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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서울에서 협소주택 짓기

어느 해보다 춥지만 따뜻했던 겨울

11화_ 마무리 공사와 사용승인

  • 글·홍현경|kirincho@naver.com , 자문·이재혁|yjh44x@naver.com

어느 해보다 춥지만 따뜻했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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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용승인을 받기까지 이런저런 해프닝이 많았다. 공사 현장에선 예측하기 힘든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결국 집은 지어졌고, 고마운 분들 덕에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공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사를 해야 한다. 애초부터 공사 잔금은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으로 낼 계획이어서 준공과 입주 날짜가 중요했다. 2년을 채우기 전 이사해야 하는 터라 혹시 집이 안 나가면 어쩌나 싶어 집주인에게 미리 말씀드렸는데 공사는 지연되고 세입자는 너무 일찍 결정된 것이다.



시집살이

공사장 근처에 단기 월세를 얻어 살 수도 있었지만, 공사가 어찌될지 모르는 마당에 월세를 살면서 거액을 지출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친정은 너무 멀어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없고 시댁에서 받아주셔야 할 텐데….’ 시댁도 아리랑고개 쪽으로 이사한 지 1년 남짓, 다행히 넓은 아파트여서 남는 방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낙천적인 남편은 당연히 들어가는 거 아니냐며 태평하다.

“공사는 안적 멀었는데 이사 들어갈 데가 없자?”

고맙게도 어머님이 먼저 물어보고 선뜻 허락해주셔서 어려울 줄 알았던 문제는 쉽게 해결됐다. 이렇게 해서 결혼 후 처음인 시집살이가 시작됐다. 여든을 넘기신 시부모님은 아직도 현역이시다. 시누이 일을 보조하는 정도지만 어쨌든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는 일상을 계속하신다. 아흔을 바라보는 아버님이 지병 없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 믿는다.



아버님은 6·25전쟁 때 학도병으로 끝까지 살아남으신 분이다. 고등학교 때 축구선수로 뛸 만큼 체력이 좋아 전쟁 중 산에서도 민첩하셨던 것 같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사건들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신다. 전쟁 때 받은 무공훈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7년 전부터 전쟁 기록을 조금씩 써내려가 소책자를 만드셨다. 올해엔 정식으로 무공훈장을 인정받으셨으면 좋겠다.

시집살이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필요에 의해 내려진 결정이라 나도 나지만 어머니의 며느리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모양새였다. 방 2칸을 사용하던 아가씨는 졸지에 TV가 있는 방을 우리에게 내줘야 했다. 어른 반찬에만 익숙한 어머님은 아이들 반찬에 스트레스를 받으셨다. 어머님 처지에서 그간의 고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음식을 할 때는 간 맞추기가 생명인데, 맛에 미음자도 모르는 며느리가 고혈압엔 싱겁게 드셔야 한다며 은근슬쩍 잔소리다. 맛을 내려면 조미료가 꼭 들어가야 하는데 많이 넣자니 며느리 눈치가 보인다. 밤 10시면 거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건만, 꼬맹이들은 11시 전엔 불을 끌 생각도 않는다. 게다가 씻기도 싫어해 고분고분 따르기는커녕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다 고모의 폭풍 잔소리를 듣고서야 양치질을 한다. 며느리는 이런 애들을 야단쳐서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아들놈은 새벽에나 은근슬쩍 들어와서는 눈치 없이 거실 TV를 켜놓고 소파에서 쿨럭대며 자기도 한다. 방문을 꼭 닫지 않고 잠을 자고, 외출할 때 불을 켜놓고, 보조키를 잠그지도 않은 채 나가기도 한다. 심지어 이삿짐 창고에 맡길 수 없다며 들고 온 구피 어항까지 요란한 물소리를 내며 밤의 고요를 깨뜨린다.’ 이렇게 늘어놓다보니 어머님 처지에서 어느 것 하나 곱게 보일 리 없다. 


반장  아래  부반장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서면, 시부모님도 시누이와 함께 출근한다. 혼자 남은 나도 간단히 청소나 설거지를 하고 매일 공사장으로 출근한다. 때로는 남편과 함께 나가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바로 공사장으로 가기도 했다. 내가 날마다 공사장에 출근할 필요는 없었지만, 내 자리가 아닌 곳에서 하루 종일 혼자 있는 것도 불편했다.

아직은 춥고 먼지 많고 위험한 곳이지만 공사장에 가면 마음이 편하다. 하루 종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일하는 분들의 민원을 해결해주거나 계획대로 시공되지 않는 부분은 없는지 관찰하는 역할이 컸다. 부수적으로 간식도 챙기고 현장 반장을 도와 뒷정리도 한다. 이를테면 조명기구가 모자라면 당일 마무리가 안 되므로 종로5가 조명 가게에 갔다 온다든지, 실리콘이 떨어지면 몇 개 추가로 사와서 당일 일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사실 이런 일은 현장소장이나 현장 반장의 일이지만 필요한 때는 이상하게도 그들이 자리를 비운 경우가 많았다. 집짓기를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기에 일만 진행된다면 그런 역할도 감사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공사장에서 없어선 안 될 중요 인물이 됐다. 일하는 분들과 함께 간식을 먹다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친근한 사이가 된다. 전후좌우 상황을 꿰고 오늘은 오지 않는, 어제 다녀간 인부들의 작업 상황이나 진행상 문제점 등을 남편과 공사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반장이 없는 날엔 반장 대신, 반장이 있는 날엔 반장 보조로.

현장소장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현장 두 군데를 왔다 갔다 하느라 우리 집 일에만 집중하지 못했다. 이 실장님 대신 현장소장을 맡은 한 소장은 큰 공사장 경험이 많은 분이었는데, 그때그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나는 한 소장을 ‘해결사’라 했고 그는 나를 ‘부반장’이라 불렀다.

집을 지어도 사용승인이 나지 않으면 내 집이 아니다. 마감 공사는 계획보다 많이 늦어져 계약한 날짜가 넘도록 집이 완공되지 않았다. 영하의 날씨에 공사장에선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그래도 사용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용승인이 나야 소유권이 이전되고 이사도 할 수 있다. 내부도 내부지만 사용승인에 필요한 외부 공사에 집중키로 했다. 3층 욕실엔 욕조와 내부 창문을 아직 달지 못했다. 아이들 방문과 계단 옆 유리 중문도 달지 않았다. 그래도 사용승인 나는 데는 문제없다.

사용승인을 위해선 외부 맨홀, 상하수도 작업, 가스·전기·통신, 주차장 포장 및 주차 라인 작업, 경계석(자기 땅과 도로의 경계에 놓는 돌)을 놓는 작업 등이 필수다. 집 앞 측구와 콘크리트 도로를 보수하는 일 등도 남아 있다. 공사 하면서 파손된 도로는 건축주가 직접 보수한다는 취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시공사와 건축가가 알아서 한다.

그중 경계석을 놓는 것은 구청별로 정해진 규정에 따라 시공하는데, 우리 집의 경계석을 놓을 때도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막다른 골목에 접한 곳은 나중에 안쪽 집들도 신축을 해서 도로를 넓혀야 할 때를 대비해 도로로 편입될 곳을 떼어두고 집을 짓는다. 우리 집도 막다른 도로에 접해 ‘경계석 위치는 구청 도로과와 협의한다’는 종로구청 지침에 따라 도로과와 협의해 경계석을 놓았다. 그런데 이것을 보고 건축과에선 이미 설치된 경계석을 뽑아 집 쪽으로, 도로가 후퇴한 쪽으로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향후 도로가 될 곳엔 옆 도로와 같은 재질의 보도블록을 깔라고도 했다. 



해프닝

아니,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경계석은 그냥 뚝딱 갖다놓으면 되는 건가! 그리고 도로가 될 땅이라도 현재 우리 소유인 땅의 바닥재 재료까지 지정하는 건 공무원의 횡포가 아닌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항의하자 다음 날 자신들이 잘못 알려줬으니 경계석을 옮겨주겠다면서 도로과에서 경계석을 옮길 분을 데리고 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도로과 그분들은 한 술 더 떴다. 망가진 콘크리트 도로는 망가진 곳만 보수하는 게 아니고 1m 너비로 초입부터 끝까지 쭉 정비하라고 했다.

게다가 한옥 쪽으로 들어가는 멀쩡한 보도블록을 두고 망가졌으니 다시 깔라는 것이다.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 건축주 처지에선 구청 사람들과의 관계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

“지금 흙이 흘러내려 지저분해진 건 사실이지만 이쪽 땅은 차량이 들어올 수 없어 밟지도 않은 땅이다. 건축주들한테 구청이 해야 할 일을 떠넘기는 거냐. 이렇게 짱짱한 땅을 파내고 새 보도블록을 깔라니 말이 되나.”

옆에서 가만히 있을 줄 알았던 내가 따지기 시작하니 이젠 한발 물러선다. “어차피 저쪽 파낸 걸 정비할 때 넓게 파내서 보기 좋게 하면 좋잖습니까. 보도블록을 새로 사서 하라는 게 아니라 있는 걸 파내서 그냥 다시 깔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더더군다나 꿀렁거리지도 않는 단단한 보도블록을 파내서 다시 깔라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가 공사 중에 파손한 곳은 정리하고 정비하겠지만 건드리지도 않은 곳을 정비하라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자 도로과에서 한발 더 물러섰다.

“네네, 보니까 그러네요. 그럼 이쪽은 그만두고 콘크리트 도로 쪽 측구와 도로 정비는 꼭 말씀드린 대로 해주세요.”

그런데 콘크리트 도로 보수 부분도 우리 측 공사 사장님과 구청 관계자가 언성을 높이다 구청 도로과 과장님까지 현장에 와보시고는 망가진 곳만 보수하는 것으로 결론짓고 마무리됐다. 결국 이런저런 해프닝을 거쳐 사용승인을 받았다. 공적인 모든 일은 서류와 문서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사용승인이 나기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현장에서 자주 일어난다. 사용승인마저 늦어지면서 신경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공사를 담당한 홍 사장이 얼굴을 붉힌 적도 많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결국 집은 지어졌고, 고마운 분들 덕에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추운 겨울, 마음만은 따뜻했던 이유다.



건축물의 사용승인

건물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사용승인을 준비해야 합니다. 과거 ‘준공’이라는 말을 지금은 ‘사용승인’이라고 합니다. 사용승인에도 신청 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서둘러 준비해야 다음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보통 소규모 건축물의 사용승인에 필요한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용승인 신청
전기, 통신, 가스, 소방, 정화조 등의 필증을 교부받아 사용승인을 신청합니다. 필증은 해당 공사 업자가 준비할 터이고 절차는 보통 설계를 맡은 설계사무소에서 진행합니다. 하지만 감리를 별도로 할 경우, 사용승인 관련 업무는 감리자가 진행하는 게 보통입니다. 이런 경우 누가 사용승인 업무를 대행할지 착공 전에 미리 챙겨둬야 합니다.

2 특별검사원의 현장조사
‘특검’이라 불리는 건축사는 공무원의 현장조사 업무를 대행해 현장을 확인합니다. 서울에선 특검제도를 서울건축사협회에서 위임받아 진행하는데 건축사에 따라서는 ‘공영감리제도’를 신청한 경우가 있어 자신이 설계한 건물에 대한 감리를 다른 사람에게 위탁하기도 합니다.

이런 제도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조금씩 상이합니다. 특별검사원은 사용승인 신청 후 보통 이틀 이내에 현장에 나와 허가도서와 현장의 상황을 비교해 차이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하지만 특별검사원은 허가권자가 아니므로 현장에서 불법 사항을 지적하거나 잘잘못을 따질 순 없습니다. 오로지 현장을 확인해 도면과 상이하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을 담당 공무원에게 알려주는 역할만 해야 합니다.

3 부서별 사용승인
구청의 해당 부서가 사용승인 접수된 필증과 첨부된 현장사진, 혹은 현장 확인 등을 통해 공사의 완성도를 확인하고 주무 부서인 건축과에 협의 완료 문서를 보내면 최종적으로 건축과에서 사용승인서를 발급합니다. 사용승인과 동시에 지적과에선 건축물대장을 작성합니다. 건축물대장이 완성되면 사용승인 업무는 종료됩니다.


4 소규모 건축물 감리 분리
2016년 초 입법 예고돼 건축계를 뜨겁게 달군 법령입니다. 다세대·다가구건축물에서 건축주 직영 공사가 이뤄질 경우, 설계자와 감리자를 분리해 시에서 지정한 건축사가 감리를 담당함으로써 부실공사를 막자는 취지의 법이지요. 이 법이 2017년 1월 1일부터 시행돼 대다수 설계자가 자기가 설계한 건물을 감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다만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따른 ‘역량 있는 건축사’는 설계, 감리를 모두 할 수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5 법정감리와 디자인감리
건축허가를 받는 모든 건물의 공사엔 건축법에 따라 감리자를 지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지정된 감리자를 ‘법정감리’라 하는데 직영 공사가 아닌 소규모 건축물의 경우는 대부분 설계자가 감리를 겸하게 됩니다. 한편 설계자가 감리하지 않는 것도 가능한데, 이럴 경우 건축주는 제3의 건축사를 감리자로 지정하면 됩니다.

하지만 법정감리의 역할은 건축법에 정한 내용, 즉 설계도면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는 일만 책임지므로 법정감리만으로는 설계 의도를 구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설계자는 건축주와 긴 시간 대화하면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설계에 반영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도면을 통해 100% 시공자에게 전달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설계자에 의한 디자인감리가 이뤄져야만 설계한 내용이 정확히 건물로 구현될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6 직영 공사에서의 현장관리인
2017년 2월 4일부터는 직영 공사에서도 건설기술자를 현장관리인으로 선임해야 착공 신고가 가능합니다. 현장관리인은 기술인협회에 등록돼 있거나 건축과 관련한 국가 자격을 취득하고 실무 경력이 인정된 경우여야 합니다. 이는 건축공사에서 직영 공사라는 이름으로 비전문가인 건축주가 공사를 진행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실공사를 방지하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방안입니다.





홍 현 경

‘가드너’로 불리고 싶은 전직 출판편집자.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을 20년 동안 해오다 2014년 가을 퇴직했다. 요즘 정원 일의 즐거움에 푹 빠져 ‘시민정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재 혁

‘놀이터 같은 집’을 모토로 삼는 건축가. 재미있는 공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는다.
서울시 공공건축가이자 한국목조건축협회에서 시행하는 5-star 품질인증위원으로 활동한다. 2004년 신인건축가상, 2008년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프라자 리모델링으로 서울시건축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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