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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교수의 新經筵

욕심 버리고 본심 찾아 明明德 행복세상 만들기

학문하는 목표

  • 이기동 |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욕심 버리고 본심 찾아 明明德 행복세상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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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을 살펴 앎을 이루다

욕심은 사람의 몸에만 들어 있는 것이라 욕심 덩어리의 수는 몸의 수만큼 많다. 욕심의 눈으로 보면 자기의 몸만이 자기로 보이고, 자기 이외에는 모두 남으로 보인다. 그런 사람은 남의 불행에 관심이 없다. 자기 것만 챙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명명덕을 하여 욕심이 없어지면 문제가 달라진다. 명명덕을 하여 본심을 회복하면 모두 하나가 된다.

모두 하나가 되는 것을 ‘대학’에서는 친민(親民)이라 했다. 친(親)은 ‘하나 된다’는 뜻이고, 민은 ‘모든 사람’이란 뜻이다. 모든 사람과 하나가 되면 남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므로 남의 고통을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생긴다. 그렇지만 이때의 고통은 이전의 고통과 다르다. 친민이 된 뒤에 찾아오는 고통은 행복한 뒤에 찾아오는 고통이므로 행복 속의 고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고통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이다. 친민이 명명덕의 연장이듯이 교육은 학문의 연장이다. 학문을 하면 저절로 친민이 되므로 저절로 교육을 하게 된다. 학문과 교육은 하나다. 학문의 완성이 교육이고 교육의 시작이 학문이다. 교육을 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명명덕을 하면 이 세상의 사람들이 모두 군자가 되고 모두 행복한 사람이 된다. 그런 세상이 낙원이고 천국이다.

천국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다 같이 행복해지는 세상이 천국이다. 이를 ‘대학’에서는 지어지선이라 했다. ‘지극히 좋은 세상(至善)’에서 ‘머물러 산다(止)’는 뜻이다. 요약하자면 학문의 길은 밝은 덕을 밝혀서 개인적으로 완전히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을 자기처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천국에서 다 함께 머물러 사는 데 있다.



‘대학’에서는 명명덕, 친민, 지어지선으로 설명되는 삼강령을 세분해 여덟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후대 사람들은 이를 팔조목(八條目)이라 한다. 조(條)는 나무의 가지이고 목(目)은 그물의 눈이므로, 조목은 큰 것을 자세하게 나눈 것을 말한다. 팔조목은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다. 팔조목 중에서 격물·치지·성의·정심·수신은 명명덕에 해당하고, 제가·치국은 친민에 해당하며, 평천하는 지어지선에 해당한다.

격물(格物)의 격(格)은 ‘이른다’ ‘나아간다’ 등의 뜻이고, 물(物)은 나 이외의 모든 것을 말하므로, 격물은 다른 것에 다가간다는 뜻이다. 자기의 본심은 다른 사람의 본심과 같은 것이며 다른 모든 것의 본심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자기의 본심이 욕심에 가려져 알기 어렵다면 다른 것을 살펴 거기에 들어 있는 본심을 찾아내면 된다.

다른 것을 살피려면 우선 다른 것에 다가가야 한다. 그러므로 다른 것에 다가가는 것, 즉 격물이 학문의 첫 번째 단계다. 치지는 본심에 대한 앎을 이룬다는 뜻이다. 다른 것에 다가가 다른 것들의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피다보면 모든 것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삶의 본질이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본질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이를 ‘대학’에서는 앎을 이룬다는 뜻에서 치지(致知)라 한다.

연애할 때 연애하라

봄날이 되어 모내기철이 되면 개구리는 밤새 개굴개굴 노래하고, 뻐꾸기는 숲에서 뻐꾹뻐꾹 노래한다. 꾀꼬리도 노래하고 종달새도 지저귄다. 모든 것이 이처럼 쉬지 않고 노래하는 것은 연애를 하는 것이다. 연애하는 것, 그것은 생명체가 삶을 이어가는 공통의 방식이다. 사람이 연애를 하는 것도 모든 생명체에게 공통으로 존재하는 한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연애해야 할 때 연애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욕심이 아니라 본심이다. 본심은 따라야 하고 지켜야 한다. 그러므로 연애해야 할 때 연애하는 사람은 격물치지가 된 사람이다.

그러나 개구리는 가을에는 노래하지 않는다. 꾀꼬리도 그렇고 뻐꾸기도 그렇다. 이를 보면 아무 때나 연애하는 사람은 격물치지가 안 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연애해야 할 때 연애하는 사람이 격물치지가 된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연애하는 것 이외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여전히 욕심에 가려 있으므로 격물치지를 계속해야 한다. 격물치지의 방법에는 생물학, 물리학, 화학, 우주과학 등의 자연과학을 비롯해 역사 공부, 경전 읽기, 고전 공부 등의 인문학이 두루 해당한다.

중요한 것은 학문을 대할 때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학문을 접하면 학문은 따분해지지만, 격물치지의 방법으로 학문에 접하면 모든 학문은 신선하고 재미있다. 학문을 통해 격물치지를 계속해가면 본심이 점점 확대되고 욕심이 차츰 줄어들다가 어느 순간 욕심이 완전히 사라지는 때가 온다. 그 순간을 활연관통(豁然貫通)이라 한다.

성의는 뜻을 정성스럽게 유지한다는 뜻이다. 격물치지를 해서 본심을 알면 본심으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므로 정성스럽게 본심을 따를 수 있다. 이를 ‘대학’에서는 성의라 한다. 정심은 마음을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본심을 정성스럽게 따르면 마음속에는 욕심이 사라지고 본심에서 나온 순수한 마음으로 가득 찬다. 이를 ‘대학’에서는 정심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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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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