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과 복지정책 경쟁시켜야
국민의힘 기본소득엔 기본이 없다
정치적 지위는 수단이지 목적 아니다
선동하려다 물 위의 배처럼 뒤집어질라
대통령 자질? 용기와 결단이라 생각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존 복지정책도 계속 확대해 나가면서 새 정책인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해 정책 간에 경쟁을 시키자”고 주장했다. [조영철 기자]
기본소득과 복지정책 경쟁시켜야
여야 안팎에서 협공을 받고 있는 이 지사를 2월 17일 ‘신동아’가 단독으로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공정성이 훼손되는 일이 늘어나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듣기 위한 자리였고, 실제 그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지만, 기사 마감 일정으로 인해 지면에는 기본소득과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싣고 나머지 인터뷰 기사는 추후 신동아 홈페이지에 공개키로 했다. 이 지사는 “저는 기본소득으로 기존 복지정책을 대체하자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복지정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저의 주장을 왜곡해서 허수아비를 만든 다음 거기에 사격하는 ‘허수아비 전법’이 너무 심하고 답답해 보인다”고 말했다.“기존 복지정책도 계속 확대해 나가면서 새 정책인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해 정책 간에 경쟁시키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양쪽을 병행하면서 한쪽이 비효율적이면 그걸 줄이고, 다른 쪽이 효율적이면 그걸 늘리면 된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지출은 OECD 평균치(GDP 대비 20.1%)에만 비교해도 절반인 11%에 불과하다. 저부담 저복지 국가에서 중부담 중복지, 고부담 고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 어차피 늘려가야 하기 때문에 신복지든, 복지 확대든 그대로 해나가고, 거기에 더해 기본소득제까지 하자는 거다. 또 기본소득제가 만병통치약이라 한 적도 없다. 기본소득은 보약이다.”
-기본소득은 정말 가보지 않은 길이고,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갖는 게 사실이다.
“안 가 본 길인 것은 맞다. 믿지 못하는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구상한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기본소득(한국형 기본소득)을 국민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정부의 1차 재난지원금은 가구별 지원이긴 했지만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갔기 때문에 기본소득에 가까웠다. 그래서 저는 이걸 재난기본소득이라고 이름 붙였다. 경기도가 먼저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했고, 그때 국민들이 이게 얼마나 경제적으로 유용한지 눈으로 봤다. 지금도 특히 소상공인들이 보편 지원을 많이 요구한다. 그 효과를 느껴봤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2차 재난기본소득 명목으로 이번 설 전에 1인당 10만 원씩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다.
“신청 시작 16일 만에 70%(947만 명)가 신청했다. 타 지역에서 1인당 20만 원이 넘게 들어가는 금액을 선별 지원했는데, 한 구청장이 시장에 들렀다가 상인들에게 욕먹었다고 한다. 지역화폐로 주지 않고 현금으로 줘서 자신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본소득은 총수요 부족으로 구조적 경기 침체를 겪고, 저성장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겪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양극화를 완화하는 복지정책인 동시에 소비를 어느 정도 유지시키는 성장 정책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 기본소득엔 기본이 없다
-국민의힘도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제를 담았는데, 이것과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는 어떻게 다른가.“국민의힘이 말하는 기본소득은 간단하게 말해서 사이비다. 기본이 없는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지원하는 정책인데, 국민의힘은 선별해서 지원하자는 것이니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존의 복지정책을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가짜다.”
-기본소득과 관련해 최근 페이스북에 “이제는 더 구체적인 세부 논의로 들어가야 할 때”라고 적었다. 세부 논의라는 것은 법제화를 의미하나.
“단기적으로는 증세 없이 순차적으로 소액으로 시행할 것이기 때문에 입법화는 더 많은 국민이 합의할 때까지 조금 미뤄도 된다. 지금 논의해야 할 세부적인 것은 증세 없이 일반 재원으로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논의하는 것이다. 저는 실용주의자라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적게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 국민이 동의하면 탄소세, 데이터세, 토지불로소득세 등을 기본소득용 목적세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사는 정부의 일반 재원을 아껴 5%의 예산을 조정하면 약 25조 원을 기본소득용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1인당 연간 50만 원씩 지급할 수 있는 규모다. 60조 원 정도의 감면세를 줄여서 25조 원을 추가로 마련하면 1인당 100만 원까지 지급할 수 있다.
-새해 들어 차기 대선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차기 대통령의 조건이나 자질을 생각해 본 적 있나.
“정치인에게는 중심적 가치와 철학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덕목이 그것을 실행할 용기와 결단이다. 새로운 세상,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기존의 잘못된 체제나 정책을 바꿔야 한다. 새로운 정책이나 개혁에는 저항과 마찰이 발생한다. 저항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커지고, 조용히 있는 것보다 불안해 보일 수 있다. 그건 치러야 할 대가다. 저도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그걸 이겨내는 게 용기다.”
정치적 지위는 수단이지 목적 아니다
-탈당설이 불거지고, 여권에서 견제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경쟁 과정에서 좀 더 나은 위치를 차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크게 비난하지는 않는다. 결국은 당원의 뜻에 따라서 상식과 원칙에 따라 가면 될 것이다. 탈당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탈당하거나 당적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 저에게 정치적 지위는 사회에 기여하고 내가 원하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다.”
이 지사는 이 대목에서 작심한 듯 정치권의 선동적 행태를 비판했다.
“이 얘기 한번 드리고 싶다. 정치인들은 정치를 자신들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정치는 국민이 하는 거고 정치인들은 민의라고 하는 큰 강물 위에 떠 있는 포말 같은 것이다. 막 흔들리고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큰 흐름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국민을 함부로 지도하려 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주면서 선동하려고 하다가는 물 위에 뜬 배처럼 뒤집어질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어떤 정치인보다 높은 정치의식을 갖고 있고, 그게 극적으로 나타난 형태가 촛불혁명이다. 저 같은 사람이 아무런 연고나 세력, 조직, 정치적 후광도 없이 이렇게 인정받는 힘의 원천이 뭐겠나. 바로 국민, 집단지성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