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준의 G-zone’은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 영역을 중심으로 경제 이슈를 살펴봅니다.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왼쪽). 윤근창 휠라홀딩스 사장. [동아DB]
휠라그룹 승계의 핵심은 ‘피에몬테’입니다. 윤윤수 회장이 75.12%, 윤근창 사장이 4.05%, 윤근창 사장이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 ‘케어라인’이 20.77%씩 지분을 나눠가진 100% 가족회사로 볼 수 있습니다.
휠라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가 피에몬테의 존재감을 더 키워주는데요, 피에몬테가 지주사 휠라홀딩스를 지배하는 ‘옥상옥’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옥상옥 구조는 경영 효율성과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꼼수’로 여겨지죠.
주가가 3만 원대를 헤매고 있는 근 1년 반 사이 피에몬테는 그 어느 때보다 왕성히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지난해엔 2월말 9165주 매수를 시작으로 약 287만 주를, 올해 들어선 1월부터 9월 19일까지 총 57차례에 걸쳐 약 455만 주를 사들였습니다. 1년 반 동안 지분율은 21.62%에서 33.89%로 껑충 뛰었고, 매입에 들인 돈은 약 2600억 원에 달합니다.
얼마나 매수에 진심이냐면, 주식을 사기 위해 보유한 휠라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대규모 차입금까지 끌어 쓰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할 때만해도 850억 수준이던 대출한도가 올해 9월엔 3750억 원으로 4배 이상 커진 상태입니다.
지분 증가의 장점은 그룹 지배력 강화만 있는 게 아닙니다.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을 용이하게도 합니다. 수단은 ‘배당’입니다. 배당금이 많을수록 현금 보유량이 많아지기도 하고, 이를 지분 매입에 쓰면 ‘복리 이자’와 같은 선순환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지난해 11월 말 휠라홀딩스는 이례적으로 첫 중간배당을 실시했습니다. 사상 최초죠. 배당금은 주당 830원으로 총 배당액은 약 499억 원이었는데, 2021년 배당총액 601억 원의 83% 수준에 달할 만큼 큰 규모였습니다. 이를 통해 피에몬테에 들어간 배당액은 약 128억 원이고요. 2021년 배당금을 합치면 윤윤수 회장과 윤근창 사장은 지난해에만 약 250억 원의 현금을 챙긴 셈입니다. 9월 14일 휠라홀딩스는 올해에도 특별배당 지급을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하겠다고 공시했는데,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배당이 이뤄진다면 늘어난 지분율에 따라 피에몬테는 더 많은 배당금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피에몬테가 주목받은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휠라홀딩스 측은 지난해부터 일관되게 피에몬테는 윤윤수 회장이 소유한 개인회사로 휠라그룹과는 상관없는 개별 법인이며, 특별배당 역시 그룹 차원 5개년 전략 계획 ‘위닝 투게더’ 가운데 ‘적극적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승계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죠.
그럼에도 의구심을 불식시키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꼬집었습니다.
“휠라그룹의 행태에서 나타나는 옥상옥 지배구조, 지분 매입 후 배당 확대를 통한 현금 확보 모두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고 비용 절감·승계 등 이익을 꾀하는 한국 기업의 전형적 꼼수다. 오너 일가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는 있지만 굳이 옥상옥 회사를 통해 그러한 행위를 한다면 진실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주가하락을 기회로 삼아 오너 일가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휠라그룹의 승계가 머지않았음을 감안하면 상속세 문제까지 더해 현재 오너 일가에겐 주가를 올릴 동기가 딱히 없다. 적극적 주주환원정책을 표방하곤 있지만 과연 그 마음이 진실이라고 하기엔 정황상 신뢰가 떨어진다.”
윤윤수 회장‧윤근창 사장의 주주환원정책이 주주를 위한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비이락’이라는 말이 있죠. “주가 하락? 승계에 좋은 기회!”라는 말이 나도는 데도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결국 말이 아닌 행동, 즉 주가 부양으로써 증명해야 할 문제라 생각됩니다. 주식회사는 결국 주가라는 결과로 평가받으며 경영진 역시 마찬가지니까요.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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