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호

베스트 CEO 10인이 추천하는 베스트 경영서적

  • 김은환 <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serikeh@seri.org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5-04-21 14: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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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그룹 구본무 회장 ‘미래의 경영’
    • SK(주) 최태원 회장 ‘세계화 이후의 세계화’
    • 포스코 유상부 회장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
    • 삼성물산 현명관 부회장 ‘천안문’
    • 휠라코리아 윤윤수 사장 ‘상도’
    • 조흥은행 위성복 행장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클릭 앤 모르타르’
    • 성주인터내셔널 김성주 사장 ‘리스크의 세계’
    • 야후코리아 염진섭 전 사장 ‘메타 캐피털리즘’
    •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알 리스의 인터넷 브랜딩 11가지 불변의 법칙’
    경영학 대가 16인의 미래 예측

    -미래의 경영 (Rethinking the Future)

    -로언 깁슨 대담·정리, 손병두 옮김,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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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하는 말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고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미래의 경영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는 ‘Rethinking the Future’는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로언 깁슨이라는 경영 컨설턴트와 세계 주요 석학 간의 대담을 통해 미래 경영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등 경영학계 저명 인사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들의 사고와 식견이 지닌 깊이와 다양성을 손쉬운 방법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를 통해 기업 경영에 관련된 의미 있는 변화 몇 가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변화할 미래 기업 환경에 대한 실질적 정보를 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프라할라드(C.K. Prahalad) 교수는, 새 시대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이윤의 원천을 찾아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 영속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대신, 선택과 집중에 힘을 쏟으라는 충고다. LG를 포함한 우리나라 기업 모두가 깊이 명심해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리더십에 관한 내용도 매우 자극이 되는 부분이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확실한 목적의식과 비전 제시 능력, 말보다 행동으로 신뢰를 쌓는 리더십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의 잭 웰치, 마쓰시타 고노스케 등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의 소유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리뷰 이 책은 스티븐 코비, 마이클 해머, 레스터 서로, 필립 코틀러 등 경영학 대가(guru) 16인을 인터뷰한 결과를 정리, 미래 경영의 흐름과 대응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대가들의 미래 예측을 한꺼번에 일람함으로써 향후 경영의 주요 트렌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이 책은 ‘미래의 원칙’, ‘미래의 경쟁’, ‘미래의 조직관리’, ‘미래의 리더십’, ‘미래의 시장’, ‘미래의 세계’ 등 총 여섯 장으로 구성돼 있다. ‘미래의 원칙’에서 스티븐 코비는 원칙 우선과 신뢰를 강조한다. 기업의 생존과 경쟁을 위해 어느 정도 일관성이나 원칙이 희생되어도 묵인되던 과거와는 달리 21세기에는 원칙의 시대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종업원이나 투자자는 물론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기업은 일순간에 버림받을 수 있음을 각종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리엔지니어링으로 90년대 기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마이클 해머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파격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산업혁명 이후 진행된 과정을 원래대로 돌리는 역산업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한다. 중세 길드의 마이스터와 같은 장인적 생산 방식과 서비스로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아니다. 한 차원 높인 고객서비스를 발달한 정보, 통신, 물류기술과 연결해 대량공급하는 통합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산업혁명 이전의 마이스터 정신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레스터 서로는 일본의 마이너스 성장, 동남아국가들의 부진 등을 들어 21세기가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회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활발한 투자는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한다.

    대가들이 툭 던진 가벼운 한마디가 일반 연구원의 공들인 자료분석이나 정교한 미래 예측보다 사태의 본질을 더 날카롭게 짚어내는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다. ‘미래’를 향한 밑그림을 그리기 전, 대가 16인의 진술을 훑어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기업 경영에 관한 한,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사고를 지배해 온 인물이다. 이들이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최근의 경영 환경에 대해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아니면 기존의 개념틀을 고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소유하지 말고 지배만 하라”

    - 세계화 이후의 세계화 (Race for the World)

    - 로웰 브라이언 외 지음, 황진우 옮김,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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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하는 말 주가가 좌충우돌, 경제를 뒤흔들면서 신경제 신화의 권위가 허물어지고 있다. “신경제는 있다”, “없다”는 논란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와 이후의 세계화’는 일단, 그런 논란은 뒤로 제쳐두자고 제안한다. 매킨지 최고의 신경제 전문가로 통하는 지은이는 “신경제란 완성된 이상적 상태가 아니라 역동적인 전환이며, 기업들이 전략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신경제를 추동한 디지털혁명, 금융혁명, 규제완화혁명 때문에 지리적 장벽이 급격히 사라져 교류 비용이 줄어든 데 주목한다. 이 기회를 활용해 ‘무형자산 중심의 세계화 전략’을 세우라는 제언이다. 기업이 보유한 무형자산인 경영기법, 브랜드, 인재, 아이디어, 네트워크로 세계 곳곳의 유형자산을 연결해 새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주장은 글로벌 전략의 패러다임 바뀌는 요즘, 우리 기업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리뷰 이 책의 원제 ‘Race for the World’는 신경제 시대를 맞아 기업 전략의 차원이 지역이나 국가를 떠나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신경제의 도래는 지리·자본·기술에 의한 장벽을 소멸시킨다. 이제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글로벌 자본은 유망한 사업 아이디어를 향해 순식간에 이동한다.

    현재의 지역 산업, 국가 산업들은 점차 세계화하는 추세다. 통신산업의 경우 브리티시텔레콤과 AT&T의 합작사인 텔레포니카 데 에스파냐가 중남미 전역에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 오프라인 산업의 대표격인 맥주산업조차 글로벌화가 활발히 진행돼 아일랜드 고유 맥주 기네스는 총생산량의 86%를 해외에서 판매중이다.

    특정 지역 및 국가시장에 안주하는 기업들에게 신경제는 생존의 위기를 뜻한다. 이 책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의 경쟁력을 가져야 하며 이때 중요한 것은 유형자산이 아니라 무형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거래비용과 상호작용비용이 급락하는 현실에서 유형자산을 통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무형자산을 통한 세계화 전략 요령은 무엇인가.

    우선 어떤 부문에서 경쟁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미국 은행 퍼스트 미드스테이츠는 회사의 핵심사업으로서 기업금융에 주력했으나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통합기업의 등장으로 경쟁우위를 상실했다. 이제 바람직한 전략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즐비한 기업금융 부문을 포기하고 자체 경쟁력을 지닌 개인금융사업을 축으로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것은 회사의 정체성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결정이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무형자산을 축으로 한 세계화에서는 소유하지 않고 지배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소유를 하게 되면 수익과 동시에 리스크도 100% 부담하게 돼 몸이 무거워진다. 메리어트 호텔은 해외부동산을 거의 소유하지 않으면서 경영서비스와 글로벌 마케팅만 제공함으로써 리스크가 낮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한 거래비용 및 상호작용비용이 떨어짐에 따라 지리적 재정거래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환율변동에 의한 금융 재정거래와 달리 실물 재정거래는 산업구조, 비용구조, 인프라 등의 차이에 기인한다. 미국 PC업체의 경우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미국에서, 모니터나 액정은 일본에서, 저장기기는 동남아시아에서, 메모리칩은 한국에서 조달함으로써 제품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 책은 신경제와 세계화의 관계를 명쾌하게 해명하고 전략적 연결고리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점은, 세계화가 생존과는 동떨어진 사치가 아니라 생존전략의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해외 진출(즉 세계화)을 철회하고 보는 잘라내기 일변도의 구조조정은 신경제 시대에 부당하며, 오히려 과감한 구조조정을 세계화를 위한 디딤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펼치고 있다.

    뛰어난 CEO 가 많은 연봉을 받는 5가지 이유

    -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 (The Five Temptations of a CEO)

    - 페트릭 렌시오니 지음, 송경모 옮김,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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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하는 말 나는 평소 임직원들에게 투명, 정도, 책임 경영을 강조해 왔다. 투명해지기 위해선 한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부끄러운 행동을 하게 되는 ‘최초의 순간’에 유혹이 있을 것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강조하는 나는, 그렇다면 얼마나 투명하고 원칙 중심적인가.

    저자 패트릭 렌시오니는 CEO들에게 지위보다 실적을, 인기보다는 결과 규명의 책임을, 확실함보다는 명쾌함을, 조화보다는 생산적 의견 충돌을, 그리고 반론을 불허하기보다는 철저한 신뢰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선택의 순간에 무엇을 원칙 삼아 결단을 내려야 하는가를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CEO란 자리에 있다 보면 사내 회의 주재다, 외부 인사 면담이다, 언론 인터뷰다 해서 말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외치는 한마디가 있다.

    “너나 잘해라!”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한 다짐이다.

    ▶리뷰 이 책은 일반적인 경영서와는 달리 소설 형식으로 CEO에게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신참 CEO 앤드류는 성과가 안 좋은 채로 첫 이사회를 열게 돼 심기가 불편하다. 이때 한 허름한 노인이 다가와 대화를 시작하고, 그에게서 중대한 교훈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정체불명의 노인으로부터 지혜를 얻는다는 것은 흡사 중국의 대전략가 장량이 거지노인으로부터 황석공서를 전수받는 것을 연상시킨다. 미국 컨설팅회사 회장인 저자가 이런 형식을 빌려 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다섯 가지 유혹 중 첫째는 CEO가 회사 전체의 성과보다 자신의 개인경력에 신경 쓰는 것이다. 노인은 앤드류에게 가장 기뻤던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 앤드류가 CEO에 선임되었을 때라고 하자 노인은 “당신은 처음부터 유혹에 빠졌던 것”이라며 엄하게 지적한다.

    계속해서 노인은, 부하들에게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것,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 봐 의사결정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 등을 신랄하게 추궁한다. 예를 들어 “CEO 부임 후 6개월 동안 회사를 어떠한 비전으로 이끌었는가”, “향후 6개월 동안 달성하려는 구체적 목표는 무엇인가” 등등의 질문이 이어진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앤드류는 그런 질문에 척척 명쾌하게 대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러자 노인은 바로 그러한 질문들에 답변하는 책무의 대가로 막대한 연봉을 받는 것이라고 밀어붙인다.

    노인의 지적은 오늘날 한국의 CEO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회사는 망했는데도 자기 몫은 여전히 많은 경영자, 노조의 압력이 두려워 터무니없는 이면계약을 체결한 공기업 경영자 등. 노인이 지적한 유혹에 너무 쉽게 굴복한 탓은 아닐까.

    현장직원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듣는 데는 인색한 반면, 필요 이상의 권위주의적 경영스타일을 유지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반론을 제기할 만한 CEO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이 미국인 컨설턴트에 의해 씌어진 것을 보면 선진기업의 CEO에게도 이러한 유혹을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그렇더라도 이 책은 특별히 한국 CEO들에 대한 고언처럼 느껴진다. 회사보다는 자기 경력을 앞세우고 회사는 망해도 개인은 잘 풀리는 CEO가 많은 한 한국경제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사업보국을 내세우며 항상 도덕과 윤리를 강조해 온 우리에게 이 책의 내용은 실상 너무 친숙한 것이다. 참신한 내용이 별로 없다고 폄하할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노인이 제시한 다섯 가지 유혹에 빠지지 않은 경영자를 찾기가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말로는 도덕군자지만 실천이 따르지 않는 우리 현실을 깊이 반성케 하는 책이다.

    중국근대 영웅들에게서 무엇을 배울것인가

    -천안문

    -조너선 D.스펜서 지음, 정영무 옮김,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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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하는 말 ‘중국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런 화두를 늘 염두에 두고 있던 차에 접하게 된 이 책은 오랜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청조 말 개혁가인 캉요웨이(康有爲), 국민작가 루쉰(魯迅), 작가이자 정치행동주의자 딩링(丁玲). 이런 중국의 선각자들은 위험 속으로 앞장서, 기꺼이 몸을 던지고 가망 없는 상황에서도 신념을 실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들이 보여준 불굴의 정신력은 현재의 지도층에까지 면면히 흘러, 중국을 21세기 초강대국으로 발돋움케 하는 초석이 되고 있다.

    특히 의학도였던 루쉰은 국민계몽을 위해 문학으로 인생 진로를 바꿔, 통찰력과 중국 정신이 번뜩이는 작품들로 동시대인을 이끌었다. 그가 늘 외치던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는 말은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 디지털경제, 인터넷시대로의 대전환이라는 격동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지도층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리뷰 ‘천안문’은 특이한 역사책이다. 이 책은 시모노세키 조약에 분노한 캉유웨이가 황제에게 과감한 시정 개혁을 요구했던 1895년부터 숙청당했던 여류작가 딩링이 석방된 1979년 전후까지 약 100년간의 중국 근대사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요 관심은 역사적 사건의 객관적 서술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다간 몇몇 사상가인 루쉰과 딩링 등이 주인공이다.

    저자 조나선 스펜서는 당시의 정치군사적 리더인 쑨원, 장제스, 마오쩌둥을 조역으로 돌리는 대신, 역사의 주도적 흐름에서 조금씩 비켜 서 있던 인물들을 주역으로 내세운다. 이는 중국 근대화를 정치경제사적 사건이 아닌 정신의 성장이란 측면에서 이해하려 한 저자의 의도가 투영된 결과다.

    표준적인 역사교과서에 비하면 이 책은 지나치게 상세한 개인사의 옴니버스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 근대화는 수천 년의 전통을 지닌 거대 문화국가가 고유의 정체성과 특별한 자부심을 송두리째 강탈당한 채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했던 사건이었다. 이 시기를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다 간 사람들의 내면을 살펴보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캉유웨이는 과거를 치르기 위해 북경에 올라왔다가 시모노세키 조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수험생의 처지도 잊고 장문의 시정개혁안을 써 황제에게 제출했다. 루쉰은 현실에서 과격한 행동을 삼가고 늘 한발 옆으로 비켜 서 있었지만 소설을 통해 중국인민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꾸준히 암시했다. 딩링은, 서른 살에 여학교에 입학해 전족을 풀고 지독한 통증을 참으면서 주어진 운명을 바꿔나갔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현대 중국의 탁월한 소설가로 성장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아무리 거대한 역사의 흐름도 태풍이나 해일 같은 인간 외적 힘이 아니라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뇌와 투쟁의 결과임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강한 공감과 연민을 가지고 등장인물들의 삶을 추적한다. 여기서 개인은 역사적 사건의 사소한 부품이 아니라 수많은 세력에 시달리면서도 결국에는 역사를 만들어 가는 작은 영웅으로 그려진다. 현재 과도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독자들에게도 힘과 용기를 줄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변화앞에서 철학하지 말라”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Who moved my cheese?)

    -스펜서존스 지음, 이영진 옮김, 진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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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하는 말 “인간만큼 변화를 좋아하는 동물은 없다. 또한 인간만큼 변화를 주저하는 동물도 없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은 성장의 필연적 과정인 ‘변화’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낮지만 명료한 어조로 제시한다.

    이 책은 생쥐 두 마리와 꼬마인간 둘이 식량인 치즈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우화다. 술술 책장을 넘기다 보면 거창하게만 느껴졌던 ‘변화’란 화두가 한층 쉽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생쥐와 꼬마인간들은 창고에 있는 치즈를 먹으며 하루하루 만족스럽게 살아간다. 어느 날 생쥐들은 치즈가 곧 바닥나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다른 창고를 찾아 떠난다. 그러나 두 꼬마인간 허와 햄은 남아 있는 치즈에 안심하며 계속 그 창고를 고수한다. 이윽고 치즈가 바닥이 난 날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다음날에도 창고에 가보지만 치즈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치즈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송두리째 없어졌다는 생각에만 집착한다.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새 치즈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움직이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사라져버린 치즈에 미련을 빨리 버릴수록 새 치즈를 빨리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이해하기 쉬운 경구를 통해 이 책은 변화의 당위성을 효과적으로 설파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지만 무거운 울림이 뒤따름을 느꼈다.

    ▶리뷰 즐겁고 유쾌한 우화를 통해 변화에 대한 인간 심리를 명쾌하게 묘파한 책이다. 저자는 심리학자 출신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그는 평이하지만 편안한 필체로 변화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그는 우선 등장인물을 생쥐와 꼬마인간으로 분류해 변화수용자와 거부자를 분리한다.

    변화에 적합한 사람의 특징은 단순하고 지나치게 분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사물을 너무 깊이 보는 분석적인 사람은 자신의 분석에 갇혀 버리기 십상이다. 생쥐는 작은 변화에 민감했다. 논리적인 정합성을 따지기에 앞서 생쥐처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주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와 달리 꼬마인간 햄과 허는 치즈를 자신들의 권리로 이해했으며 따라서 치즈가 거기에 있는 것을 당연시했다. 그들은 재고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의 ‘권리’였기 때문이다.

    햄이 치즈가 다 사라져버렸을 때 한 일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지나친 반성과 자책은 오히려 변화를 가로막는다. 오히려 ‘나쁜 일은 늘 일어나는 것이고 그것이 오늘 나에게 일어났을 뿐’이라는 가벼운 접근이 필요하다. 또 사물을 과도하게 이론적·체계적으로 이해하면 구체적인 현상에 둔감해진다.

    문제는 인간의 다수가 생쥐형이 아니라 꼬마인간형이라는 데 있다. 사물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인간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직면하고 나서야 분노와 자책에 빠진다. 그때라도 사실을 인정하고 변화에 적응하면 되는데 그렇지 못한 채 자신이 쳐놓은 덫에 걸리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꼬마인간 중 허는 이 덫에서 빠져나왔으나 햄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야말로 이 ‘햄 증후군’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잘못된 관행들, 복지부동, 낙하산인사, 종신고용, 생산성 증가 없는 임금인상. 이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치즈’였다. 이것이 줄어들고 또 썩고 있다는 징후는 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나타났으나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IMF구제금융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여기서 분노가 발생한다. 왜 하필 내가 사는 지금 이 시점에? 대학생들은 쉽게 취직한 선배들을 떠올리며 분노하고, 관료들은 낙하산인사에 대한 사회적 비난에 반발한다. 공무원, 금융기관, 공기업 근로자들은 민간기업의 대량해고에는 애써 눈감은 채 자신들의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이 책은 햄이 결국 돌아섰음을 암시하면서 끝맺는다. 우리도 햄처럼 돌아설 수 있을까. 자책, 타인에 대한 비난, 좌절, 집단이기주의는 충격을 받았을 때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조건반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준엄한 환경변화 앞에서 우리는 빨리 꼬마인간 허처럼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햄이 될 것인가 허가 될 것인가. 이 책은 한국경제가 직면한 기로를 잘 묘사하고 있다.

    물같은 재물, 저울같은 사람

    -상도(商道)

    -최인호 지음,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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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하는 말 나는 최근 소설가 최인호 씨의 장편 ‘상도(商道)’를 감명 깊게 읽었다. 본격 경영서는 아니지만 그 어떤 전문서적보다 유용하고 추천할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기업가들의 도덕적 해이가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소설에서 거듭 강조하고 있는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즉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말은 경영자인 나에게 천둥 같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물과 같은 재물에 욕심을 부리면 결국 그 재물로 인해 비극을 겪게 되며, 사람의 마음이 저울과 같이 올바르지 못하면 언젠가는 파멸하고 말리라는 가르침이 나를 며칠 밤 잠 못이루게 했다.

    주인공 임상옥은 힘써 모은 재산을 자신이 아니라 불우한 이들을 돕는 데 사용한 진정한 장사꾼이다. ‘돈의 노예’가 되다시피 한 우리 사회 큰 장사꾼들의 오늘을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IMF 구제금융 시기 금모으기운동처럼 국가가 어려울 때는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돈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금모으기도 실상 돈 없는 서민이 주도한 일 아니었던가.

    금가락지 한두 돈이 아니라, 진짜 금괴를 쌓아놓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권한다.

    임상옥이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줄 것이다.

    ▶리뷰 일본에는 상인이나 기업인으로서 전 국민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많다. 미국의 카네기, 포드 등도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오늘날에도 빌 게이츠나 존 챔버스 같은 기업인들은 미래를 이끌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인에 대한 이미지가 썩 좋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상인으로서 존경받는 인물이 많지 않다. 그래서 소설가 최인호는 상인으로서 큰 족적을 남긴 인물에 대한 소설을 쓰고자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발굴해낸 인물이 의주상인 임상옥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단순히 이윤추구나 처세를 넘는 상인의 도리, 성인의 도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상도의 내면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소설은 임상옥의 행적을 따라가며 상도의 진면목을 소상히 밝힌다.

    처음 연경에 가 한 매춘부의 몸값을 지불하며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긴다’는 말을 되새기거나, 인삼교역권을 얻기 위해 세도가를 만났을 때 ‘이익도 손해도 아니라 의를 추구한다’는 포부를 밝힌다든가, 또 인삼가격 인상에 대한 항의로 청국 상인들이 불매운동을 전개할 때 그들 앞에서 인삼을 태우며 이를 소신공양에 비유하는 등 주인공 임상옥은 생각의 크기나 깊이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임상옥은 석숭이라는 고승 밑에서 3년간 수도한 불제자이며 아버지로부터는 유교적 가르침과 학문을 배운 ‘될성부른’ 나무다. 저자는 유불선 3가의 가르침을 종합해 임상옥이라는 이상적인 한국 상인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의 정신은 한마디로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라는 열 글자로 요약된다. 스티븐 코비가 21세기는 원칙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만한 원칙이라면 기업 경영을 하는 사람들이 귀감으로 삼을 만하지 않은가 싶다. 이런 인물을 발굴해 이만큼 형상화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소설적 재미도 뛰어나다.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미스터리 기법으로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김정희, 홍경래, 박제가 등 유명인이 등장해 연출하는 복잡한 관계도 흥미를 돋운다. 이외에도 당시의 정치, 학문, 외교, 산업, 서민 생활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조선 후기 사회상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관련 부분마다 사기, 논어, 불경, 제자백가 등등 관련 지식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어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는 점이다. 동양의 정신을 상업, 또는 경제활동의 윤리로 재해석하려 한 작가의 노력이 예술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필자가 예단할 일이 아니나, 역사에 묻힌 이런 인물을 발굴해 널리 소개한 점은 그 자체로 우리 기업경영에 신선한 충격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젊은 세대는 거짓비전을 금새 알아본다”

    -클릭 앤 모르타르 (Click and Mortar)

    -데이비드 S.포트럭 ·테리 피어스 지음, 구본성 옭김,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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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하는 말 디지털 시대를 헤쳐가야 할 사람들에게 미래 경영의 지혜를 제시해 주는 책. 제목인 ‘클릭 앤 모르타르’란 단어의 뜻은 ‘전통가치와 디지털의 조화’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보수적 금융업계에 속한 소규모 증권중개업체에 불과했던 슈왑사가 어떻게 인터넷 시대를 지배하는 가장 혁신적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를 통해 ‘클릭 앤 모르타르’ 기업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 책은 ‘인터넷 시대’에 성공하는 비결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 특히 인간의 열정이라고 주장한다. 월급만 받으려는 종업원들과 함께하기보다, 그들에게 열정을 심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일선 경영자로서 크게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열정은 어떻게 고양 할 수 있을까. 일관성 있는 기업문화, 열정과 팀플레이의 조화, 열정을 고무하는 경영시스템의 구축 등이 그 해답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자신이 쌓은 최선의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려는 열정이야말로 인터넷 시대의 경제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리더의 역할이라는 메시지다. 오늘날 흔히 거론되는 윤리경영, 정도경영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기업 윤리란 단순히 법을 잘 지키고,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객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봉사한다는 기업의 비전, 그 비전을 공유하는 종업원들의 열정이 곧 새 시대 기업윤리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윤리경영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성공의 진정한 원천임을 거듭 떠올리게 하는 결론이다.

    ▶리뷰 이 책은 슈왑의 최고경영자였던 데이비드 포트럭이 리더십 전문가와 함께 저술한 ‘슈왑 성공기’다. 슈왑은 e-슈왑을 통해 디지털화에 성공하고 오프라인의 강자인 메릴린치를 따돌린 기업으로 유명하다. 금융회사는 전통적으로 보수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처럼 발빠르게 디지털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기서 저자는 디지털화가 결코 기술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오히려 기업문화, 또는 기업윤리다. 슈왑은 매우 강한 윤리의식과 독자적인 기업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슈왑은 출발부터 다음과 같은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이제까지 투자를 통해 얻는 자본이익은 주로 부자나 기관투자가의 것이었으며 서민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슈왑은 발달된 금융기법과 이를 통한 끊임없는 수수료 인하노력 및 맞춤형 서비스의 개발로 자본이익을 서민에게 개방하고자 했다. 이것이 이 회사의 비전이 되었고 전 종업원은 이러한 대의명분에 공감했던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거짓 비전을 빨리 알아본다. 회사가 공식적 비전으로 ‘고객만족’을 아무리 내세워도 실제로 고객보다 이익을 우선시한다면 종업원들은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

    슈왑에서는 회사이익보다 고객의 이익을 앞세운 사례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캘리포니아의 한 노부부가 투자 실패로 집을 날리게 되었다. 슈왑의 담당직원은 이 집을 담보로 잡되 채권행사를 연기하여 이 노부부가 여생을 이 집에서 보낼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를 휩쓴 대화재로 이 집이 불타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왑은 보험금을 포기하고 혼자 남은 할머니에게 새 집을 지어주었다. 이런 사례는 살아 있는 전설이 되어 모든 직원에게 회사의 비전이 액자에 걸려 있는 구두선(口頭禪)이 아님을 입증한다.

    디지털 기술은 자금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소액투자자들에게 가장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슈왑이 업계의 선두주자들을 제치고 이렇듯 빨리 사이버 공간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에게 봉사하려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화라는 시대적 조류에 편승하고자 기술을 도입하는 시늉만 했다면 이런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인터넷화의 성공조건은 단순한 고객만족을 뛰어넘는 고객에 대한 열정을 전 종업원이 공유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화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대개 근본 정신을 소홀히 한 채 기술도입에만 치중하는 느낌이다. 인터넷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막강한 채널을 의미하며 이것은 한 차원 높은 서비스정신이 발휘될 때 진가를 발휘한다. 기업의 비전과 미션을 새로 정비하고 강한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디지털화의 참된 의미임을 이 책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증폭되는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리스크의 세계 (World of Risk)

    -마크 헤인즈 다니엘 지음, 안종설 옮김, 생각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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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하는 말 현재를 사는 전세계의 CEO들은 3개월 앞을 예측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위기가 반복되는 한국의 경제 상황에서 우리 기업가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크다. 아울러 21세기 인터넷 혁명이 몰고 온 글로벌 태풍은 기업의 앞날과 당면한 위기(risk) 요소가 무엇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없게 한다.

    새로운 세기,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글로벌 경쟁의 도래. 그 속에서의 나 개인, 나의 기업, 나의 지역공동체, 내가 속한 국가, 그리고 내가 살아가야 할 글로벌 빌리지의 상황은 과연 어떠한가. ‘리스크의 세계’는 그러한 의문에 부분적이 아닌 매크로하고 정확한 관점을 부여해 준다.

    저자 마크 다니엘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높이 평가하는 경영 컨설턴트로서, 현재 베인 앤컴퍼니의 아시아 총책임자로 있다. 기업 및 개인이 처한 글로벌 환경의 정확하고 총체적인 실상과 그 대응전략에 고심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리뷰 성공적 기업 경영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자연 재난과 같은 비인간적 요소보다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의 비중이 더 커지는 형국이다. 아시아 경제위기, AIDS, 테러리즘, 오존파괴, 마약거래 등이 대표적 예다. 글로벌라이제이션, 정보통신혁명은 세계 각 부문 간의 채널을 강화하고 다양화함으로써 위기 증폭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증대된 리스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부작용이 누적되면 결국 이것이 표준이 되어버리고 개선의지를 아예 잠식해 버리기도 한다. 저자는 이를 ‘만족스런 목표미달(satisfactory underperformance)’이라고 표현한다. 다행인 것은 리스크에 대한 대처능력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증대된 리스크 대응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기업의 전략대응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세계적 차원의 리스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차세대 전략은 무엇인가. 저자는 그것을 비선형적 전략이라 명명한다.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전략모델들(3C, 5Force, 7S)은, 저자에 따르면 모두 선형적인 것이다. 이것은 전략이 아니라 검토를 위해 유용한 체크리스트일 뿐이다. 그것에만 의존해서는 과거에 잇닿은 진부한 전략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층 획기적인 전략 수립을 위해 저자는 90년대 신전략기법을 소개한다. 예를 들면 3C모델을 확장한 7C모델이 있다. 이것은 비용(cost), 고객(customer), 경쟁자(competitor)에 다음의 네가지 요소, 즉 맥락(context), 역량(capabilities), 경로(channels), 자본(capital)을 추가한 것이다. 첨가된 범주들은 고정된 비즈니스의 미세한 경쟁력 향상보다는 큰 틀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이외에도 저자는 8가지 전략적 중력의 법칙, 7S를 확장한 9S모델 등을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모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획기적인 전략을 안출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차세대전략에선 계획과 실행 간, 전략과 역량 간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진다고 한다. 즉 계획 따로 실행 따로가 아니라 실행을 하면서 계획이 바뀔 수 있으며, 전략과 역량 구축이 별개의 과정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된다는 설명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현상으로서 리스크 증대와 이에 대한 인간의 대응 노력을 소개하고, 동시에 이를 기업차원의 전략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시각을 떠나 현세계의 리스크 동향을 알고 싶은 사람은 1, 2, 4부를, 리스크에 대한 기업의 대응전략을 엿보고 싶은 이들은 1부와 함께 3부, 5부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강력한 기업 공동체가 성공을 보장한다

    -메타 캐피털리즘 (Meta Capitalism)

    -그래디 민즈 외 지음,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컨설팅코리아 옮김,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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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하는 말 인터넷을 화두로 한 디지털 경제의 등장으로 경영자, 기업 등 각 경제 주체는 적지 않은 혼란에 직면해 있다. 이 책은 요즘 쏟아져 나오는 각종 디지털경제 관련 서적들과는 상이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기술적 변화를 언급하는 대신, 신경제의 파고 속에서 최고경영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매우 구체적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2000~2002년에 세계 경제는 메타 캐피털리즘이란 전혀 새로운 원리에 따라 운영될 것이며, 이로 인해 국가 경제와 각 기업의 비즈니스는 획기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변화가 끼치는 영향은 대부분 18개월 내에 나타나며, 어떤 기업·국가도 앞으로 1년 내에 미래에 대한 가정과 그에 따른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경쟁자들에게 뒤떨어지게 되리라는 주장이다. 이는 필자도 깊이 공감하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를 차용해 기업 성공은 경영진의 변화와 용기에 달려 있음을 설명한 대목도 재치 있다.

    e(Business) = M(anagement) C2(Change × Courage).

    결국 메타 캐피털리즘이란 변혁의 태풍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변화·발전임을 강조하고 있다.

    ▶리뷰 프라이스워터하우스의 전략컨설턴트들이 저술한 이 책은 흔히 ‘신경제’라 불리는 현 경제상황의 내적 법칙을 밝히려 한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던 원리는 이제 바뀔 수밖에 없으며 그 현상을 메타 캐피털리즘이라 명명하고 있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기존의 기업경쟁과 자본주의 질서를 새롭게 조망하고 새로운 경쟁의 법칙을 창안해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는 과거와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자본주의 질서를 내포한다.

    이제 경쟁은 기업을 단위로 하지 않는다. 과거 기업들은 소수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정 업종의 경계 안에서 원가와 품질 향상을 향해 최선을 다해 경쟁했다. 그러나 디지털기술의 진전으로 B2B와 e-비즈니스가 확산됨에 따라 전혀 새로운 경쟁 단위가 발생한다. 저자들은 그것을 가치창출공동체(VAC: Value-added Community)라 부른다. 흔히 기업생태계 또는 확대된 가치사슬이라 부르는 것과 유사하다. 현재 미국 화학산업의 켐크로스닷컴이나 철강업의 E스틸이 산업 내 공급사슬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형성된 대표적인 가치창출공동체다.

    이제 경쟁의 단위는 개별기업이 아니라 그것들이 다양한 형태로 연결, 제휴된 새로운 공동체들이다. 다수의 기업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내는가가 앞으로 기업 생존을 좌우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원시바다에 각종 아미노산이 떠다니며 다양한 복합체를 형성하던 때를 연상시킨다. 수많은 복합물이 생겨났으나 결국 ‘자기복제능력’이 있는 오늘날의 세포, 즉 DNA를 만들어낸 단백질들만 생명체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금의 기업들도 자신만의 독특한 능력을 타 기업의 것과 결합해 이제껏 존재하지 않던 비즈니스 모델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일원이 되지 못하는 기업은 사상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도태될 것이다.

    디지털환경은 다양한 복합을 실험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동시에, 별로 유용하지 못한 복합체를 신속하게 파괴하는 데도 특별한 기능을 발휘한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핵심이 혁신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보았으며 혁신의 본질은 다양한 생산요소를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메타 캐피털리즘 사회에서는 기업 자체가 구성요소가 되어 다양하게 결합하면서 무수한 가치창출공동체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공동체는 메타마켓 경쟁에서 값어치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기존 기업보다 훨씬 짧은 수명을 누리게 될 것이다.

    기업 내부에 너무 치중하면서 외부와의 개방, 협력태도가 미숙한 한국 기업들에게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거대한 시설, 막대한 자본, 수십만의 인력 등은 가치창출공동체를 이끌어갈 핵심역량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이러한 유형자본을 경쟁원천으로 삼는 기업들은 메타 캐피털리즘에서 도태되거나 공급업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저자들의 예견에 귀기울일 일이다.

    ”운율 맞춰 이름짓고 재빨리 반응하라”

    -알 리스의 인터넷 브랜딩 11가지 불변의 법칙

    -알 리스 지음, 오성호 옮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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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하는 말 이 책은 인터넷 브랜딩에 관한 가장 유용한 이론과 해법을 제시해준다. 세계 최고의 마케팅 컨설턴트 알 리스가 완성한 닷컴기업의 11가지 핵심 체크리스트는 무수한 인터넷 비즈니스 업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갖춰야 할 성공 요건이 무엇인지 가늠케 한다.

    인터넷에서도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상식’을 단순 주입하거나, 뜬구름 잡는 말들로 독자를 현혹하는 비과학적 성공 지침서가 아니라는 점이 단연 돋보인다. 대신 인터넷에서 일류 브랜드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자신의 기업을 어떤 잣대로 얼마나 냉정하게 평가하고 개혁해야 하는지를 가장 실제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알려준다. 인터넷 사업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리뷰 이 책은 인터넷상에서의 브랜드 전략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 보편적인 11가지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평이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하고 있어 한 번의 통독만으로도 기본 원리를 숙지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인터넷에서 브랜드 전략은 쌍방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TV나 신문 등 기존 매체와 인터넷이 가장 크게 구별되는 것이 바로 이 쌍방향성이다. 기업은 TV광고를 본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지만 인터넷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고객의 반응에 리얼타임으로 다시 반응하는 것은 인터넷 브랜드 전략의 생명이다.

    브랜드 작명법에 대해서도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일단 짧고 단순해야 한다. 해당 분야를 암시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특이한 것은 운율을 맞추라는 것이다. Coca-Cola, Dunkin’ Donuts, Volvo 등은 모두 같은 음절을 반복함으로써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충격적이고 인상적인 이름이 좋다.

    For us, By us를 줄여서 만든 의류업체 Fubu는 발음의 인상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반감을 일으킬 정도였으나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는 점에서는 성공했다. Yahoo도 같은 사례다.

    이외에도 광고의 법칙, 지구촌의 법칙, 시간의 법칙 등 다양한 법칙이 제시되고 있다. 마지막 ‘변화의 법칙’에서는 인터넷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중요한 변화조류를 요약하고 있는데, 특기할 것은 온라인 소매업에서는 가격경쟁이 강화되고 오프라인 소매업에서는 서비스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오프라인이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각자의 강점을 가지고 경쟁의 법칙을 차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브랜드는 무형자산의 대표적 항목으로 디지털화의 진행과 함께 그 중요성도 커져가고 있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격화될 것이 확실하다. 이 책은 인터넷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꼭 확인해 두어야 할 기본 법칙을 사례와 함께 명쾌하게 소개한 양질의 입문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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