2020년 상용화 전망

    2035년의 미래를 그린 영화 ‘아이로봇’엔 사람이 차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페달에서 발을 뗀 채 도로를 누빈다. 스크린에서 튀어나와 곧 현실로 다가설 ‘미래’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에서 현대차, 도요타 등 10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470여 개 부품 업체가 무인차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구글, 애플을 비롯한 IT 업체들도 참가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매킨지는 “2020년부터는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무인차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특허가 출원된 지도 오래다. 무인차 개발 선두주자 구글은 2009년부터 비밀 연구소 ‘엑스(X)’에서 무인차를 연구했다. 2년 만인 2011년, 미국에서 무인차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 2012년엔 처음으로 네바다 주에서 무인차 시험 면허를 발급받았다. 현재는 2020년 시판을 목표로 시범운행 중이다.

    무인차가 업계와 학계의 이목을 끄는 것은 사회 전반에 혁신을 불러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운송차를 기반으로 한 물류업계가 큰 혜택을 볼 듯하다. 인터넷 종합 쇼핑몰 기업 아마존은 물류창고 10곳에서 1만5000대 이상의 무인차가 물품을 운반한다. 아마존은 2012년 물류 시스템에 무인차를 도입해 적용한 뒤 2년 동안 약 9억 달러(약 1조400억 원)의 인건비를 절감했다. 작업시간이 하루 평균 2시간 단축됐고 생산성도 개선됐다.

    무인차 시대를 반기지 않는 곳도 있다. 자동차보험회사가 대표적이다. 정교하게 제어되는 무인차가 도로를 달리면 사고율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기존 보험 약관으로는 기계인 무인차에 책임을 묻기 곤란해 사고 시 배상책임이 모호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무인차 시대가 도래하면 자동차보험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무인차는 차세대 사업 아이템으로 꼽힌다. 고수익 사업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트 스마트폰’의 부재로 시름하던 IT 업계로선 이런 호재가 없다. 완성차 업체는 물론 IT 업체, 화학업체 등이 자동차-IT-전기배터리 융합기술을 추구하며 경쟁과 협력을 지속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주인 없는 황금시장’

    각종 신기술이 집약된 무인차의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차량에 탑재된 센서로 주위 환경을 분석하고 판단해 주행하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한다는 점만 놓고 보면 ‘자급자족형 시스템’으로 볼 수도 있다.

    현재 무인차 분야는 ‘주인 없는 황금시장’ 격이다. 블루오션이라는 얘기다. 아직 연구·개발 초기라 특정 기업이 기술을 장악하지 못했다. 당장은 구글이 특허와 기술 개발에 앞서 있지만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은 아니다. 산·학·연 간의 지속적인 협력과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이뤄진다면 무인차 분야는 한국 경제를 선도하는 엔진이 될 수 있다. 나아가 한국이 글로벌 미래 무인차 시장의 패권을 거머쥘 가능성도 있다.

    무인차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하면 관련된 응용 분야도 선점할 수 있다. 무인차는 스마트시티, 도로 환경 개설 등의 분야와 융합 연구가 가능하다. 스마트카나 커넥티드카에서 구현되는 기술은 스마트시티 설계나 도로 개설에도 활용할 수 있다. 미국, 독일 등이 무인차 운행을 허용하기 위해 실증 테스트를 벌이고 관련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그래서다. 우리 정부도 무인차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무인차, 스마트 의료 등 지능정보기술 분야에 300억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은 인간이 가진 지적능력을 컴퓨터를 통해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AI기술이 확보돼야 무인차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스마트 클라우드쇼 2015’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다니엘라 러스 미국 MIT 교수는 “구글의 무인차는 상세한 지도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을 하지만 도로나 속도, 지도의 질에 따라 주행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공사표지판 등을 예상하지 못하고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돌발변수가 있을 경우 혼란을 겪을 수 있어 더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서승우 서울대 교수는 “자율주행차 연구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도로 환경을 파악하고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학습해 마치 인간처럼 운전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인차가 활성화하면 여러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 운전 덕분에 교통사고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4년 도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6조5725억 원에 달한다. 같은 해 우리나라 GDP(1485조 원)의 1.8%, 국가 전체 예산(274조6673억 원)의 9.7% 규모다. 교통사고 감소는 엄청난 액수의 사회적 비용 절감과 직결된다.

    무인차가 늘어나면 음주운전 사고율도 급감할 것이다. 교통 시스템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자료를 공유하기에 교통체증도 해소된다. 이는 배기가스 양을 줄이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이재관 자동차부품연구원 스마트자동차기술연구본부장은 “무인차 개발 단계는 0레벨부터 5레벨인 풀오토(Full-Auto)까지 있는데, 자동차 스스로 부분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3레벨 이상이 되면 교통체증 감소 등 사회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장밋빛 전망, 어두운 그림자

    무인차 시대가 본격화하면 자동차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드는 석유 에너지도 아낄 수 있다. 자동차 이용자들의 경제 여건도 윤택해진다. 자동차를 구입하고 운행하느라 부담하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서다.

    관건은 무인차의 상용화다. 실제 현장에서 얼마만큼 성능을 내느냐에 따라 산업계 접목 시기가 달라진다. 국내 연구진은 상용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데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권용환 박사팀은 레이저를 통해 3차원 영상을 더 정확하게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기업들도 무인차 연구에 뛰어들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첫 자율주행 무인차 주행시험장을 올 10월 가동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고도 자율주행,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또한 네이버는 지난해 9월 무인자동차와 전기자동차 등 하드웨어 분야에 앞으로 5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삼성전자도 지난해 12월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위한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며 무인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임태원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장은 “미래 자동차는 친환경차, 무인차, 커넥티드카로 발전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분야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3~4년의 기술격차가 있지만 민·관이 잘 협력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기술력이 가장 큰 과제다.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 연구잡지 ‘IEEE 스펙트럼’이 입수한 무인차 운행 테스트 문서 등에 따르면 구글 무인차는 아직 돌발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모호한 법적 책임 문제도 있다. 현재로선 무인차 사고 시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법률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3월 14일 구글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 인근에서 구글 무인차가 도로에 떨어진 모래주머니를 피하다가 뒤따라오던 버스와 충돌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무인차 관련 사고의 책임을 어떻게 가릴 것인지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기존의 자동차를 기준으로 정립된 법률과 규범, 도로 인프라를 손질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고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GPS 기반으로 주행하는 무인차가 해킹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쁜 마음을 먹은 해커들이 무인차를 마음대로 조종할 경우 대형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인류史 보물창고’

    무인차 부품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무인차에 들어가는 센서와 장비는 여전히 고가다.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자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부품가를 낮추지 못하면 무인차 시장 대중화는 요원하다.

    이런 이유에서 학계에선 “무인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안전성에 관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황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와 업계가 함께 움직여야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불식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인차가 이 같은 기술적,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고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사고 및 교통체증 감소에 따른 생산성 증가, 연료 절감 등의 경제적 이득 외에 ‘공유경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처럼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게 될 가능성이 커 자동차 관련 비용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로런스 번스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2013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제출한 논문에서 “자가용이 모두 공유돼 합승 차량으로 활용되면 전체 자동차 수가 80% 이상 감소해도 더 적은 비용으로 이전과 똑같은 이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인차 기술이 좀 더 선진화하면 현재 나이가 어려 면허를 딸 수 없는 청소년, 운전이 불편한 노인과 환자 등 사회적 약자도 고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무인차는 미래 사회의 화두다. 장구한 인류의 역사, 찬란한 문명사가 압축된 보물창고다. AI 세계에서 온 무인차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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