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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와 권력, 그 참혹한 앙상블[황승경의 Into the Arte]

영화 ‘아수라’ & ‘좋은 친구들’

  • 황승경 공연 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소시오패스와 권력, 그 참혹한 앙상블[황승경의 Into the Arte]

  • ● ‘그알’과 ‘대장동’이 소환한 영화 ‘아수라’
    ● 시장과 검사, 그리고 재개발
    ● ‘흥행 역주행’으로 손익분기점 맞춘 이유
    ● 뉴욕 마피아를 그린 스코세이지의 명작 ‘좋은 친구들’
    ● 간교함과 나약함…인간은 무엇인가
영화 ‘아수라’(왼쪽)와 ‘좋은 친구들’ 스틸컷.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Warner Bros 제공]

영화 ‘아수라’(왼쪽)와 ‘좋은 친구들’ 스틸컷.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Warner Bros 제공]

아수라(阿修羅)는 불교에서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사천왕(四天王)에 딸린 여덟 귀신 중 하나다. 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섯이니 항상 싸움닭처럼 이리저리 싸우기를 좋아한다. 싸움으로 대혼란에 빠진 장소를 아수라장, 아수라판이라고 하고, 일본 만화영화 마징가 시리즈의 아수라 백작은 반은 여성이고 반은 남성인 악한으로 등장한다. 아수라들은 다중인격을 가지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 줄 알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자(소시오패스)들이다. 우리 사회에는 악귀 아수라가 얼마나 될까. 피도 눈물도 없이 자행되는 잔혹하고 치졸한 아수라의 세계가 과연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까.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진 고위직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은 2016년 개봉 영화 ‘아수라’와 권력을 가지려는 소시오패스 갱스터들의 인생 이야기를 실감 나게 다룬 1991년 개봉 영화 ‘좋은 친구들’은 권력의 선과 악은 무엇인지 우리에게 되묻는다.

‘그알’과 ‘대장동’이 소환한 영화

영화 ‘아수라’에 등장하는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 경찰 한도경(정우성 분),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아수라’에 등장하는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 경찰 한도경(정우성 분),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제작비 120억 원을 들인 영화 ‘아수라’는 황정민, 정우성, 곽도원, 주지훈 등 충무로 핫스타들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으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앞서가도 너무 앞서간 허구’ ‘현실적인 개연성이 없다’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폭력 과장’ 등 관객들의 부정적인 입소문으로 관객 수는 하향곡선을 그리며 결국 260만 명에 그쳤다. 영화 ‘아수라’는 손익분기점인 관객 380만 명에 미치지 못하고 흥행에 실패했다. ‘아수리언’이라 불리는 열혈 관객 팬덤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다수의 관객과 평단의 평가는 냉담했다. 그렇게 잊힌 듯했던 이 영화는 공교롭게도 2018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조폭과 권력 파타야 살인사건, 그후 1년’ 편이 전파를 타면서 다시 소환됐다. 지난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에서 발견된 25세 대학생 살인사건 용의자가 경기 성남시의 조직폭렵집단 조직원이고, 이들 조폭 조직원들이 정치 행사에 참여하고, 조폭 출신이 운영하는 단체가 시 예산을 지원받는 등 마치 영화 스토리와 유사하다는 반응 때문이었다.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조폭 출신 기업가 연루설도 불거졌지만 이 지사 측은 조폭유착설 등에 대해 반박하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정치판을 강타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이 다시 이 영화 내용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재조명을 받았고, 윤석열·홍준표 등 국민의힘 대권주자들도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을 ‘아수라 게이트’라고 지칭하며 영화는 다시 소환됐다. 극 중 등장하는 가상 도시 ‘안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시장을 지낸 ‘성남’을 떠올리고, 영어 제목인 ‘Asura: The City of Madness’의 ‘Madness’가 ‘성남’의 중의적 표현이라는 말도 돌면서 단박에 넷플릭스 한국 영화 순위에서 수위권에 오르는 등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김성수 감독은 ‘안남’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설정해 철저하게 추측을 차단했다. 영화 엔딩크레딧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 속 언급된 일체는 허구에 의해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체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영화 ‘아수라’는 감독이 각본을 쓰고 메가폰까지 잡아서인지 메시지는 명확하지만 누아르 장르의 극단적 개성이 너무 뚜렷하다 보니 관객은 캐릭터에 쉽사리 감정이입이 안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들은 국가의 녹을 먹는 시장, 검사, 형사다. 그럼에도 등장인물 중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긍정적인 인물은 안 보인다. 이들은 사회정의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자신의 입신양명과 부귀영화에만 집착해 온갖 불법을 자행한다. 이들의 도시는 무법 도시나 다름없다.

분당 근교의 경기도 안남시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는 자신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서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잔혹한 악덕 시장으로, 그의 하수인이자 부패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은 뒷일을 은밀하게 처리해 준다. 인구 48만 명의 안남시는 매머드급 개발사업을 앞두고 있다. 박성배는 개발공사로 파생되는 막대한 이권을 손아귀에 넣으려 혈안이 돼 있다. 한편 말기암 환자로 기약 없는 투병 생활 중인 한도경의 아내 정윤희(오연아 분)는 박성배 시장과 성이 다른 남매 사이다. 박성배와 한도경은 매형과 처남 사이로 한 가족이지만, 섬뜩한 주종관계인 이들에게서 살뜰한 가족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시장과 검사, 그리고 재개발

영화 ‘아수라’ 스틸컷.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아수라’ 스틸컷.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내의 병원비 때문에 박성배가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해야 하는 한도경은 선거법 위반 항소심의 핵심 증인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같은 동료 경찰인 황반장(윤제문 분)을 실수로 살인하지만, 자신의 정보원이던 마약중독자 작대기(김원해 분)에게 모든 혐의를 뒤집어씌운다. 박성배의 명에 의해 시장 경호팀장으로 가려던 한도경은 수사 중인 살인사건 때문에 자리를 옮기지 못하고 대신 친동생처럼 의지하던 문선호(주지훈 분)를 대신 보낸다.

박성배의 악행을 호시탐탐 눈에 가시처럼 감시하던 검찰은 특수부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박성배 구속’이라는 특명을 내린다. 조직 내 지연도 학연도 없던 김차인은 탄탄대로를 위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는 한도경이 그동안 자행한 온갖 불법 행적을 포착해 이를 빌미로 박성배를 추락시킬 증거를 요구한다. 아내의 병실에 병문안 온 박성배와의 대화를 녹음했지만 박성배가 내미는 돈다발을 보고는 녹음을 삭제한다.

재개발 설명회 날, 박성배는 미리 ‘셀프테러’를 모의해 이미지 세탁을 시도한다. 재개발 반대파로 위장한 시위대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언론을 이용할 줄 아는 박성배는 싸움을 말리는 척하며 커터칼을 들고 돌진한다. 일부러 자신의 머리에 상처를 내 피투성이가 된 박성배의 모습은 행사장에 모인 기자들에 의해 대서특필되고, 박성배에 대한 국민적 선호도는 급상승한다. 재선을 위한 선거자금이 다급했던 그는 급기야 마약에까지 손을 댄다. 자신의 심복인 은실장(김종수 분)을 보내지만 마약까지는 모르고 있던 한도경의 개입으로 일은 틀어진다. 급기야 전복 사고를 내며 폭발한 차량 안에 있던 시가 300억 원 상당의 마약 때문에 박성배는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결국 은실장은 모든 것을 혼자 저지른 일이라며 자수해 모든 죄를 안고 가지만 300억 원의 마약을 혼자 처리했다는 것을 믿을 사람은 없다. 이에 박성배는 달리는 차에서 은실장을 밖으로 밀어 즉사시키고 사고로 위장해 후환을 없앤다.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던 박성배는 은실장의 장례식에서 대성통곡하는 가증스러운 연기까지 펼친다.

영화 ‘아수라’ 포스터.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아수라’ 포스터.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더는 시일을 지체할 수 없는 검찰은 박성배를 체포할 증거를 찾기 위해 장례식장 주차장 한 켠에 배수진을 친다. 한도경은 검찰 측의 ‘결정적 한 방’을 위해 도청 장치와 카메라를 장착하고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가지만 모든 것이 검찰팀의 뜻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검찰팀의 차량은 이내 발각돼 김차인 검사를 필두로 한 수사관들 모두 식장으로 끌려 나온다. 박성배는 무장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투입해 검찰팀을 한 번에 일망타진하면서도 외국인 거주지역 강제철거에 앙심을 품은 미상의 외국인들 소행으로 몰아갈 계획을 세운다. 이를 위해 문선호를 사주해 한도경을 살해하려 했지만, 문선호는 한 때는 친형제 같았던 그에게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실수로 발사된 총알에 맞아 사망한다. 이 총소리를 신호로 장례식장에서는 서로 물고 뜯기며 ‘아수라판’이 연출된다. 결국 박성배를 비롯한 모든 악인은 한날, 한시, 한곳에서 모두 사망한다.

‘아수라’의 진의는 김성수 감독만이 알고 있겠지만, 영화에서 특정 정치인을 유추할 수 있는 여러 포인트도 눈에 띄는 건 공교롭다. 2016년 개봉 당시에는 현실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공직자들이 연루된 피비린내 나는 끔찍한 광경이 곳곳에 펼쳐져 대중의 호응을 얻기는 힘들었다. 그 허무맹랑한 사건을 다룬 영화가 몇 년 주기로 현실로 이입돼 주기적으로 세간에 회자된다는 것도 놀라울 뿐이다.

뉴욕 마피아를 그린 스코세이지 감독

영화 ‘좋은 친구들’ 포스터. [Warner Bros 제공]

영화 ‘좋은 친구들’ 포스터. [Warner Bros 제공]

반면 영화 ‘좋은 친구들’은 1991년 개봉 당시 뉴욕 마피아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주목받았던 영화다. 할리우드의 상업 영화 사이에서 독보적인 개성으로 작가주의 미국 영화계를 50년 동안 이끌어온 마틴 스코세이지(78) 작품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1978년 뉴욕 JFK공항 루프트한자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일어난 당시 사상 최대의 현금 강탈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불과 6인조 강도들이 한 시간 만에 현금 500만 달러와 보석 100만 달러 등 총 2340만 달러(약 243억 원)을 절도한 사건으로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영화 ‘아수라’에도 한도경의 내레이션이 영화 곳곳에서 나오는데, 이 연출기법은 스코세이지가 원조다. 영화 시작은 1955년 주인공 헨리 힐(레이 리오타 분)이 12세 되던 시점부터 시작된다.

영화 ‘좋은 친구들’의 원제는 ‘Good friends’가 아니라 ‘Good fellas’로 번역하자면 ‘좋은 녀석들’로 반어적인 의미다. 영화 ‘좋은 친구들’은 25년의 시간을 담고 있지만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비롯한 여러 연출 기법으로 촘촘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관객은 완벽하게 당시 범죄 조직 분위기에 빠져든다.

갱스터를 동경하는 헨리는 단원들의 잔심부름을 하면서도 갱단의 일원이라는 데에 만족하며 기꺼이 학교도 그만둔다. 경찰에 잡혀 재판장에 나간 헨리는 조직과 관련된 이야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는다. 이를 유심히 본 지미 콘웨이(로버트 드 니로 분)는 어린 헨리에게 호감을 느낀다. 헨리를 수하에 거느리게 된 지미는 각종 불법을 자행하며 자신들을 입지를 공고하게 만들지만 ‘마피아’의 일원은 되지 못한다.

영화 ‘좋은 친구들’ 스틸컷. [Warner Bros 제공]

영화 ‘좋은 친구들’ 스틸컷. [Warner Bros 제공]

이탈리아 마피아는 폐쇄적인 조직으로, ‘패밀리’ 일원이 되려면 철저하게 부모 모두 이탈리아계 미국인만 정식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어머니만 이탈리아계였던 헨리와 부모 모두 아일랜드계였던 지미는 뉴욕 마피아에는 가입하지 못한 채, 변방에서 하부 조직원으로 살아간다. 당시 뉴욕의 거대 마피아 조직은 1950년대부터 다른 도시와 해외로 눈을 돌리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 이를 틈타 다혈질인 토미(조 페시 역)까지 합류하자 지미와 헨리는 ‘삼총사’가 돼 도시를 활보한다. 살인을 서슴지 않던 이들이 두려워할 것은 없었다. 이들은 또 다른 3명을 영입해 뉴욕의 루프트한자항공 화물터미널에 침입해 직원을 인질로 잡고 대담하게 현금과 각종 보석을 훔친다. 세상을 경악하게 만든 이 사건은 뉴욕뿐 아니라 미국을 뒤흔들었고, 배후로 여러 마피아가 지목됐으나 하나같이 연루설을 부인했다.

사건을 추적하던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여자 친구 집 앞에 주차된 도주차량을 발견하고는 이들의 목을 죈다. 마침 금이 가기 시작한 이들의 우정은 서서히 민낯을 보인다. 지미는 비밀 유지를 위해 삼총사를 제외한 나머지 일원을 모두 살해하고, 토미는 예전에 벌였던 살인사건이 문제가 돼 마피아 조직으로부터 잔인한 복수를 당한다. 어릴 때부터 갱스터의 일원임에 자부심을 느끼며 한 치의 두려움도 없던 헨리는 이제야 그간의 악행을 돌이켜보고 자신도 언제 조직에 제거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다.

인간의 간교함과 나약함

마약수사단에 꼬리가 밟혀 조사를 받던 그는 루프트한자항공 화물터미널사건과 마피아 관련 재판에서 모든 것을 증언하는 조건으로 증인 보호 프로그램의 보호를 요청한다. 극악무도한 일을 자행하며 무자비하게 조직의 이익에만 혈안이었지만, 결국 ‘소시오패스’ 답게 자신을 위해 조직을 무너뜨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서로 물고 뜯기며 막장으로 치닫다가 헨리는 증인 보호 프로그램 안의 창살 없는 감옥에서 지내야 했고, 지미는 20년형을 구형받고 교도소에서 사망한다.

모든 예술은 날것이 아니고, 창작자의 입맛에 맞게 가공된다. 치졸하고 잔악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두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간교함과 나약함을 떠올린다. 여기에 소시오패스와 권력의 함수관계를 생각하면, 2500년 전 공연된 연극이 인간에게 끊임없이 경고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아수라 #좋은친구들 #황승경 #영화 #소시오패스 #신동아

황승경
● 1976년 서울 출생
● 이탈리아 레피체국립음악원 디플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성균관대 공연예술학 박사
● 국제오페라단 단장
● 前 이탈리아 노베 방송국 리포터, 월간 ‘영카페’ 편집장
● 저서 : ‘3S 보컬트레이닝’ ‘무한한 상상과 놀이의 변주’ 外




신동아 2021년 12월호

황승경 공연 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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