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직후인 27일 오전 3시 50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27일 오전 2시 23분에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하여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된다고 봤으나, 백현동 개발사업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하다”고 했고 대북송금 의혹을 두고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 대표는 오전 3시 50분 구치소 정문 밖으로 나왔다. 이어 마이크를 잡고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 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 진정한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장 기각은 이 대표 처지에서 보면 전환점이다. ‘방탄’ 비판에 수세로 일관하던 과거와 달리, 더욱 적극적으로 당을 운영할 힘을 얻게 됐다. 당내 리더십은 공고화될 전망이다. 전날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는 “(영장이) 기각돼 뵙는다면 당 운영과 관련해서 대표님께 포괄적으로 협의하고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내년 선거를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영장 기각이 분열의 단초가 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친명(친이재명)계는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파를 ‘해당 행위자’로 규정하고 징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설훈·김종민·이원욱·조응천·이상민 의원의 출당을 공개 요구했다. 비명계에 속하는 민주당의 한 인사는 “체포동의안 투표 직후 당내 상황이 ‘문화대혁명’과 같다”고 했다.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비명(비이재명)계도 후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표직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이를 거부할 경우 친명과 비명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 자칫 총선을 앞두고 비명계의 집단 탈당으로 당이 쪼개지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의 불구속으로 (민주당) 분열 가능성은 높아졌다”면서 “사법리스크는 유지되고 (비명계를 겨냥한) 이 대표의 ‘칼춤’으로 야권이 분열할 소지가 생겨 여권 처지에서는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