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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살아가기

뜨거운 감자 청년기본소득

“근로 의욕 저하”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 김용기 |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뜨거운 감자 청년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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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도 새해부터 실험

청년기본소득 지급을 실행하는 데에는 많은 난관이 따른다. 재학생을 배제할 것인지, 그 경우 취업을 앞둔 ‘막(마지막) 학기’거나 졸업을 유예한 청년은 어찌할지,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중소기업이 이를 감안해 기존 임금을 일부 낮출 가능성에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등 고민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재원 마련은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다. 청년 취업자(395만 명)와 공식 실업자(청년실업 8.5%의 경우 36만 명), 청년 니트족(163만 명) 모두에게 매월 30만 원을 지급할 경우 연 21조3840억 원이 소요된다. 현재 중앙정부가 지출하고 있는 청년일자리 예산 2조 원 이상과 지방정부 예산을 다 털어 넣어도 매년 19조 원 정도의 예산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 3년간 발생한 정부 재정적자가 95조 원이고 국가재난 수준에 이른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수준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 19조 원의 지출은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일 수 있다. 수백만 개의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청년기본소득으로 지출한 예산은 내수 진작을 통해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는 2016년 1월부터 ‘청년배당’으로 불리는, 청년에 대한 기본소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만 24세 이상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분기당 25만 원에 해당하는 성남시 상품권을 지급받는다.

선진국들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시에서도 2017년 1월부터 일부 시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실험에 들어간다. 여러 그룹의 실험 대상자에게는 1인당 매월 970유로(120만 원 상당)를 지급한다. 실험의 목적은 기본소득을 받는 대가로 일을 강제하지 않더라도 과연 자발적으로 일하는지를 가늠해보는 것. 다른 20여 개 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한 시기 기본소득 실험을 예정하고 있다. 스위스는 지난 6월 성인에게 2500스위스프랑(287만 원 상당), 어린이에게 625프랑(72만원 상당)을 매월 지급할 것인지를 놓고 국민투표를 치렀다. 부결됐지만 23%의 찬성표가 나왔다.



기본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빈곤을 퇴치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며, 취약계층의 삶을 개선할 뿐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수요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평론가 톰 스트레소스트에 따르면, 자본주의와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은 생산성이 향상돼 이전보다 적은 노동과 자본을 투여하더라도 더 많은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20세기 이래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3가지 상이한 방법을 통해 이 고질적인 수요 부족 문제점을 해결해왔다.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은?

첫째, 대공황 시기의 재정확대 정책이다. 미국 정부는 세계대전 주축국과 싸우기 위한 전쟁물자를 생산하는 등 공공근로사업을 벌여 대공황을 극복했다. 만약, 전쟁물자 생산이 아니라 학교나 주택, 도로를 건설하는 데에만 재정을 투입했다면 훨씬 빨리 공황을 극복했을 것이라 추정하기도 한다.

둘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소득 분배율의 상승이다. 1950년부터 1970년까지 미국 임금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두 배로 늘어났다. 임금 상승에 맞춰 소비가 확대됐고 임금 상승과 결합한 생산성의 증가로 전 세계는 빠른 속도의 GDP 상승을 경험할 수 있었다.

셋째, 1982년 이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시기까지의 경험인데, 민간 부채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생산성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중위소득은 정체됐기에 상품을 소비할 수요가 부족했다. 이때 은행이 부동산 담보 대출을 통해 가계에 신용을 공급함에 따라 수요가 확대되고 ‘파티’가 계속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저성장 국면에 봉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임금소득은 더욱 정체되고 은행도 더 이상 대출을 하기 어렵다. 수요 부족을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재정지출 확대, 임금 상승, 가계부채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이 가능하지 않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수요를 늘려 정체된 경제를 다시 작동시킬 대안이 될 수 있다.

기본소득을 통해 가계의 구매력이 개선된다면 그것은 단지 가난한 자들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부자들의 소득도 증가하고 기업 매출도 증가한다. 또한 기본소득이 보장될 경우 기업의 임금상승이 안정적으로 억제될 여지까지 생겨난다고 톰 스트레소스트는 주장한다.

기본소득 지급에 유일하게 반대하는 이들은 최상층 부자다. 그들은 실업보다는 재분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강남훈 한신대 교수의 추정에 의하면,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로 모든 국민에게 1인당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전체 가구의 82%가 순수혜 가구가 될 수 있다. 82%의 가구가 자신이 납부한 세액보다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상위 12%의 가구가 일정하게 타협할 수 있다면 전 국민에 대한 기본소득 도입은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차기 대선 달굴까?

현 단계에서 우리가 청년기본소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어떤 식으로든지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감정 낭비, 시간 낭비, 돈 낭비라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다. 할 일은 많고 생각은 복잡한데 쓸데없는 얘기를 들어야 하고, 회식비도 1/n(엔 분의 일)로 나눌 경우 상당히 부담이 된다는 생각에 답답하다.”

몸과 마음이 분주한 2016년 말 현재 청년 취업 준비생들의 이야기다. 취업을 한다고 해도 상황이 별반 개선되지 않는 비정규직 청년 근로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청년기본소득이 제기되고, 이 이슈로 19대 대선이 뜨겁게 달궈질 가능성이 높다.

김 용 기
● 1960년 강원 거진 출생
● 영국 런던정경대(LSE) 석사(경제학), 동 대학원 박사(국제정치경제학·금융)
●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 現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 저서 : ‘한국경제가 사라진다’, ‘한국경제 20년의 재조명’,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 등





신동아 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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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 |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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