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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 노력 안 하고 국민에게 손 벌리는 KBS

3만6000여 가구가 수신료 환불 요구한 이유

  • 정성택 동아일보 기자 naivecst@empas.com

자구 노력 안 하고 국민에게 손 벌리는 KBS

  • ● 月 2500원→3840원으로 올려달라는 KBS
    ● 대하드라마 제작 등 ‘공적 책무 사업’ 이유
    ● ‘수신료 환불’ 민원, 5년 새 2.3배 급증
    ● 정부·여당 불리한 뉴스 ‘셀프 삭제’한 아나운서
    ● 기소된 최강욱 섭외한 ‘저널리즘 토크쇼 J’
    ● 직원 절반이 억대 연봉자…‘돈 먹는 KBS’
    ● 케이블 채널에 지상파 요금 포함…‘중복 징수’ 논란
    ● 野 “수신료를 전기료에서 분리 징수해야”
3만6273. 지난해 KBS 수신료를 환불받은 가구수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실에 따르면 수신료 환불 가구수는 지난해 역대 최다였다. 이들 가구 중 농어촌 및 시각장애인 수신료 면제와 난시청 등을 제외하면 90.1%가 자발적으로 환불을 요청했다. KBS에 수신료를 내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영향이 있겠지만,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니다. 최근 5년 동안 수신료 환불 가구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6년 1만5746건이던 수신료 환불 가구수는 5년 사이 2.3배로 늘었다. 

이런 와중에 KBS는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1월 27일 수신료 인상안을 이사회에 상정했다. 현행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올리는 안이다. KBS의 수신료 인상은 2007, 2010, 2013년에 이어 이번에 4번째 시도다. 1981년 2500원으로 인상됐고, 1994년부터는 전기료와 함께 묶여 징수되고 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과거 KBS가 수신료 인상을 시도할 때 적어도 여당은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엔 여당도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시선이 여느 때보다 차갑다. 최근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했다. 수신료 환불이 늘어나는 현상은 시청자들이 KBS를 외면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엇이 KBS로부터 시청자를 이렇게 등 돌리게 하고 있는가.

끊이지 않는 공정성 시비

허성권 KBS노동조합 위원장과 ‘공영방송을 사랑하는 전문가연대’의 조맹기 공동대표, 이영풍 KBS노동조합 정책공정방송실장(왼쪽부터)이 1월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접수에 앞서 편파 진행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KBS 김모 아나운서에 대한 고발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영방송을 사랑하는 전문가연대]

허성권 KBS노동조합 위원장과 ‘공영방송을 사랑하는 전문가연대’의 조맹기 공동대표, 이영풍 KBS노동조합 정책공정방송실장(왼쪽부터)이 1월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접수에 앞서 편파 진행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KBS 김모 아나운서에 대한 고발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영방송을 사랑하는 전문가연대]

KBS노동조합은 2월 7일 김모 아나운서가 지난해 4~9월 정부와 여당 측에 불리할 수 있는 라디오 뉴스 기사 전체 또는 일부를 삭제하거나 정부에 유리한 내용을 넣는 등 뉴스 20여 건을 임의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이래 KBS 노조가 세 번째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KBS노조에 따르면,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주말 오후 2시 라디오 뉴스를 진행하는 동안 임의로 기사 40여 건을 편집했다고 한다. 김 아나운서가 아예 삭제한 기사는 ‘라임 돈줄 김봉현 측근, 수원여객 회삿돈 횡령 혐의 기소’(4월 25일) ‘북 노동신문, 대북 전단 관련 대남공세…항의 집회도 열려’(6월 7일) 등이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7·수감 중)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라임자산운용 사기사건은 전 대통령수석비서관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10월 18일에도 이 의혹을 다루는 뉴스 전체를 삭제했다. 



KBS는 지난해 12월 19일 김 아나운서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 관련 기사를 임의로 고친 것에 대해 코로나19 및 날씨 기사를 2분 내에 다 보도하기 위해 다른 기사를 부득이 편집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9일 김 아나운서는 450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는 기사는 읽지 않았다. 당시는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방역수칙을 강화해 나가고 있던 시점이었다. KBS노조는 지난 1월 김 아나운서를 방송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KBS는 현재 김 아나운서를 라디오 프로그램 업무에서 모두 배제하고 김 아나운서와 관련자들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소된 최강욱 섭외한 ‘저널리즘 토크쇼 J’

KBS의 공정성 논란은 2018년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출연해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최 대표는 지난해 5월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KBS의 보도를 비판했다. KBS에서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조국 전 장관 측 자산관리인)을 인터뷰한 기사를 놓고 최 대표는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보도였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또 조 전 장관 보도에 대해 ‘분풀이 저널리즘’이라고 규정지었다.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아직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조 전 장관 관련 의혹을 활용한다는 논리였다. 

당시 최 대표는 조 전 장관 아들의 법무법인 인턴 증명서를 허위 발급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KBS 내부뿐 아니라 시청자 비평 프로그램에서도 최 대표의 출연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KBS 시청자 평가원인 유용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지난해 6월 방영된 KBS ‘TV비평 시청자데스크’의 ‘TV를 말한다’ 코너에서 “본인(최 대표)이 관련된 사안에 대한 보도를 본인이 비평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이런 방식의 섭외가 최선이었을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1월 1심에서 최 대표의 혐의를 인정해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9년 6월 방영된 시사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의 ‘태양광 복마전’편을 놓고는 청와대 외압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태양광 사업 관련 특혜 등 의혹에 청와대가 관련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다.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어떤 사무실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주며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쓰던 곳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가 나간 뒤 윤도한 전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의 정정보도 요구가 있었고, 이후 예정됐던 재방송은 결방됐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의 입장문 발표도 유보됐다. 이후 김의철 KBS 보도본부장은 사표를 냈다.

“답답하네..
너네가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리 회사 정년보장 되고요
수신료는 전기요금 포함돼서 꼬박꼬박 내야 되고요
평균 연봉 1억이고 성과급 같은 거 없어서 직원
절반은 매년 1억 이상 받고 있어요...
제발 밖에서 우리 직원들 욕하지 마시고
능력 되시고 기회 되시면 우리 사우님 되세요~”


1월 31일 온라인 익명 직장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다. 글을 쓴 사람은 실제 KBS 직원으로 추정된다. 블라인드는 해당 회사의 e메일로 인증을 받아야 해서 직원이 아닌 사람이 해당 글을 쓸 수 없다. 이 글은 KBS가 구조개선 등 자구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수신료 인상만 추진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각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올라온 글이다. KBS의 방만 경영이 더 문제라는 지적에 ‘부러우면 KBS에 입사하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린 것이다. 

KBS는 KBS의 고비용 구조를 비판하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지적에 대해 해명 입장을 밝혔다가 수신료 인상 반대 여론을 더 키우기도 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KBS 직원 중 1억 원 이상 연봉자가 60% 이상이고 이 중 무보직자가 2053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S는 1억 원 이상 연봉자 비율은 46.4%고 무보직자는 1500여 명이라고 해명했다. 스스로 직원 4700여 명 중 절반이 억대 연봉자라고 공개한 셈이다. KBS는 무보직자라도 국장 등 직책이 없을 뿐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이들이 업무에 따른 책임과 권한에 합당한 연봉을 받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野 “수신료 분리 징수해야”

KBS의 해명을 놓고 KBS의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KBS가 인건비로 지출한 돈은 5264억 원(잠정)이다. 전체 비용 중 37.1%를 차지한다. 일반 기업과 비교하면 인건비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다른 지상파방송과 견줘도 MBC는 20%대, SBS는 10%대 인건비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KBS는 최근 5년간 연평균 5200여억 원의 인건비를 계속 지출하고 있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기 앞서 2023년까지 직원 1000명을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정년 등에 따른 자연 퇴직 900여 명을 반영한 계획이다. 실제로 줄이는 인력은 100명인 셈이다. 게다가 KBS는 수신료를 인상해야 하는 근거로 ‘공적 책무 사업’을 확대하겠다면서 57개 사업을 적시했다. 대하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콘텐츠 제작에만 4110억 원을 책정하는 등 총 1조8145억 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엇을 더 개혁하고 줄일 수 있는지 ‘뺄셈의 고민’은 부족하고 ‘덧셈의 계획’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신료 인상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확정된다. 그런데 여야 모두 반대하는 기류다. 여당은 KBS의 자구 노력 없이 국민 부담을 늘리는 KBS의 수신료 인상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위원도 공정성 논란 및 자구 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KBS 수신료 인상 추진에 반대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수신료와 전기료를 따로 징수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KBS가 수신료 인상안을 이사회에 상정한 1월 27일, 수신료와 전기료 분리 징수 내용이 포함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방송법 64조에 따르면, TV가 있는 집이면 무조건 매달 수신료 2500원을 전기료와 함께 내야 한다. 과거 수신료를 전기료와 따로 거둘 때는 수신료 징수율이 50% 수준이었지만 1994년 방송법 개정으로 수신료를 전기료에 합쳐서 징수할 수 있게 된 뒤로 징수율은 평균 95%가 넘는다. 

시청자는 선택권 없이 무조건 돈을 거둬가는 것도 문제지만, 달라진 방송 환경에서 중복으로 돈을 내야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케이블방송 유료 방송 채널을 구매할 경우 지상파방송 채널의 시청까지 포함된 요금을 내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KBS의 수신료까지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수신료 부과 기준이 되는 TV 보유 가구 조사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테면 TV가 있던 가구가 이사를 간 뒤 그 집으로 들어온 가구는 TV가 없는데도 수신료를 계속 징수하는 경우다. 

윤상직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방송법에 ‘TV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KBS에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현실에서는 수상기 소지자의 등록 신청 없이 수상기가 등록돼 수신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전력공사도 수상기 등록 절차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고 수상기 소지자에게 등록 신청도 받지 않고 있다. 수신료 징수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수상기를 새로 등록하고 지금까지 위법하게 징수해 온 수신료는 전액 몰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수상기 등록 대장에 포함돼 있는 주소지 등 개인정보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러한 절차 없이 위법하게 수집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KBS 이사회의 진정성

양승동 KBS 사장이 1월 27일 이사회에 참석해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양승동 KBS 사장이 1월 27일 이사회에 참석해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KBS는 “자발적인 수상기 등록이 이뤄지지 않으면 부득이하게 자체 인력과 아파트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직접 방문, 문서, 전화 등의 방법으로 수상기 소지 여부를 확인한 후 등록을 권고하여 처리하고 있다”며 “수상기 등록은 수상기를 소지한 최초 시점에 한 번만 등록하면 되기 때문에 기존 주택과 아파트는 이미 97% 이상 등록된 상태이고, 새로 등록해야 할 대상은 신규 입주 아파트나 주택이지만 KBS가 전출입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 TV가 없는 가구에 수신료가 부과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는 제도와 법령의 미비로 발생하는 문제라서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 지속적으로 보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개인정보 불법 수집 논란에 대해선 “KBS가 수행하는 수신료 징수 업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BS 이사회는 수신료 인상에 대한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거쳐 수신료 인상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붙여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에 전달한다. KBS가 이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지금까지 제기된 논란과 지적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접근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정성택 동아일보 기자 naivecst@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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