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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캠프 출신 김호기 “적과 동지 이분법으로 정치 못해”

‘국가 비전 설계’ 김호기 교수의 文정권 4년 평가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文캠프 출신 김호기 “적과 동지 이분법으로 정치 못해”

  • ● 집권세력 ‘신념윤리’ 비해 ‘책임윤리’ 부족
    ● 與 입법 독주, 총선 39% 정당 지지율 되돌아봐야
    ●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 ‘아마추어적’
    ● 선악 구도 정치 대신 결과로 증명해야
    ● ‘문파’ 정치 팬덤 강화로 회색 지대 사라진다
    ● 적폐청산은 제도 개혁에 초점 맞춰야
    ● 청년 다수가 집권세력의 불공정과 이중 잣대 비판
    ● 文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 책임감 느껴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적폐청산과 대북정책에서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적폐청산과 대북정책에서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정부가 4년간 적폐청산에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국민 통합에는 소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통합을 언급했는데 시기가 늦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해당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당시 국가비전 및 프레임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두 국민’이 아닌 ‘한 국민’을 위한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은 둘로 나뉘었다. 2019년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벌어진 양 진영의 세 대결은 지난해 검찰개혁을 둘러싼 싸움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양극화는 심화됐다. 집권세력의 불공정에 분노하는 청년세대가 증가하며 세대 간 갈등 양상도 보인다. 

김 교수에게 사회통합에 대해 다시 물어볼 시점이다. 지난해 말 김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2월 초로 미루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2월 9일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고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국정기획자문위원으로 일한 뒤, 현 정부에서 공적인 자리를 맡은 적은 없지만 정권과 관계를 맺었다는 생각에 평가를 내놓기가 조심스러웠다. 국가 비전을 설계하는 데 참여했기 때문에 책임감도 느꼈다. 지금은 대선이 1년 정도 남은 시점이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교차하는 시기라 좀 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유롭게 말할 것”이라 했지만 그는 답변마다 숙고를 거듭했다. 객관적 지표로 주장을 부연하고, 국제 정세나 경제 흐름도 함께 설명했다.

부동산 정책 “아마추어적”

-그렇다면 먼저 묻겠다.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포괄적 평가는 임기가 모두 끝난 다음에 내려질 것이다. 물론 평가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국민이다. 여론조사가 일차 자료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60%인 반면, 긍정 평가는 40% 내외다. 앞선 정부와 비교할 때 나쁜 성적표는 아니지만 민주화 이후 정부들이 보여준 기대와 실망의 사이클에서 벗어난다고 보긴 어렵다.” 

-정부가 4년간 잘한 일과 못한 일을 하나씩 꼽아달라. 

“전자는 방역이고 후자는 부동산 문제다.” 

-K-방역이 성공한 건 국민이 정부 대책을 잘 따랐기 때문 아닌가. 

“방역 정책의 핵심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확진자 동선 공개다. 확진자 동선 공개는 개인의 자유를 공동체 안전을 위해 유보하는 일이다. 문화적으로 동아시아적 공동체주의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지만 정부가 국민 동의를 구해내는 과정이 전제됐기에 가능했다. 동선 파악을 위해 상당한 행정비용도 감수해 왔다. 결과적으로 전체 인구수 대비 확진자·사망자 비율을 외국과 비교해 보면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집합금지시설 대상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혼란을 느끼는 국민도 많았다. 

“쉽지 않은 문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의학적 방역과 경제적 방역, 그러니까 경제 활성화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는 토끼와 같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정부 실책으로 꼽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묻자, 세계경제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자산가격 케인스주의’에 대한 것이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경제 충격으로부터 연착륙하고자 자산가격 거품을 일으켰다는 이론이다. 그는 “그럼에도 외적인 요인만으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 정부의 아마추어적 정책도 한몫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성이 부족했다는 의미인가. 

“규제와 공급을 탄력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규제 일변도로 부동산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긴 어렵다. 여기에 청년세대의 불안과 서울 중심주의도 고려해야 했다. 청년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 집을 살 수밖에 없다. 서울 중심주의는 강남 지역 부동산 선호를 높였는데 정부가 강남을 비롯해 수요가 높은 지역부터 규제하니 그 외 지역에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 모든 상황의 발생 가능성을 생각해 정책을 펴야 한다. 공급 대책은 올해 초 나왔는데 늦은 감이 있다.”


총선 결과로 국민이 견제와 협치 요구한 것

박병석 국회의장이 2월 1일 임시국회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박 의장은 “4월 재·보선 후 개헌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

박병석 국회의장이 2월 1일 임시국회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박 의장은 “4월 재·보선 후 개헌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

-‘신동아’ 2017년 1월호에 실린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의 대담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미래 지도자의 덕목으로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통합의 정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 출범 당시 촛불 시민의 요구는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었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정부가 적폐청산에 대해선 노력을 기울였는데, 통합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물론 적폐청산과 국민 통합이라는 목표는 서로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적폐청산은 앙시앙 레짐(Ancien Régime), 즉 구체제를 몰아내겠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구체제와 신체제가 부딪치는 충돌은 불가피하다. 적정 시기까지 적폐청산을 하고 통합으로 나아갔어야 했다. 지난봄 총선이 그 시기이지 않았을까.” 

-오히려 21대 총선 이후 여당이 수적 우위를 이용해 ‘입법 독주’를 해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180석이라는 숫자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비례대표 투표 결과도 주목해야 한다. 당시 비례대표 선거에서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의석수는 전체 47석 가운데 20석이었다. 국민이 여당에 대한 지지를 보여줬지만, 동시에 야당의 견제와 협치를 요구했다고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지지율도 눈여겨봐야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언급한 여론조사는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2월 1주차(1~5일)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국민의힘은 31.8%, 민주당은 30.9%를 기록했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2주차(8~10일) 집계에서는 민주당이 33.8%, 국민의힘은 31.1%의 지지율을 보였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그는 “의석수를 앞세워 입법을 추진하기보다 여론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노력을 기울인 적폐청산은 성과를 거뒀나. 지난해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은 적폐청산이라기보다 권력집단의 힘겨루기처럼 보였다. 

“적폐청산은 인적 청산보다 제도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검찰개혁을 보자. 지난해 말 공수처 관련법이 통과돼 제도 개혁 면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크게 부각됐다. 국민이 느끼기에 검찰개혁을 제도 개혁이 아닌 인적 청산으로 인식하지 않았겠나.”

한국의 훌리건 ‘문파’

통합을 가로막는 또 다른 이유로 정치 팬덤 현상이 꼽힌다. 정치 팬덤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일방적 지지를 보이며 반대의견을 듣지 않는다. 이른바 ‘문빠’는 대통령을 비판한 이에게 문자 폭탄이나 악플 테러를 서슴지 않고,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정치 팬덤 문화에 대해 김 교수는 “3김 시절에도 정치 팬덤은 존재했다. 다만 정치 팬덤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도 국제정세를 먼저 설명했다. 전 지구적으로 정치 팬덤 현상이 심화된 이유는 세 가지다. SNS를 통한 정치인과 유권자의 직접 소통 증가, 사실보다 가치나 믿음이 중요해진 탈진실 현상, 그리고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과 정치 팬덤은 어떤 관련이 있나. 

“포퓰리즘은 ‘엘리트 대 국민’, 즉 다시 말해 기득권 집단과 나머지 국민 전체라는 새로운 정치 균열을 만들어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프랑스의 장 마리 르펜,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등이다. 미국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일종의 포퓰리즘 전략을 구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강력한 정치 팬덤과 엘리트 지도층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 성장한 정치인들이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인 정치학자 제이슨 브레넌의 책 ‘민주주의에 반대한다(Against Democracy)’를 소개했다. 이 책을 “포퓰리즘 시대의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라고 평가했다. 

브레넌 교수는 유권자를 셋으로 나눈다. 소극적인 호빗(Hobbit), 적극적인 훌리건(Hooligan), 합리적인 벌컨(Vulcan)이다. 유권자 대부분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호빗으로 분류된다. 정치적 지식수준이 높고 선거에서 합리적 선택을 하는 유권자인 벌컨은 매우 소수다. 그 나머지가 정보를 편식하고 반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훌리건이다. 브레넌 교수는 훌리건들이 미국 정치를 쥐락펴락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에도 ‘훌리건’이 있다. 

“‘문파’ ‘문빠’로 불리는 이들이다. 이전 정부에도 ‘박사모’ ‘박빠’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문제는 정치 팬덤의 힘이 커지며 정치적 중간 지대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수 팬덤과 진보 팬덤이 충돌하며 중간 지대는 갈수록 약화된다. 특히 미국이나 한국처럼 승자가 권력을 독식하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팬덤 정치가 두드러진다. 

-왜 그런가. 

“의원내각제 국가에선 정부의 존속이 의회의 신임 여부에 따라 달라지며, 유연하게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협치 가능성이 열려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선 이런 유연성이 떨어진다. 주목할 것은 정당의 대표성과 국민의 대표성 사이에 새로운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정당의 후보가 되려면 팬덤 지지가 매우 중요해진다. 그런데 팬덤의 생각과 국민의 생각이 늘 같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정치인은 다수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당내 경선에서 이겨야 대선후보가 될 수 있기에 간단치 않은 문제다. 대개 경선에서 ‘갈라치기’ 전략으로 승부를 걸다 경선이 끝나면 ‘중도통합’ 전략으로 선회하는 것이 일반적인 선거 양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훌리건의 힘이 세지면서 마지막까지 갈라치기가 중요해지고 있다. 1등만 차지하면 선거에서 승리하기 때문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월 임시국회 개회사에서 개헌론을 꺼냈다. 승자독식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재검토와 결선투표제 논의가 필요한가.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은 당연히 필요하다. 현 정부도 집권 초기에 이를 추진했다. 문제는 내년 봄 대선을 앞두고 이게 실현될 수 있느냐다. 개헌의 일차 조건은 국민적 합의인데, 현재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 차기 정부로 넘어가지 않겠나.” 

진영 갈등뿐 아니라 세대 갈등도 두드러졌다. 과거에는 이른바 ‘태극기’로 멸칭되는 일부 산업화 세대에 대한 청년세대의 불만이 컸다. 현 정부 들어 청년들은 현 집권세력인 586세대의 불공정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청년세대의 실망이 크다. 

“청년들의 집합적 심리상태, 즉 망탈리테(mentalités)는 불안이다. 대학생은 취업을 걱정하고, 힘들게 취업에 성공했다고 해도 구조조정과 노후를 걱정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외화된 문제가 부동산이다. 집은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서울 시내에 집을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워졌나. 정부에 대한 청년세대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하나는 공정 문제다. 최근 청년세대 다수가 집권세력이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다. 집권층의 이중 잣대에 대한 비판이다.”

부동산과 불공정에 분노하는 청년

-삶과 신념이 다른 것을 말하나. 

“그렇다. 국정 운영에 대한 20대 지지율만 봐도 잘 드러난다. 치열한 경쟁 과정을 통과한 청년들은 절차적 공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 전 장관에 대한 법적 판단은 이제 1심이 끝났지만 청년세대 다수는 도덕적·정치적으로 공정가치가 이미 훼손됐다고 보고 있다.” 

-집권세력의 책임으로 보나. 

“청년세대가 공정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적극적으로 고려했다고 보기 어렵다. 2018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정치 문제로 비화된 당시부터 불거진 일이다. 정부는 정치적 선의로 남북 단일팀을 만들려고 했지만 청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공정에는 절차적 공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절차적 공정만을 강조할 때 능력주의의 그늘이 두드러진다. 능력주의가 개인의 고유한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이를 방치하면 불평등을 강화하는 단점도 분명하다. 세대 간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 

586세대에 대한 비판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9년 출간한 ‘불평등의 세대’를 통해 586세대가 정치·경제 권력을 독점해 청년세대를 착취했다고 주장한다. 진보 성향 지식인으로 분류되는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월 ‘경향신문’ 칼럼에서 586운동권의 ‘부족주의’를 지적했다. 동지애를 강조하며 우리 편과 반대편을 나누다 보니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김 교수도 “집권세력이 ‘신념윤리’에 비해 ‘책임윤리’가 부족하다”라고 꼬집었다. 

-어떤 의미인가. 

“적과 동지의 이분법, 즉 민주 대 반(反)민주 구도만으로 정치를 할 순 없다. 현실에선 선악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여러 개의 답이 있고, 그 가운데서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막스 베버가 옳고 그름의 신념윤리 못지않게 결과까지 떠맡는 책임윤리를 강조한 까닭이다. 정치와 국정 운영은 결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 4년 동안 국민의 삶이 과연 얼마나 나아졌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 통합이 우선

진영·세대 갈등이 팽배한 2021년 대한민국에서 통합은 가능한 일일까. 김 교수는 통합의 정의를 이렇게 설명한다. 

“통합은 경제적·정치적·사회문화적 통합으로 나뉜다. 이를 위해선 각각 불평등 해소, 대화와 타협의 정치, ‘한 국민’으로서의 공동체 회복이 필요하다. 어느 하나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긴 힘들다. 물론 이 가운데 경제적 통합을 위한 불평등 해소가 가장 중요하다.” 

-불평등 해소는 단기간에 이루긴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하위 20% 자산 격차는 2017년 99배에서 2020년 166배로 훌쩍 뛰었다. 포용적 성장과 재분배를 핵심 가치로 삼은 이번 정부의 정책목표와는 다른 결과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정말 큰 문제다. 그럼에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정치적·사회문화적 통합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경제적 통합이 기반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회갈등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한다. 통합이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이를 일방적으로 추구하는 것보다 갈등 발생 가능성을 줄여 그 결과로 통합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연초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꺼내 든 ‘사면카드’를 예로 들었다. 이 대표는 1월 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혔다. 

“사면론의 목적은 정치적 통합이다. 중요한 건 시기와 방식이다. 국민 다수가 동의해야 정치적 통합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통합은 목표로 둔다고 해서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통합은 통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의도가 선하더라도 국민 다수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통합론은 오히려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각국도생’의 시대

-코로나19 종식 이후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 이전을 과거로, 이후를 현재로 본다면 코로나19 종식 후의 미래는 ‘제3의 자리’로 갈 것 같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케인스주의가 복권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았다. 글로벌 밸류체인이 정착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각국도생’이 이뤄지며 국가의 역할이 강조됐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글로벌 거버넌스가 다시 작동하겠지만, 이번에 강화된 국가의 힘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의 과거와도, 비상 국면인 현재와도 다른 그것이 제3의 자리다. 코로나19로 심화된 양극화를 해결하고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국가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다.” 

그가 말한 제3의 자리는 4월 재보선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현금성 복지 정책을 꺼내 들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언뜻 보면 보수와 진보가 바뀐 것처럼 보인다. 

김 교수의 설명이다. 

“미증유의 인류사적 재난 앞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주체가 국가라는 것을 알게 됐다. 기업이나 시민사회는 국가만큼 효율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렵다. 재보선과 대선에서 진보든 보수든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정책 대결이 이어질 것이다. 당장 기본소득을 둘러싼 토론이 그 증거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에게 남은 임기 동안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그는 “방역 외에도 손에 꼽을 수 있는 성과를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회적인 비판이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적폐청산과 대북 정책에서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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