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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제언

국군 화생방방호사령부 활용 방사능 사고, 북핵 접수 대비하자

원전사고와 북핵 대응책

  • 이정훈│편집위원 hoon@donga.com

국군 화생방방호사령부 활용 방사능 사고, 북핵 접수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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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둘째인 천재지변이나 공격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한 사고다. 이러한 재난은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막기도 어렵다. 그러나 긴 골든타임을 이용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후쿠시마가 바로 천재지변을 당한 경우이므로 사고 전후 상황을 정밀 분석해보기로 한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발전소 정직원보다 훨씬 많은 수의 협력업체 직원이 들어와 일한다. 원전 직원들은 원자로를 가동하는 일만 하고, 각종 수리와 보수·보급은 협력업체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지진에 이어 쓰나미가 발생해 비상발전기가 돌지 않아 원자로가 녹을 수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을 때 협력업체 직원들은 대부분 도피했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발전소를 운영하던 도쿄전력도 대피령을 내렸으니 그들의 피신을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원전 운영 직원들의 행동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방사능 피해를 입지 않은 원전본부 건물로 들어와 요시다 마사오 소장의 지휘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때처럼 현장과 중앙이 따로 움직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확한 판단은 현장에서 할 수 있는데, 당국은 현장에 재량권을 주지 않은 것. 방사능 누출을 초래하는 수소폭발을 막으려면 물을 집어넣어야 한다. 후쿠시마 발전소는 바닷가에 있으므로 물(해수)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요시다 소장은 현장에 있는 자동차들의 엔진과 소방전 등을 모두 돌려 바닷물을 퍼올려 원전 안에 넣게 했다. 그 즉시 도쿄전력 본사는 이를 총리실에 알렸는데, 간 나오토 총리가 “왜 해수를 넣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주눅 들어 있던 도쿄전력이 요시다 소장에게 해수 주입 중지 명령을 내렸다.



도쿄전력은 해수를 넣은 것이 더 큰 사고를 막는 유일한 방법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총리의 뜻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처사였다. 사고 현장의 요시다 소장은 이를 무시하고 해수 주입을 계속하게 했지만 골든타임이 거의 다 지나간 다음이라, 4개 호기에서 연속으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산지사방으로 방사능이 누출되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공황을 막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태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원자력방호법’등에 따르면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면 원전 소장이 전권을 갖고 대처하게 돼 있지만, 과연 소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사건에서 우리 또한 책임 회피주의와 부처 간 이기주의, 현장에 권한을 위임하지 않으려는 관료 우위 문화가 팽배해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장벽을 극복하려면 그러한 사고에 대비한 계획을 만들어놓고 계획대로 움직여보는 연습을 해보아야 한다. 제대로 연습해보면 탁상공론인 부분이 드러날 터이니, 이를 수정해 보다 정교한 계획을 만든다. 그리고 반복된 연습으로 대처법을 익히는 것이다.

방사능 사고 시에는 인근 주민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한다. 방사능 사고에서 가장 염려되는 것은 ‘공황’이다. 지진과 쓰나미로 이미 초토화 한 탓인지 후쿠시마 사고 시 일본 정부가 주민 대피령을 내렸을 때 혼란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미국 TMI 사고 때는 임산부와 10세 이하의 아이들만 안전 지역으로 이동하라는 권고가 발동됐는데, 사고 현장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까지 수십만 명이 차를 몰고 나와 도로가 마비되는 ‘난리’가 일어났다. TMI에서는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았는데도 공황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방사능 사고에서는 이러한 공황이 문제가 된다. 방사능이 누출된 상태에서, 겁에 질린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면 피폭자 수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옥내 대피’를 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그렇다면 집을 버리고 이동 할 지역과 옥내 대피를 할 지역을 미리 구분해놓아야 한다. 이동할 사람들에게는 집결지와 대피소도 먼저 알려주어야 한다.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이 있다. 한국 원전은 후쿠시마 같은 사고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유는 원자로를 둘러싼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인 격납용기의 두께와 체적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격납용기 두께는 16cm에 불과했으나 우리 원전은 120cm이고 고리 1호기 등 초기 원전만 60cm다. 체적도 우리 것이 5배 정도 크다. TMI의 격납용기 두께는 1m였다. 그 때문에 수소폭발을 견뎌냈다. 밖으로 방사능을 유출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후쿠시마의 격납용기는 수소폭발을 견뎌내지 못하고 틈이 생겨 방사성 물질이 새나갔다. 최악의 사태는 구(舊)소련의 체르노빌에서 일어났다. 체르노빌은 아예 격납용기가 없었기에 방사능이 마구 뿜어져 나갔다. 우리 원전은 강력한 격납용기를 갖고 있기에 TMI처럼 방사능이 새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이 가서 누출된다고 해도, 골든타임은 일본보다는 훨씬 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시설 공격에도 대비해야

한국의 방사능 사고는 자연재해보다는 북한군의 공격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쏜 미사일이 원전을 맞히거나 북한 공군기가 가미카제 식으로 원전으로 돌진하는 경우다.

이러한 가능성은 9·11테러를 당한 미국이 먼저 검토했다. 9·11테러 후 미국은 자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첫째 요인으로 핵테러를 꼽았다. ‘테러리스트들은 원전으로 침투해 폭파하거나 비행기를 몰고 원전으로 돌진할 수 있다. 원자력연구소의 핵물질을 빼내 사람이 많은 곳에 뿌릴 수 있다’고 보고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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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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