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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철녀들 25

세계적 패션모델이자 인권운동가 와리스 디리

여성할례를 고백해 세상을 바꾼 사막의 꽃 “운명에 맞서지 않으면 운명은 언제나 당신을 나락으로 잡아끈다”

  • 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세계적 패션모델이자 인권운동가 와리스 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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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적단은 모두 군벌과 연계돼 있으며 인질 몸값은 군벌들에게 넘어가 마약사업 같은 곳에 투자된다고 한다. 군벌들은 그 수익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무기를 구입한다.

소말리아의 가난은 국민들을 반군으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지난 4월15일 소말리아에서 세력을 넓히는 이슬람 반군 알사바드의 전사 모집 실태를 소개한 적이 있다. 취재 결과 소말리아 청년들이 반군에 지원하는 이유는 신념보다는 돈 때문이었다.

와리스의 생애

와리스 디리의 어릴 적 삶은 일반적인 소말리아 어린이들의 삶과 다르지 않다.

‘내겐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역사의식이란 게 없다. 소말리아 글은 1973년에 생겼으므로 읽기 쓰기도 배우지 않았다. 지식은 노래나 이야기를 통해 입으로 전해졌으며 그보다 중요한 생존에 필요한 기술은 부모로부터 배웠다. 엄마는 마른풀을 이용해 우유를 담을 만큼 촘촘한 그릇을 엮는 법을, 아버지는 가축들을 돌보고 건강하게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며 보내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중요한 건 오늘이었다.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아이들은 다 집으로 돌아왔는가? 가축들은 다 안전한가? 무얼 먹을 것인가? 어디서 물을 찾을 것인가?’(‘사막의 꽃’중에서)



소말리아 사람들은 지금도 수천년 전 조상들이 살던 대로 살고 있다. 유목민들은 전기도 전화도 자동차도 없고 컴퓨터나 텔레비전은 꿈도 못 꾼다. 지금 40대 중반인 와리스 디리는 자신의 정확한 나이를 알지 못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내가 몇 살인지 모른다. 추측할 뿐이다. 소말리아에서 태어난 아기는 1년 후 살아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생일을 따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어렸을 때는 시간표나 시계, 달력과 같이 인위적으로 시간을 나누는 체계가 없었다. 대신 계절에 따라, 뜨고 지는 태양에 따라 살았다. 비의 양에 따라 이동하고 낮의 길이에 따라 하루 계획을 짰다. 우리는 태양을 보고 시간을 알았다. 내 그림자가 서쪽에 있으면 아침이었고 바로 밑에 있으면 정오였다. 그림자가 반대편으로 이동하면 오후였다. 해질녘이 가까워질수록 그림자가 길어졌는데 그걸 보고 해 지기 전 집으로 돌아갈 때를 정했다.’

세계적 패션모델이자 인권운동가 와리스 디리

와리스 디리의 자서전을 영화화한 2009년작 ‘데저트 플라워’의 한 장면.

와리스는 훗날 도시생활을 경험하면서 시간에 대한 관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뉴욕 사람들은 종종 수첩을 꺼내서 묻는다. 14일에 점심을 할까요? 15일은 어때요? 그러면 나는 그냥 만나기 전날 전화하라고 한다. 아무리 약속을 기록해놓아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처음 런던에 갔을 때 왜 사람들이 팔목을 노려보다가 “빨리 가봐야 돼”라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늘 서둘렀고 모든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이뤄야만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아프리카에서는 서두를 필요도 없고 스트레스도 없다. 아프리카 시간은 아주 아주 느리고 매우 차분하다. 내일 정오쯤 보자고 말하면 네 시나 다섯 시에 보자는 말이다. 나는 지금도 시계를 차지 않는다.’

와리스는 자신이 처음 서구에 갔을 때 가장 놀란 것이 사람들이 “두통 때문에 일을 못 하겠다”는 식의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와리스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정말 힘든 일이 뭔지 보여줄까요. 그러면 다시는 이 일이 힘들다고 불평하지 않을 텐데.”

기계 문명을 접할 수 없었던 그의 아프리카 생활에서 언뜻 낭만적인 분위기도 느낄 수 있겠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와리스의 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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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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