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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르포] “코로나 2년, 재난지원금 쓰는 사람 거의 못 봐”

서울 광장·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이유 있는 분노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민심 르포] “코로나 2년, 재난지원금 쓰는 사람 거의 못 봐”

  • ● 20개월 동안 빚만 억대로 늘어…진작 문 닫을 걸
    ● 집값만 올려놓고 ‘내로남불’식 대응에 신물 나
    ● 전국 동시 ‘셧다운’하고 백신 공급 서둘렀어야
    ● 재난지원금 잔치, “장님이 제 닭 잡아먹는 꼴”
    ● 홍삼 판매점 80~90%, 한복집 85% 매출 급감
    ● 부동산·방역·일자리 정책에 민심 ‘부글부글’
    ● “다음 대통령은 경제 살리고 공정했으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남대문시장 액세서리 상가(위). 남대문시장은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남대문시장 액세서리 상가(위). 남대문시장은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지난해 2월부터 확산하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1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그사이 정부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국민재난지원금을 5차례에 걸쳐 지급했다. 국민재난지원금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반드시 거주지 시·군 지역의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전통시장은 골목상권 보호 차원에서도 사용이 권장되는 곳이다.

그렇다면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중순부터 지급된 5차 재난지원금이 전통시장의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을까.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시장 상인들은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서 이들의 표심은 누구를 향하게 될까.

5차 재난지원금(전 국민의 88%를 대상으로 인당 25만 원 지급)의 사용 기한인 12월 31일까지 두 달 남짓 남은 11월 2일 오후,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과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았다.

남대문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서울 명동, 이태원과 함께 외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손꼽혔다. 시장 상인들의 전언에 따르면 전체 방문객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외국인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다. 내국인의 방문도 부쩍 줄었다. 정부가 11월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한층 완화했는데도 시장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상가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비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피아노 건반처럼 다닥다닥 늘어선 액세서리 점포에 구경꾼조차 보이지 않고 주인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상대적 박탈감’ 안긴 국민재난지원금

“남대문시장에서 장사한 지 35년째”라는 액세서리 도매상은 “재난지원금을 쓰는 손님이 있느냐”고 묻자 “한 명도 없었다”면서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줘도 전통시장 매출이 늘어나긴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매출이 80% 줄었다. 1997년 IMF(국제구제금융) 사태나 사스, 메르스 사태 때도 이 정도로 힘들진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지금까지 100만 원, 200만 원 두 번 받았어요.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자가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던 상인들인데도 영업 제한 업종이 아니라고 올해는 소상공인 지원금 대상에 넣지도 않았어요. 외환위기 때는 우리처럼 피해 본 곳을 먼저 지원해 줬어요.”

현 정부가 잘한 정책과 잘하지 못한 정책을 짚어달라고 하자 그는 “전반적으로 다 마음에 안 든다”며 “특히 재난지원금 정책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여기는 외국인 손님이 오지 않으면 문 닫는 가게가 많이 나와요. 실질적인 지원 없이 상황이 좋아지기만 속수무책 기다리는 건 희망 고문일 뿐이에요. 박근혜를 탄핵하고 대통령이 돼서 깨끗하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 줄 알았는데 몹시 실망스러워요. 화천대유 사건, 조국 사태를 지켜보면서 내로남불식 정치 행태에 신물이 났어요.”

남대문시장에서 유명한 꽃 도매상가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이곳 꽃집들은 매출이 50~70% 급감했다. A꽃집 주인은 “크리스마스 준비로 최근 사람이 좀 오는 편인데 얼마 전까진 사람 자체가 안 다녔다”며 “오더라도 한번 휙 둘러보며 구경하는 게 끝인데 매출이 늘겠느냐”고 반문했다. 어느새 그의 목청이 높아졌다.

“코로나19가 확산돼 졸업식, 입학식, 결혼식 등 각종 행사가 열리지 못하고 있어요. 꽃은 생화이기에 관리가 쉽지 않은 데다 생필품이 아니기에 대목을 놓치면 타격이 엄청나요. 정부가 국민재난지원금을 풀어도 여기로 꽃 사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동네 마트, 식료품 가게, 음식점 같은 데만 재난지원금 덕을 보고 있대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상대적 박탈감에 울화가 치밀어요. 국민재난지원금으로 돈을 많이 써서 나라 빚이 크게 늘었다고 하니 걱정돼요. 이런 지원 정책은 쓰지 않으면 좋겠어요.”

B꽃집 주인도 “지금까지 재난지원금을 쓰러 온 손님은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45년 동안 장사했다”는 그는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 우리 (소유) 가게니까 그나마 버티는 것이다. 임차료를 내는 상인들은 죽을 맛이라고 한다”며 “코로나19 피해 보상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낮다. 일본 자영업자들은 억 단위로 받더라”고 지적했다.

매출 뚝, 빚만 느는 악순환의 연속

여기서 장사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홍삼·인삼 판매점 사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전혀 오지 않아 매출이 90% 이상 줄었다”고 했다. 또 “국민재난지원금으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가 전혀 없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가요?”라고 물은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잘한 정책과 잘못한 정책을 묻자 그는 방역 정책과 부동산정책을 떠올렸다.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실천하게 한 건 잘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는 거리두기가 소용이 없지만요. 가장 못한 건 부동산정책이에요. 집값이 말도 안 되게 오른 건 부동산정책 때문이에요.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죠. 집값이 너무 올라서 무주택자는 집을 살 엄두도 내기 힘들어졌어요.”

시장 내 식기상가 상인들은 “매출이 40% 이상 줄었다”고 했다. 또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는 손님이 아주 드물게 있다”고 전했다. 한 주방용품점 사장은 “장사가 하도 안돼서 임차료도 밀려 있고 빚만 늘었다. 거래처의 주문이 뚝 끊겼다. 요즘은 뭐든 온라인으로 사다 보니 그릇을 사러 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억누르던 감정을 쏟아냈다.

“거리두기를 제한한 곳만 손님이 없는 게 아니에요. 다 힘들어요. 그런데 어떤 곳은 지원하고 어떤 곳은 안 하는 건 형평에 어긋나요. 업종이 서로 연계돼 있기 때문에 다 영향을 받아요, 결혼이나 이사 건수가 줄면 식기 소비도 그만큼 줄어요. 식당이 안돼도 마찬가지고요. 장사가 안돼서 신용카드 대금을 제때 못 냈더니 대출받기도 힘들고 이자도 더 많이 내고 있어요. 악순환의 연속이에요.”

남대문시장에서 재난지원금으로 꾸준히 결제가 이뤄지는 곳은 분식점과 옷가게뿐이었다. 이곳에서 50년간 장사했다는 옷가게 주인은 “재난지원금을 쓰는 손님이 간간이 오는 데다 구매금액이 5만 원 미만 수준이어서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입구에 자리한 안경점 사장도 “재난지원금을 들고 오는 손님이 없진 않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 4월 1차 국민재난지원금이 나왔을 때보다 방문 건수가 현저하게 줄었다고 한다. 그의 부연설명이다.

“지난해에는 국민재난지원금을 쓰는 사람이 눈에 띌 정도였어요. 결제할 때 재난지원금으로 해도 되는지 물어보거든요. 게다가 작년에는 4인 가구에 100만 원을 줘서 효과가 두드러졌는데 이번에는 인당 사용한도가 25만 원이다 보니 동네 편의점이나 마트, 식당 같은 데서 주로 소비하더라고요. 여기는 외국인의 매출 비중이 커요. 외국인이 오지 않으니 매출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어요.”

“경제 살리는 대통령 원한다”

서울 광장시장 반찬 가게 모습. [지호영 기자]

서울 광장시장 반찬 가게 모습. [지호영 기자]

국내 5대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광장시장 상인들도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 울상을 짓고 있었다. 한복집은 85%, 홍삼 판매점은 80%, 타월 가게는 70%의 매출 감소율을 보였다. 반찬가게와 음식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점포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는 손님이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광장시장에서 대를 이어가며 35~70년간 장사한 상인들은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어도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C씨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다 까먹으며 버티고 있다. 스트레스 받아서 미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D씨는 “손님이 없어서 손가락 빨고 있다. 이렇게 길어질 줄 알았으면 진작 문을 닫을 걸 너무 후회스럽다. 은행에서 소상공인 대출을 받았는데 갚지도 못하고 빚만 늘었다. 경기가 엉망이라 임차료하고 세금 내기가 너무 힘들다. 빚이 20개월 만에 1억 원대로 늘어났다”고 털어놨다.

시장 상인들 중에는 코로나19 방역과 피해지원 정책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광장시장에서 45년간 장사했다는 상인 E씨는 “재난지원금을 차라리 안 주는 게 낫다. 장님이 제 닭 잡아먹는 꼴이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주면서 세금을 더 걷는다”고 비판했다. F씨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전국에서 동시에 ‘셧다운’하고 백신 공급을 서둘렀으면 내수경기가 이 지경은 안 됐을 것이다. 재난지원금 줄 예산이면 전 국민이 백신을 몇 번은 맞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인들은 묻지 않아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재인 정부와 방역대책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쏟아냈다.

“버스나 전철 안에서는 거리두기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집회를 못 하게 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고 설득력도 없다. 처음부터 방역을 너무 허술하게 한 탓에 온몸에 암이 전이된 꼴.” “문재인 대통령이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성과가 없다.”

남대문시장과 광장시장 상인들은 현 정부의 실정으로 부동산정책을 첫손에 꼽았다. “집을 가진 사람은 팔기도, 사기도, 보유하기도 버거워졌고 집이 없는 사람은 주택가격이 너무 올라 ‘영끌’ 외에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너무 없다.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다음에는 어떤 대통령이 나오길 바라는가”라는 물음에 시장 상인 다수가 “경기를 회복하고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말했다.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대통령” “정의로운 대통령”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와 부끄러워하는 염치를 가진 대통령” “일자리 창출에 능한 대통령” “서민의 고충을 헤아리는 대통령”이라는 답도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상인들 중에는 내년 3월 9일 누구에게 표를 줄지 정하지 못했다는 이가 많았다. “누구도 기대할 게 없다”며 회의적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이들의 표는 과연 어디로 향할 것인가. 그 결과는 대선 후보자들이 어떤 공약으로 어떻게 이들에게 다가갈지에 달려 있다.


#전통시장민심 #재난지원금 #대통령선거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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