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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쏘아올린 ‘비트코인’이라는 꿈

[잇츠미쿡] 두 번째 기로에 선 암호화폐 시장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테슬라가 쏘아올린 ‘비트코인’이라는 꿈

  • ● 테슬라 투자 알려지자 비트코인 5만 달러 돌파
    ● 비트코인 전도사가 된 美 소프트웨어 회사
    ● 美 은행도 암호화폐 취급 시작
    ● 투기·환경오염 조장 시각도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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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테슬라가 15억 달러(약 1조6968억 원)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테슬라의 투자 소식 후 급등세를 보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2월 16일 처음으로 5만 달러 선을 돌파했다. 월가의 이목은 기업의 투자 흐름이 안전자산인 금에서 비트코인으로 바뀔지 여부에 쏠렸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진 건 회사 측이 연방 금융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보고서(Form 10-K)가 2월 8일 공개되면서다.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산 이유는 이렇다. 

“1월 보유한 현금에 대한 유연한 투자 정책을 도입했다. 운영자금 용도를 제외한 현금 자산 투자를 다변화하고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테슬라는) 디지털 자산, 금괴, 금 상장지수펀드(ETF), 대체 준비 자산(alternative reserve assets)에 투자할 수 있다.” 

새 투자 정책을 도입한 후 테슬라는 15억 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2020년 12월 말 현재 테슬라가 보유한 현금은 총 194억 달러(22조 1400억 원). 보유한 현금 자산의 약 7.7%를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이다. 테슬라 제품을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연례보고서가 공개되자 하루 전 3만8000달러(4300만 원)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4만6000달러 수준까지 올라갔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5만7000달러(6500만 원)를 넘었다가 현재 5만 달러 언저리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비트코인 투자를 주도한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라는게 정설이다. 일론 머스크가 2월 18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살펴보자. 

“분명히 말해 두자면, 나는 투자자가 아니라 엔지니어다. 하지만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황일 때 다른 투자처를 찾아보지 않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비트코인 ‘전도’한 마이크로스트래터지

미국 상장기업이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건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스트래터지(MicroStrategy)가 처음이다. 마이크로스트래터지는 지난해 8월 현금 2억5000만 달러(2854억 원)를 들여 2만1454개의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3월 1일 공개된 SEC 보고서(Form 8-K, 수시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측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비트코인에 투자한 금액은 21억8600만 달러(2조5000억 원)다. 

마이크로스트래터지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이클 세일러. 그는 지난해 회사 차원의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뒤 ‘비트코인 전도사’로 변신했다. 그는 방송 인터뷰와 회사 차원의 화상 세미나를 통해 “비트코인은 실생활에서 쓰는 통화 개념이 아니라 금과 같은 가치 저장 수단이다. 자산이동도 간편하다. 기업이 자산 일부를 투자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라고 말한다. 비트코인이 이제는 ‘디지털 골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도 바로 세일러 CEO다. 그는 지난해 12월 트위터에서 머스크 CEO에게 공개적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권유했다. 주주에게 더 큰 이익을 돌려주고 싶다면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다른 기업이 뒤따라오게 될 거라는 얘기였다. 머스크 CEO는 기업 차원에서 막대한 금액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게 가능한지 물으며 곧바로 관심을 보였다. 세일러 CEO는 구체적 투자 방식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1월 테슬라는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금융권에서도 비트코인 투자 바람

3월 4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5만 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뉴스1]

3월 4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5만 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뉴스1]

언급한 두 회사를 제외하고도 미국에서 기업 차원의 비트코인 투자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핀테크 기업 스퀘어(Square)가 지난해 10월 비트코인에 5000만 달러(571억 원)를 투자한데 이어 2월까지 추가로 1억7000만 달러(1942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스퀘어는 트위터 창업자이자 ‘비트코인 신봉자’로 알려진 잭 도어시 CEO가 트위터에 이어 창업한 회사다. 또 다른 핀테크 기업 페이팔은 지난해 11월 이용자가 앱에서 비트코인을 사고 팔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금융권 역시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인다. 보험사 매스뮤추얼(MassMutual)은 지난해 12월 비트코인을 사는 데 1억 달러(1142억 원)를 썼다. 대체로 안전자산에 투자해 온 대형 보험사가 당국의 허가를 받아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자 대형 수탁은행인 뉴욕멜론은행(BNY Mellon)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취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뉴욕멜론은행은 고객인 자산운용사들을 위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보관·이전하고, 관련 서류를 발급하는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또 마스터카드는 “올해 안에 암호화폐 결제를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급등세가 한순간에 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비트코인 자체가 아무런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 필요한 전기에너지를 감안하면 환경오염만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닥터 둠(Dr. Doom)’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루비니 교수는 2월 초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비트코인이 ‘디지털 골드’라는 주장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에서 거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던 2017년과 2018년 1000달러에서 2만 달러까지 급등했다 다시 300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가격 불안정성도 거론했다. 일부 기업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고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美 정부 규제 가능성도

정부 규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미국 정부가 여전히 비트코인을 규제와 단속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의회 청문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이 탈세와 돈세탁 같은 범죄에 사용되고 투기적 성격이 강하며, 전기에너지 소모 때문에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여러 차례 비판했다. 다만 정부 내부의 목소리가 모두 같은 건 아니다.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 지명자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가치를 강조하며 대학에서 암호화폐를 가르쳐온 학자다. 그는 청문회 과정에서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강조했을 뿐 암호화폐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2017~2018년에 이은 두 번째 ‘비트코인 광풍’이다. 2018년 상황과 달리 기업과 기관이 투자에 뛰어들고 관련 산업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디지털 골드’로 불리는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엇갈린다. 투기로 발생한 거품이 결국 무너지고 각국 정부 규제가 강화돼 암호화폐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이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며 비트코인 생태계가 단단해질 것인지, 2018년 개인투자자가 겪은 폭락의 악몽이 재현될 것인지 암호화폐 시장은 두 번째 기로에 섰다.



신동아 2021년 4월호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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