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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北은 집단지도체제 김정은은 형식적 수령”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前 국가정보원 기획관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北은 집단지도체제 김정은은 형식적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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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현재 핵무기 보유 등에 힘입은 체제 보전 자신감을 배경으로 노동당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1980년 이래 36년 만에 이뤄지는 7차 당 대회(5월 예정)가 이 같은 변화의 상징이다.

그럼에도 김정일 시대 수령의 통치를 뒷받침하면서 역할을 확대한 서기실 시스템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김정일 사후 서기실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됐으며, 이 체제가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통치를 구현하는 시스템인 것으로 파악된다. 요컨대 김정일 시대에는 내용과 형식이 일치하는 절대적 수령을 중심으로 수령-당-대중 통치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김정은 시대에는 수령과 서기실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에 의해 통치가 이뤄지고 있다.”

그는 “민감한 정보가 대부분이라 구체적 정보와 관련한 얘기는 빼고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며 말을 이어갔다.   



“통치구조가 장성택 제거”

“북한은 수령의 권력을 절대화하면서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람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왔다. 김정일의 사망은 평양으로선 체제 위협을 느낄 사건이다. 북한 체제가 위협을 느낄 때 가장 먼저 무엇을 체크할 것 같은가.”



▼ 미국, 특히 미군 동향 아닐까.   

“그렇다. 김정일이 죽은(2011년 12월 17일) 뒤 두 달 보름이 안 돼 북미 간 2·29 합의가 이뤄졌다. 평양 처지에서 북미 간 합의는 남북 간 합의보다 더 중요하다. 북한 핵심부가 동의해야 사인할 수 있다. 김정일 사망 직후에 북미 협의가 진행된 것이다. 김정일이 죽었는데도 수령-당-대중 통치 시스템이 공백 없이 작동됐다. 김정은이 틀어쥐고, 숙청하고, 안정화한 것은 기왕의 시스템이 그대로 작동된 덕분이다. 장성택도 이 같은 통치 시스템이 제거한 것이다.”

북한 노동당 간부로 일하다 김정일 사망 직전 한국으로 망명한 A씨는 이와 관련해 4월 6일 “김정은 시대 북한 통치구조가 수령-서기실로 이뤄진 집단지도체제라는 분석에 동의한다”고 말했다(상자기사 참조).

구 원장은 “제재를 통해 북한 정권을 교체하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북한 붕괴론은 크게 4차례 불거졌다. 소련 및 동구권 붕괴 시기, 식량난으로 대표되는 사회·경제적 위기 시기, 김정일 사망 직후 시기, 장성택 숙청 전후 중국의 개입 혹은 내부 권력투쟁 가능 시기다. 북한 통치구조는 이 같은 위기를 거치면서 내구성을 입증해냈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서 북한 통치집단이 다소 고통은 느끼겠으나 위험의 강도는 과거 붕괴론이 거론될 때보다 오히려 훨씬 낮다. 제재를 통해 핵무기를 포기하게 한다거나, 더 나아가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가깝다.”    

그는 중국 공산당을 예로 들었다.

“중국 공산당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공작소조(조장 시진핑)를 구성해 집중 토의를 벌인 후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했다. 북핵 문제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북한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친중 정부를 세우자는 것이다. 중국이 현실적인 대북 전략을 수립했다고 하겠다. 장성택 숙청 사태 등 우여곡절이 있었는데도 이런 기조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우리도 실효성 없는 북한 붕괴론, 정권 교체론에 매달릴 게 아니라 좀 더 현실적·합리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북한은, 경제적으로는 개혁·개방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이를 주도하면 북한이 친중 국가가 돼 분단 고착화의 길로 갈 것이고, 한국이 주도하면 통일의 길로 갈 것이다. 경제적 개혁·개방 국면은 북한 정권의 진화(regime evolution)를 촉진할 것이다. 한국이 전략적으로 북한 내 개혁·개방 선호세력을 지원·육성한다면 단계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 북한이 변하겠나. 회의적이다.

“변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비핵화 및 평화협정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2월 23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온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과도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맺어 한반도의 미해결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부장도 한반도 평화체제 및 비핵화 논의를 병행해 진행하자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비핵화 평화협정을 띄우는 배경이 뭔가. 긴장을 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두 나라가 공유한 것이다.”



“獨 메르켈을 특사로”

▼ 기왕의 핵을 유지한 상태에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겠다는 게 북한의 일관된 전략이다. 나쁜 짓한 동생을 징치(懲治)하기는커녕 동생이 원하는 쪽으로 가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북한과 미국의 2·29 합의도 비확산·동결에 준한 것이다. △동결·비확산 △정권 진화·핵 폐기의 2단계 전략이 요구된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복잡한 속내에서나마 비핵화와 평화협정 문제를 띄우는 상황을 능동적,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를 현실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메르켈 독일 총리를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특사’로 임명할 것을 제안한다. 메르켈 총리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분단국가와 통일국가를 다 경험해본 점, 한·미·중 지도자와 신뢰가 형성된 점 등에서 최적의 특사다. 성공한다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일촉즉발의 위기로까지 치달은 위기 상황을 벗어나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한 중대 전환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노벨평화상을 받게 될 것이다.”   

그는 끝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세 갈래로 요약해 결론 형식으로 말하겠다. 첫째,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해 투 트랙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메르켈 총리를 비핵화 평화협정 논의의 중재자로 활용하자. 둘째, 한미동맹을 재정립해 더욱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의 협력 없이는 통일을 이뤄낼 수 없다. 셋째, 정권 붕괴나 정권 교체가 아닌 맞춤형 개입정책(optimized engagement policy)을 통한 북한 정권 진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핵의 완전한 해결과 평화 통일을 성취할 수 있다.”  

前 노동당 간부 A씨 증언 ▼ “서기실 ‘모사 방침’은 수령의 뜻” ▼
북한 노동당 중앙당 간부로 일하다 김정일 사망 직전 한국으로 망명한 A씨는 4월 6일 “북한의 현 통치구조는 김정은을 수령으로 받드는 서기실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라고 본다”면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A씨는 한국 망명 이후에도 노동당 간부들과 접촉해왔다.  

“서울에선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강조하지만, 조직지도부는 서기실의 통제를 받는다. ‘서기실에서 나왔습니다’ 하면 김정일이 직접 온 것과 같다. 조직지도부 부부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맞는다. 서기실 인사가 ‘○○ 문제가 제기돼 요해하러 왔다’고 하면 답을 내놓아야 한다. 김정일이 ‘서기실에서 요해한 대로 하시오’하면 그걸로 끝이다.

한국의 대통령비서실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서기실 인원은 청와대보다 훨씬 많다. 서기실에는 중앙당, 보위부, 무력부 등의 각 기관을 담당하는 조직이 있다. 정치·경제·군사·문화 등 담당 분야별로 조직이 다 있다. ‘모사 방침’이라는 것을 아는 한국의 북한 전문가가 없는데, 서기실이 서명한 문서는 수령의 생각과 똑같다고 여기는 게 ‘모사 방침’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서기실 고위 인사들은 ‘노동신문’ 같은 곳에 등장하는 일이 거의 없다. 직위 등을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는 것이다.”




신동아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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