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영미의 스포츠 ZOOM 人

“혼을 담아 던진다 그렇게 ‘빚’ 갚겠다”

‘지지 않는 남자’ 오·승·환 독점 인터뷰

  • 세인트루이스·샌디에이고=이영미 | 스포츠 칼럼니스트 riveroflym22@naver.com

“혼을 담아 던진다 그렇게 ‘빚’ 갚겠다”

2/3

# 세인트루이스

오후 7시 경기가 예정돼 있으면 오승환은 1시 이전에 야구장에 도착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12시 이전에도 출근한다. 집과 야구장만 오가는 따분한 일상의 반복이다.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인지 야구선수치곤 드물게 군살 없는 몸매를 자랑한다.

“옆에서 보면 따분해 보이겠지만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을 만큼 정신이 없다. 야구장과 집만 오가는 일과 덕분에 마음이 편하다. 집중도 잘된다. 세인트루이스에선 딱히 할 일도 없다. 한국 사람도 많지 않고, 한국 음식점 찾기도 어렵다. 야구만 하고 지내기에 최적화한 도시다(웃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뉴욕 양키스(27회 우승) 다음으로 많은 월드시리즈 우승 횟수(11회)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2004년, 2011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강정호가 속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같은 지구(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속해 해마다 지구 우승을 놓고 두 팀이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현재 세인트루이스를 이끄는 리더는 마이크 매시니 감독. 세인트루이스 포수 출신으로 LA 에인절스 마이크 소시아 감독과 더불어 몇 안 되는 포수 출신 감독이다.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을 영입한 후 한국어 공부에 열성을 보였다. 감독실 책상 옆에다 ‘Today-오늘-oh neul, Yesterday-어제-uh jae, Tomorrow-내일-nae il’ 같은 메모를 적어놓고선 시간 날 때마다 암기한다. 감독의 이런 행동은 선수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선수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적극적인 제스처여서다.

세인트루이스 클럽하우스에 있다 보면 선수들이 한국 기자를 발견할 때마다 “안녕”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하는 걸 자주 목격한다. 자신들이 아는 한국어를 뽐내고자 한국어를 구사하며 깜짝쇼를 펼치는 게 보기 좋았다. 오승환은 이런 친절하고 따뜻한 팀 문화 속에서 이방인이 아닌 팀 메이트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 몰리나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 입단 소식을 알렸을 때 메이저리그 팬들은 오승환과 포수 야디어 몰리나(34)의 호흡이 어떻게 나타날지 호기심을 드러냈다. 야디어 몰리나는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내셔널리그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다.

5월 8일(한국시각)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 때 일이다. 7회 1사 3루에서 구원 등판한 오승환은 ⅔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오승환이 2사 1, 2루에 몰렸을 때 몰리나가 타임을 요청하고 마운드로 가서 오승환과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누더니 등을 두드리고 내려갔다. 경기 후 기자들이 그때 상황에 대해 묻자 오승환은 “몰리나가 한국말로 ‘낮게 낮게’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낮게’란 단어는 오승환이 스프링캠프 기간 몰리나에게 알려준 한국말인데, 몰리나가 그 말을 잊지 않고, 마운드에서 사용한 것이다.

이렇듯 몰리나는 메이저리그 ‘루키’인 오승환이 마운드에서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최대한 배려한다. 오승환은 첫해에 경험이 풍부한 최고의 포수를 만난 게 메이저리그 적응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많은 기자가 몰리나와의 사인 교환에 대해 궁금증을 드러낸다. 누가 리드하느냐는 질문이 많다. 당연히 몰리나의 리드를 따라간다.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이고, 베테랑이고, 나보다 상대팀 타자에 대한 분석이 뛰어나다. 내가 그의 리드를 안 따라갈 이유가 없다. 이따금 그 공을 던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되는 구종과 코스의 사인이 나오면 내 의지대로 밀고 간다. 요컨대 대부분 몰리나의 리드에 맡긴다.”



# 체인지업

4월 21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오승환은 4-1로 앞선 8회초에 등판했다. 7회초 컵스 공격이 끝난 직후 비가 쏟아져 경기가 중단되면서 양 팀은 3시간 20여 분을 기다린 뒤 경기를 재개했다. 첫 연투인 데다 오랜 시간을 대기한 끝에 마운드에 오른 탓인지 오승환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메이저리그 첫 실점을 경험한다.

그 경기 전까지만 해도 오승환은 7경기에서 7과 ⅔이닝을 치르는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허용했고, 삼진은 13개나 기록했다. 이날은 좌타자 앤서니 리조에게 체인지업을 4개 연속 던지며 풀카운트 승부를 펼친 후 우익수 앞 안타를 내주는 바람에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돌직구’로 불리는 오승환이 좌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 4개를 연속으로 던졌다는 게 눈에 띄었다. 오승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체인지업 4개는 몰리나의 요구였다고 밝혔다.

“다른 팀도 아닌 라이벌 팀인 컵스 전이다 보니 몰리나가 타자들에 대해 더 많이 분석했을 것이고, 더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몰리나의 리드를 믿고 공을 던졌다. 물론 체인지업만 4개 연속 던진 게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서 그렇지, 결과가 좋았다면 그 또한 반전이었을 것이다. 몰리나와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좋다. 내가 포수 복(福)이 있나 보다.”



# 로젠탈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에서 마무리가 아닌 중간계투로 활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팀의 마무리투수 트레버 로젠탈(26)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줄곧 마무리를 맡았던 오승환으로선 이런 상황이 어색하겠지만 금세 적응했다.

“프로 데뷔 이후 초반을 제외하곤 대부분 마무리가 내 보직이었다. 그래서 ‘파이널 보스’란 별명도 얻은 터라 마무리 투수에 대해 미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할 때 로젠탈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내가 마무리로 나설 수 없는 상황도 충분히 인지했다. 동료로 만난 로젠탈은 야구 실력뿐 아니라 ‘멘털’도 훌륭하더라. 나이 어린 친구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겠나 싶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나한테 적극적으로 다가와줘서 친하게 지낸다.”

로젠탈과 관련한 오승환의 얘기 중 인상적인 것은 시속 100마일(160km)의 강속구 투수이자 2년 연속 40세이브를 기록한 로젠탈이 오승환에게 야구 상담을 청했다는 것이다.

“로젠탈이 나보다 야구 경험이 적다보니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로젠탈의 고민 중 한 가지가 이닝당 투구 수가 많다는 점이다. 투구 수를 줄이려 노력하는데 쉽지 않다더라. 고민을 듣고 ‘너는 빠른 볼 하나로도 상대를 제압할 투수이므로 투구 수를 줄이려면 초구, 2구는 쉽게 가라’고 말해줬다. 너무 코너 위주로 던지려다 보면 제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강속구 위주의 피칭으로 파울을 유도하면 투구 수 조절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들려줬다. 내가 그 선수에게 조언할 처지는 아니지만, 서로 야구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내 생각을 밝힌 것이고 로젠탈도 그 부분을 받아들였다.”



# 스트라이크 존

한국과 일본에서 ‘끝판왕’의 위용을 제대로 과시한 오승환. 투수다 보니 리그에 속한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오승환은 한·미·일 스트라이크 존의 차이에 대해 정답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2/3
세인트루이스·샌디에이고=이영미 | 스포츠 칼럼니스트 riveroflym22@naver.com
목록 닫기

“혼을 담아 던진다 그렇게 ‘빚’ 갚겠다”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