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호

“일 않고 자리만 지키는 ‘도둑’부터 솎아내야 治國”

尊賢, 敬大臣, 子庶民…‘중용구경’ 속 대통령의 덕목

  • 이기동 |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입력2012-12-26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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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않고 자리만 지키는 ‘도둑’부터 솎아내야  治國”

    세종대왕(왼쪽)과 정조대왕.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우리 국민은 늘 그래왔듯이 새 대통령에게 많은 기대를 했었고, 그만큼 더 실망을 했었다. 우리 국민은 다른 나라 국민과 다르다. 우리 국민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상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고유한 정치방식을 찾아내지 못하고, 미국의 정치제도와 방법을 도입했다. 물론 미국식 정치제도의 장점은 훌륭하지만, 미국식 제도로는 이상세계를 건설할 수 없다. 우리의 정치가 국민에게 늘 실망을 안겨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에 선출된 대통령은 이 실망의 고리를 끊는 첫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새 대통령은 5년 뒤에 또다시 우리 국민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겨줄 것이고, 실망의 정치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정치의 큰 틀을 설명하는 말 중에는 ‘중용구경(中庸九經)’이 있다. ‘중용’이라는 책에 나오는, 아홉 가지 큰 틀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치인, 욕심 때문에 외면당해

    첫째,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갖추는 일이다(修身).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부터 이미 자신은 훌륭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정치는 바르지 않은 이 세상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이 세상을 바르게 하는 것은 바른 사람이 나설 때 가능하다. 바른 사람의 요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바른 것이다. 사람의 마음에는 본마음이 있고 욕심이 있다. 본마음은 모두가 다 함께 가지고 있는 한마음이기 때문에 본마음을 가진 사람이 본마음으로 정치를 하면 모든 사람을 다 챙기는 정치를 한다. 이에 비해 욕심은 자기 것만 챙기는 마음이다. 욕심을 가진 사람이 욕심으로 정치를 하면 자기 것만 챙기는 정치를 한다. 그런 사람은 자기의 명예를 중시하는 정치를 하고, 자기 사람들만 챙기는 정치를 하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되지 못한다. 많은 정치인이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되었다면 빨리 대통령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욕심을 없애고 본심을 회복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이를 ‘중용’에서는 ‘수신(修身)’이라고 했다.



    옛날 왕들은 모두 그런 노력을 했다. 집무실 옆에 경연(經筵)이라는 교실을 만들어놓고는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 경연에서 공부를 했다. 공부의 주 내용은 욕심을 제거하고 본심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마음이 본심이다. 부모는 자녀를 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것을 챙기려고 하기보다는 늘 주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들은 부모를 좋아한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부모에게 가 있다. 옛날 세종대왕은 본심을 회복한 사람이었다. 그는 본심으로 국민을 대했고, 당시의 백성들은 임금님을 부모처럼 받들었다. 조선시대의 왕들은 모두 경연에서 공부를 했다. 오직 한 사람, 연산군만은 경연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혁명으로 쫓겨났다.

    尊賢과 親親

    우리는 조선시대의 왕들이 정치를 매우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이가 친구와 싸우다가 얻어맞아 울면서 들어왔을 때 ‘친구끼리 놀다보면 그럴 수도 있으니 용서하고 다시 사이좋게 놀아라’고 달래지만, 옆집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이 머저리 같은 놈, 너는 손이 없느냐?’고 하면서 쫓아낸다면, 늘 다치는 쪽은 우리 아이일 것이다. 늘 다치기만 하던 아이는 어느 날 각성을 한다. ‘우리 부모의 교육이 나빴다. 이제부터는 부모의 교육방식을 버리고 옆집 교육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우리의 과거 100여 년의 역사는 이처럼 우리를 부정하는 역사였다.

    우리 조상들의 것은 모두 나빴다. 정치도 나빴고 교육도 나빴다. 우리 민족은 개조해야 했다. 우리는 일본의 것이나 서양의 것을 배우고 따라야 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세뇌시켰다. 그 뒤로도 우리의 지식인들에 의해 이렇게 세뇌 당했다.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사극에서는 우리 조상들의 정치가 언제나 형편없는 수준으로 비치고 있다.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세종대왕이나 정조대왕의 정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것이다. 나머지 왕들의 정치도 당시 외국의 정치 수준에 비하면 그리 나쁜 것이 아니었다. 한 왕조가 500년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집무에 바쁠 것이다. 그렇더라도 짬을 내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 세종대왕이나 정조대왕 같은 훌륭한 정치가를 목표로 삼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또다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대통령이 되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국가의 정치목표를 확실하게 세우는 것이다(尊賢). 지금의 대통령이 제시한 정치 목표는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국민소득 증대 같은 주로 경제에 관한 것들이다. 매우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정치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정치의 목표는 지상천국을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은 지상천국을 의미한다. 지상천국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천사처럼 될 때 찾아온다. 천사는 욕심이 없이 본심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모두와 하나가 되어 모두를 챙기면서 산다. 옛사람의 정치방식에서는 그런 사람을 모델로 내세웠다. ‘중용’에서 ‘존현(尊賢)’이라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현(賢)은 현명한 사람이고, 존(尊)은 존중하고 높인다는 뜻이다. 천사 같은 사람을 찾아 존중하고 높이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사람이 되도록 인도하는 효과가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이러한 방식이 일부 있었다. 세종대왕을 높였고, 퇴계 선생을 높여 도산서원을 성역화했다. 율곡 선생의 탄생지인 오죽헌을 성역화하기도 했고, 이순신 장군의 현충사를 성역화하기도 했다. 이런 것이 정치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한 방법이다. 이런 방법 외에도 홍익인간의 내용을 정리해 정치의 목표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셋째, 집안 단속을 잘하는 것이다(親親). 정치에서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친인척 비리다. 역대 대통령이 재임 시마다 친인척들이 많은 비리를 저질렀다. 친인척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대통령이 친인척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친인척들이 나서서 설치면 정치가 제대로 될 수 없다. 정치는 그날부터 바로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중용’에서는 이를 ‘친친(親親)’이라 했다. 친친은 집안 단속을 하는 것으로 정치의 세 번째 조건이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넷째, 총리와 각부 장관을 잘 모시는 것이다(敬大臣). ‘중용’에서는 이를 대신을 공경한다는 의미로 ‘경대신(敬大臣)’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대통령이 모든 분야에서 완전한 지식과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선거일 전에 벌이는 토론이나 대통령 자격 검정의 장(場)에서, 온갖 분야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등장해 매우 어려운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후보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곤 한다.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한 사람이 모든 분야의 전문 지식과 처리 능력을 다 갖출 수는 없다. 만약 자기가 그런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매우 위험한 사람이다. 정치는 대통령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큰 집단을 이루어 함께 다스려야 한다. 그 때문에 국무총리가 있고 각부 장관이 있다. 국무총리는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인품이 있어야 하고, 각부 장관의 능력을 꿰뚫어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할 일은 우선 그런 총리를 찾아내는 일이다. 그 다음으로 할 일은 각부 장관을 찾아내는 일이다. 각부 장관을 각 분야에서 일인자여야 한다. 경제장관은 경제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고, 교육장관은 교육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며, 국방장관은 국방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각부 장관은 모두 그런 일인자들로 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각부 장관은 해당 분야에서는 대통령의 스승이다.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을 임명하는 것은 부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스승을 모시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선거에서 공을 세운 사람이나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을 임명한다면, 그 순간부터 정치는 혼란스러워진다.

    각부 장관이 그 분야에서 일인자들로 구성되었다면, 장관의 ‘수명’은 길어야 한다. 전 정권의 장관이었다 하더라도 그가 일인자라면 장관직을 계속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은 할 일이 없다.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경제장관이 나서서 해결할 것이고, 교육에 문제가 생기면 교육장관이 나서서 해결할 것이다. 할 일 없는 대통령이 가장 좋은 대통령이다. 공자는 순임금에 대해 “하는 일이 없이 다스린 자는 순임금이다. 무엇을 했는가? 마음을 공손히 간직한 채, 남쪽을 향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無爲而治者 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고 평가했다. 대통령은 별로 할 일이 없으므로, 산책도 하고 등산도 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 될 것이다. 때때로 외국의 원수와 회동하고는 우호를 다지는 역할을 하면 된다.

    서민과 동포 따뜻하게 대하라

    “일 않고 자리만 지키는 ‘도둑’부터 솎아내야  治國”
    다섯째, 모든 공무원을 내 몸처럼 아껴야 한다. 정치는 대통령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공무원이 집단을 이루어 행하는 공동사업이다. 모든 공무원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움직일 때 정치는 원만하게 진행된다. 일반 국민이 대통령을 만날 일은 거의 없다. 일반 국민이 정부를 만나는 것은 주로 하위직 공무원을 만나는 것이다. 국민이 하위직 공무원과의 만남에서 불만이 생기면 곧바로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정치의 성패에 하위직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하위직 공무원이 국민과 한마음이 되어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은 그 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따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하위직 공무원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국민을 위해 일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국민을 위하는 일보다는 자기의 안전을 지키는 데 더 치중하는 공무원들도 있었다. 이른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이 그런 것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자리만 지키고 있는 사람을 공자는 ‘도둑’이라 했다. 공무원들 중에 자리만 지키는 도둑이 있다면 정치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하위직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마음가짐이다. 대통령이 하위직 공무원을 제 몸처럼 아끼고 위하면, 하위직 공무원들은 대통령과 한마음이 되어 국민에게 다가갈 것이다.

    여섯째, 모든 서민을 자녀처럼 대하는 것이다(子庶民). 대통령이 본심을 회복하고 모든 국민과 한마음이 되면, 대통령은 국민의 부모처럼 될 수 있다. 한국인은 예부터 뿌리를 중시했다. 지금도 조상을 숭배하고 족보를 만드는 유일한 민족이다. 조상은 자손들의 뿌리다. 지상의 가지와 나뭇잎들이 뿌리를 통해서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듯이, 자손들은 조상을 통해서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 한국인들이 조상을 숭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남과 하나 되기를 좋아하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한다. 2002년 월드컵 대회는 그런 기회가 됐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 한국인들이 길거리에 나와 응원한 것은 그것이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인은 남과 하나가 되면 신바람이 나지만 그렇지 못하면 위축된다.

    한국인이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대통령의 마음가짐에서 찾을 수 있다. 대통령이 국민과 한마음이 되면 국민 개개인은 대통령과 한마음이 된다. 갑(甲)이 대통령과 한마음이 되고, 을(乙)이 대통령과 한마음이 되며, 병(丙)이 또 대통령과 한마음이 되면, 갑·을·병은 대통령을 매개로 해 모두 하나가 된다. 국민대통합이 따로 없다. 이렇게 해서 모든 국민이 다 같이 한마음이 되면 한국은 한가족처럼 된다. 세종대왕 때가 그러한 때였다. 당시 우리 백성들은 세종대왕을 중심으로 모두 하나가 되었다. 한국인은 모두 하나가 되면 기적을 일으킨다. 배 12척을 가지고도 몇 백 척을 무찌르기도 한다. 가장 좋은 글자를 단숨에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국에서 리더는 그만큼 중요하다. 이를 ‘중용’에서는 ‘자서민(子庶民)’이라 표현했다. 서민을 자기의 자녀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일곱째는 창의력을 가진 기술자를 우대하고 우수한 경제인들을 존중하는 것이다(來百工). 경제는 삶의 기본이다. 국민이 곤궁해 먹을 양식이 없으면 다른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경제적 넉넉함이 좋은 나라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곤궁한 상태에서 좋은 나라를 만들 수는 결코 없다.

    경제를 넉넉하게 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우수한 경제인을 존중하고, 창의력을 가진 기술자를 우대하는 것이다. 경제인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기술자가 무시당하면서 경제적으로 넉넉한 나라가 될 수 없다. 경제인이 의욕을 가지고 사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기술자가 행복하게 자기 일에 종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용’에서는 이를 ‘내백공(來百工)’이라고 했다. 모든 기술자로 하여금 우리나라에 오고 싶어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정치는 이미 책에 있다”

    여덟째는 멀리 있는 우리 동포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다(柔遠人). 우리 국민은 우리 국토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동포는 중국에도 있고, 러시아와 일본에서도 살고 있다. 멀리 미국 땅을 중심으로 세계 방방곡곡에 두루 살고 있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고생한 사람들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살고 있는 동포들은 주로 독립운동을 하던 선열들의 후손들이고, 일본 땅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고생하던 우리 민족의 후손들이다. 우리가 국내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을 때 그들은 모진 고생 끝에 살아남았다.

    우리는 그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들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빈곤하다고 해서 무시하기도 했다. 중국 교포 중에는 이런 설움에 북받친 나머지 한국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고 중국으로 돌아간 사람이 많다. 그들 중에는 중국과 한국 사이에 전쟁이 나면 바로 중국군에 입대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지금의 한국인들은 반성해야 한다.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기 사건에는 우리 동포가 많이 연루되어 있다. 그들은 한국인에게 사기 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인들에게 당한 억울함에 대해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외국에 있는 동포들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외국에 있는 동포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린다면, 우리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다. 지금은 온 지구가 매우 좁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외국에 있는 동포들을 부드럽게 대하는 것, ‘중용’에서는 이를 ‘유원인(柔遠人)’이라 했다. ‘멀리 있는 사람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는 뜻이다.

    끝으로 아홉째는 의리와 우정을 바탕으로 외교정책을 펴는 것이다(懷諸侯). ‘중용’에서 좋은 정치 방식으로 제시한 아홉째는 ‘회제후(懷諸侯)’다. 회(懷)는 ‘따뜻하게 품어준다’는 뜻이고, 제후는 이웃나라의 국왕을 말하므로, 회제후는 글자 그대로 ‘이웃 나라의 임금을 따뜻하게 품어준다’는 말이다. 이웃 나라 임금과의 교류는 지금 상황으로 말하면 외교에 해당한다. 국가를 튼튼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국방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교를 잘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외교를 잘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외교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 인간관계에는 법칙이 있다. 내가 그를 사랑하면 그도 나를 사랑하고, 내가 그를 존경하면 그도 나를 존경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내가 그를 무시하면 그도 나를 무시하고, 내가 그에게 이득만 보려고 하면 그도 나에게 이득만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인간관계의 법칙은 국가 간에도 성립한다.

    그러므로 국가 간의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먼저 상대의 나라를 아끼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우리가 이득을 보려고만 하면 결코 순조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어떤 나라와 교류할 때 먼저 그 나라의 정서와 사상을 알고 그에 맞추는 것이다. 각 국가는 고유한 정서와 사상이 있다. 이를 무시하고 우리 정서와 우리 방식대로 대한다면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일 않고 자리만 지키는 ‘도둑’부터 솎아내야  治國”
    이기동

    1952년 경북 청도 출생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학·석사

    일본 쓰쿠바대 철학박사

    前 한국일본사상사학회장

    現 동인문화원장

    2007년 한국인 최초 사서삼경 강설 완역

    저서: ‘한마음의 나라, 한국’ 외 다수


    이상에서 제시한 아홉 가지가 중용구경(中庸九經)이다. 중용구경은 시대가 변하고 지역이 달라도 통용되는 만고의 철칙이다. 이러한 철칙이 이미 ‘중용’이란 책에 기록되어 있는데도, 그것이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정치의 장에서 실현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공자는 말했다.

    “좋은 정치의 방법과 내용은 이미 책에 기록되어 있다. 다만 그런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런 정치는 실현되지만,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런 정치는 실현되지 않는다(子曰文武之政 布在方策 其人存則其政擧 其人亡則其政息).”

    새 대통령 시대에 중용구경의 좋은 정치가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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