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호

방파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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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에서

일러스트·박진영

어디로 갔을까

해당화꽃 떠다니던

그 봄날의 바다

어디로 갔을까

노란 꽃잎 같은 작은 게들 싣고



한 걸음씩 들어왔다

한 걸음씩 뒷걸음치던

밀물과 썰물

어디로 갔을까

투명한 노란빛 어린 게들

곰실곰실 기어 다니던

흰 모래밭

어디로 갔을까

바다로 내려가는 길

굴러오는 파도들

내 발목에서 부서지던 물살

이제 바다는

가지도 오지도 않네

저 멀리 배 한 척

아주 오래전

바람에 날아갔던 하얀 모자

방파제에서
황인숙

1958년 서울 출생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리스본행 야간열차’, 산문집 ‘나는 고독하다’‘인숙만필’ 등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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