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호

골프처럼 익히는 영어 발성법

스윙하듯 혀 훈련하면 3개월 만에 ‘버터 발음’

  • 글: 박천보 소리언어연구원 대표 chunbp@empal.com

    입력2005-07-11 1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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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 발음 연습은 단어, 구문 익히기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천만의 말씀! 원어민의 발음을 똑같이 따라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귀가 열리고, 문장도 쉽게 이해한다. 이미 굳어진 한국식 영어 발음이라 좀체 달라질 기미가 없다고? 걱정 마시라! 혀와 입 훈련을 통해 두 달이면 네이티브 스피커 뺨치는 ‘버터’ 발음에 근접할 수 있다. 쉰 살이 넘어 ‘영어 도사’가 된, 박천보씨가 제안하는 영어 발음 체화 비법.
    골프처럼 익히는 영어 발성법
    한국사람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골프를 좋아한다. 한국 사람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영어 학습 열기가 높다. 게다가 골프와 영어는 비슷한 점이 많다.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고, 올바른 동작(발음)을 배워야 하고, 이를 날마다 꾸준히 연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의 스윙은 영어의 발음과 같다. 어드레스에서 백스윙, 다운스윙, 피니시 자세에 이르기까지 같은 시간을 연습할 경우 정확한 자세를 배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골프를 더 잘 친다. 마찬가지로 영어의 자음, 모음, 리듬의 정확한 혀 동작을 익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듣기나 말하기를 훨씬 빠르게 익힌다.

    사람이 말을 배우는 것은 간단히 말하자면 ‘타인의 소리와 자신의 소리를 똑같이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기가 우리말을 배우는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말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면 엄마나 주위 사람들이 제대로 된 발음으로 바로잡아주고, 아기는 그렇게 몇 번 지적을 받으면 잘못된 발음을 고쳐서 말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는 이러한 과정이 없다. 영어 원어민과 다른 소리를 내도 고치지 못한다. 영어를 그렇게 발음해도 자신의 말을 전하는 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끼리는 한국어 식의 영어 발음을 듣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은 우리 식 발음에 익숙해 우리 발음도 비교적 잘 알아듣는다. 하지만 외국에 나갔을 때 외국인들이 자신의 발음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정확한 영어식 발음을 만들어내는 혀 동작으로 소리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배우는 과정을 보면, 말하기 전에 들으며 말을 알기 시작하고, 듣기가 제대로 되면 말하기와 읽기가 완성된다. 말을 배우는 데 듣기는 이렇게 중요하다.



    말하는 사람의 소리가 우리 귀에 들어와서 이해되고 기억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듣기의 과정에서 발음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살펴보면 발음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의 소리는 듣는 사람의 귀를 통해 인식되고 이해된 후 머릿속에 저장된다. 소리의 인식, 소리의 이해, 소리의 저장. 이것이 듣기의 3단계다.

    첫 단계는 소리 인식

    사람의 청각기관이 정상이라 하더라도 소리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소리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 영어에는 우리말에 없는 소리가 있다. 이런 소리는 고막을 통해 머리에 전달되지만, 우리말에 없는 소리이기 때문에 인식되지는 않는다. 한국어와 비슷하게 들리는 자음과 모음도 소리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아는 단어라도 소리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다.

    소리를 잘 인식하려면 내가 말하는 소리와 내게 들리는 소리를 같게 만들어야 한다. 학자들은 ‘소리를 같게 만드는 것’을 ‘공명판이 생긴다’고 표현한다. 이렇게 인식된 소리는 극히 짧은 시간(1초 미만) 동안만 기억된다고 하여 ‘메아리 기억’이라고 부른다.

    골프의 스윙과 야구의 스윙은 근본 원리가 같다. 그러나 골프의 스윙과 아이스하키의 스윙은 많이 다르다. 영어와 불어, 독어는 같은 알파벳을 사용하는 언어다. 게다가 자음과 모음의 발성 방법이 거의 같다. 따라서 야구 선수가 골프를 잘 치듯이 독어, 불어권 사람들은 영어를 잘한다. 그러나 하키 선수와 볼링 선수가 골프를 잘 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말의 자음과 모음 발성이 영어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스하키 선수나 볼링 선수도 골프 스윙을 배우면 된다. 마찬가지로 영어를 잘하기 위해 우리도 영어의 자음과 모음을 발음하는 혀 동작을 배우면 된다.

    영어의 조음 음성학은 영어의 자·모음에 대한 혀 동작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은 혀 동작을 기술하기는 했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방법을 기술한 책만을 읽고 배우기는 어렵다. 다행히 요즈음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공부하기가 매우 쉬워졌다.

    혀의 동작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영어의 발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혀 동작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 검증해주는 장치가 있다. 보통 성인이 되면 외국어 발음을 배우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2~3개월만 열심히 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고, 이렇게 공부하면 소리를 잘 인식하게 된다.

    소리를 잘 인식하고 개별 발음을 잘 한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 영어 공부를 많이 했지만 듣기에서 한계를 느낀 사람들은 즉각 효과를 본다. 이런 사람들은 이미 구문이나 영어 단어를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닭장 프로’와 발음만 좋은 사람

    골프처럼 익히는 영어 발성법

    컴퓨터를 통해 영화를 보고 대사마다 화면을 정지하며 영어로 읽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사진은 대구한의대 경산캠퍼스에서 열린 ‘영어캠프’에 참가한 학생들.

    A씨 부부는 58세, 53세다. A씨는 학교 다닐 때부터 공부를 잘했다고 한다.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뉴스나 영화 듣기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의 부인은 유학 간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미국에서 1년간 살다온 경험이 있지만 역시 듣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 부부가 소리언어연구원에 와서 함께 공부하더니 3개월쯤 지나자 듣는 실력이 수직 상승했다. 요즘에는 뉴스 중에서도 말이 가장 빠르다고 하는 AP 뉴스나 영화 대사도 잘 알아듣는다.

    반면 영어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사람은 영어 발음 훈련을 받으면 소리만 듣고 이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소리를 완벽히 재현해서 겉으로 보면 영어를 잘하는 사람으로 알기 쉽다.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의 단어나 구문 실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음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음을 공부하면 영어 공부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이러한 발음 공부는 누구에게나 요구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등학교 이상을 졸업한 엄마들이 발음 훈련 기초 단계만 배워서 어린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동화를 읽어줄 경우, 발음만 들으면 원어민과 흡사하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정확한 발음을 심어줄 수 있다. 언어는 어릴 때부터 배울수록 좋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발음 역시 어릴 때 배우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쉽게 습득할 수 있다.

    비행기 승무원이나 드라마에서 영어 대사를 해야 하는 탤런트 등 정확한 영어 발음이 필요한 사람도 이렇게 배우면 좋다. 발음만 고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연수나 이민을 가는 사람이 발음의 기초 훈련을 받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빠르게 현지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이것은 실내 골프연습장에 있는 소위 ‘닭장 프로’와 유사하다. 골프의 기본기를 잘 배워 연습공을 치는 모습을 보면 PGA에서 활동하는 프로 같은데, 실상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발음을 배운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로 영어 실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발음만큼은 완벽하다.

    인식된 소리는 듣는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의미로 전환된다. 따라서 단어를 많이 알고 있거나 상식이 풍부하면 잘 이해한다. 그리고 다소 모호한 소리라도 앞뒤 문맥을 통해 보완해가며 듣거나 다음에 나올 소리를 미리 짐작하며 듣는다. 한마디로 머리에 저장된 정보가 많아야 잘 듣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입을 통해 소리를 입력할 때 원어민과 같은 소리로 저장해야 한다. 다른 소리로 저장하면 듣고 이해하는 데 지장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원어민과 똑같은 방식으로 혀를 사용하여 소리내어 읽을 수 있다면 영어 단어나 문장의 소리를 원어민과 똑같은 소리로 저장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원어민의 소리를 100번 듣는 것보다 자신의 소리로 한 번 발성하는 것이 효과가 더 크다.

    혀 훈련을 통한 연습

    문제는 연습이다. 영어 원어민과 같이 혀를 움직여 발음하려면 수많은 반복연습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문법이 무의식적으로 몸에 배어 영어 구문을 자유롭게 이해하고 구사하게 된다. 골프 선수가 스윙 동작을 체화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천 개씩 공을 치고 그렇게 해야만 골프를 잘 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영어를 연습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우리말을 배울 때에도 어렸을 때부터 엄청난 연습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외국에서 살지 않는 이상 날마다 소리내어 30분에서 1시간씩 영어책을 읽어 영어소리를 많이 입력해둬야 한다.

    소리 학습법에서는 혀 훈련을 위해 문장 읽기를 많이 하는데, 그 방법을 간단히 설명해보겠다.

    첫째 방법은 영어 문장 속의 단어를 정확히 읽어 원래 단어가 갖는 소리대로 발음할 수 있게 혀를 훈련하는 것이다. 시중에 나온 교재 중 원어민이 또박또박 읽어 연음이 비교적 적고 단어 해설이 함께 실려 있어 단어 찾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교재를 택한다. 그리고 영어 문장 밑에 의미를 우리말로 직역해놓은 것을 택한다. 문장을 읽으며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확인하면서 읽기 위함이다. 뜻을 모르면서 읽는 것은 발음을 익히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영어 공부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어 구문에 익숙하지 않아 직독직해가 안 되면 문장을 우리말식으로 해석하지 말고 같은 문장을 뜻이 저절로 떠오를 때까지 되풀이해 읽는다. 그래도 모르면 영어 어순대로 우리말을 대입해 이해한다. 익숙해지면 문장을 보지 말고 되풀이해본다. 그리고 점차 빨리 읽는 연습을 하되 발음이 뭉그러지지 않게 한다. 대략 1분에 130단어 정도 읽을 수 있게 한다.

    말이 가장 빠르다는 AP 뉴스의 경우 보통 1분에 200단어 남짓 나온다. 동화책 등 비교적 쉬운 책을 원어민이 상당히 천천히 읽어 녹음한 것을 들어보아도 1분에 150단어 이상은 된다. 한국어식 발음으로 아무리 빨리 읽어도 140단어 이상 읽기 어렵다(직접 읽고 시간을 재보기 바란다).

    1분에 160~190단어 읽기

    다음 단계에서는 1분에 160~190개 단어로 구성된 영어 문장을 읽어서 자연스럽게 입에서 영어의 연음이 나오게 연습한다. 영어 발음식 혀 훈련을 받는 사람은 모두 영어 문장을 소리내어 읽는 것이 아주 편하고 쉬워졌다는 반응을 보인다. 골프도 동작이 제대로 되면 스윙이 더 쉬워짐을 경험할 수 있다. 일단 공을 치는 데 힘이 덜 들어간다. 그리고 편하다. 그 결과 공도 똑바로 멀리 간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우리말을 발음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읽으면 아무리 빨리 읽으려 해도 소용이 없다. 1분에 160~190개 영어 단어를 발음할 정도의 속도로 읽으면 영어 소리가 변한다. 연음이 되고 소리가 줄어들거나 생략되기도 하며 앞뒤 소리가 섞이기도 하는데, 혀 운동이 영어식으로 되면 이러한 연음현상이 그대로 나타난다.

    원어민의 혀 동작을 따라 해보면 원어민의 소리를 똑같이 낼 수 있다. 이 소리를 갖고 자신의 귀를 자극하여 뇌에 저장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듣기 훈련이다. 이렇게 빠른 소리를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혀의 기본 위치가 영어의 원어민과 같아야 한다.

    골프에서 어드레스라는 용어가 있다. ‘타격을 위한 준비 자세’라고 사전에 나와 있는데, 공을 때릴 때의 자세를 미리 만들어야 짧은 순간 골프채가 공을 제대로 맞출 수 있다. 마찬가지로 혀 뒤쪽을 위로 올리고 혀 앞쪽을 아래로 내려야 영어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본자세가 된다(한국인은 쉬고 있을 때 혀 앞쪽을 윗잇몸 쪽으로 올리고 뒤쪽을 내린다). 이것은 영어 음성학 책에도 나오지 않은 아주 귀한 발견으로, ‘신동아’ 2000년 3월호에서 이문장 교수의 글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다만 이 교수는 영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영국 사람들이 자신의 발음을 잘 알아듣는지 살펴보고 정확한 발음과 비교할 수 있는 검증 기회를 갖고 있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모두 한국어식 발음으로 영어를 하다 보니 정확한 기본자세를 익히려 해도 검증받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소리언어연구원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제대로 된 발음을 검증할 수 있다. 따라서 숙달 훈련이 가능하다.

    들은 소리는 인식하고 이해된 다음 저장, 즉 기억된다. 기억하는 방법 중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반복이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하거나 들으면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바뀐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잊혀지게 되어 있다. 영어에 대한 기억을 강화하려면 날마다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 소리내어 영어 읽기를 매일 계속하는 것이 잊어버리는 것을 막고 또 많은 기억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B씨는 내가 아는 한국인 중에 영어를 가장 잘한다. 통역대학원 졸업, 미국 법률회사 2년간 근무, 영어 강사 경력 10년, 토익 만점…. 그가 아는 단어는 10만개에 육박한다. 사실 이 정도라면 원어민보다 단어실력이 훨씬 낫다. 그런데도 그는 매일 2시간씩 영어책을 소리내어 읽는다. 영어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사흘만 영어책을 안 읽어도 영어 듣기의 감이 떨어진다고 한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영어 고수의 가르침이다.

    감정을 넣어 발음하라

    골프도 마찬가지다. 골프의 기량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면 매일 연습해야 한다. 골프 칠 때 쓰이는 근육들을 사용하지 않으면 사흘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하는 사람이 70대의 스코어를 기록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꺼린다는 농담도 있다. 70대 스코어를 유지하려면 날마다 골프 연습을 해야 하니까 행여 사업에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말을 날마다 하고 살 듯 영어도 날마다 해야 잘할 수 있는데, 영어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라면 지키기 어렵다. 이럴 때에는 원어민의 혀 동작을 익힌 후 영어책을 날마다 소리내어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다. 풍부한 감정으로 각인된 말은 많이 반복하지 않더라도 장기 기억으로 쉽게 바뀐다. 심한 욕설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고 이때 들은 욕설은 나쁜 감정과 더불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또한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아도 기억이 잘 된다. 발음이 잘 되면 화를 내거나, 놀라거나, 기쁠 때의 감정을 나타내는 억양이나 말투를 그 기분에 맞추어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말의 발성 방식으로 영어를 해서는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 잘 표현되지 않을뿐더러 듣는 사람에게 그 감정이 잘 전달되지도 않는다.

    말에 감정을 넣는 것이 발음 공부의 마지막 단계다. 우리의 영어 학습 환경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반복연습을 할 수도 없고 감정을 자극받을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억을 잘하기도 어렵다. 영어 문장은 물론 영화 대사를 많이 읽어 감정을 가미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영어 자막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그 대사가 지니는 감정을 느끼고 읽으면서 마치 배우가 된 것처럼 따라 해본다. 그렇게 하면 기억하기 쉽고 오래갈 뿐만 아니라 그 감정을 떠올리면 공부한 문장이 쉽게 입으로 나온다. 장기 기억은 문장을 모두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요지나 느낌만을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생활에서는 어떤 말을 반복적으로 할 때 특정한 상황을 느끼고 표현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니까 기억하기 쉽고 오래가지만, 한국인의 영어 공부는 단순히 읽거나 듣기만 하기 때문에 기억의 효과가 미미하다. 일반적인 영어회화 수업에서도 짧은 대화 속에서 중요 표현을 익힐 때 감정은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 배운 표현을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편이다.

    다행히 요즘 널리 보급된 컴퓨터를 통해 영화를 보고 대사마다 화면을 정지하면서 영화 대사를 읽는 연습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익힌 영어는 쉽게 기억되고 오래갈 수 있다. 이 때 발음이 뒷받침돼야만 감정을 살리는 것이 가능하다.

    최고의 영어 교사는 엄마

    보통 성인이라면 영어 발음을 2~3개월이면 배우고, 어린아이들은 그보다 더 빨리 배운다. 엄마가 몇 달간 열심히 발음을 익힌다면 아이를 영어 세계로 이끄는 데 십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말을 배운다. 자녀와 가장 가깝게,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엄마가 원어민의 발음으로 노래를 불러주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효과 만점인 영어 교육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과 원어민 선생을 갖춘 학원도 원어민처럼 발음하는 엄마의 교육을 따라오지 못한다.

    영어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영어를 익히는 데 필요한 시간은 영어 학원이나 유치원에서 원어민 선생 한 명이 9~10명의 아이들에게 잠깐 영어를 가르치는 것으로는 채울 수 없다. 엄마는 영어를 잘할 필요가 없다. 발음만 좋다면 엄마는 자신 있게 아이에게 영어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인터넷이나 영어 CD, 영어 TV 프로그램 등 조금만 신경을 쓰면 아이에게 들려주고 보여줄 교재가 주변에 널려 있다. 영어 공부를 어떻게 시키는가에 대한 정보도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문제는 엄마의 마음자세다. ‘비싼 돈 주고 학원 보내면 됐지, 어떻게 내가 영어를 가르칠 수 있나’ 하는 부정적인 마음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아이들은 언어를 스스로 배운다. ‘영어의 바다에서 헤엄쳐라’는 제목의 책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영어의 바다가 없다는 게 문제다. 주위에 바다가 없다면 실내 풀장이라도 만들어 헤엄치면 되고, 엄마는 아이에게 ‘영어의 풀장’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영어의 풀장’은 바로 원어민의 발음으로 동화책을 읽는 것이다. 자기 집에서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는 풀장이라야 한다. 그래야 영어를 숙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채울 수 있다. 어느 학원도, 학교도 여기에 필요한 시간을 모두 채워줄 수 없다. 언어의 발전은 결국 개인이 얼마나 연습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C씨는 영어로 구연동화를 하다가 발음에 한계를 느끼고 영어 발음을 배웠다. 지금은 영어 동요를 부르고 동화를 읽어주는 데 원어민과 같은 수준의 발음을 구사한다. 그리고 자기 아이들과 함께 영어 게임도 하고 노래도 하고 책도 읽는다.

    두 아이 중 작은아이가 큰아이보다 발음을 훨씬 잘 따라 한다고 한다. 큰아이도 물론 잘하지만 작은아이는 본격적으로 가르치지 않았는데 옆에서 들은 것만으로도 잘한다는 것이다. 영어는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야 한다.

    키신저와 김대중

    많은 사람이 영어를 배우는 데 발음은 구문이나 단어에 비해 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그렇게 말하고 영어 원어민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우리는 발음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강력히 말하고 싶다. 발음을 소홀히 해왔기에 영어를 배울 때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발음이 다른 것에 견주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의 논리는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논리는 발음이 정확한 사람보다 정확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고, 발음이 정확지 않다 하더라도 의사소통에 아무 지장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 논리는 세계의 수많은 나라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발음법으로 영어를 해도 의사소통이 잘 된다는 점이다. 가령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처럼 독일식 억양과 불분명한 발음을 구사해도 풍부한 어휘와 정확한 구문으로 훌륭한 영어를 구사하는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발음을 제대로 해야 할 이유는 있다. 듣기에는 수동적 듣기와 능동적 듣기가 있다. 수동적 듣기는 그저 들려오는 소리를 이해하는 과정이고 능동적 듣기는 문맥의 전후, 그리고 문장의 내용 등을 바탕으로 부정확한 부분까지도 수정, 보완해가면서 듣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만약 자음의 발음이 부정확하면 아무리 능동적으로 듣는다고 해도 뜻이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말 식으로 영어를 하면 영어의 자음을 발음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듣기가 어렵다. 일례로 ‘Beans Town(콩이 많이 나는 마을)’은 우리말 식으로는 ‘빈즈 타운’인데 영어로 빨리 말하면 마치 ‘빈자운’처럼 발음된다. 그러니 원어민이 ‘빈자운’이라고 발음하면 알아듣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키신저 박사의 예는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 독일어는 영어와 같이 알파벳 문자를 쓰는 언어다. 따라서 독일계 미국인인 키신저 박사는 독일식 억양을 구사하지만, 독일어의 자·모음 발음 방식은 영어와 같기에 영어를 얼마든지 잘 알아들을 수 있고 잘 알아들으니까 정확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학으로 단어나 구문을 많이 공부했지만 영어를 우리말식 자·모음 발성으로 말하다 보니 발음이 좋지 않고 원어민들이 잘 알아듣기 어려운 것이다. 키신저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견주어보면 우리말 식의 나쁜 발음으로 영어를 공부하면 정확한 영어를 하는 데 얼마나 지장을 받을지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매일 소리내어 읽자

    발음은 압축해서 말하자면 혀 운동이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간단하다. 따라서 배우기가 쉽다. 다만 우리의 발음 습관을 극복하는 것이 문제다. 또 육체적인 것이므로 며칠만 하지 않아도 퇴보한다. 그러나 매일 습관적으로 큰 소리를 내어 원어민의 발음으로 책을 읽으면 영어를 어렵지 않게 체화할 수 있다.



    골프는 자세가 좋은 사람이 쉽게 배우고 발전 속도도 빠르며 높은 점수를 얻고 나이들어서도 잘 친다. 같다. 발음이 좋아야 영어도 쉽게 배우고 발전도 빠르며 아주 어려운 것도 잘 듣고 말도 잘한다. 골프가 잘 안 되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스윙 동작을 캠코더로 찍어 보면서 자세를 가다듬자. 영어가 잘 안 되면 자음과 모음을 제대로 발음하는 방식부터 익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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