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호

“전쟁 때는 이기는 게 중요, 국가부채 더 감내해야”

[인터뷰] 금융전문가 하준경 한양대 교수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21-03-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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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채 국내 소화하면 나랏빚과 민간자산 동전 양면

    • 뭉쳐 있는 돈 자산시장으로 몰려 집값 상승 요인

    • 거시경제 체력 무너져 내려

    • 국가채무, 숫자가 아니라 정부 실력과 신뢰 문제

    • 사용처 정하면 보편지원도 선별지원 효과

    • 주거·교육·돌봄 문제 해결될 때까지

    하준경 교수는 “국가채무는 숫자가 아니라 정부의 실력과 신뢰 문제”라고 주장했다. [홍중식 기자]

    하준경 교수는 “국가채무는 숫자가 아니라 정부의 실력과 신뢰 문제”라고 주장했다. [홍중식 기자]

    나랏빚을 더 내도 되느냐는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채무는 민간, 기업, 정부, 해외 등 경제 주체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야 하는 문제다. 일반적으로 빚이 많으면 좋지 않다고 하지만, 금리가 낮고 경제가 막혀 있을 때는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수요를 만들어 경제를 돌게 하는 게 더 낫다고 하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숨이 막힌 경제는 새해 들어서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제거래 지표인 경상수지는 지난해 흑자를 냈지만, 국내 수요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3월에 4차 재난지원금을 선별지원으로 정했고, 규모도 이전보다 크게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가채무가 급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지난해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추가로 쓴 재정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15번째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3.4%였다. 미국은 16.7%, 브라질도 8.3%를 썼다. 따라서 더 많은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준경(52) 한양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국 브라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 한국금융연구원을 거쳐 2008년부터 한양대에 적을 두고 있다. 거시경제, 경제성장, 화폐금융 전문가다. 하 교수의 논리를 쫓아가 봤다. 


    나랏빚과 민간자산은 동전의 양면

    -최근 교수님의 2년 전 칼럼이 SNS에서 공유돼 화제가 됐습니다. “외국 빚에 의존하지만 않는다면 정부의 적자는 곧 민간의 흑자이고, 나랏빚은 곧 민간의 자산이다.” 지금도 같은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그렇죠. 그건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예요.” 



    -교과서 얘기라고요.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항등식이라는 게 있습니다. 거시경제에서 국민소득 균형이라는 건 수요와 공급이 같다는 것입니다. 수요는 가계 소비, 기업의 투자, 정부의 재정지출, 순수출로 구성됩니다.” 

    하 교수는 바나나 생산을 비유해 설명했다. 국내에서 바나나 100개를 생산했는데 민간(가계)이 50개를 먹고, 기업이 20개를 투자에 쓰고, 정부가 20개를 지출로 쓰면, 나머지 10개를 외국에 순수출로 팔아야만 거시경제에 균형이 이뤄진 것으로 봤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나라는 가계가 먹는 것이 줄었다. 경상수지는 흑자였지만 내수 감소를 상쇄하지는 못했다. 

    “국내에 바나나가 남게 될 때 이것을 외국에 팔아서 균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외국에 더 파는 데 한계가 온 겁니다. 더욱이 미용실 식당 같은 서비스업은 국내 수요가 부족하다고 외국에 팔 수는 없는 거죠. 내수산업의 경우 결국 정부가 수요를 창출해줘야 굴러갑니다. 정부가 바나나를 먹어줘야 해요.” 

    -정부가 세금으로 바나나를 사는 걸 말씀하시는군요. 


    “그런데 만약에 국채를 발행해 산다면 어떨까요? 뭔가 빚을 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결과적으로는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남는 바나나를 정부가 빌려서 먹는 것이라 정부는 적자이지만, 민간 쪽에서 보면 흑자이고 빌려줬으니 저축을 한 셈입니다. 바나나를 빌려주고 국채를 받은 국내 민간 경제주체들은 이것을 국내 금융시장에 팔 수 있습니다.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정부는 부채가 생겼지만 그 부채가 사실은 민간의 자산이 된 겁니다. 이 상황에선 나랏빚과 민간의 자산은 동전의 양면 같은 양상을 띱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일반적으로는 나라에 빚이 많으면 나쁜 것이고, 나라의 빚을 줄여야 재정건전성이 지켜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국가가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빚을 지느냐가 중요합니다. 국민이 소비나 투자를 많이 하는데 정부도 빚을 많이 내쓴다면 수요가 과잉돼서 위험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국내 생산으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니 해외의 생산물을 가져다 쓰는데, 경상수지 적자가 납니다. 미국은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일어나는 쌍둥이 적자가 만성적입니다. 이건 위험한 상황이지만 미국이 기축통화국이니 달러를 찍어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어요.”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인가요. 

    “2020년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752억달러 흑자이고, 재정수지는 약간 적자인 상황입니다. 2018년까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흑자였어요. 경상수지도 흑자였지요. 그런데 ‘쌍둥이(재정수지+경상수지) 흑자’는 내수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는 뜻입니다. 흑자를 많이 본다는 건 안 쓴다는 얘기잖아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4% 가까이 됐어요.”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요. 

    “우리나라에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고령화하면서 저축해둔 돈을 잘 안 쓰려고 합니다. 젊은 층은 인구가 베이비부머의 절반밖에 되지 않고, 출산율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수요가 줄 수 있다는 뜻이지요. 안 써서 늘어난 저축을 기업이 투자에 쓰면 괜찮은데 수익률 높은 투자처가 많지 않습니다. 더욱이 요즘엔 IT 기술 덕분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하는 수요가 많이 줄었습니다.” 

    -돈이 풀리지 않는 구조네요. 

    “가계나 기업 내부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돼 잘사는 사람들이나 잘나가는 기업들은 돈을 더 많이 법니다. 그 돈이 어딘가에 뭉쳐 있어요. 가난한 사람이나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 그 돈을 빌려주면 좋은데, 은행 문턱이 높아 이들이 그걸 빌릴 능력은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좀더 적극적 역할을 하면 그 뭉친 돈을 세금으로 걷거나 국채를 발행해 그 돈을 하위층에 뿌려줄 수 있습니다.”

    뭉쳐 있는 돈 자산시장으로 몰려 집값 상승 요인

    -뭉쳐 있는 돈은 어디로 가 있는지요. 

    “은행 금리가 낮다 보니 자산시장 같은 데로 많이 이동했어요. 그래서 집값 상승의 큰 요인이 됩니다. 집값이 올라가면 젊은 사람들은 더 힘들죠. 결혼도 포기하고, 출산도 포기합니다. 이게 다시 내수 위축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경제가 급락할 때 경제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빚을 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수요 창출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빚을 내지 않으면 경제가 더 쪼그라드는 상황입니다. 물론 해외에서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어요. 모든 경제주체가 다 수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동네 자영업자들이 해외에 서비스를 수출하기는 어렵거든요. 민간이 자생력을 갖고 스스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재정건전성(국가채무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상환 능력을 갖춘 재정 상태)에 유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는데요. 

    “기재부는 정부의 곳간지기로서 돈을 신중하게 쓰는 모습을 시장에 보여줄 필요는 있습니다. 시장은 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측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재정건전성 수치 때문에 돈을 안 쓰겠다면 그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재정건전성은 국가채무 비율보다 거시경제 전체의 체력으로 따져야 해요. 그러니까 재정건전성 수치는 좋지만 경제의 한 부문이 무너져 내리고, 자영업자들이 여기저기 폐업하고 실업자가 넘쳐나면 그 나라의 거시경제가 건전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거시경제 체력 무너져 내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월 14일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과 관련해  ‘선(先)선별, 후(後)전 국민’ 방침을 밝혔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월 14일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과 관련해 ‘선(先)선별, 후(後)전 국민’ 방침을 밝혔다. [국회사진공동취재단]

    -그러면 지금 거시경제의 체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보는지요. 

    “일부분에서는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영업자들이 지난 1년 동안 빚내서 버텼거든요. 그런데 빚을 1년 이상 냈고, 조금 있으면 빚 갚으라는 얘기가 나올 텐데 들어오는 현금이 없으면 망하는 거잖아요. 자영업자들이 대량으로 망하게 되면 금융 부문도 위험해집니다. 경제는 순환하기 때문에 한쪽이 무너지면 잘나가는 쪽에도 결국은 파급효과가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예방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너지기 전에 막아주는 게 비용이 덜 들거든요.” 

    -1월 28일 IMF와 한국 정부의 연례협의에서 국가채무 비율은 GDP 대비 60% 정도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기재부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국가채무는 GDP의 60% 이내, 재정 적자 비율은 GDP 대비 -3%’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지난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채무비율은 43.9%로 예상됐고, 앞으로 2022년 50.9%, 2024년 58.3%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IMF는 지금 더 돈을 풀어야 할 때라고 했는데요. 나랏빚 규모의 적정 수준은 몇 %일까요. 

    “재정준칙을 수치화하는 것은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유럽이 통합 이후 재정 준칙을 도입했는데요. 당시 특정 나라가 국채를 심하게 많이 발행해서 돈을 가져다 쓰면 다른 나라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봤어요. 그런데 2년 전 제가 독일에 가서 만난 경제학자들은 ‘우리가 그런 수치를 도입한 것은 실수였다. 그것 때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좀 성급하게 재정건전화를 시도하다가 다시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겪었다”고 말했어요. 수치로 못 박는 것은 스스로 손발을 묶는 것과 비슷합니다. 같은 60%라고 해도 금리가 낮아지면 GDP 대비 원리금 상환액이 많이 떨어집니다.” 


    국가채무, 숫자가 아니라 정부 실력과 신뢰 문제

    -금리 변동이 중요한 변수가 되는군요. 

    “금리가 낮아지면 국채 총액은 늘어도 그것을 쓰는 비용이 줄어드니까 비율을 정해놓고 손발을 묶을 필요가 없는 거죠. 정부의 국채는 민간이 어려우면 많이 쓸 수 있고, 어렵지 않으면 덜 쓰면 되니 좀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유럽에서도 이 재정 준칙을 사실상 폐기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는 수치보다는 장기 지속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한 규범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논의하고 있거든요.” 

    -과거 칼럼에서 “국가채무는, 숫자가 아니라 (정부의) 실력과 신뢰 문제”라고 한 이유가 그 때문인가요. 

    “미국연방 초대 재무장관이던 알렉산더 해밀턴은 독립전쟁으로 쌓인 각 주의 빚을 통합해 국채를 발행하자고 했는데, 반대하던 남부를 달래기 위해 남부에 가까운 워싱턴DC에 수도를 건설하기까지 했어요. 이때 국채는 ‘국가 통합의 시멘트’라고 불리며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그런 실력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실력이 있고, 국민에게서 신뢰를 받으면 국채는 가치 있는 자산이 됩니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국채를 내 자산의 포트폴리오로 여기고, 상환을 요구하지 않고, 계속 사게 됩니다. 정부는 화폐를 발행하는 것처럼 자금조달 수단을 갖게 되는 겁니다. 정부는 그냥 이자만 주고, 시뇨리지(seigniorage·실질가치에서 발행비용을 뺀 주조 차익)도 얻을 수 있어요.” 

    -국채를 발행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발행할 수 있을까요. 

    “발행 규모는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주느냐에 달려 있어요. 지금은 금리가 낮고, 물가 상승률도 매우 낮습니다.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금리, 물가, 환율 상황을 봐야 하겠지요. 이전에 IMF는 240%를 더 발행해도 된다고 했어요. 100% 넘으면 금리부담이 좀 커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는데 통화정책과도 관련되니 일률적이진 않습니다. 시장 상황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상황도 봐야 합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게 답일 듯하고요. 지금 상황에서는 상당히 여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용처 정하면 보편지원도 선별지원 효과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정부가 보편적인 지원보다 회복이 더디거나 피해가 큰 부분에 선택적이고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보편과 선별은 사실 다 필요합니다. 작년 민간 소비성장률은 –5%였어요. 그러면 소비 진작을 위한 어떤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편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물론 피해가 집중된 사람들에게는 더 많이 지원해 줘야 하니 손실보상 같은 선별지원도 필요합니다. 보편지원이라도 신용카드 충전 방식으로 지급하고, 몇 달 안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써야 한다고 대상을 정해두면 선별지원하고 비슷한 효과도 갖게 됩니다.” 

    -잘사는 사람에게도 지원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습니다. 

    “잘사는 사람에게도 다 지원한 다음 나중에 세금을 더 걷는 방식도 가능할 겁니다. 지금 누가 피해를 많이 받고 적게 받는지 알기 어려우니 일단 다 주되, 그 돈이 자영업자 등 어려운 사람에게 가도록 유도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란 말은 어떤 거죠. 

    “지속가능성이란 게 결국은 경제 체력이죠. 그러니까 징세 능력인데요. 결국은 궁극적으로 따지고 들면 납세자가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납세자들이 얼마나 세금을 많이 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거고요. 결국은 인구와 생산성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재정을 건전하게 해도 재정건전성의 근본은 인구,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인구가 계속 줄어서 0으로 수렴한다면 아무리 재정을 아껴도 재정건전성을 지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인구가 다시 반등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줘야 합니다. 그리고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바탕인 생산성은 지식 기술에 달려 있어요. 이런 기술도 공공재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2020년 44%)에 대해 평가 기관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실제 국가채무비율을 10%정도로 보기도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18% 정도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주로 금융성 부채 때문인데요. 빚으로 외환이나 자산을 살 경우 그것을 금융성 부채라고 합니다. 이것이 국가채무의 40%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달러를 사기도 하고 기금 같은 데 출연하고 빌려주기도 해요. 사실 외환은 적자성 채무는 아니거든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받을 자산이 매우 많습니다. 그런 것을 따지면 국가채무비율도 달리 해석할 부분이 있는 겁니다.”

    주거·교육·돌봄 문제 해결될 때까지

    -코로나19 이후 유럽이나 미국이 천문학적인 확장 재정정책을 펴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민간이 위축되는 속도가 빠르니까 그것에 빨리 대응하기 위해 재정을 급격히 늘린 겁니다. 미국의 보수적 경제학자들도 ‘지금은 전쟁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민간에서 피해를 보는 만큼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도와주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미국 같은 경우에 소비 감소 폭이 우리나라보다 작았어요. 유럽 국가들도 ‘전쟁 때는 이기는 게 중요하다’며 지원금을 늘렸습니다.” 

    -결론적으로 국가부채와 관련해서 지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인가요. 

    “걱정하지 말자는 건 아닙니다.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면 고도성장기부터 성장 궤도가 있었어요.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제는 선진국형 성장 궤도로 뛰어올라야 합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처음엔 연료가 엄청 소모됩니다. 그처럼 새로운 성장 궤도로 진입할 때까지는 국가부채를 더 감내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 궤도에 진입하면 그때는 서서히 줄일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새 궤도란 어떤 것들을 말하는지요. 

    “고부가가치 서비스와 제조업이 결합되고, 4차 산업혁명같은 기술혁신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 생태계로 이어지게 뒷받침하는 것을 말합니다. 출산율을 정상화하고, 수요를 많이 만들어 구조적 경기침체를 막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면 좋은 일자리도 많이 나오고, 젊은이들도 희망을 갖게 될 겁니다. 주거·교육·돌봄 문제가 다 해결되는 선순환 궤도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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