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31일 호주 시드니 타운홀에서 열린 ‘사랑을 위한 하모니 2010’.
그동안에도 그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 초부터 한국 출신 작가들과 국악 및 클래식 연주자들이 호주 주류사회를 상대로 문학행사와 공연을 해서 크고 작은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대중음악으로 호주 현지인들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웃 나라인 중국이나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첫 번째 성공사례일 것이다.
이렇듯 호주 주류사회의 높은 벽을 안타깝게 여긴 한국인이 있었다. 문미영(55) 소피아스포렌 대표. 일본에서 문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문씨는 호주로 이민 온 이듬해인 2005년 6월 한국문화 기획사 소피아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방송 관련 일을 오랫동안 해온 남편 서인수(57) 회장이 한국에서 대형 이벤트를 기획하고 연출했던 전문가라 출발이 순조로웠다.
2005년 12월, 이들 부부는 첫 작품으로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를 타운홀 무대에 올렸다. 7080 스타들인 윤형주, 김세환, 남궁옥분, 최백호 등이 출연해서 꽤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6년 3월에는 ‘최성수의 가을 동행’ 단독 콘서트를 시드니메트로극장에서 열었다. 거기까지가 한인동포 중년들을 위한 통기타 가수 중심의 공연이었다.
반면 2006년 6월에 열린 ‘김수희의 겨울 추억콘서트’는 장년층을 위한 무대였다. 이어 이민 1세대 어르신을 위한 공연 ‘어버이를 위한 孝 · 팝 재즈’가 2007년 5월 어버이날에 열렸다. 40년 동안 돈독한 우정을 이어온 남성 4중창단 포다이나믹스 출신의 장우, 박상규, 김준, 차도균과 함께 채은옥, 임희숙이 출연해서 효도잔치를 벌였다. 이 소식은 ‘신동아’ 2006년 7월호에 소개된 바 있다.
2007년은 호주동포사회에서 최초로 이민사가 편찬된 역사적인 해였다. 소피아스포렌은 ‘호주한인 50년사’ 발간을 축하하고 편찬 기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시드니 빅쇼’를 기획했다. 특급 공연장인 리사이틀홀에서 1980년대 한국 가요계를 주름잡던 최헌, 장미화, 진미령과 중견 탤런트 선우재덕이 무대에 올라 향수를 달래주었다. 그 공연은 소피아스포렌의 밝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호주가 깜짝 놀란 월드컵 응원전
2006년 초 문미영 대표는 회사 이름을 소피아엔터테인먼트에서 소피아스포렌으로 바꿨다. 스포츠(sports)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인 소피아스포렌 출범과 때를 같이해 유소년 축구팀 소피아스포렌FC를 창단하고, 문화를 사랑하는 호주동포들의 모임인 ‘호주문사모’를 발족시켰다.
특히 2006년 6월을 뜨겁게 달구었던 독일 월드컵 시드니 응원전은 한인동포들은 물론이고 호주 현지인들까지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호주공영방송 SBS-TV(Spe-cial Broadcasting Service) 소속으로 한국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주양중 책임PD는 지금도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2006년 6월13일은 시드니 한인 역사에 큰 궤적을 남긴 날이었습니다. 한국 대 토고 전이 벌어진 이날 소피아스포렌은 10만달러가 넘는 거액을 들여서 엔터테인먼트센터를 통째로 빌렸습니다. 단체 응원전을 펼치기 위한 조치였는데, 한국에서 온 유명 연예인들이 역동적인 사전 이벤트를 펼쳐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시드니가 들썩일 정도로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진 건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엔터테인먼트센터는 1만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실내체육관이지만 안전 때문에 5000명만 입장이 허용됐고, 몇 시간씩 기다렸던 수천 명은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호주 당국의 엄격한 조치였지요. 그날 행사는 무려 30만달러가 넘는 엄청난 비용이 든 빅 이벤트였지만 후원사는 소피사스포렌의 모기업체인 아주그룹과 행사 진행을 맡았던 호주공영 SBS방송뿐이었습니다. 물론 문미영 대표가 처음부터 ‘후원 사절!’하면서 손사래를 쳤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이민사에 길이 남을 만한 유쾌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