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심층인터뷰

은퇴선언 양준혁의 불꽃 야구 인생

“단 한번도 야구를 즐긴 적 없다, 오직 죽자 사자 뛰었을 뿐”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은퇴선언 양준혁의 불꽃 야구 인생

2/10
양준혁은 1993년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했다. 프로 18년차, 우리 나이로 마흔둘이다. 하지만 동료들이 하나 둘 그라운드를 떠날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늘 주전이었고, 3할 타자였다. 지난해 잦은 부상으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을 때도, 82경기에 출전해 3할2푼9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7월24일, 은퇴 선언 불과 이틀 전 치러진 올스타전에서의 3점포는 또 어떤가. 양준혁은 41세 1개월 28일째에 친 이 홈런으로 역대 올스타전 최고령 홈런 기록(37세 1개월)을 갈아치우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여전히 잘 맞히고 멀리 치는 타자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은퇴를 선택한 걸까.

“언제부턴가 출장 기회가 줄어드는 걸 느끼면서 조금씩 생각해왔어요. 팀에 보탬이 되지 않고, 팀에서 나를 원하지 않을 땐 언제든 옷을 벗자. 지금이 그때인 거죠.”

그는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은 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시즌 드문드문 대타로 출장하면서도 2할7푼3리를 쳤죠. 삼성 팬들은 여전히 경기가 안 풀리거나 한 방이 필요할 때면 ‘양준혁’을 연호합니다.

“네…. 저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하지만 감독님이 어린 선수들을 키워보고 싶어하니까…. 요즘엔 대타로 나설 기회도 줄어들었잖아요. 야구를 웬만큼 하는 선수가 벤치에만 앉아 있으면 구단에 얼마나 부담이 되겠습니까.”



양준혁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올 시즌 젊은 선수를 전면에 내세우는 ‘팀 리빌딩’ 작업을 하고 있다. 박석민 채태인 최형우 등이 주전을 차지하면서 양준혁은 시즌 초반부터 중심 타선에서 빠졌다. 드물게 대타로 나가다보니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제 몫을 하지 못한다는 스트레스가 줄곧 그를 괴롭혔다.

끝내기 2루타

▼ 이제는 마지막 안타가 된 7월1일 롯데전 끝내기 안타를 쳤을 때는 “대타라도 자주 기회가 왔으면 좋겠고, 그 기회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날도 7게임 만에 출장했을 거예요. 오늘 못 치면 또 10게임은 못 뛰겠구나 생각하니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타석에 들어서면서 계속 ‘못 치면 끝난다. 쳐야 한다. 쳐야 한다’ 되뇌었죠.”

▼ 치는 순간 무슨 생각이 드셨나요.

“이걸로 생명이 좀 연장되겠구나….”

투박한 대구 남자의 얼굴에 헛헛한 웃음이 번졌다. 그는 할 바를 다하고 기다렸다. 자신이 팀을 위해 쓰이기를. 그러나 기회는 오지 않았다. 안타를 친 후에도 계속 벤치에 머물게 되면서 양준혁은 ‘지금이 떠나야 할 때’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7월 중순,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고, 2010 시즌 전반기가 끝난 뒤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은퇴 발표 이틀 전 올스타전 홈런을 쳤을 때는 아름다운 피날레를 맺은 게 기뻐 가슴이 뛰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

양준혁은 “야구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이번에 내가 그 안에서 제대로 주인공이 한번 된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사실 그는 2010 올스타전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이스턴리그 지명 타자 부문 팬 투표에서 롯데 홍성흔에 밀려 2위를 했다. 경기 전날 이스턴리그 출장 선수였던 SK 박정권이 다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7월1일 안타를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났을 게다. 김성근 감독이 박정권이 비운 자리에 그를 뽑아줬다. 그는 대구팬 앞에서 마지막 타격을 선보일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10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목록 닫기

은퇴선언 양준혁의 불꽃 야구 인생

댓글 창 닫기

2023/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