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동이던 KAI 항공기공장 2개 동 넘어, 3개 동까지 확장 고려 중
폴란드·말레이시아 수출 FA-50, 미국 시장 도전
FA-50 만들고 KF-21 개발한 고정익동, 수출 항공기 만드느라 분주
수리온·LAH 생산 회전익동… “지금의 수리온은 완전히 다른 기체”
KAI는 최근 세간의 관심을 한데 모은다. 한때는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군용 항공기 사업이 순항 중이어서다. FA-50은 수출 역군이 됐다. 경공격기치고는 과하고, 신형 전투기에 비해서는 부족한 성능이 기회가 됐다. 당장 임무 투입이 가능하니 군비 확충을 시작한 국가에 매력적 선택지가 된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으로 미국산 전투기와의 높은 호환성도 증명했다.
KAI는 지난해 9월 폴란드에 이어 올해 5월 말레이시아와 FA-50 수출 계약을 맺었다. KAI가 개발해 온 4.5세대 전투기 KF-21도 양산을 코앞에 두고 있다.
FA-50과 KF-21이 탄생한 곳, KAI 사천공장을 9월 5일 찾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공장 고정익동. 이곳에서 FA-50과 KF-21을 생산한다. [KAI]
사천공장, 대학 캠퍼스 두 곳 더한 것보다 큰 규모
KAI 사천공장은 대학 캠퍼스와 닮았다. 높은 건물이 없고 넓은 부지에 각 공장 건물이 띄엄띄엄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주위를 천천히 걷는 직원들의 모습이 이따금 보인다. 사천공장 부지는 약 82만㎡. 한양대 서울캠퍼스(40만 1729㎡)와 경희대 서울캠퍼스(40만 7376㎡)를 합친 것보다 크다.과거 군용 항공기 생산시설은 1개 동에 불과했다. 훈련기를 시작으로 경공격기, 전투기, 헬기 등으로 생산 품목을 늘리며 지금은 2개 동으로 늘어났다. KAI는 최근 생산시설을 하나 더 늘릴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새 생산동이 생기면 그곳에서는 KF-21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F-21은 6월 28일 마지막 시제기 시험비행을 마쳤다. 더는 시제기를 만들 필요가 없는 셈이다. KAI는 KF-21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8월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2026년 전력화를 목표로 내년 전반기 중 KF-21 최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산시설이 더 늘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부지가 넓다. 이렇듯 공장이 커진 이유는 생산시설 외 다양한 시설이 필요해서다. 다른 공장 단지와 다른 점은 시험시설이다. 사천공장에는 고정익기(날개가 고정된 비행기) 시험비행을 위한 활주로가 있다. 이외에도 회전익기(헬기)의 기능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설도 갖췄다. KAI 관계자는 “헬기도 활주로에서 시험비행을 거치지만, 시험비행 전 성능 검사를 할 시설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격납고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를 자랑한다. 웬만한 소형 공장 크기에 맞먹는 격납고가 활주로 주변에 도열해 있다. 격납고 하나에 FA-50은 4대, KF-21은 2대 정도 들어간다. 격납고가 넉넉해도 수십 대의 비행기를 묵혀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일까. KAI는 비행기를 만들고 기능검사를 마치면 바로 출고 절차를 밟는다. 그래서 사천공장은 항상 바쁘게 움직인다.
FA-50 미국 시장에도 도전
이날 처음 찾아간 곳은 고정익동으로 FA-50과 KF-21을 만드는 곳이다. 고정익동의 KAI 임직원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KAI 관계자는 “폴란드에 납품할 FA-50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투기 조립은 단계별로 이뤄진다. 먼저 날개를 제외한 동체를 조립해 전투기 외관을 갖춘다. 이 과정은 대부분 기계가 담당한다. KAI 측 설명에 따르면 조립 오차는 1000분의 1인치, A4용지 두께 4분의 1 수준이다.큰 조립이 끝나면 사람의 일이 시작된다. 전투기 내부에 장비를 직접 손으로 조립해 넣어야 한다. 전기 장비를 시작으로 유압 장비, 내·외부 세부 조립, 날개 장착을 마치면 출고된다. “FA-50에 들어가는 전선의 길이만 18㎞에 달한다”며 KAI 관계자는 웃었다. 각 부분 조립을 마칠 때마다 다음 단계로 동체를 밀어내는 방식이다. 이날 고정익동은 FA-50 3대를 조립하고 있다.
매 단계를 지날 때마다 조립이 제대로 됐는지 검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KAI 관계자는 “비행기는 워낙 복잡한 기계라 조립이 끝나고 문제가 발생하면 어디에서 고장이 일어났는지 바로 알아내기 쉽지 않다”며 “이를 막기 위해 매 단계 검사로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고정익동에는 폴란드로 출고를 앞둔 FA-50 1대가 최종 검사 절차를 거치고 있었다. 한국 공군에서 사용하는 FA-50과 달리 꼬리 날개 부분에 폴란드 국기를 닮은 붉은색과 빨간색 마크가 찍혀 있다.
KAI는 폴란드와 FA-50 48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12대는 GF(갭필러·Gap Filler) 버전이다. 나머지 36대는 폴란드 요구를 반영한 FA-50PL 버전으로 수출한다. 갭필러는 신형무기 도입 전까지 공백을 메우는 용도다.
KAI가 개발한 4.5세대 전투기 KF-21. [KAI]
당분간 KAI 고정익동은 FA-50을 주로 생산할 예정이다. 폴란드, 말레이시아 수출로 FA-50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KAI는 최근 미국 시장도 넘본다. KAI는 7월 18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한미동맹 70주년 동맹 강화를 위한 방산 협력 확대 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KAI는 “세미나는 FA-50 미국 사업 본격 시작을 알리는 자리로서의 의미가 컸다”고 밝혔다.
수리온 필두로 헬기 수출 도전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회전익동으로 KUH-1(수리온), LAH 등 헬기를 만드는 시설이다. 헬기는 고정익기에 비해 사람의 손이 더 필요하다. 고정익기에 비해 곡면이 많아 공정 자동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헬기는 동체를 세 부분(전반부, 중간부, 동력전달부)으로 나눠 만든 뒤, 총 조립을 시작한다. 동체를 맞붙이는 과정에서는 자동화 기계를 이용하지만 최종 결합은 사람의 손을 거친다. 이날도 동체마다 2~4명이 조립하고 있었다.KAI 회전익동 직원들이 수리온 내부 전선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회전익동의 절반은 수리온, 나머지 절반은 LAH 생산라인이다. 회전익동 한편에는 완성된 LAH 시제기가 있다. LAH의 별명은 ‘하늘을 나는 카펫’ 그만큼 헬기치고는 진동이 적다는 의미다. KAI 회전익동 관계자는 “헬기 개발은 진동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전투헬기는 사격 등으로 기체 제어가 더 힘들다”고 설명했다.
LAH는 꼬리날개와 전자장비로 이를 극복했다. LAH의 꼬리날개는 고정익처럼 수직으로 뻗은 날개 안쪽에 테일 로터가 설치돼 있다. 이를 ‘덕티드 팬(Ducted Fan)’ 방식이라고 한다. 테일 로터를 감싼 외부 장치가 로터의 운동 효율을 높여준다. 이 덕에 로터의 크기를 줄여 진동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자동비행조종장치(Automatic Flight Control System)를 탑재, 자동으로 헬기의 고도를 유지해 준다. 무기 사용도 자동화돼 있다. LAH의 전면부에는 20㎜ 구경의 3열 기관총이 달려 있다. 총을 쏘면 그 반동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미세 조종을 해준다. 조종사의 시선을 쫓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 조종사가 시선을 돌리면 무기가 바로 그곳을 조준한다.
LAH에 탑재된 기술은 대부분 신형 수리온(KUH-1E)에도 탑재됐다. KAI 관계자는 “2011년 양산을 시작하던 시기의 수리온과 지금 출고되는 수리온은 완전히 다른 기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장비는 물론 기어박스, 로터 등 동력부도 기능 개선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수리온의 엔진과 기어박스 등 주요 구동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홍중식 기자]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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