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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北은 집단지도체제 김정은은 형식적 수령”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前 국가정보원 기획관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北은 집단지도체제 김정은은 형식적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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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장은 30년 넘게 평양을 들여다본 북한 전문가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에서 북한담당 기획관(1급, 2013~2014)으로 일했다. SK텔레콤 남북경협 담당 상무이던 2001년 6월에는 주규창 당시 북한 노동당 기계공업부장과 남북통신협상을 벌였다.

구 원장은 고려대 법대 재학 중 비합법 좌파운동을 했다. 1980년대 주사파 3대 조직 중 하나인 ‘자민통’ 리더였다. 다른 2개 조직은 ‘강철서신’ 김영환 씨가 이끌던 구학련, 안희정 충남지사가 참여한 ‘반미청년회’다.  

그가 2001년 남북통신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일화 한 토막. 한 노동당 간부가 “장군님을 뵙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김정일과 만나도 더 협의할 게 없다”고 거절하면서 “자주적으로 살려면 당신들 더 고민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간부는 “너 이 XX, 그냥 안 둔다. 평양에서 못 나가는 수가 있어”라면서 그를 겁박했다.

평양 측이 그에게 이 김정일 면담을 제안한 것은 1980년대 그의 이력을 알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 좌파에서 북한 선진화 운동가로 노선을 전환한 구 원장은 대학 시절 북한 방송을 들으면서 평양을 들여다본 것을 시작으로 북한 및 통일 문제 외길을 걸었다.





“너 이 XX, 그냥 안 둔다”

3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각에서 그를 만나 ‘북한의 통치 구조 및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한반도 문제 해법’을 주제로 인터뷰했다. 그는 “김정은을 제거해도 또 다른 수령이 나타나는 통치 시스템이 평양에 구축됐다”며 “북한의 통치 구조는 서기실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라고 말했다. “명실상부한 절대적 수령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집단지도체제에 올라탄 형식적 수령”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북한·북핵 문제를 분리해 투 트랙으로 풀어야 한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제기한 비핵화·평화협정 문제를 능동적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특사’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약속했다. 현 단계에서는 제재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것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어 보인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신동아’ 4월호 인터뷰에서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안 보이는 상황에서의 대화는 북핵 고도화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을 정책망과 가치망으로 구동되는 ‘알파고’로 상정해보자. 북한의 가치망은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기반으로 2012년 헌법에도 명시한 ‘핵무기 보유국가’다. 제재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리라고 보는 것은 너무도 나이브(naive)하다. 북한은 중국이 각종 수단으로 압박해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의 가치망을 구축해왔다. 중국이 강력한 제재에 나서면 괴로워지긴 할 테지만 그래도 핵을 포기하진 않는다. 중국이 북한 체제가 붕괴할 만큼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거의 없다.”



김정일 뒷받침한 서기실

▼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을 제거해야 핵 문제가 해결된다는 시각이 있다. ‘참수작전’이라는 군사용어도 회자된다.

“한반도 문제는 산수로 풀리지 않는다. 고등수학을 적용해야 한다. 북한 체제에 대한 깊고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참수작전 등으로 김정은을 제거해도 북한의 수령-당-대중 통치 시스템은 또 다른 형식적 수령을 내세울 것이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섣부른 교체 시도는 성과를 못 거둔 채 국지전이나 전면전을 촉발해 한반도에 대재앙을 야기할 수도 있다. 북한 통치 시스템은 김정은을 형식적 수령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서기실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에 의해 구현된다. 김씨 일가이든 아니든, 또 다른 형식적 수령이 나타나는 구조다.”

▼ 다소 생소한 분석이다.  

“김일성 때와 김정일 때의 통치 시스템이 다르다. 김일성 시대에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위상이 높았다. 김일성이 총비서를 맡은 노동당 중심의 통치였다. 김정일은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됐다. 후계자로 확정된 것은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통해서다. 상무위원회는 김일성, 김영주, 최용건, 최현, 오진우 5인으로 구성됐다. 김영주와 최용건은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평일에 기울었고, 최현과 오진우는 김정일을 밀었다.

수령-당-대중 통치 시스템이 구축된 것은 1980년대를 거치면서다. 주체사상을 완성한 것도 김정일이다. 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 시대로 일컬어지는 1980~1994년에 김정일에게 권력이 대부분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노동당의 역할이 축소되고 수령 권력의 절대화가 심화한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은 명실상부한 절대적 수령으로서 통치했다. 김정일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조직으로서 발전해온 곳이 서기실이다.”

▼ 김정은 시대는….

“김정일 시대에 노동당은 수령과 서기실 지시를 집행하는 실무집단이 됐다. 옛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 붕괴 이후 상황과 맞물리면서 이 같은 통치 시스템이 정당화됐다.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인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 등 워싱턴의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 외교관들을 ‘강인한 협상가(tough negotiator)’로 평가한다. 강인한 협상가들을 서기실의 전략가들이 배후조종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핵무기 보유 등에 힘입은 체제 보전 자신감을 배경으로 노동당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1980년 이래 36년 만에 이뤄지는 7차 당 대회(5월 예정)가 이 같은 변화의 상징이다.

그럼에도 김정일 시대 수령의 통치를 뒷받침하면서 역할을 확대한 서기실 시스템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김정일 사후 서기실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됐으며, 이 체제가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통치를 구현하는 시스템인 것으로 파악된다. 요컨대 김정일 시대에는 내용과 형식이 일치하는 절대적 수령을 중심으로 수령-당-대중 통치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김정은 시대에는 수령과 서기실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에 의해 통치가 이뤄지고 있다.”

그는 “민감한 정보가 대부분이라 구체적 정보와 관련한 얘기는 빼고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며 말을 이어갔다.   



“통치구조가 장성택 제거”

“북한은 수령의 권력을 절대화하면서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람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왔다. 김정일의 사망은 평양으로선 체제 위협을 느낄 사건이다. 북한 체제가 위협을 느낄 때 가장 먼저 무엇을 체크할 것 같은가.”

▼ 미국, 특히 미군 동향 아닐까.   

“그렇다. 김정일이 죽은(2011년 12월 17일) 뒤 두 달 보름이 안 돼 북미 간 2·29 합의가 이뤄졌다. 평양 처지에서 북미 간 합의는 남북 간 합의보다 더 중요하다. 북한 핵심부가 동의해야 사인할 수 있다. 김정일 사망 직후에 북미 협의가 진행된 것이다. 김정일이 죽었는데도 수령-당-대중 통치 시스템이 공백 없이 작동됐다. 김정은이 틀어쥐고, 숙청하고, 안정화한 것은 기왕의 시스템이 그대로 작동된 덕분이다. 장성택도 이 같은 통치 시스템이 제거한 것이다.”

북한 노동당 간부로 일하다 김정일 사망 직전 한국으로 망명한 A씨는 이와 관련해 4월 6일 “김정은 시대 북한 통치구조가 수령-서기실로 이뤄진 집단지도체제라는 분석에 동의한다”고 말했다(상자기사 참조).

구 원장은 “제재를 통해 북한 정권을 교체하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북한 붕괴론은 크게 4차례 불거졌다. 소련 및 동구권 붕괴 시기, 식량난으로 대표되는 사회·경제적 위기 시기, 김정일 사망 직후 시기, 장성택 숙청 전후 중국의 개입 혹은 내부 권력투쟁 가능 시기다. 북한 통치구조는 이 같은 위기를 거치면서 내구성을 입증해냈다.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서 북한 통치집단이 다소 고통은 느끼겠으나 위험의 강도는 과거 붕괴론이 거론될 때보다 오히려 훨씬 낮다. 제재를 통해 핵무기를 포기하게 한다거나, 더 나아가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가깝다.”    

그는 중국 공산당을 예로 들었다.

“중국 공산당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공작소조(조장 시진핑)를 구성해 집중 토의를 벌인 후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했다. 북핵 문제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북한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친중 정부를 세우자는 것이다. 중국이 현실적인 대북 전략을 수립했다고 하겠다. 장성택 숙청 사태 등 우여곡절이 있었는데도 이런 기조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우리도 실효성 없는 북한 붕괴론, 정권 교체론에 매달릴 게 아니라 좀 더 현실적·합리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북한은, 경제적으로는 개혁·개방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이를 주도하면 북한이 친중 국가가 돼 분단 고착화의 길로 갈 것이고, 한국이 주도하면 통일의 길로 갈 것이다. 경제적 개혁·개방 국면은 북한 정권의 진화(regime evolution)를 촉진할 것이다. 한국이 전략적으로 북한 내 개혁·개방 선호세력을 지원·육성한다면 단계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 북한이 변하겠나. 회의적이다.

“변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비핵화 및 평화협정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2월 23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온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과도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맺어 한반도의 미해결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부장도 한반도 평화체제 및 비핵화 논의를 병행해 진행하자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비핵화 평화협정을 띄우는 배경이 뭔가. 긴장을 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두 나라가 공유한 것이다.”



“獨 메르켈을 특사로”

▼ 기왕의 핵을 유지한 상태에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겠다는 게 북한의 일관된 전략이다. 나쁜 짓한 동생을 징치(懲治)하기는커녕 동생이 원하는 쪽으로 가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북한과 미국의 2·29 합의도 비확산·동결에 준한 것이다. △동결·비확산 △정권 진화·핵 폐기의 2단계 전략이 요구된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복잡한 속내에서나마 비핵화와 평화협정 문제를 띄우는 상황을 능동적,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를 현실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메르켈 독일 총리를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특사’로 임명할 것을 제안한다. 메르켈 총리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분단국가와 통일국가를 다 경험해본 점, 한·미·중 지도자와 신뢰가 형성된 점 등에서 최적의 특사다. 성공한다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일촉즉발의 위기로까지 치달은 위기 상황을 벗어나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한 중대 전환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노벨평화상을 받게 될 것이다.”   

그는 끝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세 갈래로 요약해 결론 형식으로 말하겠다. 첫째,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해 투 트랙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메르켈 총리를 비핵화 평화협정 논의의 중재자로 활용하자. 둘째, 한미동맹을 재정립해 더욱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의 협력 없이는 통일을 이뤄낼 수 없다. 셋째, 정권 붕괴나 정권 교체가 아닌 맞춤형 개입정책(optimized engagement policy)을 통한 북한 정권 진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핵의 완전한 해결과 평화 통일을 성취할 수 있다.”  

前 노동당 간부 A씨 증언 ▼ “서기실 ‘모사 방침’은 수령의 뜻” ▼
북한 노동당 중앙당 간부로 일하다 김정일 사망 직전 한국으로 망명한 A씨는 4월 6일 “북한의 현 통치구조는 김정은을 수령으로 받드는 서기실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라고 본다”면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A씨는 한국 망명 이후에도 노동당 간부들과 접촉해왔다.  

“서울에선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강조하지만, 조직지도부는 서기실의 통제를 받는다. ‘서기실에서 나왔습니다’ 하면 김정일이 직접 온 것과 같다. 조직지도부 부부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맞는다. 서기실 인사가 ‘○○ 문제가 제기돼 요해하러 왔다’고 하면 답을 내놓아야 한다. 김정일이 ‘서기실에서 요해한 대로 하시오’하면 그걸로 끝이다.

한국의 대통령비서실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서기실 인원은 청와대보다 훨씬 많다. 서기실에는 중앙당, 보위부, 무력부 등의 각 기관을 담당하는 조직이 있다. 정치·경제·군사·문화 등 담당 분야별로 조직이 다 있다. ‘모사 방침’이라는 것을 아는 한국의 북한 전문가가 없는데, 서기실이 서명한 문서는 수령의 생각과 똑같다고 여기는 게 ‘모사 방침’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서기실 고위 인사들은 ‘노동신문’ 같은 곳에 등장하는 일이 거의 없다. 직위 등을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는 것이다.”




신동아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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