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호

전기차, 2023년 이후 가솔린차보다 싸진다

“늦으면 망한다” IT업계 사활 건 모빌리티 패권 경쟁

  • 박원익 더밀크코리아 부대표

    wonick@themiilk.com

    입력2021-04-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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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S, 모빌리티 시장 최고 서포터 노린다

    • 스마트폰 다음 모빌리티 노리는 구글

    • 사람 손 닿지 않는 배송 꿈꾸는 아마존

    • 아이폰 다음 효자상품 노리는 애플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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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빌리티(mobility·이동수단) 산업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실리콘밸리 빅테크(Big Tech) 기업의 경쟁이 뜨겁다.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차세대 디바이스(기기)로 자동차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자동차가 ‘움직이는 컴퓨터’로 진화, 새로운 혁신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출현에 힘입어 성장해온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먹거리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애플은 어떤 전략과 방향성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모빌리티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핵심 기술·서비스 트렌드로 꼽히는 △딥러닝(Deep Learning·심층학습) △로보택시(Autonomous Ride Hailing) △전기차(Electric Vehicles)를 중심으로 4대 빅테크 기업의 전략을 분석했다. 

    딥러닝은 2015년 이후 ‘알파고(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대국)’의 등장으로 큰 주목을 받으며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 인공지능(AI) 기술 분야다. 

    딥러닝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단순화하면 ‘데이터에 의한 프로그래밍(Code Written by Data)’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는 과거 사람이 하던(Code Written by Humans) 일을 기계가 할 수 있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모빌리티 주도권 핵심은 딥러닝, 로보택시, 전기차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사물과 환경을 ‘인지’하는 능력이 중요하며 딥러닝이 주로 이 역할을 담당한다. 센서와 카메라가 정보를 수집하면 그것이 사람인지 고양이인지 분별하는 건 딥러닝의 몫이다. 자동차 운전자는 시각을 통해 90%의 정보를 확보하는데, 현재 딥러닝은 얼굴 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수준, 혹은 그 이상의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다량의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딥러닝의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은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로보택시는 운전수가 없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택시를 말한다. 이 기술은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MaaS·Mobility-as-a-Service)’ 관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로보택시가 딥러닝 기반 자율주행을 널리 활용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업체가 로보택시 플랫폼을 운영할 경우 데이터 확보에도 유리하다. 

    테슬라(Tesla), 로쿠(Roku) 같은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미국 투자회사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는 승차 공유(ride hailing) 시장이 로보택시로 발전하며 시장 규모가 2020년 1500억달러(약 168조7500억 원)에서 2030년 6조~7조달러(약 7875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로보택시 서비스가 등장하면 거리 대비 이동에 드는 가격(Average Price Per-Mile)이 일반 택시에 비해 50~88% 저렴해지고, 이에 따라 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비용이 28%씩 감소하며 2023년에 전기차 가격과 가솔린차 가격이 비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격이 비슷해지는 2025년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2020년의 20배인 40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마이크로소프트, B2B 인프라 공급자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GM의 자율주행차 크루즈(왼쪽). 구글의 자율주행 시스템 웨이모를 탑재한 차량이 달리고 있다(오른쪽). [GM 제공, 웨이모 홈페이지 캡쳐]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GM의 자율주행차 크루즈(왼쪽). 구글의 자율주행 시스템 웨이모를 탑재한 차량이 달리고 있다(오른쪽). [GM 제공, 웨이모 홈페이지 캡쳐]

    MS가 추진하는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오픈 & 협업’이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고 클라우드(가상 서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등 B2B(기업 간 거래) 인프라 공급자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인포테인먼트는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의미가 약간 다르다. 주행 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일 전반을 인포테인먼트라 말한다.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대표적 인포테인먼트 매체다. 

    MS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통해 고성능 컴퓨팅(연산), 데이터 저장 기능을 제공해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20년 1월엔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차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 본격적인 협업에 나서기도 했다. GM의 자율주행차 부문인 ‘크루즈(Cruise)’는 MS와 혼다, 기관투자자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를 유치했다. 

    MS의 전략은 B2B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MS는 아마존 AWS에 이은 글로벌 2위 클라우드 사업자(시장점유율 17.9%)이며 이 부문 매출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MS 오피스 등 다른 주요 소프트웨어 제품 역시 구독 형태로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로 완전히 전환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지휘 아래 회사의 DNA 자체가 클라우드 기반 B2B 기업으로 바뀌면서 다른 기업과 활발히 협업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운 것이다. 실제로 르노닛산, 폭스바겐, 볼보, BMW, 포드, 도요타 등 여러 업체가 MS 애저에서 구동되는 자율주행 개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PC 운영시스템(OS) ‘윈도’ 이후 모바일 환경에서 독자 생태계를 구성할 만한 지배적인 플랫폼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MS의 열린 협업 전략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 넥스트 안드로이드를 찾아서

    MS와 비교하면 구글은 자율주행 기술 상당 부분을 내재화한 상태다. 2016년 웨이모를 독립 기업으로 출범하며 자율주행 기술 선도 기업으로 올라섰다. 구글 역시 기본적으로는 MS처럼 소프트웨어 기반 협업 모델을 표방하고 있지만, 직접 자율주행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처지가 사뭇 다르다. 내재화한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 플랫폼을 구축,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헤게모니를 쥐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웨이모는 현재 자율주행 시장 경쟁력 1위 기술업체로 평가된다. 가장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한 회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웨이모는 2020년 공공 도로에서만 2000만 마일(3218만 6880km) 이상의 주행 테스트를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웨이모는 현재 로보택시 서비스인 ‘웨이모 원(Waymo one)’을 론칭해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물류 서비스인 웨이모 비아(Waymo via)도 시험 중이다. 지난해 볼보,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다임러와 자율주행차 개발 관련 파트너십도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은 ‘넥스트 안드로이드’를 찾으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시스템인 안드로이드는 애플 iOS와 더불어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시장을 지배하며 플랫폼 사업자 지위를 누리는 만큼 모빌리티 산업에서도 플랫폼 장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샤오미, 오포 등 다양한 업체에 안드로이드를 공급하는 것처럼 자율주행 핵심 기술 및 시스템을 주요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구글이 모빌리티 업계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구글은 딥러닝 및 클라우드 서버 성능 개선을 위해 ‘TPU(Tensor Processing Unit·자체 개발 AI 칩)’, 양자컴퓨터 등 하드웨어도 직접 개발하고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와 ‘안드로이드 오토’라는 이름의 인포테인먼트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월 1일(현지 시각) 향후 6년간 포드 차량에 구글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마존, 배송·물류를 넘어

    아마존이 인수한 ‘죽스(Zoox)’의 자율주행 택시.  [Zoox 제공]

    아마존이 인수한 ‘죽스(Zoox)’의 자율주행 택시. [Zoox 제공]

    아마존은 모빌리티 사업이 주력 사업인 이커머스 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율주행 및 전기차 상용화로 물류·배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2020년 6월 자율주행차 개발업체인 ‘죽스(Zoox)’를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에 인수, 반년 만인 2020년 12월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죽스는 현재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와 캘리포니아주에서 안전성 검증을 위한 시험주행을 계속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로보택시가 승객을 태우고 주행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죽스는 시험 운행이 완료되면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에서 모바일 앱 기반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리비안(Rivian)에 투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리비안은 미국에서 픽업트럭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포드가 투자한 트럭 전문 전기차업체다. 아마존은 2022년 전 세계에 배송용 전기승합차 1만대를 투입하고, 2030년까지는 리비안으로부터 10만대 규모의 전기승합차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물류 효율성을 높이려는 아마존의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고,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다. 2012년 로봇 회사인 키바 시스템(Kiva Systems)을 인수해 창고 물류 시스템을 개선한 게 대표적인 예다. 죽스 인수에 앞서 2019년에도 자율주행 기술 업체 오로라(Aurora)에도 투자한 바 있다. 

    매출 비중 13%를 차지하는 클라우드(아마존웹서비스·AWS) 역시 모빌리티 산업과의 중요한 연결고리다. 시장 1위 클라우드 업체인 만큼 페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 전송, 고성능 클라우드 컴퓨팅, 클라우드 기반 딥러닝 툴을 지원하고 있으며 블랙베리와 협업해 지능형 차량용 데이터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애플, 칩 기반 독자 생태계 구축

    애플은 4개 빅테크 중 가장 독특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현재 ‘카플레이’ 등 인포테인먼트 비즈니스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결국 자율주행 및 전기차 사업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플은 2014년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이름으로 자동차 개발, 자율주행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왔으며 테슬라 엔지니어를 영입하거나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꾸준히 모빌리티 사업을 준비해왔다. 2019년에는 AI 분야 석학으로 꼽히는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가 이사회에서 활동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드라이브닷에이아이(Drive.ai)’를 인수하기도 했다. 

    애플의 비즈니스 구조가 하드웨어 중심인 회사다. 애플은 연간 매출 80%를 하드웨어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아이폰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도 회계연도 이후 아이폰의 연간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의 뒤를 이을 히트작이 절실한 상황이다. 

    애플은 스마트폰(A시리즈), 랩톱 컴퓨터(M시리즈)에 자체 설계 칩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칩 부문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실제로 최근 출시한 A14바이오닉칩과 M1칩의 경우 퀄컴, 인텔 칩을 압도하는 성능을 기록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애플이 칩 중심의 독자적인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이미 마련된 셈이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은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자동차 시장 진입으로 파괴적 변화가 예상된다. 플랫폼이 되기 위한 기업 간 협력과 경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종 기업 간 협력모델을 발굴하는 등 변화하는 생태계에 초점을 둔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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