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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NATO ‘글로벌 안보 파트너십’ 구축해야

  • 반길주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

韓-NATO ‘글로벌 안보 파트너십’ 구축해야

  • ● 新냉전 시기 나토와 미국의 아시아 동맹
    ● 美, 한국을 글로벌 역할 요구되는 중추국가로 인정
    ● 선진강국 대한민국 ‘위상’ 높아진 만큼 ‘역할’ 부담 커져
    ● 책임 다하고 국익 챙겨야
5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의 관계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시키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의 관계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시키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년 5월 21일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의 관계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이러한 동맹의 진화는 세 가지 차원(국내, 동맹, 국제)에서 커다란 함의를 갖는다. 그리고 바로 이 세 가지 차원의 유의미한 변화는 결국 한국의 외교·대외정책에 역대급 변화를 추동할 것으로 보인다.

위상과 인식의 부조화

첫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설정은 국민 스스로가 우리나라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정체성에 신선한 변화를 추동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현재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 강국이다. 하지만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약소국에서 압축 고속 성장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특수성으로 인해 국민들의 국가 정체성이 실제 국가 위상에 동기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한국인은 스스로 선진국 국민이라 인식하는 데 매우 인색한 경향이 있다. 아직도 약소국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이러한 위상과 인식의 부조화를 일치시켜 주는데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설정이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은 한국이 동맹국 미국과 함께 다루는 과제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되고, 나아가 전 세계까지 포함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국민 스스로 한국을 글로벌 국가로 인식하는 추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한미동맹에 불러올 시너지도 적지 않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설정은 한국과 미국이 명실상부한 대칭 동맹으로 진화됐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2022년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을 제시”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는 미국이 신장된 한국의 위상을 인정하면서 이 구상을 지원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은 동맹의 상징성을 넘어 실체적 차원에서 상호 도울 수 있는 관계임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셋째,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 신장에 던지는 함의도 크다. 한국은 10대 경제 선진국이자 6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선진 강국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그 위상에 부합한 역할을 하지 않으려는 관성이 있었다. 지나친 한반도 붙박이형 정책 때문이기도 하고, 중국 눈치 보기도 이러한 관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도 있었다. 전략적 모호성,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균형외교라는 기조 속에서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익 확장에도 빨간 등이 켜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 통로를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단지 한반도를 넘는 것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나아가 전 세계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기에 외교의 지평이 크게 확대되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윤석열 정부의 엄격해진 대북정책

북한은 5월 25일 ICBM급 미사일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짧은 시간차를 두고 3발 발사했다. [동아DB]

북한은 5월 25일 ICBM급 미사일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짧은 시간차를 두고 3발 발사했다. [동아DB]

따라서 이러한 역대급 변화는 역대급 대외정책 변화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재규정된 한미의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은 대외정책에 상당한 파급력을 갖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와 글로벌 무대로 신장된 한미관계 재조정이라는 독립변수는 대북정책, 대중정책, 포괄적 대외정책 측면에서 다양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선 대북정책에서 원칙적이고 엄격한 기조를 지닌다는 점에서 북한 비핵화 해법과 인권 문제를 대하는 접근 방식이 매우 달라질 것이다. 이전 정부가 대북정책을 외교정책 중 하나로 다루지 않고 대북정책을 상위개념화하면서 외교정책을 하위 수준으로 함몰시켰다는 비판에 대한 해법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 해법에서는 핵 확산 억제력 강화에 방점을 두는 가운데 협상의 창구를 마련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북한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확연하게 달라질 것임을 염두에 두고 대응 태세를 시험하려는 도발에 연거푸 나서고 있다. 북한의 도발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다양한 고강도 의제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그대로 구현되는지를 확인하려는 전략적 속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된 것은 확장억제 강화 조치다. 공동성명에서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이라는 표현을 통해 확장억제 스펙트럼을 구체화했고,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도 담았다. 연합훈련 확대 및 전략자산 전개에 대한 논의도 긴밀하게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연합방위태세 제고를 통해 억제를 보다 강화할 것을 약속”했는데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한미 양국은 이러한 의지를 과시하며 일사불란하게 대응했다. 도발 직후 한국의 대통령실과 미국의 백악관 안보 컨트롤타워, 양국의 국방장관, 양국의 외교장관이 북한을 규탄하고 나섰다. 한미 양국 군은 지대지미사일을 해상으로 발사하고 공중 무력시위에 나서는 등 실질적 대응 태세도 과시했다.

이러한 체계적 대응을 목도한 북한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단호한 군사 대응 태세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한미동맹을 교란시키기 위해 북중러 연대 강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강대강’ 대결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으로 돌리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남남갈등을 유발하며 한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변화시키려 강압할 수 있다. 나아가 한미동맹 결속력 약화를 위한 틈새를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한미 간에는 북한의 도발 무기 유형에 따라 위협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거리탄도미사일이든 장거리탄도미사일이든 한국에는 동일한 수준의 위협일 수밖에 없는데 미국은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는 대응 수위가 다소 약한 경향이 있다. 따라서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장거리탄도미사일을 시간차를 두고 발사하면서 위협 인식의 간극이 드러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회색지대 전술에 말려들지 않도록 단거리탄도미사일에 대해서도 양국 간 위협 인식의 동기화가 필요할 것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별도 진행

윤석열 정부는 대북 군사억제력을 강조하면서도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사안과 별개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코로나 관련 대북 지원 의사를 적시했다. 억제력을 강화해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으면서 동시에 인도적 지원을 통해 기본 협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외교적 창구를 마련할 여건도 조성할 의지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코로나 지원을 포함해 한국의 인도적 지원 제의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우선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다른 국가는 배제한 채 중국하고만 협력하는 상황이다. 또한 한국이 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지원 문제를 구분하는 접근법을 구사하더라도 북한은 이를 구분하지 않는 접근법으로 대응하기에 불일치의 지점도 존재한다. 따라서 대북정책에서 이러한 지점을 어떻게 정교하게 풀어갈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한국과 북한이 국제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역할을 공언하고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불확실한 국제정치에 뛰어든 모양새다. 미중 전략적 경쟁으로 규정되는 신냉전에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지키는 책무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한 것은 결국 주저하지 않고 국제정치에 뛰어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신냉전시대에 북한도 국제정치를 역이용하면서 뛰어드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북한은 현상변경국으로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며 밀월을 과시한다. 중국 및 러시아와 밀월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나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우회적 지원을 통해 공식적 핵보유국 지위를 받아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이다. 국제정치를 역이용하겠다는 북한의 이러한 전략적 계산이 일부 효과를 거두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17번째 도발과 관련해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제재를 논의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져 무산됐다. 중국·러시아와 보조를 맞추며 국제정치에 뛰어드는 방식으로 북한이 국익을 톡톡히 챙기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신냉전으로 양분되는 세력 간 대결 구도 속에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며 국제 무대에서 합당한 역할을 하는 선순환을 이루도록 한국의 정교한 외교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맹과 이웃의 투트랙 게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규정은 한국의 대중정책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한미 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한국이 중국과 멀어지고 미국에 경도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한국이 기존의 균형외교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며 미국경사론이라고 규정하려 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균형외교는 본질적으로 동맹과 이웃을 동일선상에 놓는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치밀하지 못한 접근 방식이다. 미국은 동맹이고 중국은 지정학적 이웃이다. 동맹과 이웃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결속력마저 동일할 수는 없다. 동맹과 이웃이 결속력이 동일하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동맹의 이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최근 5년간 이러한 후폭풍이 나타났다. 제대로 된 연합훈련을 하지 않고 불필요한 마찰이 이어지는 일들이 한미 양국 간에 불거진 상황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미 정상 간 합의는 미국경사론 혹은 중국배척론이 아니라 동맹의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조치다.

그럼에도 치열해지는 신냉전기에 중국의 전략적 경쟁자인 미국과의 결속력이 강해지는 한국의 정책으로 중국은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적시됐기에 중국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상황이다. 따라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규정으로 강화되는 한미동맹의 영향으로 한중관계를 더 다부지게 관리해야 할 숙제가 있다. 즉 ‘전략적 명료성’을 유지하면서 ‘상호존중’의 한중관계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정교한 외교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미 정상회담 5일 전인 5월 16일 한중 외교수장이 통화하며 양국 관계 발전을 모색한 것은 유의미한 일도 평가할 수 있다. 더불어 공동성명에 IPEF가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의 원칙”으로 작동한다고 담은 것도 적실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공동성명에 국가를 지칭하는 ‘중국’이란 단어를 포함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합리적 지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관계 진화로 중국이 회색지대 전략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심리전, 여론전, 법률전으로 구성된 삼전 등을 활용해 회색지대 강압을 구사해 왔다. 대표적으로 사드 보복을 들 수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한국을 대상으로 한 사드 보복은 없다고 천명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다양한 경제보복을 한 바 있고 한한령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이 과정에 중국이 싫어하는 정책을 추진하면 항상 보복에 직면하게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심리전, 여론전을 펼쳤다. 이러한 인식에 노출된 한국은 한국의 IPEF 가입에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한국의 IPEF 가입에 반발하며 경제보복까지 나서게 될까.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개연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볼 수도 없다. 혹시 보복하더라도 그 강도는 사드 보복보다 강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이 보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리가 없다. 중국은 사드 보복을 통해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높아진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관계 발전을 기대하는 중국이 IPEF 가입만으로 한국에 보복한다면 양국 발전을 위한 중국의 실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성급한 보복은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중국은 코로나 진원지 조사 요구 등을 문제로 호주에 성급한 보복을 가했다가 국내 석탄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역풍에 직면한 경험이 있다. 반면 호주는 미국, 영국과 오커스(AUKUS) 동맹을 맺으며 전략적 성과를 이루었다. 셋째, IPEF는 대중국 견제나 중국을 대상으로 보호무역을 하겠다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IPEF에는 크게 4가지 의제(①무역 ②공급망 ③청정에너지/탈탄소/인프라 ④조세/반부패)가 있는데 이 분야에 대한 협력을 이유로 중국이 보복에 나서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앞으로 규범, 룰 등을 만들어가야 하는 초기 협력체를 막연하게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중국의 현상변경정책에 우려를 더할 뿐이기에 실리가 없을 것이다. 넷째, IPEF 가입국은 14개국이기에 한국만을 특정해 보복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만약 한국만을 대상으로 보복에 나설 경우 한국 내 반중 정서가 더 심화될 것이기에 중국의 입장에서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간략히 말해 IPEF를 빌미로 중국이 한국에 보복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고 실리도 찾기 어렵다.

다만 ‘상호존중’의 한중관계를 만들어내면서 북한 비핵화에 중국의 역할과 책임을 주문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게 하려면 대북제재 실행에 일관성이 있고 틈새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이 대북제재 효용성을 떨어뜨리는 틈새가 돼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비핵화에서 중국의 역할을 주문하는 것도 ‘상호존중’의 한중관계 어젠다로 담는 접근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책임 다하며 국익도 챙겨야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이 역할을 하려면 미국, 유럽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행보가 필요하다. 사진은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동아DB]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이 역할을 하려면 미국, 유럽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행보가 필요하다. 사진은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동아DB]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과 ‘글로벌 중추국가’의 공통분모는 ‘글로벌’이다. 이는 한국이 글로벌로 나아가면 한미동맹도 강화되고 국가이익도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익과도 직결된다는 함의도 담고 있다. 신냉전은 융합지정학의 시대를 예고한다. 단순히 지정학만 부활한 것이 아니라 지경학, 기정학(tech-politics)이 융합된 국제정치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융합지정학 시대에 한반도에 갇혀 있어서는 국익을 담보할 수 없다. 한반도에만 앉아서 이익이 오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국익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글로벌 무대와 어젠다가 있을까. 우선 인도-태평양 지역을 들 수 있다. 이 지역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대리전으로 작용하는 특성이 있다. 항행의 자유, 해상교통로 보호, 재해/재난구호 등에서 한국의 역할을 찾을 필요가 있다. 둘째, 국제사회와의 글로벌 어젠다 협력과 공조도 필요하다. 1995년 출범한 WTO에만 의존하는 관성으로는 국익을 담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대응, 사이버전 대응 협력, 대테러 협력 등 글로벌 어젠다에 깊숙이 관여해 역할을 해야 한다. 북극항로 및 북극 지역 협력도 글로벌 어젠다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셋째, 유럽 및 나토와의 협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신냉전 질서에서 나토와 아시아 동맹이 융합되는 기제가 나타나고 있다. 2022년 6월 말 나토 정상회의에 아시아 주요 국가도 초대된 것이 이러한 기류를 방증한다. 이러한 기제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한국과 EU 관계를 ‘글로벌 전략동반자 관계’로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미정립된 한국-나토도 ‘글로벌 안보파트너십’ 등 특화된 관계로 만들어가야 한다. 넷째, 우크라이나 재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실천지 중 하나로 유의미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미국, 유럽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행보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이 ‘글로벌’이라는 단어와 밀착하게 된 모멘텀을 십분 기회로 살려 국제사회에서 선진 강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또한 이를 통해 국제사회 레버리지를 높여서 북한 비핵화에서도 국제사회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내는 선순환을 추동해야 할 것이다.



신동아 2022년 7월호

반길주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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