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 세대는 19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인류가 잠깐 ‘외도’했던 경험을 돌아볼 뿐 영원히 우주로 나갈 수 없음을 한탄할 것이다. 결국 인류는 위대했던 순간을 한 장의 역사로 묻은 채 점차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오래전 거인과 영웅의 신화로 잘못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달에 가는 것, 혹은 화성으로, 혹은 또 다른 태양계의 행성으로 나아가는 꿈을 잊은 채, 인류는 소중한 인적자원과 천연자원을 낭비하고 말았다. 아무런 소용도 없는 전쟁, 광적인 경제성장, 무분별한 소비주의가 낭비의 주범 노릇을 했다. 이뿐인가. 우리는 물을 더럽히고, 땅속까지 오염시킨 것도 모자라 우주까지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대로 나가면 머지않아 인류는 영원무궁토록 지구에 갇혀 지낼지 모른다. 자원 고갈이 인류를 지구에 묶어둘 수 있듯, 우주에 버린 쓰레기는 인류의 미래를 지구라는 별에 가둬둘 수도 있다.
2008년 4월 한국의 첫 우주인이 된 이소연씨.
한국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무엇을 바라는가. 왜 한국은 인류의 문명을 한발 더 나아가도록 만드는 지도력을 발휘하지 않는가.
오래전부터 한강은 자연을 키우고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자원이자, 한반도의 허리를 관통해 상업을 번성케 하는 주요 통로였다. 얼마 후 산업사회가 도래했을 때 한강은 한민족의 경제성장을 위해 제 몸을 희생한 하수구의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지금 한강은 시(詩)로, 노래로, 드라마로 복원되고 있는 한민족의 노스탤지어다.
시인 오세영은 한강을 이렇게 노래했다.
한강은 흐른다.
산과 들,
복숭아 진달래 꽃망울 터뜨리며
오늘도 무지개로 소리 없이
흐른다.
한강은 흐른다.
논과 밭,
청보리 무배추 파아랗게 물들이며
오늘도 비단길로 말없이
흐른다.
눈보라 휘날린들 멈출 수 있으랴.
폭풍우 몰아친들 돌아갈 수 있으랴.
흐르고 흘러서 영원이리니,
대양에 이르러야 우리인 것을.
한강은 흐른다.
마을과 도시에,
저마다 生의 등불 환하게 밝히면서,
오늘도 은하수로 묵묵히 흐른다.
(‘시안’ 제4권(1999년 6월) 78~79쪽에서)
오 시인이 우리에게 한강을 은하수로 새롭게 볼 수 있는 영감을 주었듯, 이제 한강은 한민족이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자원으로 새롭게 인식돼야 한다.
여기, 내가 가져온 한 장의 광대한 은하수 이미지를 보자. 넓고 넓은 은하계에 한 점이 있다. 이미지는 우리에게 이 점을 가리키며 “당신은 바로 여기에 있어”라고 속삭인다. 마치 앞으로도 더 나아갈 곳이 넓고 또 숱하게 많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나는 한국의 지도자들이 21세기에 우주를 경영하고 평화롭게 가꿔나가는 선구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하여 한강이 은하수가 되어 인류를 ‘여기’에서 ‘저쪽’까지 진화할 수 있도록, 또 상상의 세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공헌하는 데 앞장서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