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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車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업체로

‘자동차 서비스업’ 시대 본격화

  • 김영혁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車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업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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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면 넓혀라!

현재 완성차 업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우버, 리프트 등을 통해 가능성이 검증된 차량 공유 서비스에 치중돼 있다. 하지만 제조업의 대표주자들이 서비스 발굴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인다면 배달, 광고 등 후속 서비스로 확장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주요 공식석상에서 하나같이 “미래에는 단순히 성능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제조회사(manufacturer)’가 아니라 이동성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업체(mobility provider)’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 자동차 회사들이 이동성과 함께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체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단순 동일 산업군의 기업 간 경쟁을 넘어, 동일 가치를 제공하는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이 경쟁하는 이른바 ‘산업 구분 없는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공산이 커졌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서비스 영역을 강화해나가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 동력 체계의 진화, 자율주행차 및 공유경제의 도래 등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며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먼저 외부 환경 측면을 보자. 전반적인 제조업의 성장세 둔화가 자동차 제조업계의 위기감 조성에 한몫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어 1970년 25%에서 2000년대 이후로는 16%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가 대량생산에 의한 규모의 경제 및 소유 중심의 산업화 사회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의 롱테일(long tail) 경제, 개인화 및 경험 중심의 탈산업 사회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기술 수준이 상향평준화, 범용화하면서 낮은 생산 원가를 무기로 하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한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제조업체들은 과거와 같이 뛰어난 제품력만으로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선택한 방안 중 하나가 제조업의 서비스화다. 이미 롤스로이스(항공기 엔진), ST에릭슨(무선 통신기기), 아틀라스콥코(산업용 장비), 알스톰(발전설비), 아르셀로미탈(철강) 등 다양한 업종의 제조업체들은 자사 생산 제품과 관련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지멘스, GE 등도 제품 판매 이후 서비스까지 고려한 통합 솔루션 업체로의 변화를 꾀한다. 단순한 제품 생산에서 벗어나 제품 수명주기 전체에 필요한 서비스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및 센서 기술을 이용해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 중심의 사업 전환을 통해 지멘스는 이익률을 2배 가량 높였다.



이런 마당에 자동차 업계도 언젠가 제조업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됐다. 그렇기에 다른 산업의 제조업체들이 대응책으로 적극 수용하고 있는 ‘제조의 서비스화’에 관심을 갖고 나름의 서비스화 모델 찾기에 고민하게 된 것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자동차 생애 주기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수익 창출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화 영역은 없는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자율주행車의 파괴력

車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업체로

우버 앱이 특정 시점에 뉴욕 맨해튼 도심에서 픽업할 수 있는 차량을 스마트 폰에 표시하고 있다. [뉴시스]

車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업체로

알렌 펜 우버 아시아 총괄대표가 4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본점에서 스마트폰 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 우버를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자동차 업계가 서비스에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넥스트 미래 자동차’에 따른 자동차의 개념 변화와 이에 발맞춘 급진적 산업 변화의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동차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가장 컸다. 하지만 앞으로 소비자는 자동차 안에서 다양한 생활 편의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으로 운전자가 차내에서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늘어날 것이고, 자율주행차가 자동차의 활용률을 극대화할 잠재력이 커지며, ICT 기술 발전에 따라 ‘끊김 없는 연결성(seamless connectivity)’이 구현되면서 차내에서 제공 가능한 서비스가 늘어날 것이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기존 산업의 룰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파괴적 혁신의 주체로 미래 자동차 산업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이다. 금융 서비스 기업 바클레이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는 2040년까지 미국의 일반 자동차 판매량을 40% 감소시킬 것이라고 한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는 차량 공유의 개념을 한층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어 사람들이 자동차를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이동성이라는 ‘경험’을 제공하는 일종의 공공재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자율주행차가 현재 차량 공유 서비스의 가장 큰 불편함인 차량의 ‘pick up & return’ 수고를 없애고 ‘door-to-door’ 이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바클레이스는 ‘자율주행차에 의한 차량 공유 개념의 확산은 택시 서비스를 잠식하고, 가구당 소유 자동차 대수를 평균 2.1대에서 1.2대로 줄임으로써 GM과 포드는 향후 25년간 미국 내 차량 생산을 각각 현재의 68%와 58% 수준으로 줄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물론 모두가 이런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운전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가 노인, 아동, 장애인 등 기존에 개인 자동차 수요자가 아니던 이들을 주요 소비자로 끌어들이면서 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개인화의 심화로 개인 단위의 마이크로 카(Micro car) 수요가 급증하리라 예상하기도 한다.



‘럭셔리한 모바일 거주 공간’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전개된다 해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져간다. 올 2월 말 기준으로 우버의 시장가치는 625억 달러(약 76조 원)로 GM과 포드의 시가총액 455억 달러(54조 원), 497억 달러(59조 원)를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아무리 업(業)의 본질이 다르다 해도 같은 자동차를 배경으로 하는 (이동성을 제공하는) 산업에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자동차업체가 사업을 시작한 지 7년이 채 안 된 신흥 업체에 뒤처진다는 사실은 기존 업체에 변화를 요구하는 강렬한 자극이다.  

더욱이 전통 자동차 브랜드의 아성을 절대 넘을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지던 자동차 판매량에서도 주목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미국의 브랜드별 고급 승용차 판매량을 보면 테슬라의 모델S가 2만6566대로 메르세데스 벤츠(S클래스 기준 2만1934대), BMW(7시리즈 기준 9292대), 아우디(A8 기준 4990대)의 플래그십 모델 판매량을 앞질러 1위에 올랐다. 전년 대비 판매 증가율을 비교해도 테슬라는 무려 44%나 증가한 반면, 기존 전통 강자들은 대부분 10% 이상 감소세를 보였다.

차량 공유 서비스나 전기차가 아직 전성기를 맞지 않은 시점에 우버나 테슬라 같은 신흥 세력들이 이렇듯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는 것은 또 다른 강자가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앞으로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연결성) 기술이 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인 지각 변동을 가져오고 소비자가 자동차에 기대하는 가치가 다변화한다면 누가 새로운 생태계를 주도하게 될지 모른다.

이에 따라 자동차 기업들은 미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소비자가 원하는 본연의 가치 자체를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에 관심을 두고 있다. 향후 자동차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뒤에도 이러한 서비스를 모두 묶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토털 서비스 제공업체’로서 새로운 자동차 생태계의 정점에 서기를 원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동차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가치는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1880년대 중반 벤츠와 다임러가 처음 내연기관 자동차를 내놓았을 때 자동차는 일부 부유층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장난감’ 같은 존재였다. 1909년 포드가 컨베이어 생산 방식을 도입한 초기 자동차 대중화 시기에 사람들은 자동차를 자신의 신분이나 개성을 나타내는 ‘사치재’로 여겼다.

이후 세계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자동차는 ‘이동성을 제공하는 최고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이동성 확보라는 본연의 가치 외에 주행 성능, 경제성, 안전성, 편의성, 심미적 아름다움 등 다변화된 가치를 추구하자 자동차도 그에 맞게 다양한 형태를 선보이게 됐다.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여러 서비스를 담게 되면 변화의 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향후 자동차의 가치는 자동차 자체의 성능보다 자동차와 함께 제공되는 서비스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디터 제체 벤츠 회장이 지난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대로 “미래 자동차는 사적인 공간과 품위 있는 시간이라는 최고의 럭셔리를 제공하는 ‘모바일 거주 공간’이 될 수 있고 결제 플랫폼,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도구, 여러 가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슈퍼 컴퓨터 등도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입할 때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성, 신뢰성 외에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내가 원하는 서비스(소프트웨어)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형태(하드웨어)인가’ 등을 고려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더 나아가 ‘서비스를 품은 자동차’라는 자동차의 진화 방향은 이종산업 간의 본격적인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 새로운 자동차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IT 기업, 자동차 제조업체, 통신 서비스 업체가 경쟁을 벌이는, 말 그대로 영역 구분 없는 초경쟁 시대를 맞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자동차 기업이 소규모 카셰어 업체를 인수하는 정도지만, 머지않아 대형 자동차 업체와 대형 IT 및 서비스 업체가 통합돼 거대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는 ‘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신동아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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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혁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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