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섬진강에서 나는 벚굴. 큼직하고 향긋한 맛이 별미다. [경남도청 제공]
묵은지에 푹 싸서 삶은 고기 먹듯 한 입에
벚굴에 향이 세지 않은 식초나 레몬즙, 오렌지 등의 과즙을 곁들이면 풍미가 더해진다. [GettyImage]
벚굴을 처음 보는 사람은 하나같이 크기에 놀란다. 담뱃갑이나 카드 지갑 같은 것을 옆에 놓고 사진 찍느라 바쁘다. 섬진강에는 손바닥 크기 벚굴이 흔하고 두 손바닥을 가득 채우는 것도 만날 수 있다.
벚굴 맛은 바다 굴보다 순하다. 짠맛, 비린 맛, 단맛이 줄어드는 대신 구수한 맛이 그 자리를 메운다. 워낙 커서 생으로 호로록 마시듯 먹는 건 다소 버거울 수 있다. 게다가 바다 굴처럼 자연 조미가 돼 있지 않아 좀 맹맹하게 느껴질 수 있다.
벚굴은 푹 익히지 말고 살짝 쪄서 말랑한 맛이 살아 있는 상태로 먹는 게 맛있다. [GettyImage]
벚굴을 구워 파는 식당에 가면 묵은지를 함께 내주는 곳이 많다. 잘 익은 벚굴을 묵은지로 말아 삶은 고기 먹듯 한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는다. 새콤하고 아삭아삭한 묵은지가 둥글둥글 구수한 굴맛에 산뜻하고 짭짤하게 양념을 치는 격이다. 씹는 재미가 좋고, 먹는 맛도 좋아 한입 두입 말아 먹기 바빠진다.
향기롭고 든든한 한끼
벚굴로 전을 부치거나 튀김을 만들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벚굴로 전을 부쳐도 고소하고, 무나 콩나물을 넣고 밥을 지어 먹어도 좋다. 튀김을 하면 당연히 맛있고, 매운 고추와 피망 등을 넣고 기름에 달달 볶아도 맛나다. 봄동이나 미나리와 함께 겉절이 양념에 쓱쓱 버무리면 상큼하고, 애호박이랑 함께 국을 끓이면 달고 시원하다. 마른 표고버섯 불려서 함께 죽을 끓이면 향기롭고 든든한 한 끼가 된다.
뭐니 뭐니 해도 벚굴 먹는 맛 중 제일은 역시 찜이다. 손바닥만한 굴은 껍데기 채로 찌면 15분 내외로 속이 모두 익는다. 너무 푹 익히는 것보다는 살짝 덜 익어 말랑한 맛이 살아 있는 게 낫다. 찐 굴은 하나씩 꺼내 관자 쪽(입이 벌어지는 반대편)으로 칼을 넣으면 껍데기가 쉽게 열린다. 하나를 까면 몇 입을 베어 먹을 수 있으니 곁들이는 양념을 다양하게, 묵은지도 넉넉하게 준비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