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교육자치 제대로 못할 바엔 교육감 선거 없애자”

우동기 대구교육감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교육자치 제대로 못할 바엔 교육감 선거 없애자”

1/4
  • ● 학생 행복지수 전국 꼴찌에서 1등으로
  • ● “특목고 문제 지방교육청에 맡겨야”
  • ● “공교육은 학생의 행복 역량 키우는 것”
  • ● “기초학력 미달 학생 없애는 게 학생 인권 향상”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큰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게 교육정책이다. ‘교육적폐 청산’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교육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이념전쟁에 교육을 끌어들였듯, 문재인정부도 같은 우(遇)를 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이 잘못되면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대구는 2010년까지만 해도 청렴도 꼴찌, 교육청 평가 꼴찌의 도시였다. 학생들 학력도 떨어졌고, 학교폭력도 심각했다. 군대로 치면 ‘관심사병’에 해당하는 ‘정서행동 특성검사 관심군’ 학생 비율이 14.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그런데 7년이 지난 지금, 대구는 교육청 평가에서 5년째 1위고, 청렴도도 1위다. ‘정서행동 특성검사 관심군’ 학생 비율이 1.9%로 전국 평균 3.5%보다 훨씬 낮아졌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 학업 중단율, 인터넷·스마트폰 중독률, 흡연율 등도 전국에서 가장 낮게 나왔다.

특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국 최상위 학력을 나타내고 있다. 수능 1등급 비율은 서울보다 낮지만, 수능 성적 전체 평균은 대구가 더 높다.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도 전국에서 가장 낮다. 한마디로 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상으로 각국 학생들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행복지수에서 2년 연속 1위, 통계청에서 조사한 학교생활 만족도에서도 1위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란 캐치프레이즈가 과언은 아닌 셈이다.



100-100-1 프로젝트

이 렇게 변모한 대구 교육의 중심엔 우동기(65) 대구교육감이 있다. 영남대 총장을 지낸 그는 2010년부터 7년째 대구 교육 현장을 이끌고 있다. 대구교육청 교육감 집무실 한켠에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책들이 꽂혀 있는 게 눈에 띈다. 대구지역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쓴 책들이다. 우 교육감이 추진한 ‘100-100-1 프로젝트’의 성과라고 했다.



“대구교육청은 전부터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전개했다. 독서는 상상력을 키우는 좋은 교육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문과 고전을 읽은 후 자기 삶과 연결해 글을 쓰는 ‘나의 삶 100자 쓰기’를 진행했다. 또한 디베이트(debate) 교육도 도입했다. 주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와 상관없이 찬반을 정해 토론하는 교육이다. 그렇게 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0권의 책을 읽고, 100번 토론하며, 1권의 책을 쓰는 ‘100-100-1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학생들이 책을 내면 교육청에서 출판기념회도 열어줬다.”

대입 수시 전형에 큰 도움이 되었겠다.
“이 걸로 대학을 간 학생이 많긴 하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창의교육을 해야 하는 시대다. 창의성은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력에서 나온다. 그게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준다. 그 기본이 책읽기, 글쓰기, 토론이다. 실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대구 학생들의 사고력과 상상력이 많이 성장했다.”

우 교육감의 얼굴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지난 7년을 자평한다면.
“대구 교육의 기초가 다져졌다고 자부한다.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우리 공교육을 신뢰하게 된 게 가장 큰 성과다. 학부모 만족도가 만점에 가깝다. 학생들도 엄청 좋아졌다. 각종 지표에서 대구 학생들이 가장 행복하고,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며,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하며, 공부도 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제동행 행복시간

취임 당시 각종 지표에서 전국 꼴찌였던 대구 교육이 지금은 여러 면에서 전국 최고로 올라섰다. 비결은.
“2010 년만 해도 이런저런 비리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와, 지역사회의 시선이 따가웠다. 비리 근절을 위해 제보 핫라인을 만들었다. 처음엔 매일 2,3건씩 접수되던 교육비리가 3년이 지나자 완전히 사라졌다. 취임 초부터 2년 동안 매일 아침마다 학교를 돌아보고 출근했다. 대구 시내 대부분의 학교를 방문해 교장, 교사들과 터놓고 이야기했다.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데 처음엔 일선 학교의 저항도 컸다. 하지만 교사 역량 강화와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생각에 교육 개혁을 멈출 수 없었다.”

임기 동안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은.
“교실수업은 교육 변화의 핵심이다. 2012년부터 주입식 수업을 지양하고 협력학습 중심의 교실수업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프로젝트(PBL), 하브루타(유대인 전통 학습법), 거꾸로 교실, 배움의 공동체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 명의 학생도 소외되지 않는 교실 수업을 만들기 위해 힘썼다. 그 결과, 전에는 절반 이상이 잠자던 교실이 왁자지껄하고 살아 있는 교실로 바뀌었다. 대구의 협력학습 활성화가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우수정책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제동행 행복시간’이란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학생과 담임교사가 어우러지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 결과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가 높아졌다. 학교 수업시간 외에도 주말에 제자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거나 등산을 하는 교사도 있고, 목욕탕에 함께 가는 교사, 자기 집에 학생들을 데려와 하룻밤 재워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교사도 있었다. 학생들로서는 인생에 남을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관련예산을 지원한다.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프로축구 대구FC와 양해각서(MOU)를 맺어 교사와 학생이 무료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맞춤형 교육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입시 위주, 그것도 문·이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예체능계 진학 희망자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사회에 나가려는 학생들은 각자도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구교육청 ‘예담학교’는 교육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입으로는 ‘맞춤형 교육’ ‘학습자 중심 교육’을 말하지만 실제 교육 시스템은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 일반계고등학교에서 예체능계로 진학하려는 학생에게 학교는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한다. 자연히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는 학생 개개인이 원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전국에서 최초로 예체능계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을 모아 별도의 교육을 시키는 예담학교를 설립했다. 그리고 일반계고에서 직업교육을 받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전문대학에 위탁교육을 했다. 지금은 노동부에서 예산을 100% 다 지원하는 정책으로 발전,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국 최초로 공립대안학교도 만들었다.
“교육은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학생들도 보듬어야 한다. 이들을 학교 울타리 안으로 이끌어 보듬는 게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사회적 비용은 그만큼 줄어든다. 전교조 창립멤버였던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나서서 이들을 모아 ‘마음이 자라는 학교(Wee스쿨)’를 운영했다. 더 나아가 전국 최초로 방송통신중학교와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청소년반을 신설해 이들을 보듬었다. 이를 더 체계적으로 확대한 민간 위탁 공립대안학교가 내년 3월 개교한다. 단순히 비행청소년을 선도하는 대안학교가 아니라, 아이들의 끼와 소질을 개발하는 맞춤형 교육을 하는 진정한 대안학교로 만들려 한다.”



행복역량교육

우 교육감은 “공교육의 기본은 학생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행복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학생을 중심에 놓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복역량교육은 미래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모든 학생이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가져서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 꿈을 만들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즐겁게 노력하는 행복감을 가지는 교육이다. 이러한 교육은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으고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가능하다.”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한데.
“가정의 교육 기능 회복은 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전국 최초로 표준화된 학부모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대구 시내 교회와 사찰, 백화점 문화센터 등을 활용해 ‘찾아가는 학부모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부터 대구방송에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방영했는데, 시청률이 16%에 달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지역사회의 역할도 강조했는데.
“방과 후에 집에서 보살펴줄 부모가 없는 초등학생이 35%에 달했다. 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우리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었다. 처음엔 반대하던 구청장들도 나중엔 자기들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 교육감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앞다퉈 제정한 ‘학생인권조례’가 우리 지역엔 없다”며 “대신 2014년 학생들의 인권, 교사들의 교권, 학부모의 책무, 지역사회의 책임을 강조한 ‘교육권리헌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 발표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를 만든 지역보다 대구 학생들의 권리지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육의 존재 이유

화제가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으로 이어졌다. 우 교육감은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를 나타냈다.

“새 정부의 출범과 상관없이 지금 미래사회를 대비할 수 있도록 교육을 재구성해야 하는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포퓰리즘에 치우치거나 이념 편향적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특목고를 없애려는 것에 대해.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다. 교육 자치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시도교육청에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설립과 폐지에 대한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 대구는 자사고, 외고가 지역의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특정 지역(수성구) 쏠림 현상을 완화해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 하향 평준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모든 학교가 상향 평준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정한 평준화 교육이다.”

중학교 중간·기말고사도 폐지하겠다고 한다.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간 중학교 중간·기말고사는 결과 중심의 획일적 총괄평가 방식이었다. 학생들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도구로는 부적절했다. 우리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과정중심 (수행)평가를 교과별로 30% 이상 반영하고 있다. 무조건 폐지하기보다는 여건과 환경에 맞게 학교가 자율적으로 평가방식을 마련해 평가의 본질에 부합하는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학교 서열화를 부추긴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공교육의 존재 이유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없애는 것이다. 기초학력을 높여주는 게 가장 기본적인 학생 인권 향상 아닌가. 학생 하나하나 전수 조사를 해야 누가 기초학력 미달인 지를 파악할 수 있고, 적절한 지도를 통해 그 학생의 학업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교사가 편하려면 학업성취도평가를 안 하는 게 좋다. 그러나 학생을 중심에 둔다면 평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교육의 중립성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정당 가입 연령제한을 폐지해 중고등학생도 정당 활동이 가능해진다.
“미성년자는 아직 정치적·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고 경험·적응능력 부족으로 인해 의사표현이 왜곡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당가입 연령제한 완전 폐지에 동의하기 힘들다. 법률로 개정되면 어쩔 수 없지만 무조건적 폐지는 안 된다고 본다.”

교원의 참정권 보장도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
“헌법 제7조 제2항에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임을 규정하고 있고, 제31조 제4항에서는 교육의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다. 두 규정은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위한 헌법적 근거로 이해되고 있다. 교원의 참정권은 교육자로서의 지위와 시민으로서의 지위로 이해되어야 한다. 다만, 사적 활동에서 정치적 활동하는 건 보장해야 한다. 직무 관련성 유무에 따라 참정권 제한의 범위를 공청회를 통해 국회가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

전교조를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교조가 법외노조이긴 하지만 대구 교육 발전을 위한 제안을 한다면 언제든 교육 동반자적 파트너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나 전교조의 합법화 문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 교육부 장관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대법원 결정에 따르기를 바란다.”


교육자치

현 정부에 조언한다면.
“헌법엔 교육자치가 명시돼 있다. 그런데 교육청에서 과목 하나, 수업일수 하나 못 바꾼다. 재정도 국세에서 나눠주는 교부세다. 교사들은 국가공무원인데 교육감은 지방공무원이어서 교육부가 교사들을 징계하라고 하면 교육감들은 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진정한 교육자치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이다. 이제 결정해야 한다. 진정한 교육자치를 하려면 교사를 지방공무원으로 바꾸고, 교육과정을 지역교육청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치인사권, 자치재정권, 자치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교육감을 선거에서 뽑지 말고 임명하는 게 낫다.”

우 교육감은 김상곤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에게 “교육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차대한 일이며,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이 적용되어서도 안 되고 적용될 수도 없다”며 “정권에 따라 교육의 방향이 요동치는 잘못된 관행을 멈추고 진정 국가의 미래를 위하는 마음으로 큰 그림을 잘 그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1/4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목록 닫기

“교육자치 제대로 못할 바엔 교육감 선거 없애자”

댓글 창 닫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