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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 멀다” 전통 유통 기업 GS리테일 생존 위한 고군분투

[유통 인사이드]

  •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입력2023-10-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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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S리테일·GS홈쇼핑 합병 2년, 성과 미미

    • 슈퍼·편의점·홈쇼핑 통합 ‘초강수’ 뒀지만…

    • 퀵커머스 올인 승부수 = 요기요 인수

    • 요기요 수익성·홈쇼핑 역할 모호 극복이 과제

    [Gettyimage, GS리테일]

    [Gettyimage, GS리테일]

    GS리테일이 GS홈쇼핑과 합병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시너지효과는 미미한 모양새다. GS리테일은 2021년 국내 유통시장 판도 변화에 대응하고자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 승부수를 던졌다. 옴니채널은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를 일컫는다.

    국내 유통시장은 2010년대 들어 불황·소비 침체·시장 포화 등 다양한 요인이 겹치며 경쟁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2015년 무렵부터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기 시작했고,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전환 속도는 급격히 빨라졌다.

    2019년 신세계그룹이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통합한 온라인몰 SSG닷컴을 설립했고, 이듬해 롯데그룹이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ON)을 론칭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실패로 끝난 첫걸음 ‘마켓포’

    GS리테일이 GS홈쇼핑과 합병한 것도 이러한 판도 변화와 무관치 않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세를 따른 셈이다. GS리테일은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한 유통업을, GS홈쇼핑은 TV홈쇼핑·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을 영위했다. 그렇기에 두 회사 간 합병은 상호 보완적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구체적으로 GS리테일은 전국 1만6000여 개 편의점과 400개가 넘는 슈퍼마켓 점포를 보유했고, GS홈쇼핑은 TV홈쇼핑과 모바일 앱을 통한 온라인 확장 가능성을 가졌다. 둘을 연결해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GS리테일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였다.



    통합 당시 GS리테일은 ‘2025년 취급액 25조 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5년간 디지털커머스·인프라 구축·신사업 영역에 총 1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온·오프라인 통합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이커머스 플랫폼 ‘마켓포(Market For)’는 온·오프라인 통합의 핵심으로, O4O(Online for Offline·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기능을 갖추기 위한 필수요소였다. 당시 GS리테일이 마켓포를 통해 선보일 계획이던 서비스 또한 식품·세탁·청소·택배 등 편의점 특유의 생활 서비스로서 O4O 특화 서비스로 꼽혔다.

    마켓포의 상품 구색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인프라를 활용한 신선식품이 중심이었다. 비식품 상품은 GS홈쇼핑의 취급품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홈쇼핑 수준 품질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GS리테일은 반려동물용품 쇼핑몰 ‘펫프렌즈’, 간편식 생산에 특화한 ‘쿠캣’ 등을 인수하면서 마켓포와 시너지효과를 꾀했다.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네이버·신세계그룹 등 선발 주자들이 이미 시장을 빠르게 확대한 상황이었다. 일부 이커머스 플랫폼은 오픈마켓을 통해 몸집이 커질 대로 커져 있었고, 오픈마켓을 열지 않은 곳들 역시 외형 확장을 위해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GS리테일이 이들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았다. 또 GS리테일이 마켓포를 통해 성과를 내기까지 지속적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GS리테일은 모든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하는 대신 3개로 나누는 것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인 달리살다, 마켓포 등은 ‘GS프레시몰’로 통합하고, 방송과 쇼핑은 ‘GS샵’을 중심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또 편의점 GS25 ‘나만의 냉장고’를 비롯해 슈퍼마켓 ‘GS더프레시’, 멤버십 서비스 ‘더팝’, 퀵커머스(바로배달) ‘우딜 주문하기’ 등 오프라인 사업 기반 앱은 하나로 묶어 ‘우리동네GS’로 선보였다. 애초 야심만만하게 추진한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은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한 셈이다.

    ‘큰 거 한방’ 노리며 요기요 인수

    쿠팡의 ‘로켓배송’이 촉발한 배송 전쟁은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로켓배송은 오늘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받을 수 있는 빠른 배송 서비스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자사 이커머스 플랫폼을 앞세워 당일배송·적시(適時)배송·익일배송을 넘어 ‘퀵커머스(Quick Commerce·즉시배송)’ 서비스까지 선보이며 배송 시간을 단축하는 데 열을 올렸다.

    GS리테일 역시 핵심 경쟁력으로 퀵커머스를 꼽으며 플랫폼 투자에 나섰다. GS리테일은 이커머스 시장의 후발 주자였다. 이미 ‘빅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이에 GS리테일은 구축하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대규모 물류센터 투자보다는 당장 시장을 공략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는 퀵커머스 투자가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2021년 GS리테일·GS홈쇼핑 통합 법인 출범 직후 GS리테일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퍼미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보유한 배달 플랫폼 요기요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컨소시엄의 최종 인수 금액은 8000억 원으로, GS리테일은 2400억 원을 투자해 요기요 지분 30%를 인수했다.

    GS리테일이 퀵커머스 사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은 특히 2019년 시장 상황과 관련이 깊다. 2018년 쿠팡이 로켓와우 멤버십으로 새벽배송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에 익숙해졌다. 2019년 배달의민족은 ‘B마트’로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해 마트·편의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기반 업체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편의점과 같은 품목을 취급하며 집 앞까지 배달해 줬는데, 이는 편의점의 최대 경쟁력인 편의성·접근성을 무력화했다.

    GS리테일은 2020년 일반인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딜리버리(우딜)’를 내놓고 자체 퀵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또 배달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이미 수많은 이용자가 있는 배달 앱과 경쟁하기 위해선 ‘큰 거 한방’이 필요했고, 그 답이 ‘요기요 인수’가 된 것이다.

    첫 협업 ‘요마트’, 상당 수준 매출 기여

    실제 요기요는 현재 GS리테일이 구사하는 옴니채널 전략의 핵심이다. 요기요는 오프라인 소매점을 비롯한 주요 사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퀵커머스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요기요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난 후 처음으로 협업한 서비스는 퀵커머스 ‘요마트’다. 요마트는 기존 요기요가 운영하던 장보기 서비스다. 도심에 물류 거점을 마련해 30분~1시간 이내에 생필품 등을 배송해줬지만 요기요가 운영할 당시엔 물류 거점 구축이 더뎌 배송 지역이 제한적이었다.

    GS리테일은 요기요 인수 후 자체 유통망을 활용해 ‘요마트’ 서비스 가능 구역을 확장했다. [GS리테일]

    GS리테일은 요기요 인수 후 자체 유통망을 활용해 ‘요마트’ 서비스 가능 구역을 확장했다. [GS리테일]

    GS리테일은 자체 배송망을 통해 요마트의 한계를 극복했다. GS더프레시 매장을 도심형물류센터(MFC)로 겸하면서 추가 투자 없이 광역 배송망을 단숨에 늘렸다. 취급 품목 수도 GS더프레시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가정간편식(HMR)·잡화가 포함되며 1만 개로 대폭 증가했다.

    올해 초엔 ‘요편의점’ 서비스를 론칭해 퀵커머스 사업을 편의점까지 확장했다.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 요기요 앱을 연결한 전국 단위 즉시 배송 인프라를 기반으로 퀵커머스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GS리테일은 신선식품과 생필품 중심의 대용량 장보기 수요는 ‘요마트’, 1~2인 가구 중심 소용량 상품 수요는 ‘요편의점’으로 공략하며 퀵커머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계획이었다.

    올해 초 론칭한 서비스 ‘요편의점’은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와 요기요를 연동한 퀵커머스 서비스다. [GS리테일]

    올해 초 론칭한 서비스 ‘요편의점’은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와 요기요를 연동한 퀵커머스 서비스다. [GS리테일]

    GS리테일 발표에 따르면 ‘요마트’는 상당 수준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GS더프레시는 요마트·우리동네마트·네이버 장보기 입점 등 가용한 모든 온라인 채널을 퀵커머스와 연계해 1시간 장보기 배송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GS더프레시의 올 상반기 퀵커머스 일평균 매출은 지난해 대비 11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GS더프레시는 퀵커머스가 사업을 더 공고히 해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려고 합병한 건 아닌데…

    요기요의 실적 부진은 약점이다. 요기요는 주요 경영지표가 악화하면서 장부가액(취득가액에서 감가상각비를 차감한 가액)도 최초 투자금 대비 떨어졌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GS리테일엔 악재다. 투자한 만큼 이익을 거두기는커녕 되레 손실만 떠안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요기요 모회사 컴바인드딜리버리플랫폼인베스트먼트(CDPI)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요기요는 지난해 매출액 2649억 원, 순손실 913억 원을 기록했다. GS리테일이 요기요를 인수한 2021년 당시 CDPI의 장부금액은 2972억 원이었다. 지난해엔 2712억 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2분기에는 2619억 원까지 낮아졌다. 최초 투자금액 대비 11.8% 줄어든 셈이다. 추후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CDPI의 기업가치는 더 내려갈 공산이 크다.

    GS리테일은 이미 뼈아픈 투자 실패를 겪은 바 있다. 배송 강화를 위해 투자한 메쉬코리아의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 지난해 메쉬코리아 가치를 전액 상각 처리(투자 자산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회계상 미리 손실로 처리하는 것)한 것이다.

    메쉬코리아 기업가치는 2020년 3000억 원에서 2021년 1조 원 수준까지 추정되며 유니콘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배달 앱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쏟아지는 주문을 소화해 줄 배달 대행업체들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덕이다. GS리테일이 메쉬코리아에 투자를 단행한 때도 바로 이 시점이다.

    2021년 말 무렵부터 메쉬코리아에 위험 신호가 감지됐다. 수익이 개선되지 않고 유동성 위기가 계속됐다. 투자금 유치에도 난항을 겪었다. 결국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리게 됐다. 이마저 갚지 못해 법정관리 절차까지 갔다. 채권자 OK캐피탈이 메쉬코리아에 대한 법정관리 P플랜(사전회생계획)을 신청한 것이다.

    현 상황에서 요기요는 GS리테일의 ‘매출액’ 증대엔 어느 정도 기여하는 듯하지만 ‘수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GS리테일이 당장 이익보다 성장 가능성을 보고 요기요 지분을 사들인 만큼 성과가 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쇼핑의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GS홈쇼핑은 합병 후 역할이 합병 전과 다를 바 없이 오직 기존 사업을 영위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되레 합병 후에 홈쇼핑 업계에서 위상이 낮아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 홈쇼핑 업황 자체도 갈수록 증가하는 송출 수수료와 TV 시청 인구 감소로 부침을 겪는 실정이다.

    GS홈쇼핑이 홈쇼핑 업체 가운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양호한 편임은 긍정적 요소다. 하지만 GS리테일이 합병을 통해 홈쇼핑 사업에 기대한 것이 ‘타사보다 나은 현상 유지’ 정도는 아니었기에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오프라인 사업 따로, 홈쇼핑 사업 따로 각자도생할 것이었다면 통합 법인 출범은 ‘헛발질’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통합 GS리테일’이 갈 길은 아직 먼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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