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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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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外

저자와 茶 한잔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흠 많던 음악 천재의 인간적 초상

에드먼드 모리스 지음, 이석호 옮김, 프시케의숲, 360쪽, 1만8000원

에드먼드 모리스 지음, 이석호 옮김, 프시케의숲, 360쪽, 1만8000원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초상화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건 화가 요제프 카를 슈틸러의 그림일 것이다. 자유롭게 나부끼는 백발과 형형한 눈빛, 굳게 다문 입술, 손에 꼭 움켜쥔 악보 등이 특징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천재성으로 거친 운명에 맞섰던 거장의 풍모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많은 사람이 ‘베토벤’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작가 에드먼드 모리스가 쓴 베토벤 평전에는 이 그림이 담겨 있지 않다. 대신 표지를 장식한 건 조각가 프란츠 클라인이 제작한 베토벤의 ‘라이프 마스크’ 사진이다. 클라인은 1812년 실제 베토벤 얼굴을 석고로 떠서 조각상을 만들었다. 그 덕에 40대 초반 베토벤의 참모습이 고스란히 역사에 남았다. 모리스는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한 베토벤 외모를 이렇게 묘사한다. 

“앙다문 입술과 비틀린 턱, 험상궂게 찌푸린 인상에 곰보 자국이 난 이마 아래로 눈을 내리깐 모습이다. 베토벤이 영웅적 흉상에 나타난 우락부락한 거인의 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무척 자그마한 사람이었다는 생각부터 든다.” 

모리스의 짐작처럼 베토벤은 키 170cm가 채 안 되는 작은 체구의 사내였다고 한다. 듣는 사람의 피가 끓어오르게 만드는 강렬한 음악을 많이 남겼지만, 정작 자신은 20대 이후 줄곧 여러 질병에 시달렸다. 1802년 갓 서른을 넘긴 베토벤이 쓴 유서에는 “6년 동안 나는 가망 없이 앓아왔고, 마침내 병증이 끝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대목이 있다. 베토벤은 이때 오스트리아 빈 근처 온천마을에서 건강 회복을 위해 반년쯤 요양을 한 터였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이 빈을 떠나야 했던 또 다른 이유도 털어놓는다. 

“다른 사람들과 가까이 서면 뜨거운 두려움이 닥쳐온다. 내가 듣지 못한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다. 지난 6개월을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보낸 것도 그래서였다.” 



베토벤은 두 명의 동생을 수신인으로 한 이 유서에 ‘내가 죽고 나거든 읽어보고 적힌 대로 따를 것’이라는 단서를 적은 뒤 비밀 서랍에 보관했다.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고 싶을 만큼 극심한 육체적 고통, 그 아픔을 가족에게조차 털어놓을 수 없는 작곡가로서의 현실은 베토벤을 점점 극한으로 내몰았다. 

평전 작가 모리스는 베토벤이 생전에 남긴 메모 등 여러 자료를 통해 화려하지만 참혹했던 거장의 삶을 생생히 재구성한다. 그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영웅’의 포장 안에 담긴 작고 괴로웠던 한 남자의 얼굴이다. 

모리스는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에 대한 평전으로 1980년 퓰리처상을 받은 유명 작가다. 그의 섬세하면서도 힘찬 필력 덕분에 베토벤의 고난과 성취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미국과 중국의 대격돌
이장훈 지음, 세창출판사, 292쪽, 1만7000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선언하는 등 국제관계 복원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 본격적인 패권 전쟁을 준비하려 한다는 해석이 많다. 올해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해로, 중국 또한 미국과의 경쟁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국제 문제 전문 작가인 필자가 눈앞에 다가온 미·중 대격돌 상황에서 한국이 취할 태도에 대해 다뤘다.

사서의 일
양지윤 지음, 책과 이음, 328쪽, 1만6000원
저자는 경기 동두천시에 있는 작은 도서관 ‘지혜의 집’ 사서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좋아하고, 틈날 때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를 상상하곤 하는 저자에게 ‘지혜의 집’은 처음엔 낯설고 답답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1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미로처럼 이어진 서가는 그에게 또 하나의 우주가 됐다. 그 안에서 별처럼 많은 사람과 책 사이를 유영하는 저자의 성장기가 인상적이다.


서가에 꽂힌 한 권의 책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삼천리 벌벌 떨게 한 스무 괴물의 실체

곽재식 지음, 위즈덤하우스, 292쪽, 1만7000원

곽재식 지음, 위즈덤하우스, 292쪽, 1만7000원

조선 태조부터 철종에 이르는 472년(1392∼1863) 역사를 연월일 순으로 정리한 조선왕조실록은 우리 기록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 책 곳곳에 조선 땅을 뒤흔든 괴물 이야기가 담겨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입이 셋 머리가 하나인 귀신(三口一頭鬼·삼구일두귀)이 하늘에서 내려와 한 번에 밥 한 동이 두붓국 반 동이를 먹었다.” 

1470년 5월 26일 성종실록에 기록된 내용이다. 함평 등 전남 각지에 이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성종은 전라도 관찰사에게 사건 실체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한다. 

“괴물이 밤에 다니는데 지나는 곳에 검은 기운이 캄캄하고 뭇수레가 가는 듯한 소리가 난다.” 

1545년 7월 2일 인종실록의 한 대목이다. 이 또한 그 시절 뭇사람 사이에서 떠돌던 소문이다. 실록은 “사람들이 소문에 현혹돼 떼를 지어 떠들고 궐하(闕下)에서 네거리까지 징을 치며 쫓으니 소리가 도성 안에 진동했다. 순졸(巡卒)도 막을 수 없었다. 이와 같이 3∼4일 계속된 후에 그쳤다”고 기록했다.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은 이처럼 조선왕조실록 등 여러 사료에 남아 있는 우리 옛 괴물 이야기를 발굴해 소개한 책이다. 수백 년 전 우리 조상을 벌벌 떨게 한 존재가 무엇이었는지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2007년부터 관련 자료를 수집해 온 SF 작가 곽재식의 지식은 ‘도깨비’ ‘흰 여우’ 등 현대인에게 익숙한 괴물 수준을 넘어선다. ‘안시객’ ‘녹족부인’처럼 이름만으로는 도통 실체를 짐작하기 어려운 괴물은 물론 ‘인어’ ‘사자’처럼 우리 땅에도 이런 이야기가 전해졌나 싶은 괴물 전설까지 풍성하게 책에 담아낸다. 

곽 작가가 이 작업을 시작한 건 “괴물 기록에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사회상, 세상을 이해하는 관념과 문제의식 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사료에서 “요즘 어느 지역에 어떻게 생긴 괴물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돈다” 같은 기록 한 줄을 찾아내면, 그것을 출발점 삼아 본격 연구를 시작했다. 해당 이야기가 처음 등장한 게 언제인지,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 사람이 누군지, 당시 사회상이 어땠는지 등을 분석해 괴물을 둘러싼 시대상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기록 미비로 채울 수 없는 빈 부분은 소설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메웠다.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을 읽다 보면 모양과 습성이 괴이한 미지의 존재뿐 아니라 그들을 두려워하고 때로는 공경한 그 시대 사람들 모습까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책에는 조선 팔도 어느 지역에서 어떤 괴물이 출몰했는지 보여주는 ‘조선괴물지도’와 해당 괴물 모습을 상상해 민화 형식으로 그린 삽화가 수록돼 읽는 맛을 더한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신, 만들어진 위험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김영사, 364쪽, 1만6800원 
신이 인간을 만든 게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신작. 원제는 ‘Outgrowing God’이다. ‘outgrow’는 사람이 성장하며 몸이 커져 과거 옷을 입지 못하게 되는 걸 뜻하는 단어다. 도킨스는 우리가 이성의 힘을 믿고, 인류가 축적해 온 과학 지식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를 옭아매 온 신에 대한 비이성적 믿음을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에디슨·테슬라의 전기혁명
맹성렬 지음, 도서출판 지선, 296쪽, 1만8000원
오랜 세월 인류 발전을 이끌어온 석유 사용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변화 영향이다. 저자는 이제 우리가 본격적으로 전기 문명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보며, 전기 혁명을 이끈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를 집중 조명한다. 천재 발명가로 유명한 에디슨뿐 아니라 오늘날 교류전기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테슬라의 삶 또한 흥미롭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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