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이재명 직접 심문에 성남시 부하직원 “시장님 결정 따랐다”

[공직선거법 재판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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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3-11-27 17: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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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일할 때 국토교통부로부터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를 변경하도록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시 부하직원을 법정에서 직접 심문했으나 해당 직원은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가 진행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전직 성남시 주거환경과장 전모 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변경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를 허위로 보고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대표는 이날 변호인 측 증인심문 중 발언권을 얻어 전 씨를 직접 심문했다. 이 대표는 “당시 정부에는 한국식품연구원이 지방으로 빨리 이전할 수 있도록 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 있었고, 대통령 지시 사항을 추진하는 것이 국토부였다”며 “아무런 부담이 없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전 씨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 대표는 “국토부가 세 번이나 (공문을) 보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중앙부처의 요구를 (이유 없이) 거절하게 되면 문책을 당할 수도 있는데도 부담이 없었느냐”고 재차 물었으나, 전 씨는 “(백현동 부지용도 상향은 없다는) 시장의 결정을 따랐을 뿐, (국토부) 문책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에게 대면 보고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의 의무 조항을 두고 다퉜다. 이 법 43조 6항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이 지자체에 정부 기관이 가진 일부 부지의 용도 변경을 요구하면, 지자체장은 이를 반영해야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백현동 부지가 이 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이 대표가 이 사실을 몰랐으며, 설사 알았다고 해도 국토부가 여러 차례 백현동 부지용도 상향을 요청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맞섰다.

    전 씨가 이날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서게 된 이유도 이 특별법 때문이다. 전 씨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자연녹지에서 2종 주거지역으로 바꿔 달라며 2차 용도변경 신청을 한 것과 관련해 국토부에 직접 해당 부지가 특별법 의무 조항에 적용되는지를 질의한 인물로 알려졌다. 당시 국토부는 전 씨의 질의에 “(국토부의) 용도변경 협조 요청은 지자체가 의무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백현동 부지는 의무 조항에 포함되는 부지가 아니므로 용도변경과 관련해선 귀 시(당시, 성남시)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회신했다.



    전 씨는 “국토부가 2014년 12월 9일 (성남시에) ‘해당 부지는 혁신도시법상 의무 조항 대상이 아니며, 부지 용도변경은 성남시가 판단해야 될 사항’이라는 내용을 회신했나”라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이 재차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는 혁신도시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성남시가 해당 의무 조항에 따라 반드시 용도변경을 해줘야 하는 의무가 없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전 씨는 “그렇다”고 했다.

    전 씨는 “(이런 회신 내용을 당시) 이재명 시장에게 대면으로 업무 보고했다”고 말했다. 앞서 전 씨는 10월 13일 ‘백현동 브로커’ 김인섭 씨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도 “국토부가 ‘용도 변경은 성남시가 임의로 판단할 사항’이라는 공문을 보내왔고 이를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대표가 보고를 받더니 “별다른 말없이 수긍했다”고도 전 씨는 전했다.

    “부하직원 잘 모른다는 것도 죄냐”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 대표 지지자들은 법원 앞에 집결했다. 이 대표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법원 입구에서 들렸다. 이들 중 일부는 “부하직원 잘 모른다는 것도 죄냐” “김문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르는 것도 재판할 거리냐”라며 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이날 재판에서 다룬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허위사실 공표, 다른 하나는 김 전 처장과 관련이 있다. 2021년 12월 21일 김 전 처장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받던 중 개인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튿날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묻자 “하위 직원이었기에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답했다.

    이렇듯 혐의가 두 갈래인 만큼 증인도 많다. 공판 첫 날(3월 3일)부터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재판부에 50여 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이 증인들의 발언을 하나하나 검증하다보니 재판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도 재판부는 검찰, 변호인단 양측에 “지엽적인 부분은 제외하고 혐의와 관련된 부분만 심문해 달라”고 수차례 당부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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