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은 가장 성공한 대외정책
對美·對日 굴욕 외교라고?
신냉전 프레임이 오해 부추기는 측면 있어
尹, 習에게 한국 올 차례라고 말해
G7에 한국과 호주가 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추구하는 가치 외교는 자유에 대한 깊은 철학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9월 12일 ‘신동아’와 만난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미동맹이 제공하는 강력한 안보 우산이 북한의 무력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해 국민과 기업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대외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동맹이 고전적 의미의 군사적 상호 원조 수준을 넘어 국제사회가 직면한 복합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했다”고 밝혔다. 또 “한미동맹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외정책”이라며 “한미동맹을 지난 70년 동안 성공으로 이끈 동력은 양국 모두 지향하는 자유, 민주, 인권, 법치 같은 가치”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4월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말하며 가치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더 강력해진 한미동맹을 두고 “가치 동맹의 주춧돌 위에 안보 동맹, 산업 동맹, 과학기술 동맹, 문화 동맹, 정보 동맹이라는 다섯 개의 기둥을 세웠다”고 표현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해진 한미동맹’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가장 잘한 일로 꼽힌다. 박진 장관은 “윤 대통령이 미국과 공조를 폭넓게, 강도 높게 다진 덕분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더 높아지고 더 많은 국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4선 의원 출신인 그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 한미협회 회장 등을 지낸 외교 전문가다. 제11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서 첫 직장 생활을 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대통령공보비서관·정무비서관으로 일했다.
정의로운 평화와 번영의 동맹
박 장관은 “외교의 최우선 목적은 국익이며 국익은 초당적인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외교 전문가로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자유와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과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았다. 한미동맹의 의의는 무엇인가.
“한미동맹은 우리나라가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안전한 대외 환경을 제공해 줬다. 양국의 청년이 함께 피 흘리며 지킨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는 한미동맹의 단단한 뿌리가 됐으며 우리가 누려온 번영과 혁신의 원동력이 됐다. 4월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으로 한미동맹의 패러다임과 범위가 확대됐다. 양국 정상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동맹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그 영역을 안보, 산업, 과학기술, 문화, 정보 등으로 대폭 확대했다. 윤 대통령은 미 의회 합동 연설에서 ‘한미동맹은 정의로운 동맹이며, 평화와 번영의 동맹’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한미동맹을 가장 잘 설명한 표현이다. 그동안 우리 외교와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하던 한미동맹은 앞으로도 계속 전략적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올해는 한미동맹이 자유, 민주, 인권, 법치를 바탕으로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동맹이자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한미동맹 강화에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옆에서 지켜본 소감은.
“한미동맹이 신속히 재건됐을 뿐만 아니라,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강력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놀라운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한미동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이 자리한다. 윤 대통령은 우리 외교와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하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뒷받침해 온 한미동맹이 우리 대외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돈독한 유대와 신뢰관계도 한미동맹 발전에 강력한 추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16개월간 양국 정상은 유례없이 자주 만나며 한미동맹과 보편적 가치에 관한 신념을 깊이 공유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국빈 방미와 캠프 데이비드에 모두 초청된 외국 정상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는 점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대미·대일 외교를 두고 야당에서는 ‘굴욕 외교’라고 주장한다.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자유, 민주, 인권, 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 일본과 국제사회가 맞닥뜨린 복합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우리 국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구체적인 근거 없이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을 굴욕 외교라고 폄훼하는 것이야말로 국익을 저해하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회가 2월에 초당적으로 한미동맹이 대한민국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기반이 돼왔음을 재확인하고, 양국 관계의 지속 발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결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는 국제사회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의 대미·대일 외교가 일각의 주장대로 굴욕 외교였다면 이러한 평가를 결코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워싱턴 선언의 위력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의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한미일 협력을 높은 수준으로 제도화한 점이 무엇보다 큰 성과다. 3국 정상이 최초로 정상, 외교장관, 국방장관, 산업장관, 안보실장 등 고위급 협의를 연례화하기로 뜻을 함께했다. 재무장관 회의 창설에도 합의했다. 또한 북한 사이버 문제 실무그룹, 개발·인도지원 정책 대화, 인도태평양 대화 등 분야별 협의체도 신설했다. 두 번째 성과는 3국 간 안보협력 심화와 더불어 경제 안보, 첨단기술 분야 등으로 협력의 외연을 확대한 것이다.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연내 가동하고, 다년간 3자 훈련계획을 수립하기로 하는 등 안보협력의 안정적 기반을 구축했다. 한미일 공급망 3각 연대를 구축해 미래성장동력인 바이오,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현대 외교사에서 상징성이 큰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이 역대 가장 오랜 시간(7시간 이상)을 함께 보내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신뢰와 유대를 돈독히 다진 것도 향후 연대 강화를 위한 의미 있는 성과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제도화한 한미일 3국 협력과 이번 아세안 및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자유와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가 인도태평양 지역은 물론이고 글로벌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9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한미 간 안보협력이 이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격상됐다. 양국 정상이 발표한 역사적인 ‘워싱턴 선언’에 북핵 확장 억제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한미동맹은 이제 ‘핵 기반 동맹’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다. 한미 간 경제협력도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돼 명실상부한 경제동맹·기술동맹으로 발전했다. 배터리, 태양광, 수소, 풍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수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적으로 얻은 것이 없다고 비판한다.
“4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는 한미동맹을 명실상부한 경제 동맹·기술 동맹으로 발전시켰다. 양국이 호혜적인 공급망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고, 미래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협력을 추진해 나갈 기반을 강화한 것이다. 먼저, 우리 기업의 핵심 관심사 중 하나인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에 대해 양국 정상은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는 방향성에 명확하게 합의했다. 또한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동행해 대통령이 직접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뛰어 총 8개 기업으로부터 59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업무협약(MOU) 50건을 체결했다.”
대통령의 해외 방문을 함께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많을 것 같다.
“한미 양국 정상의 깊은 유대와 신뢰가 빛난 일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4월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바이든 대통령 부부의 즉석 요청에 따라 윤 대통령이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는 모습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퍼져 최고의 공공외교 장면으로 칭송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부친이 돌아가시자 바이든 대통령이 친서에 이어 부부 명의 조화를 보내고 미국 도착 당일 위로 전화까지 하는 등 각별한 관심과 애도의 뜻을 보여준 점도 인상에 남는다. 대통령 내외가 5월 G7 히로시마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외와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공동 참배한 일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히로시마 동포 원폭피해자와의 만남에서는 윤 대통령의 진심어린 얘기를 듣고 90세가 넘은 백발이 성성한 피해자들이 감격해 눈물을 흘려 가슴이 뭉클했다.”
한미일 공조로 더 높아진 한국의 위상
신냉전시대가 도래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건가.“한미일 협력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포용적·건설적 협력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복합위기 시대에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협력은 자연스러운 공조다. 특정국을 배제하거나 소외시키는 배타적 협력이 아니다. 오히려 고정관념적 신냉전시대라는 프레임이 사실과 다르게 오해하도록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일 대(對) 북·중·러 이런 식으로 현실과는 다른 방향으로 대립 구도를 만들면 안 된다. 한미일이 가까워지니 오히려 중국, 러시아도 우리와 대화하고 싶어 한다.”
대북·대중 관계 악화를 걱정하는 이가 많다.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원칙과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억제·단념·외교의 3차원 접근으로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복귀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할 것이다. 북한이 무모한 위협과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우리의 ‘담대한 구상’에 호응해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한미일 협력과 한중 우호관계는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도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 이익을 기반으로 해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리창 총리가 9월 7일 첫 상견례를 겸한 정상급 회담을 했다. 그 자리에서 양국이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한중관계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고, 중국과는 앞으로도 전략적 소통과 실질 협력을 추진할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이 가능하겠나.
“작년에 윤 대통령이 시 주석을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만났을 때 직접 한국을 방문하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이제는 시진핑 주석께서 한국에 오실 차례다. 우리 국민도 환영할 것’이라는 얘기를 건네자 시 주석도 ‘알겠다. 코로나 팬데믹이 다 풀리면 적당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리창 총리와 첫 상견례 자리에서도 시 주석이 한국에 오면 좋겠다고 초대의 뜻을 밝혔다. 나도 7월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에게 ‘시진핑 주석이 방한할 차례고, 왕 위원도 한국에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머지않은 시기에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7월 14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가능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가 한국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G7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서방 선진국 클럽인데 최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만든 경제협의체)가 확대되고, 믹타(MIKTA·멕시코,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터키, 오스트레일리아가 만든 경제협의체) 같은 신흥 클럽이 부상하면서 영향력이 위축되고 기세가 예전 같지 않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G7에 한국과 호주가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있다. 나도 그러한 견해에 동의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G7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8강의 국력과 위상을 가진 나라로 평가받는다. 현재의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우리나라가 앞으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책임있는 모습을 더욱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 장관 취임 당시 당부한 점은 뭔가.
“자유와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는 데 힘써 달라는 것이었다. 튀르키예의 대지진, 캐나다의 대형 산불, 하와이 마우이섬 대형 산불 피해 등 지구촌의 대형 재난에 우리가 구호 인력과 물자를 보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는 국제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뜨거운 감동을 안기고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국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복합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자주 외교를 펼치겠다. 국민들께서 외교부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활약에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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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10월호 표지 B컷]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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