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호

누구나 ‘정자왕’이 될 수 있다 [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이야기]

마흔 중반부턴 무조건 사각팬티를...

  • 난임전문의 조정현

    입력2021-08-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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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현 난임전문의는 “힘든 근력운동보다 가벼운 조깅이 정자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GettyImage]

    조정현 난임전문의는 “힘든 근력운동보다 가벼운 조깅이 정자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GettyImage]

    세월엔 장사가 없다. 허풍을 떨면 모를까, 천하의 ‘변강쇠’라도 지천명(地天命)이면 정력이 예전 같진 않을 것이다. 여성에게만 갱년기가 있는 게 아니다. 남성도 마흔 중반을 넘기면 남성호르몬 분비량이 줄면서 만성피로와 불면증뿐 아니라 성욕 감퇴, 정자 수 감소 등을 겪는다. 가장 큰 문제는 스트레스로 남성의 갱년기 연령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 점이다. 나이에 비해 젊고 강한 몸매를 가졌다 해도 생식력에 관한 한 호언장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수태능력(임신 능력)에선 더더욱 그렇다.

    요즘은 젊은데도 정자의 수와 활동성이 평균 이하로 떨어져 수태가 원활하지 못한 남성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전 세계 젊은 남성 44%가 정자의 수와 활동성이 기준치에 미달한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40대가 되면서 혈중 총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매년 1.6%씩 하향곡선을 그리고, 쉰 살이 되면 정상치보다 30~5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불혹을 갓 넘긴 나이에도 막상 정자 검사를 하면 수태능력이 기준치 이하인 경우가 적지 않다.

    고환은 정상체온보다 2~3도 낮게

    사각팬티는 혈류 장애 등 여러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GettyImage]

    사각팬티는 혈류 장애 등 여러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GettyImage]

    몇 년 전 남성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비뇨기과 검사를 통해 ‘정자왕’을 뽑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50대인데도 몇 억 마리의 정자가 나왔다느니, 일반 남성에 비해 10~15배 많다느니 하는 검사 결과를 말하며 어찌나 행복한 표정이던지…, 그 연예인의 심정이 백번 이해가 간다. 자녀가 있든 없든 남성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수태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나의 정자는 몇 점일까?’ 하고 말이다. 남자에게 생식력은 자존심의 문제일 수 있어서다.

    정자의 양, 운동성, 모양 등을 보면 자연임신(수태)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성관계 시 사정을 통해 배출하는 정액의 양은 대략 1.5~6㎖ 정도다. 정자 검사에서는 정액 1.0㎖당 전체 정자 수가 1500만 마리는 되고, 그중 40%가 운동성이 있어야 건강하다고 여긴다. 가장 중요한 것은 1500만 마리 중 엄밀한 기준(모양, 운동성, 직진성, 성숙도)에 해당하는 정상 상태의 정자가 4%는 돼야 자연임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자 수는 자연임신의 성패를 좌우한다. 사정된 정자의 70~90%가 질 속에서 죽고, (나팔관에서 기다리는) 난자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는 정자가 고작 수백 마리라는 것을 감안할 때 정상 정자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임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형 정자가 생기는 원인 중 하나는 ‘아랫도리 온도’에 있다. 자고로 사내란 아랫도리를 시원하게 해야 한다. 남성의 고환은 34~35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고환이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정자에 독성을 주는 대사물질이 증가해 정자의 양과 질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DNA가 손상된 비정상적인 정자가 생산이 될 수 있다. 고환은 정상 체온보다 2~3도 낮아야 한다. 타이트한 바지를 입고 온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남성들의 바지 속을 상상해 보라. 고환을 압박하는 상태와 습하고 높은 온도가 지속돼 혈류 장애는 물론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난임 전문의나 비뇨기과 의사들이 삼각팬티 착용을 반대하는 이유다. 헐렁한 사각팬티를 입어야 정자의 양과 질이 개선된다.

    난임 부부 중 절반은 남성에게 원인이 있다. 정계정맥류, 무정자증, 전립선염 등 질병이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정자의 수, 운동성, 모양 등이 원인불명으로 평균 이하여서 난임에 이른 경우가 더 많다. 설상가상 나이까지 많으면 온갖 유해물질의 영향으로 정자의 DNA 손상이 심해져 난자와 수정이 돼도 건강한 배아를 기대할 수 없다. 난임시술(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을 앞두고 며칠간 금욕으로 정자의 수를 최대한 늘리도록 하는 것도 질 좋은 정자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낙담하지 말기를. 누구나 ‘정자왕’이 될 수 있다. 정자는 고환이라는 공장에서 70일간 만들어지고 생산에서 배출(사정)까지 약 90일이 소요된다. 정자검사에서 ‘평균 이하’라는 결과가 나왔더라도 몇 달간 스트레스를 줄이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꾸준히 하면 얼마든지 건강한 정자를 배출할 수 있다.
    수태능력이 좋은 상남자가 되고 싶다면 꾸준한 운동은 필수다. 매일 30분만 조깅을 해도 정자왕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몸만들기를 위한 무리한 운동은 자칫 생식력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매일 30분씩 가벼운 조깅을 하는 것은 정자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근육을 강화하는 격한 무산소운동보다 지방을 서서히 태우고 혈액순환을 돕는 유산소운동이 정자 건강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햇빛과도 친해져야 한다. 햇빛은 비타민D 체내 합성을 촉진해 건강한 정자를 생산하도록 돕는다. 비타민D 혈중수치가 높은 남성일수록 정자 수가 많고 활동성과 직진성이 탁월할 뿐 아니라 난자를 만났을 때 수정 능력도 우수하다.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낮으면 난자와의 수정에 필요한 첨체반응(정자가 난막을 녹여 난자 안으로 들어가는 반응)이 떨어진다. 비정상 형태의 기형 정자들은 두부(정자 머리 부분)에 있는 모자(첨체)가 적어 난자의 알껍질을 잘 뚫지 못한다. 첨체 속에 든 단백질을 녹이는 효소(아크로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바지 속 스마트폰, 트랜스지방은 정자의 적

    흡연은 정자 건강을 해친다. [GettyImage]

    흡연은 정자 건강을 해친다. [GettyImage]

    정자 건강을 해치는 ‘적’으로 담배도 빼놓을 수 없다. 담배는 생식력 저하를 야기한다. 10년 이상 흡연한 남성의 80%는 정자 수와 질에 이상이 나타난다는 조사도 있다. 담배를 피우면 일산화탄소, 중금속 등에 노출돼 정자의 핵 구조가 파괴될 뿐 아니라 정자 기형 빈도가 높아지고 정자 수가 감소한다. 나이가 들면 흡연이나 음주가 생식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담배와 술은 발기부전의 일등공신이다.

    지중해식 식단과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사도 정자 건강에 이롭다. 과다한 트랜스지방은 정자에 치명타다. 붉은색 육류를 주 2회 이하로 제한하는 대신 견과류를 챙겨 먹으면 좋다. 견과류에 있는 오메가3 지방산과 항산화물질이 정자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 토마토도 좋다. 리코펜이 정자의 수를 최고 70%까지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은 정자가 고환에서 생산되면서 분비되므로 정자 수가 많아야 수치가 높아진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으면 정자 생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고령 남성들이 정력을 좋게 한답시고 섣불리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는다는데, 안 될 일이다. 몸 밖에서 투입되는 남성호르몬은 정자 생산에 오히려 해(害)가 된다. 스테로이드계 약이나 위장약, 이뇨제, 무좀약 등을 복용한다면 신중해야 한다. 1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있지 말고, 와이파이가 연결된 스마트폰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있다면 당장 빼야 한다.

    #조정현난임 #수태능력 #정자 #신동아


    조 정 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 前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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