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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VS 배트맨, 美 증시서 테슬라 두고 ‘맞짱’ [잇츠미쿡]

2008 금융위기 예측한 마이클 버리 이번에도 대박?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아이언맨 VS 배트맨, 美 증시서 테슬라 두고 ‘맞짱’ [잇츠미쿡]

  • ● ‘머스크 쇼크’ 위기 맞은 현실 속 아이언맨
    ● ‘빅쇼트’ 주인공 테슬라 하락에 운용자산 40% 투자
    ● “테슬라·암호화폐는 모두 거품”
    ● 침묵하는 일론 머스크, ‘돈나무’가 대변한다
5월 17일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가 테슬라 풋옵션을 대량으로 사들인 사실이 알려졌다. 풋옵션은 주가가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5월 17일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가 테슬라 풋옵션을 대량으로 사들인 사실이 알려졌다. 풋옵션은 주가가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일론 머스크는 현실 속 아이언맨으로 불린다. 글로벌 시가총액 9위 기업 테슬라를 이끄는 억만장자이면서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를 창립한 혁신가의 모습이 영화 속 아이언맨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 ‘아이언맨’을 연출한 존 패브로 감독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분한 토니 스타크에 대한 영감을 머스크로부터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아이언맨은 최근 위기를 맞았다. 머스크가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번복해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출렁였기 때문이다. 5월 19일 테슬라 주가도 지난 11월 이후 최저점(563.46달러)을 기록했다.

머스크의 위기를 예측한 이는 영화 ‘빅쇼트’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하고 주가하락에 투자해 큰돈을 번 것으로 유명하다. 5월 17일 버리가 이끄는 자산운용사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Scion Asset Management)가 테슬라 풋옵션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졌다. 풋옵션은 주가 하락 시 돈을 버는 파생상품이다. 유명 자산운용사가 테슬라 주가 하락에 대량으로 베팅했다는 사실은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빅쇼트’에서 버리 역을 맡은 배우는 배트맨 3부작으로 유명한 크리스찬 베일이다. 테슬라 주가 등락을 두고 현실에서 맞붙은 아이언맨과 배트맨. 승자는 누가일까.

13F 보고서가 말하지 않는 것

2012년 미국 UCLA에서 마이클 버리가 졸업식 축사를 하고 있다. 버리는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해 유명해졌다. [UCLA 유튜브 채널 캡처]

2012년 미국 UCLA에서 마이클 버리가 졸업식 축사를 하고 있다. 버리는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해 유명해졌다. [UCLA 유튜브 채널 캡처]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가 테슬라 주가 하락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진 5월 17일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13F 보고서’가 공개된 날이다. 13F 보고서는 미국 증시에서 1억 달러(약 1100억 원) 이상 금액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가 분기별로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해야 하는 보유 종목 보고서다. 소액 개인투자자들은 이 보고서를 통해 시장의 ‘큰손’들이 어느 회사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SEC 전자공시시스템(EDGAR)에 게재된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 13F 보고서를 보면, 이 자산운용사는 3월 31일 기준 5억3441만 달러(5920억 원)를 투자해 테슬라 주식 80만100주에 대한 풋옵션 8001건(풋옵션 1건당 100주)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 금액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39.47%에 이른다.



풋옵션은 주식을 계약한 기간 내에 계약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다. A가 현재 주당 100달러인 주식을 앞으로 한 달 이내 어느 시점에든 같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권한(풋옵션)을 B에게 프리미엄 10달러를 주고 산다고 하자. 만일 한 달 이내에 주식 가격이 80달러로 떨어지면, A는 80달러를 주고 주식을 사서 B에게 100달러에 팔아 20달러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10달러를 제하고도 10달러를 벌게 되는 것이다. 버리의 자산운용사는 3월 31일 기준으로 계약한 기간 내에 계약한 가격에 테슬라 주식을 판매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버리가 테슬라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데 베팅한 건 맞지만 장기적으로 테슬라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까지 예측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가 보유한 테슬라 풋옵션의 계약 기간과 계약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3월 31일 현재 테슬라 주식 총 80만100주에 대한 풋옵션을 보유한 상태였다가 13F 보고서가 공개된 5월 17일 시점에 이미 상당 부분 팔아버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월 31일 종가 기준 667.93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4월 13일 고점(762.32달러)을 찍었다가 5월 17일 576.83달러로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한 이유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가 거둔 수익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버리가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을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장기인지 단기인지 모르지만 테슬라 주식이 떨어질 거라는 데 전체 운용자산의 40% 가까운 금액을 투자했다.

그는 최근 테슬라 주가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2월 18일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가 장기적인 수익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자동차를 팔아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탄소배출권 판매로 이익을 내는데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늘면 이에 따른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버리는 2월 15일엔 올해 하반기에 테슬라 주가가 100달러 밑으로 떨어져도 경제가 망가지진 않을 거라고 혹평했다. 당시 테슬라 주가는 800달러 선을 오가고 있었다. 테슬라 주가와 머스크가 지지하는 비트코인 가격 모두 거품이 크게 끼어 있어서 터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했다. 버리는 테슬라와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함께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빈번하게 트위터에 게시했다.

그러다 SEC 관계자들이 버리를 찾아와 시장에 지나치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일종의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18일 그는 트위터 계정을 삭제하고 일종의 ‘묵언수행’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테슬라 풋옵션을 대량으로 매수한 걸 보면 테슬라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판단은 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대신 나선 ‘테슬라 수호신’ 캐시 우드

버리가 테슬라 주가 하락에 막대한 돈을 베팅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머스크는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그간 머스크는 몇 줄의 트위터 게시글 만으로 테슬라 주식뿐 아니라 각종 암호화폐 가격 변동을 일으켰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5월 19일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의 글을 올렸고, 25일엔 개발자들에게 도지코인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이번 13F 보고서 공개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머스크 대신 버리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은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의 CEO인 캐시 우드다. 이름인 캐시 우드(Cathie Wood) 대신 ‘돈나무(Cash Wood)’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우드는 혁신·미래·기술을 키워드로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가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 수호신을 자처하는 그는 테슬라 주가가 떨어지자 오히려 더 사들였다.

경제전문매체 더스트리트(TheStreet) 보도에 따르면, 아크 인베스트는 지난해 11월 이후 테슬라 주당 주가가 최저점을 기록한 5월 19일, 3900만 달러(432억 원)를 들여 6만9500주를 추가로 매수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켜 가고 있는 테슬라가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할 것이며 주가도 크게 오를 거라고 설파해 온 우드가 다시 한번 테슬라에 크게 베팅을 한 셈이다. 그는 암호화폐 옹호론자이기도 하다. 우드는 앞으로 비트코인이 개당 50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 전망한다.

배트맨 버리와 아이언맨 머스크, 천재 투자자와 천재 기업가가 벌이는 승부의 결과는 2분기 13F 보고서가 공개돼야 정확히 알 수 있다. 다만 암호화폐와 테슬라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준 이른바 ‘머스크 쇼크’를 고려한다면 현재까지는 버리의 판정승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마이클버리 #빅쇼트 #일론머스크 #테슬라 #신동아



신동아 2021년 7월호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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