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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프닝으로 끝난 전력산업 구조개편 재추진 논란

지식경제부와 KDI가 죽은 자식 불알 만진 까닭은?

  • 송홍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

해프닝으로 끝난 전력산업 구조개편 재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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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모델의 흥망

해프닝으로 끝난 전력산업 구조개편 재추진 논란

7월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전력산업 구조개편안 토론회에서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을 반대하는 경주시민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성명서를 낭독했다.

그간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7월9일 토론회처럼 파행을 거듭해왔다. 첫 단추를 잘못 꿰어서다.

한국은 1999년부터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나섰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신자유주의식 개혁은 일종의 복음처럼 통했다. 민영화, 시장화는 세계사적 흐름이었다. 정부는 민영화를 목표로 한전의 발전부문을 6개 회사로 쪼갰다. 해외매각을 통해 외자를 확보하겠다는 뜻도 있었다. 2000년 12월 국회가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법을 제정하고, 전기사업법을 개정하면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본궤도에 오른다. 발전 부문을 6개 회사로 나누고 전력거래소를 설치하는 1단계 구조개편은 2001년 4월 완료됐다. 배전부문도 발전부문과 마찬가지로 분할한 뒤 민영화, 시장화하고, 2009년 소매 경쟁(판매 경쟁)을 도입하겠다는 게 당시의 계획이었다. 소매 경쟁은 소비자가 라면을 살 때 브랜드를 저울질하듯 다수의 전력회사 가운데 한 회사의 전기를 골라서 구입하는 것이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한 국가 중 판매 경쟁을 실시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문제는 한국이 선택한 정책이 실패한 모델을 바탕에 뒀다는 점이다. 2004년 5월 노사정위원회 공공부문개혁특별위원회 공동연구단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기대이익이 불확실한데다 예상위험이 상당하다”면서 정부에 중단을 권고했다. 정부는 이 같은 권고를 받아들여 배전분할 계획을 접었다. 2006년 9월을 기점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 같은 결정엔 ‘캘리포니아의 실패’가 영향을 끼쳤다. 캘리포니아주는 1998년 미국에서 가장 먼저, 가장 급진적으로 전력시장 자유화에 나섰다. 경쟁을 도입해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게 해 전기요금을 내리겠다는 게 자유화의 골자였다. 주 정부는 1998년 3개 독점회사에 발전소 매각을 명령했다. 경쟁과 선택이라는 시장원리를 전력산업에 적용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실험은 상처만 남겼다. 발전회사들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면서 전기가격을 조작했으며, 2001년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주는 결국 주민 세금을 쏟아 부어 전력산업을 재건해야 했다.



김대중 정부가 입안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영국식 풀시장 도입을 근간으로 삼았다. 발전 경쟁-도매 경쟁-소매 경쟁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영국 모델은 캘리포니아 모델의 원조 격이다.

영국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시행한 최초의 선진국이다. 1990년 발전·송전시장을 독점하던 국영 전력청을 3개의 발전회사와 1개의 송전회사로 나눈 뒤 3개의 발전회사를 민영화했다. 발전부문은 현재 13개 회사로 나뉘어 있다. 민간회사들이 수익을 늘리고자 투자보다 유지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공급안정성이 무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력회사들이 망해나갔고, 전기요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2001년 전력시장 개편의 오류를 인정하고 풀시장 운영방식을 바꾸었다.

값비싼 실험

‘신동아’는 지난해 북미, 유럽을 돌면서 ‘선진국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그 후’를 취재한 적이 있다.(2009년 10월호 ‘전력산업 구조개편 현장을 가다 : 정부실패보다 시장실패가 더 아팠다’ 제하 기사 참조) 샌프란시스코·워싱턴(미국), 런던(영국), 오슬로(노르웨이)에서 만난 관료와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전력산업은 특수하다. 발전·송전·배전의 수직통합 및 독점 체제가 효율적이면서 안정적이다. 전력 대란은 캘리포니아주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게 아니라 전력산업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으로 자유시장이 실패한 것이다. 텍사스 메릴랜드에서도 규제완화 정책이 실패했다. 전력산업에선 정부 규제를 받는 독점기업이 바람직하다. 시장이 무조건 옳다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로버트 키노시안, CPUC 에너지 담당 정책 보좌관)

키노시안이 일하는 CPUC는 전력·천연가스·통신·상수도·철도산업을 담당하는 주 정부 소속 기관이다. 그는 2001년 전력 대란 때 위기 극복 담당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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