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호

용산&여의도 워터프런트를 가다

CHAPTER _ 3 동아시아 경제 통합의 코어

  • 박경아 | dasy0508@naver.com

    입력2009-02-09 17:1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잠실, 행당, 흑석, 용산, 여의도, 당인리, 상암·난지, 마곡. 한강에 예정돼 있는 총 8군데 워터프런트다. 이들 수변도시 가운데 용산과 여의도는 한강을 마주 보고 나뉘어 있지만 사실은 하나의 몸통으로 이뤄진다. 용산의 국제업무지구와 여의도의 국제금융지구를 묶어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비즈니스의 새로운 중심지로 만든다는 구상이 그 핵심이다. 용산의 ‘Dream Hub’와 여의도의 SIFC(서울국제금융센터)를 핵심으로 하는 두 지구를 연계할 모노레일과 보행 브리지도 예정돼 있다.
    용틀임 시작한 미래 한국의 경제중심

    용산&여의도 워터프런트를 가다

    용산 워터프런트 국제업무지구 조감도.

    누구나 다 아는 상식. 2009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여의도 63빌딩이다. 지상 높이 249m의 이 빌딩 꼭대기 전망대에서 둘러보면, 동에서 서로 이어지는 넓은 한강줄기를 따라 크고 작은 빌딩 숲이 어우러진 서울의 풍경이 펼쳐진다. 강북 쪽을 바라보면 넓은 철도정비창이 복판에 자리 잡은 용산 지역이, 발 아래에는 한강시민공원을 따라 아파트와 빌딩이 숲을 이룬 여의도 지역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렇듯 높은 곳에서 조망하면 한눈에 들어오는 용산과 여의도는 위치상 서울을 지나는 한강의 정중앙에 있다. 그 규모나 중요도 면에서도 최근 야심차게 추진되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중심대권역(Urban Core)’을 이루는 서울의 대표적인 업무·문화 핵심지역이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면 머잖아 한강을 사이에 두고 새로 만들어지는 용산 워터프런트와 여의도 워터프런트는 서로 경쟁하듯 위용을 자랑하게 될 것이다.

    두 워터프런트의 배후지역인 용산에는 서울 시내를 발아래에 굽어보는 63빌딩도 머리를 조아릴 초고층 빌딩들이 숲을 이루게 된다. 또한 현재도 한국 정치와 금융 메카인 여의도에는 금융빌딩이 줄지어 들어설 예정이다. 국제업무 중심지로 도약하려는 용산 워터프런트와 국제금융 중심지로의 비상을 준비하는 여의도 워터프런트에는 바다로 물길을 이어 배후의 국제업무와 금융기능을 증폭시켜줄 국제여객터미널과 시민을 위한 문화와 휴식공간이 들어서고, 한강 양쪽의 거리를 좁히는 교통망이 신설되어 강남북이 하나로 소통하는 이른바 ‘한강 도심문화권’이 탄생하게 된다.

    We built the city!



    용산&여의도 워터프런트를 가다

    한강 워터프런트 조성 예정지.

    요즘 용산 지역에서는 감히 ‘건국 이래 최대의 사업’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한 용산국제업무도시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용산 철도공착장(44만2600㎡)과 서부이촌동(12만4200㎡)을 포함해 용산구 한강로3가 40-1번지 일대 총 56만6800㎡의 부지에 총 사업비 28조원이 투입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사업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도 맥이 닿아 있다. 용산국제업무도시 조성사업 계획에 따라 한강변을 끼고 있는 서부이촌동 일대가 문화시설과 주거지, 공원부지로 재개발되어 용산 워터프런트로 거듭나는 것. 워터프런트 개발을 포함한 용산의 ‘도심 속의 신도시’ 계획은 향후 강북 개발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용산국제업무도시 조성사업의 핵심은 크게 업무단지 구상, 워터프런트, 그리고 교통개선 사업의 세 블록으로 나뉜다. 먼저 국제업무지구에는 초고층 스카이라인이 펼쳐지게 된다. 가운데 중심축에는 620m(150층 안팎) 높이의 랜드마크 건물이 자리 잡고, 랜드마크 빌딩을 정점으로 주변 건물들은 250m 이하, 그외 지역에는 100~150m의 상대적으로 낮은 건물들이 들어서는 식으로 초고층 빌딩군이 형성된다. 특히 한강변은 되도록 중·저층 건축을 유도해 ‘한강을 향해 열린 경관’을 만들겠다는 것이 기본구상이다.

    세계의 중심, 이른바 ‘드림 허브(Dream Hub)’가 될 랜드마크 빌딩에는 오피스와 호텔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랜드마크 이외 건물로는 업무시설 12개동, 주거시설 8개동, 6성급 호텔 2곳, 그밖에 쇼핑몰, 백화점, 아트센터, 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숫자만 갖고는 용산 국제업무단지의 사업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 가늠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용산 국제업무단지는 360。 조망을 자랑하는 모리 타워(높이 238m)를 중심으로 한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즈의 다섯 배, ‘원 캐나다 스퀘어(높이 235m)’ 등 영국의 3대 랜드마크가 모여 있는 런던 카나리워프의 두 배 규모다. 총 사업비 28조원은 2008년도 우리나라 예산(256조원)의 10%가 넘는다.

    서울시는 2008년 11월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5개 설계회사를 지명, 용산 국제업무지구 설계를 하고 있다. 지명을 받은 설계회사들은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를 설계한 SOM(미국)을 비롯해 ‘저드 파트너십’ ‘포스터 앤 파트너즈’ 등 미국·영국·독일 등의 세계적인 건축설계회사들이다. 이미 일부 설계회사에서는 시안을 제출했는데, 한옥의 선, 연꽃 등 한국적인 이미지를 살린 설계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당선작은 오는 4월 발표될 예정.

    용산&여의도 워터프런트를 가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대상지의 현재 위성사진(왼쪽)과 구상도.

    서울시 관계자는 “국제업무단지 성격상 초고층 건물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620m 이상 설계도 가능하다”며 “그러나 ‘국내 최고층’이라는 상징성을 놓고 다른 초고층빌딩과 높이 경쟁을 하기보다는 디자인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는 6월 용산 일대 광역교통 체계 개선방안을 확정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12월경 사업부지로 추가된 서부이촌동까지 포함하는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이 결정되면 오는 2010년 12월 새로운 지구단위계획을 확정짓는다. 곧이어 2011년 1월에 착공, 2016년 12월 준공하면 용산의 새로운 위용을 자랑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도시관리과 용산지구팀 이광구 주임은 “용산을 개발하는 데 벤치마킹 도시는 없다”며 “용산 개발을 앞두고 외국의 이름난 도심 재개발지들을 찾았지만 규모 면에서 용산과 비견할 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용산 개발 담당자들은 “우리가 새로운 규모와 차원의 벤치마킹 도시를 창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사업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과 여의도를 잇는 모노레일

    현재 서부이촌동 아파트단지가 있고 강북강변도로가 지나는 한강철교와 원효대교 사이의 한강 수변지역은 역시 조성이 예정돼 있는 여의도 워터프런트와 강을 끼고 마주하고 있다. 기능적으로도 여의도 워터프런트와 연결되는 까닭에 국제여객터미널과 문화·상업공간을 갖춘 워터프런트로 조성한다는 것이 용산 워터프런트의 기본 개념.

    용산 워터프런트에 들어설 국제여객터미널은 가칭 ‘서울항’으로, 여권심사 창구와 세관,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한강과 경인운하를 잇는 물길을 도심까지 이어 용산이 국제교역 중심지로 부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용산 워터프런트는 이밖에도 유람선 선착장 등 다양한 경제·문화 기반시설을 갖춰 메트로폴리탄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항구도시’가 된다.

    맞은편에 있는 여의도 워터프런트의 광역터미널은 국내 연안여객선용 항구로 역할을 분담하게 된다. 한강 양쪽에 분리되어 있는 국내외 여객선 간의 연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용산과 여의도를 연결하는 모노레일 구상도 진행 중. 물론 이 모노레일은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여의도 국제금융지구 사이의 연계를 강화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모노레일을 통해 오페라하우스 부지로 예정된 노들섬과 용산의 공원 및 박물관, 여의도의 마리나 시설까지 하나로 묶어 한강 양안의 업무와 관광을 한 길로 연결하겠다는 기본구상이 깔려 있다.

    모노레일과 더불어 용산과 여의도를 이어주는 보행용 브리지를 건설하는 아이디어도 제시된 상태다. 용산과 여의도 사이에 보행용 브리지가 만들어지면 보행브리지 위쪽에 새로 조성되는 ‘이촌 그린웨이(Greenway)’를 통해 용산민족공원, 국립중앙박물관, 남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이 형성된다.

    시민들이 용산 워터프런트에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원효대교와 한강대교 구간의 강북강변도로는 지하화할 계획이다. 그 위에 한강으로 이어지는 보행로를 만들어 용산 국제업무지구에서 한강용산공원까지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강변북로를 지하화하고 난 뒤 그 위에 생기는 수변공간에 보행로뿐 아니라 문화시설 및 상업시설, 공원 등을 배치해 시민들이 보다 자유롭게 한강에 접근해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용산 워터프런트에는 이밖에도 사라지게 되는 용산역 정비창을 기념하는 레일테마공원, 국제행사와 외국인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국제행사장 등 문화공간이 조성된다.

    용산과 여의도 두 워터프런트 사이에 있는 노들섬에는 ‘세계적인 명품도시’라는 서울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오페라하우스 등이 포함된 문화콤플렉스를 건축하는 방안이 구상돼 있다. 약 5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노들섬 문화콤플렉스는 2009년 착공, 2013년 완공 예정으로 공연시설 외에도 다양한 문화체험시설, 전시시설, 교육시설 등을 갖추게 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용산 사업이 완성되면 용산의 유동인구가 하루 38만명, 연간 1억4000만명에 달하고, 연간 관광객 5000만명 유치, 경제유발 효과 67조원, 고용창출 36만명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따지고 보면 사람들의 입에 용산 재개발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지난 1994년 이미 업무단지 구상이 나왔다. 철도와 전철역이 그 중심에 있는 교통요지 용산은 2001년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조성한다는 도시계획(제1종지구단위계획)이 세워지면서 재개발 작업이 본격화됐다.

    이렇듯 용산에 국제업무도시를 세우기로 결정한 것은 용산이 가진 여러 가지 여건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철도와 전철, 강남북을 잇는 버스노선으로 교통이 사통팔달인데다 남산, 용산가족공원, 국립박물관 등 문화예술시설도 적지 않다. 이곳에 초고층 업무지구와 더불어 새로운 주거지구를 구축하면 용산공원과 한강을 기반으로 금융·IT·관광을 3대축으로 하는 세계적인 복합단지가 될 것이라는 콘셉트다.

    용산&여의도 워터프런트를 가다

    남산에서 바라본 여의도 일대. 멀리 인천항이 보인다.

    주민 반발을 넘으려면

    사업의 규모가 큰 만큼 넘어야 할 과제도 간단치 않다. 현 단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사업 대상 부지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합의점을 찾는 일이다. 서부이촌동 지역은 철로 서쪽 구역으로 대림·성원·동원·중산·시범아파트 등 아파트 1598가구와 단독·다세대·연립주택 등 총 22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처음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이 구상될 때에는 이전 예정인 철도정비창 부지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청계천 복원사업이 완료된 다음부터 개발관련 담당자들 사이에 한강변을 추가부지로 선정해 ‘열린 한강’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시됐다. 철도정비창만 개발할 경우 주변 지역의 교통난 가중이 불 보듯 뻔하고, 또한 서부이촌동의 고밀도 아파트 단지 때문에 한강 경관이 가로막힌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학교와 노선버스가 없는 서부이촌동의 주거환경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게다가 서부이촌동에서는 이미 주민들이 주도해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이 추진되고 있었기 때문에 판단을 서둘러야 했다. 이에 따라 2007년 8월 서울시와 코레일은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지역을 통합해 개발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서부이촌동에는 입주 4년째인 동원 베네스트 아파트(120가구)처럼 입주 10년 이내의 새 아파트가 많아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신축되면 분양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다시 들어와 살기 위해서는 수억원의 추가부담금을 내야 한다”며 “서울시가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서부이촌동이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포함되면서 아파트 가격과 땅값이 급등한 까닭에 보상가격 평가 등을 놓고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사업에 동의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추가분담금 규모나 비거주 소유자의 입주권 보장 문제, 동호수 배정 문제 등을 두고 이견이 많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2008년 12월 중순 현재 서부이촌동 주민 가운데 단독주택과 연립주택 거주자 일부가 동의서를 제출했지만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한 주민 사이에는 반대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무조건 반대’보다는 ‘조건이 맞는다면…’의 ‘조건부 반대’가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한다. 개발 반대 여론이 강하지만 정작 서부이촌동 집값은 개발 바람이 불기 전보다 두 배가량 폭등해 4년 전 분양 당시 3억5000만원 선이던 30평대 동원아파트가 시세 7억~8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 관건이지만, 시민을 위해 하는 사업인 만큼 시민과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용산 워터프런트를 포함하는 국제업무지구 조성은 용산의 미래를 바꾸는 일인 만큼 공감대를 넓히는 노력을 통해 시민과 함께하는 사업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여의도 워터프런트를 가다

    왼쪽부터 여의도에 들어설 광역여객터미널 조감도, 여의도 국제금융지구의 원경과 근경 개념도,여의도 국제금융지구의 핵 국제금융센터(SIFC).

    SIFC, Parc1, S-Trenue

    용산과 마주 보고 있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이어진 강추위 속에서도 포클레인이 얼어붙은 땅을 파올리며 공사가 한창이다. 인근 대형 빌딩군 사이에서도 초대형 신축공사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여의도는 용산과 함께 한강 르네상스의 중심권역에 위치하는 업무와 문화의 중심지다. 용산이 국제업무 중심이라면 여의도는 국제금융 중심으로 용틀임을 하게 된다.

    그동안 여의도를 상징하는 건물이던 63빌딩도 앞으로는 새로운 마천루군(群)에 여의도의 아이콘 이라는 자리를 내줘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여의도가 ‘금융사업 중심지’와 ‘첨단주거 도시’의 여건을 갖춘 금융특구로 변신을 모색하면서 마포대교 남단 여의나루역에서 여의도역 사이 일대에 2010년 이후 서울국제금융센터(SIFC), 파크원(Parc1), 에스트레뉴(S-Trenue) 등 국제금융 중심지로 비상하기 위한 초고층 업무용 빌딩이 완공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국제금융가인 영국의 시티 오브 런던이나 미국의 월스트리트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날이 머지않았다.

    여의도 워터프런트는 이같이 여의도에 둥지를 트는 국제금융지구를 배후로 삼고 강 건너편의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바라보며 양쪽 수요에 초점을 맞춰 설계되고 있다. 총 사업비 780억원이 투입되는 여의도 워터프런트 조성을 위한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특화사업은 지난 2008년 8월에 착공, 올 10월 완공을 목표로 한겨울에도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시한강사업본부 한강사업기획단 특화사업부 전영주 주임은 “현재 여의도 워터프런트 공사를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점은 서울과 한강 중심에 위치한 여의도의 상징성과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디자인으로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공사가 마무리되면 여의도는 중앙의 국제금융지구를 중심으로 남으로는 한강물이 흘러드는 생태공원이, 북으로는 종합문화공간인 워터프런트가 완공되면서 르네상스 시절 지중해를 중심으로 해상을 주름잡던 교역도시 베네치아와 흡사한 ‘한강의 베네치아’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용산&여의도 워터프런트를 가다

    새해 첫 아침 바쁜 걸음으로 출근하는 여의도 직장인들.

    서울이 먹고살 길

    과거 여의도는 양이나 말을 기르는 용도 외에는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척박한 땅이었다. 여의도라는 이름 역시 세간에서 ‘너나 가져라’라는 의미로 부르던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의도의 여(汝)는 ‘너’를 뜻하고 의(矣)는 어조사로 ‘네 마음대로’나 ‘너의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렇게 쓸모없는 땅이던 여의도는 일제강점기부터 1971년까지 비행장으로 사용되다가 1968년 서울특별시가 한강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개발에 나섬으로써 환골탈태를 하게 된다. 개발을 마친 여의도에는 국회의사당, 방송국, 신문사, 전화국 등의 국가기관과 공공단체, 63빌딩과 전경련회관, 은행 등이 들어섰고, 여의도는 마침내 서울을 대표하는 금융 중심지로 탈바꿈해 ‘서울의 맨해튼’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한 역사를 가진 여의도는 이제 국제금융지구로 제2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 11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건설 중인 SIFC 일대 4000㎡를 금융중심지 후보지로 개발하는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곧이어 다음달인 12월 중앙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게 될 금융 중심지로 선정되기 위해 ‘여의도 금융중심지 지정을 위한 개발계획안’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금융중심지로 선정되면 관련 법률에 따라 세제나 금융지원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혜택을 누리게 된다.

    용산&여의도 워터프런트를 가다

    여의도 금융가의 야경.

    이 계획안은 외국 사례를 참조해 여의도의 금융 중심지를 ‘국제수준의 금융오피스단지, 품격 있는 글로벌 주거단지, 풍부한 녹지 속의 문화·관광 도시로 재창출’한다는 세 가지 콘셉트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이에 따라 현재 금융기관이 밀집한 지역은 금융 관련 ‘중심업무지구’로, 주변 상업지역은 금융 업무를 지원하는 ‘지원업무지구’로, 기존 아파트지구는 향후 재개발을 통해 외국인 전용 고품격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배후주거지구’로 설정됐다.

    서울시는 특히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증권 유관기관 등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 중심업무지구 28만8044㎡를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해 고층·고밀도를 자랑하는 최고급 오피스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중심업무지구 내 업무시설 면적은 2013년 SIFC와 파크원 준공 이후 현재의 1.8배로 확대되고 2023년에는 2.7배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는 2008년 11월 서울시가 발표한 ‘금융허브 도약을 위한 4대 전략’ 가운데에서도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다. 서울시는 2015년까지 서울을 ‘동북아시아 금융중심(financial hub)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금융 클러스터 개발 △지식 및 인적자본 기반전략 실행 △국내거주 외국인의 교육환경 세계화 △주거와 생활환경 개선 등 4대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에 따르면 ‘서울의 월스트리트’를 만든다는 계획 아래 그 핵심적인 대표 ‘금융 클러스터’를 여의도에 조성하고 이를 강북 도심과 강남 테헤란로의 금융지구를 잇는 구심점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금융 클러스터’ 구상이 나온 배경에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처한 현실적인 상황이 있다. 제조업의 성장이 제한된 서울 같은 대도시는 실물경제 전반에 파급효과가 큰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이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금융산업이다. 금융감독원 2006년 자료에 따르면 금융산업의 부가가치율은 71.3%로 산업평균(41.1%)보다 높고, 고용유발계수 역시 14.6명으로 산업평균 9.7명보다 월등하다.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금융경쟁력 평가는 같은 아시아권의 경쟁 도시인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 비해 현격하게 뒤져 있다. 런던시 발표에서 서울의 금융경쟁력은 순위에 오른 46개 도시 중 43위. 1위는 런던이, 2위는 뉴욕이 차지하고 홍콩과 싱가포르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홍콩이 아시아 주요 도시를 조사해 발표한 금융경쟁력 순위에서도 서울은 11개 도시 중 9위였다. 이 순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가 공동 1위, 호주가 3위를 차지했다.

    국제금융지구의 중심 서울국제금융센터

    여의도 국제금융지구 사업의 핵심을 꼽자면 단연 SIFC이다. 여의도동 23, 23의1번지 대지 약 3만3000㎡에 연면적 50만7000㎡로 지어지는 SIFC는 국제금융기관과 금융기구 등을 유치해 국제금융 클러스터의 중심축으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추진되고 있다. SIFC에는 최첨단 오피스 시설은 물론이고 금융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호텔, 컨벤션센터, 상업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003년 국내외 금융기업인과 개발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금융센터 건립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한 SIFC 사업은, 2004년 6월 AIG의 부동산개발 자회사가 SIFC 건립을 위한 기본협력계약(BCA)을 체결하면서 본격화했다. 2006년 6월에 착공해 올해로 4년째 공사중이다. 1조5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사업비는 AIG를 비롯한 투자사들이 전담하게 된다. 오피스빌딩 3개동, 호텔 1개동, 쇼핑몰 1개동으로 이루어진 SIFC의 빌딩들 가운데 가장 높은 건물은 높이 279m, 55층으로 지어지는 오피스빌딩이며, 나머지 오피스빌딩도 각각 194m, 171m로 SIFC 빌딩군은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이들 오피스빌딩은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에 순차적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2008년 말 공정률이 20%였고 올해는 40%, 2010년까지 60% 공정이 완료된다. 따라서 2010년 말이면 호텔과 지하 7층까지 있는 쇼핑몰, 주차장 빌딩 등 3개동이 완공된다. SIFC는 건설기간 중에도 1조7000억원 상당의 생산효과와 2만2000명 내외의 고용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완공 후에는 매년 1800억원의 생산효과와 3000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용산&여의도 워터프런트를 가다

    63빌딩 옥상에서 바라본 여의도 서부 일대.

    경제위기 넘어설 묘책을 찾아서

    총면적 295만㎡의 서울 도심 속 섬 여의도는 상주인구가 약 3만1000명(약 1만1000가구)인 반면 하루 유동인구는 60만명에 달하는 전형적인 ‘비즈니스 타운’이다. 이 때문에 낮 동안에는 인파가 붐비지만 저녁이면 썰물처럼 섬을 빠져나가 고요함에 잠긴다.

    하지만 올해부터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특화사업 공사가 부분별로 완료되기 시작하고 2010년 SIFC가 새로운 국제금융 클러스터로 순차적으로 문을 여는데다 2011년 파크원까지 완공되어 가세하면 여의도는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오피스 빌딩 입주가 시작되면 장기적으로 여의도 일대는 물론 인근 마포와 영등포 오피스 시장까지 활기를 더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예상이다.

    남은 과제는 2008년부터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 속에서 SIFC 완공 일정을 어떻게 조정할지다. 서울시 소유의 땅을 AIG의 자회사가 99년간 임차하는 형식으로 세워지는 SIFC는 일반분양이 없고 대신 임대 형식으로만 입주자를 구하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내 경기가 어려운데다 금융위기로 미국 내 AIG 본사마저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SIFC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어 입주계약률이 어느 정도일지 다소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기 발발 이후 AIG 본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SIFC 건설 일정이 제대로 진행될 것인지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AIG 본사의 재정상황 변동에 따라 SIFC 사업을 진행하는 자회사와 서울시의 계약관계에 변동이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그러나 서울시 측은 “SIFC는 실제로 AIG 미국본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며 전체 투자자금 가운데 15%만이 AIG 자본일 뿐 나머지 85%는 AIG와 무관한 자본”이라며 “공사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봐도 좋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최근의 경제난과 금융위기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오피스시장도 위축된 상황에서 상암DMC와 인천 송도 등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는 데 대한 불안도 가시지 않고 있다. 단기적으로 오피스 공급 과잉이 빚어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 금융정책팀 홍성우 주임은 “두바이 신도시의 예에서 보듯 지하층이 완공되면 지상 위쪽 건물은 100층이라도 1년이면 다 올릴 수 있으므로 지상층을 완공하는 일정은 조절이 가능하다”며 “내년에 완공되는 오피스빌딩 등의 입주계약 상황을 주시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만 없다면 매년 한 개동씩 완공해 여의도 국제금융지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