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호

스티브 잡스도 못 잡은 스포티파이 한국에선?

토종 강자들과 진검 승부…‘팟캐스트’에 달렸다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1-03-0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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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시장판도 바꿔

    • 음악 추천은 타 서비스와 비교 불가

    • 일부 K팝 음원 확보 난항

    • 연내 한국 오디오 콘텐츠 시장 진출 계획

    “성공 전략은 ‘개인화’다. 직접 사용해 보면 충분한 메리트를 느낄 수 있다.” 

    2월 8일 박상욱 스포티파이(Spotify) 한국 매니징 디렉터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2월 2일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진출했다. 7000만 개의 방대한 음원 라이브러리와 추천 서비스로 음악 애호가의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아이유 등 유명 K팝 가수의 일부 음원을 확보하지 못했고 1만900원(부가세 별도)에 이르는 높은 월정액 때문에 음원 시장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포티파이 측은 ‘직접 써보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음원 시장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스포티파이의 전략은 무엇일까.

    음원 시장 ‘넷플릭스’라 불리는 이유

    스포티파이는 2006년 다니엘 에크(Daniel Ek)가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만든 스타트업이다. ‘합법적 무료’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당시 세계 음원 시장은 ‘P2P(Peer To Peer)’ 서비스를 통한 디지털 불법복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스포티파이는 저작권자와 계약을 맺고 스포티파이 이용자에게 무료로 음악을 제공한다. 대신 곡 사이사이에 광고를 삽입한다. 현재 유튜브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2011년 미국에 진출한 스포티파이는 당시 음원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애플 아이튠즈와 맞붙는다. 아이튠즈가 곡을 하나하나 내려받는 방식이라면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승부수를 걸었다. 스웨덴 경제지 기자 스벤 칼손이 쓴 책 ‘스포티파이 플레이’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는 스포티파이를 견제하고자 유니버설 뮤직에 스포티파이와 계약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기도 했다. 2019년 4월 미국 유료 가입자 수 1위 자리를 애플뮤직에 내줬지만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음원 시장판도를 바꾼 것은 확실하다. 현재 스포티파이는 93개국 약 3억2000만 명 이용자를 확보하며 세계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구독자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로 유명세를 탔듯, 스포티파이를 세계 음원 시장 1위 업체로 올려놓은 것 역시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다. 스포티파이는 7000만 개의 음원과 플레이리스트 40억 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개인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디스커버 위클리(Discover Weekly)’가 스포티파이 대표 서비스다. 



    한국에서도 큐레이션 서비스에 대한 호응도는 높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멜론·유튜브뮤직·애플뮤직 등 여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음악 추천 서비스는 이용자가 잘 모르는 곡이면서 취향에 맞는 곡을 소개하는 데 의의가 있다. 국내 음원업체도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다양한 국가의 7000만 개의 음원과 3억 명의 이용자 데이터를 보유한 스포티파이 노하우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평가다.

    추천 서비스는 취향 저격, 나머지는 글쎄…

    하지만 추천 서비스와 방대한 라이브러리만으로 국내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양대 포털사이트 업체(카카오-멜론·네이버-바이브)와 통신사(SKT-플로·KT-지니)가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상위 3개 업체의 점유율은 73%(닐슨코리안클릭). 변화를 싫어하는 한국 소비자의 ‘안정 추구’ 성향이 음원 시장을 더 견고하게 만든다. 리서치 기관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콘텐츠 리포트 2020’에 따르면, 국내 1위 업체인 멜론 이용자 82.4%가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유로 ‘익숙함’을 꼽았다. 

    국내 음반사와의 음원 계약도 현재 진행형이다. 스포티파이는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M과 음원 협상을 맺지 않은 채 한국 서비스를 개시했다. 카카오M은 음악 레이블 4개사를 소유하고 TV조선 ‘미스 트롯’, MBC ‘놀면 뭐하니’ 등 유명 방송 프로그램 음원 유통을 맡고 있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애플뮤직도 국내 음원 확보에 난항을 겪어 초반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음원 서비스업체에 비해 높은 가격(1인 기준 월 1만900원, 2인 기준 1만6350원)도 소비자에게 장벽으로 작용한다.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가격은 월 8000원 수준이다. 광고를 들으면 무료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서비스도 빠졌다. 이 때문에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정식 출시됐지만 여전히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해 해외 계정으로 스포티파이를 사용하겠다는 이도 많다.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해도 스포티파이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스트리밍 외에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9월 ‘뮤직 비즈니스 월드와이드’와 인터뷰하면서 “향후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일종의 오디오 서비스’를 소비할 것”이라며 “우리는 향후 10년 내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종의 오디오 서비스(some sort of audio service)’리는 말에는 음원뿐 아니라 팟캐스트와 같은 오디오 콘텐츠가 포함된다. 미국 인터랙티브광고협회(IAB)는 올해 미국 팟캐스트 광고 매출을 10억 달러(1조1000억 원)로 예상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억4000억 달러가 증가한 수치다.

    해리 왕자 팟캐스트 한국에서도?

    2020년 7월 스포티파이는 미셸 오바마의 팟캐스트(The Michelle Obama Podcast)를 독점 서비스했다.   [스포티파이 유튜브 채널 캡처]

    2020년 7월 스포티파이는 미셸 오바마의 팟캐스트(The Michelle Obama Podcast)를 독점 서비스했다. [스포티파이 유튜브 채널 캡처]

    ‘비디오 시대에 다시 급부상하는 오디오 서비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쓴 박교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부상을 이렇게 분석했다. 

    “누구나 쉽게 제작하고 참여할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의 인기도 이를 잘 보여준다. 이미 포화 상태인 음원 시장보다 팟캐스트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실제로 스포티파이는 2019년에 미국 팟캐스트 제작사 앵커(Anchor), 김릿(Gimlet), 파캐스트(Parcast)를 4억 달러(4400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5월부터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팟캐스트 중 하나인 ‘The JRE’를 독점 서비스하고 있다. 미셸 오바마와 영국 해리 왕자도 스포티파이와 팟캐스트 독점 계약을 맺었다. 스포티파이는 올해 안으로 한국에서도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는 고전이 예상된다. 큐레이션 서비스가 대다수 소비자에게 매력으로 다가갈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팟캐스트 등 새로운 국내시장 활로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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